시골아이 148. 바다와 마주하기 (15.6.3.)



  바다와 마주한다. 바다를 바라본다. 내 마음을 바다에 싣고,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를 내 마음에 싣는다. 바다노래를 들으면서 새롭게 깨어나고, 바다내음을 맡으면서 새 기운을 얻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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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라도 설거지를



  엊저녁에는 허리가 몹시 결려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눕는다. 아니, 아이들을 누이고 나도 따로 눕는다. 저녁 아홉 시에 불을 끄고 누웠으니 시골에서는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고 할 수 없다. 어제까지 끝내려던 일을 못 끝냈으니 일찍 잠들었다고 느낄 뿐이다.


  밤 두 시가 살짝 넘은 때에 잠에서 깬다. 허리는 아직 안 풀린다.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하고 밥상을 마저 치운다. 엊저녁에 다 해 놓고 잠들까 하다가, 몸이 많이 힘들다고 노래할 적에는 굳이 몸을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깔끔하게 치우고 잠자리에 들 적에 한결 나을 수 있지만, 며칠 앞서 머그잔 하나 깨뜨린 일을 새삼스레 돌아본다.


  새벽 세 시가 흐르니 바깥이 고요하다. 어느새 개구리 노랫소리가 모두 그쳤다. 시골에서는 빛과 볕과 살을 헤아리고 풀벌레나 숲동무 노랫소리를 살피면 ‘어느 때인지(시간)’ 또렷이 알 수 있다. 바람맛을 느끼면서 때를 알기도 한다. 저녁에 빨래를 언제 걷어야 하는가는 살갗과 코로 ‘바람에 깃든 물결’을 느끼면 제대로 안다. 틈틈이 아이들 이불깃을 여민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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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5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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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0



사마귀랑 아이들이 함께 있는 풀밭

―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글·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11.11.20.



  권혁도 님이 빚은 그림책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길벗어린이,2011)를 가만히 읽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집 둘레에서 늘 사마귀를 만납니다. 마을에서도 보고, 고샅이나 논둑에서도 으레 봅니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어우러지는 이웃인 사마귀입니다.


  우리 집 마당이나 뒤꼍에서 사마귀가 산다면, 사마귀한테 먹이가 될 만한 다른 풀벌레가 많다는 뜻입니다. 참말 우리 집에는 온갖 딱정벌레가 함께 삽니다. 농약을 안 치는 집이니까 딱정벌레도 개구리도 뱀도 구렁이도 이 집에서 함께 삽니다. 나비하고 벌하고 새가 함께 살고, 곧잘 지네가 기어다니며, 마을고양이는 우리 집 광에서 새끼를 낳고는 모과나무 언저리나 섬돌 둘레에서 밤잠을 이룹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먹잇감이었던 곤충들도 보이지 않아. 배고픈 사마귀는 풀숲을 돌아다니며 두세 개의 알집을 만들어 놓고 기운이 다해 죽었어. (12쪽)



  권혁도 님은 사마귀가 어른벌레일 적부터 알을 거쳐 새끼벌레가 되다가 다시 어른벌레가 되는 모습까지 차근차근 지켜본 뒤 그림으로 담습니다. 아직 어린 사마귀가 다른 벌레한테 잡아먹히거나 밀리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잇달아 허물벗기를 하면서 차츰 몸이 커지는 동안 비로소 다른 벌레를 기운차게 잡아먹는 모습을 그림으로 밝힙니다.


  숲에서는 모든 목숨이 서로 잡아먹거나 잡아먹힙니다. 모든 목숨이 서로 얼크러지면서 숲이 이루어집니다. 어느 한 가지 목숨만 늘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목숨이 알맞게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숲이 됩니다. 알에서 깨어나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 알을 낳으며, 다시 알에서 깨어나 아이로 자란 뒤, 새롭게 어른으로 자라서 기쁘게 알을 낳습니다.




어느새 나뭇가지에 돋아난 새잎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려. 작은 풀꽃과 새싹들 사이로 알에서 깨어난 어린 메뚜기들이 톡톡 튀어 다니지만, 여전히 사마귀 알집은 말라 죽은 듯이 그대로 있어. (16쪽)



  사마귀한테는 날개가 있습니다. 다른 수많은 딱정벌레도 으레 날개가 있습니다. 풀밭이랑 숲에서 풀꽃하고 나무꽃에 기대어 사는 벌레는 바람을 가볍게 타면서 제법 멀리 날아다닙니다. 먹이를 찾아 마실을 하고, 짝을 찾아 나들이를 합니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누리면서 날고, 싱그럽게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납니다.


  한 해를 살고서 죽는 사마귀는 봄이랑 여름이랑 가을을 한껏 누립니다. 겨울을 앞두고 알을 낳은 뒤 몸을 내려놓습니다. 기쁘게 누린 한 해 이야기를 알에 고이 담으면서 추위를 견딥니다.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찾아와서 새삼스레 고운 볕이 드리울 적에 찬찬히 깨어납니다. 어미벌레가 물려준 씨톨(유전자)은 새끼벌레 온몸에 고스란히 흐릅니다. 새로 태어난 기쁨을 노래하면서 풀밭에서 풀노래를 부릅니다.


  사마귀가 부르는 풀노래는 다른 풀벌레한테 무시무시할는지 모르나, 사마귀로서는 새가 부르는 봄노래가 무시무시할 만합니다. 새는 또 사람이 내는 기곗소리가 무시무시하다고 느낄 테지요.




