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늦잠



  어젯밤에 잠이 든 뒤 오늘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난다. 늦잠이다. 적어도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부랴부랴 짐을 꾸린다. 오늘은 다섯 달 만에 서울로 볼일을 보러 간다. 서울로 가는 찻삯만 마련해서 떠나는 길이니, 고흥으로 돌아오는 찻삯을 여러모로 수를 내어 얻거나 빌려야 하겠지. 홀가분하게 가자. 길은 다 열 수 있을 테니까. 오늘 하루를 노래하면서 바깥일을 하러 가자. 4348.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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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훔친 글(표절)’ 이야기가 불거질 적마다 자꾸 들여다본다. 굳이 들여다보아야 할 일이 없을 텐데 자꾸 눈길이 간다. 왜 눈길이 갈까 하고 며칠째 헤아려 본다.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쓰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그동안 여러모로 ‘내 글을 도둑맞은 적 있기’ 때문일까?


  그런데, 글을 도둑맞은 지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며 몇 해가 지나고 보면, 다 아무것이 아니다. 글을 도둑맞아서 짜증이 나거나 부아가 나지 않는다. 글을 훔쳐서 돈이나 이름값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쩐지 딱해 보인다. 얼마나 글을 쓰기 어려웠으면 다른 사람 글을 훔칠까? 얼마나 글쓰기가 재미없거나 따분했으면 다른 사람 글을 몰래 가로채려고 할까?


  글을 훔치는 마음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어림해 볼 수 있다. 국민학교에 다닐 적에 동무가 한 숙제를 베낀 적 있는데, 동무가 한 숙제를 베껴서 가까스로 ‘안 얻어맞고 조용히 지나가’면 후유 하고 길게 한숨을 쉬되, 마음이 무겁다. 몽둥이로 두들겨맞지 않아서 고마운 마음은 아주 살짝 들다가 지나간다. 차라리 몽둥이로 두들겨맞으면 맞지, 왜 다른 동무 숙제를 베껴야 했을까 싶어서 ‘나 스스로가 몹시 싫어진’다. 그래서 몇 차례 다른 동무 숙제를 베껴서 내고 난 뒤에는, 다시 숙제 베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얻어맞고 씩씩하게 웃었다. 어느 날 동무가 묻더라. “야, 내 숙제 베껴서 내면 안 맞는데, 왜 안 베꼈어?” “응, 괜찮아. 고마워. 숙제 안 했으니까 맞았을 뿐이야.”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다. 그래서 언제나 내 나름대로 새롭구나 하고 느끼는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으니, 다른 사람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글투나 글결’을 흉내내거나 따를 까닭이 없다.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이 있으면, 그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찬찬히 수십 수백 차례 되읽는다. 기쁘게 배우고, 즐겁게 내 삶을 되새기면서, 신나게 내 사랑을 담는 내 새로운 이야기를 쓰자고 여기면서 기운을 차린다.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은 ‘자칫 고단하거나 지치거나 힘든 삶에 새로운 바람’처럼 깃든다.


  ‘훔친 글(표절)’을 내놓아서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값을 높이 얻으면 무엇이 좋을는지 잘 모르겠다. 훔친 글이라고 하면 언젠가 드러나리라 본다. 훔쳐서 가로챈 자리라고 한다면 언젠가 빼앗기기 마련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이 있으면 ‘얻으’면 된다. 그 글을 빌려 달라고 하면서 얻으면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따오기(인용)’ 하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나온 곳(출처)’을 똑똑히 밝혀서 마음껏 ‘따오기’를 하면 된다. 그리고, 따오기를 하는 만큼 제대로 값을 치러야 하겠지. 좋은 글은 제값을 치르고 얻으면 서로 즐겁다. 좋은 글을 훔칠 까닭이 없다. 글을 훔치다 보면, 글을 쓰는 재미하고 멀어지고, 삶을 손수 짓는 보람을 모조리 잃고 만다. 4348.6.1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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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님이 건네는 천 원 + 얼마



  2015년 7월 마지막 주에 강원도 영월에서 동강사진축제를 한다. 나는 올해 동강사진축제에서 7월 26일 일요일 아침에 강좌 하나를 맡았다. 이튿날 저녁(6/19)에 서울에서 준비모임을 한다고 한다. 강좌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가를 서로 얘기해야 하니, 이 자리에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준비모임에 가야 하는데, 고흥에서 서울로 갈 찻삯을 마련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아득바득 긁어서 겨우 서울로 갈 시외버스 표는 끊을 듯하다. 또 누구한테서 돈을 빌려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저녁나절에 아이들을 재우고 잠자리에 누워서 허리를 펴는데, 곁님이 주섬주섬 책상에 뭔가를 얹는 소리가 난다. 허리를 어느 만큼 펴고 일어나서 살피니, 천 원짜리 종이돈 하나와 쇠돈 얼마가 있다. 곁님한테 있는 모든 돈을 나한테 주려고 하는가 보다. 고맙다. 이 돈이면 서울 고속버스역에서 내린 뒤 전철 한 번 탈 삯이 되겠네. 밤잠을 들 적에 빌고 빌어야겠다. 도서관 지킴이가 늘고, 우리 은행계좌에 버스삯이랑 여관삯이 들어오기를 빌어야겠다. 4348.6.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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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6.10. 작은아이―누나한테서 배우는



  작은아이가 누나한테서 배운다. 작은아이는 글씨 쓰기를 배우려 하기보다는 그저 놀 생각이다. 누나가 아무리 얘기해 줘도 딴청에 딴짓이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누나를 힘들게 하는데, 누나가 말을 하면 한 마디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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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6.10. 큰아이―띄어쓰기를



  이제 큰아이더러 띄어쓰기를 하라고 말한다. 낱말을 하나씩 더 잘 헤아리기를 바라는데, 차근차근 살피고 헤아리면서 받아들여 주겠지. 띄어서 적으니 공책 한 바닥을 넘어간다고 하는데, 넘어가도 돼. 입으로 말할 적에 알맞게 끊어서 말하는 결을 잘 살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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