어린 사마귀는 작은 진딧물을 먹으려다 개미에게 들켰어. 화가 난 개미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나뭇잎 끝에서 풀쩍 뛰어내렸지. 어린 사마귀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먼 풀밭까지 날아갔어. (23쪽)



  새벽 세 시 즈음 되면 시골마을은 고요합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개구리가 우렁차게 울어대는데, 개구리 노래잔치는 밤 한두 시를 고빗사위로 조금씩 사그라듭니다. 새벽 세 시 언저리에 개구리 노래잔치는 그치기 마련이고, 새벽 네 시를 앞두고는 거의 아무런 소리가 흐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즈음부터 시골사람이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엽니다.


  풀벌레와 개구리가 사람을 느끼겠지요. 그래서 사람이 깨어날 즈음에는 고요히 잠들겠지요. 풀벌레를 잡아먹는 새는 사람이 깨어나서 움직이는 때하고 맞추어서 아침을 함께 열고, 꽃송이도 이무렵부터 천천히 봉오리를 다시 벌리며, 밤새 조용히 자던 풀잎하고 나뭇잎도 이제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이슬받이를 합니다.




하루 종일 보슬보슬 비가 내리면 풀숲은 고요히 잠든 것처럼 평화롭게 보여. 비가 오면 곤충들은 나뭇잎이나 풀덤불 속에 숨어서 조용히 쉬지만, 며칠을 굶은 사마귀는 두리번거리며 사냥감을 찾아. (26쪽)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삶입니다.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랍니다. 풀벌레가 있고 새와 개구리와 뱀이 있습니다. 숲짐승이 있으며 물고기가 헤엄칩니다. 여기에 사람이 나란히 살면서 지구별이 너른 별누리에서 반짝하고 빛납니다.


  눈을 크게 뜨면서 사마귀 한살이를 곰곰이 바라봅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생각에 잠기면서 지구별이 깃든 너른 별누리를 되새깁니다. 눈을 크게 뜨지 않고서는 알아보기 어려운 숲벌레나 풀벌레 한살이입니다. 눈을 찬찬히 가누지 않고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지구별이나 별누리 흐름입니다.


  지구별이 아름답다면 사람들이 서로 아끼면서 숲을 가꾸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지구별이 사랑스럽다면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면서 숲을 노래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사마귀 한 마리가 풀숲에 깃들고, 아이들이 풀밭을 헤치면서 놉니다. 사마귀 한 마리가 새로운 봄과 여름과 가을을 기쁘게 누리고, 아이들이 봄부터 겨울까지 깔깔깔 웃고 노래하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같은 그림책은 우리 둘레를 따스히 바라보는 눈길을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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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수박 먹기



  올들어 첫 수박을 먹는다. 아직 수박이 익을 철이 아닌 만큼 비닐집에서 키운 수박이리라. 읍내로 마실을 다닐 적에 곳곳에서 수박을 파니까 아이들은 수박알을 보고는 먹고 싶다는 노래를 부른다. 언제 수박이 싹이 트고 꽃이 피는가를 모르더라도 눈앞에서 수박을 보면 먹고 싶으리라. 마침 눅은 값으로 파는 수박이 보여서 한 덩이를 장만한다. 바로 먹지는 않고 하루 지나고 나서 먹는다. 넓은 그릇에 알맞게 썰어서 마당으로 가져간다. 밥돌이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마당 한쪽에 앉는다. 후박나무 그늘을 누리면서 수박을 톡톡 건드리고는 덥석 깨문다. 4348.6.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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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1) 얄궂은 말투 103 :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붉은가슴도요는 붙잡기가 아주 어렵다. 빵 조각으로 꾀어들일 수 있는 오리와는 다르다. 붉은가슴도요는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필립 후즈/김명남 옮김-문버드》(돌베개,2015) 28쪽


악명(惡名) : 악하다는 소문이나 평판

악(惡)하다 :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


 악명 높을 정도로 경계심이 많다

→ 대단히 경계심이 많다 (?)

→ 몹시 경계를 한다

→ 빈틈없이 둘레를 살핀다

→ 매우 꼼꼼히 살핀다

 …



  이 보기글에서는 “경계심이 많다”로만 적으면 됩니다. 또는 “대단히 경계심이 많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악명’은 “악하다는 소문이나 평판”을 가리키는데, ‘악하다’난 “나쁘다”를 가리켜요. 그러니까, 붉은가슴도요는 “나쁘다고 할 만큼” 경계심이 많다는 소리인데, 붉은가슴도요가 사람한테 붙잡히지 않으려고 경계심이 많은 모습은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좋거나 나쁘다고 할 대목이 아니라 대단히 경계한다고 해야 할 대목입니다.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두고 “악명이 높다”고 해야지, 붉은가슴도요가 사람이나 맞잡이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몹시 마음을 기울이는 몸짓을 두고 “악명이 높다”고 할 수 없어요.


  ‘경계심(警戒心)’은 “경계하여 조심하는 마음”을 가리키고, ‘경계(警戒)’는 “뜻밖인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여 단속함”을 가리킵니다. ‘조심(操心)’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가리켜요. 그러니, ‘경계심’은 “잘못되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더 헤아려 보면, “마음을 쓰기”가 ‘조심’이기에, ‘경계심’을 “조심하는 마음”으로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은, ‘마음을 쓰기를 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꼴이라 겹말풀이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쓰기”라든지 “조심하기”는 많거나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둘레를 살피는 마음”도 많거나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악명 높을 만큼” 같은 말마디가 올바르지 않으니 이 대목을 손질해야 하는데, “경계심이 많다”처럼 쓰는 말마디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매우 경계하는 마음이다”라든지 “몹시 경계를 한다”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4348.6.1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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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가슴도요는 붙잡기가 아주 어렵다. 빵 조각으로 꾀어들일 수 있는 오리와는 다르다. 붉은가슴도요는 둘레를 매우 꼼꼼히 살핀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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