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5. 눈과 기저귀와 빨래



  전남 고흥은 무척 포근한 고장입니다. 겨울에 눈을 구경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주 드물게 소리 없이 눈이 내리는 날이 있는데, 아기 기저귀를 빨아서 너는 겨울날, 눈 오는 소리를 미처 못 들은 탓에 기저귀가 눈을 맞으면서 얼어붙습니다. 아차 싶지요. 얼어붙은 빨래를 으짜노, 하고 생각하다가 ‘언 빨래는 언 빨래’라고 여기면서 사진 한 장 찍자고 마음을 바꿉니다. 언 빨래를 집안으로 들여서 녹이기 앞서, ‘눈 맞는 기저귀’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삶을 노래해 보라는 하늘나라 뜻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4348.6.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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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에 '손빨래 즐기는 아버지' 이야기를 써서 보낸다.

이 글을 쓰다가, 밑글로 써 두둔 말조각을 모아 본다.

이 말조각은 '책에 실릴 글'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다.


..


손빨래 이야기 말조각



ㄱ. 아기를 낳아서 돌볼 적에 천기저귀를 대면 아기가 좋아합니다. 천기저귀는 천 느낌이 살갗에 닿을 적에 시원하면서 싱그럽습니다. 아기가 아닌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 느낌을 아느냐 하면, 천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어 햇볕에 보송보송 마르면, 이 느낌이 더할 나위 없이 보드랍습니다.


ㄴ. 나는 두 아이 어버이요 아버지로서 언제나 빨래를 도맡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동안 천기저귀를 날마다 신나게 빨았고, 하루에 기저귀를 몇 장쯤 빠는가를 찬찬히 세곤 했습니다.


ㄷ. 가시내인 큰아이한테 든 기저귀 빨래는, 갓 태어나서 세이레가 될 무렵까지 하루에 마흔다섯 장 안팎 들었습니다. 백 날 즈음 지나니 하루에 마흔 장 남짓 들었습니다. 여섯 달이 지나면서 마흔 장 밑으로 떨어졌고, 첫돌이 될 언저리에 서른 장 남짓 들었어요. 낮똥을 가릴 두 돌 즈음에는 하루 열두 장이면 넉넉했습니다. 이때에는 밤에만 기저귀를 대었어요.


ㄹ. 머스마인 작은아이한테 든 기저귀 빨래는, 갓 태어나서 세이레가 될 무렵까지 하루에 서른두 장 남짓 들었습니다. 세이레를 지나니 스무 장 남짓 들었고, 이 숫자는 그대로 흘렀습니다. 머스마는 오줌을 모아서 누니 기저귀 빨래가 줄었는데, 오줌을 모아서 누는 만큼 천기저귀 한 장으로는 넘쳐서 이불이나 깔개나 배냇저고리를 적시는 일이 흔해서, 기저귀 빨래는 줄었어도 이불 빨래가 늘었어요.


ㅁ. 나는 언제 어디에서나 빨래를 합니다. 집에서도 빨래를 하고, 집 바깥에서도 빨래를 합니다. 바깥일을 보려고 도시로 갈 적에도 빨래비누와 옷걸이를 가방에 챙깁니다. 하룻밤을 바깥에서 자더라도 내 옷가지를 밤에 빨아서 아침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밤에 빨아서 아침에 다 마른 옷을 찬찬히 개어 가방에 넣습니다.


ㅂ. 아이들을 이끌고 설이나 한가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갈 적에도 으레 빨래비누를 챙깁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아 땀투성이가 됩니다. 집에서든 집 바깥에서든 늘 매한가지입니다. 이리하여, 바깥마실을 다니면 저녁에 아이들을 씻기고 나서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합니다. 아이들하고 바깥마실을 다니자면 옷걸이를 잔뜩 챙겨서 하나하나 옷걸이에 꿰어 말립니다.


ㅅ. 시골집에서는 마당에 가로지른 빨랫줄에 옷을 넙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볕이 고운 시골에서는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 줍니다. 빨래랑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고, 빨래가 마르는 동안 평상에 살짝 드러누워 허리를 폅니다. 이동안 아이들은 새삼스레 뛰놀면서 새로 땀범벅이 되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빨래를 널거나 걷을 적에 곁에서 으레 거듭니다. 여덟 살이랑 다섯 살인 두아이는 걸음마를 떼던 날부터 집일을 조금씩 돕습니다.


ㅇ.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모든 삶을 배웁니다. 호미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는 호미질을 익히고, 빨래를 하는 어버이 곁에서는 빨래를 익힙니다. 나는 딱히 아이들한테 ‘빨래는 이렇게 비비고 짜야 해’ 하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어깨 너머로 빨래를 익힙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도 우리 어머니가 빨래하던 모습을 어깨 너머로 살피면서 손빨래를 익혔습니다.


ㅈ. 내가 열 살 무렵에는 내 신 한 켤레를 빨래할 적에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마다 신을 솔로 비벼서 빠느라 한 시간씩 걸리니까 몹시 벅찼습니다. 신 두 켤레나 세 켤레도 아닌 고작 한 켤레에 한 시간이 걸렸어요. 신을 빨면서 이만 한 품이 드니, 신을 꿰어 뛰놀 적에 신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합니다. 이런 다짐을 해 본들 곧 잊기 일쑤이지만,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먼지투성이가 된 신을 내려다보면서 ‘토요일에 또 신을 빨아야 하는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어요.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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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할머니 예순잔치



  일산 할머니가 예순한 살 생신을 맞이하신다고 한다. 곁님이랑 아이들을 이끌고 일산으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네 식구가 움직일 찻삯이 없다. 곁님이라도 혼자 보내고 싶으나, 이마저도 만만하지 않다. 이달에 셈틀을 새로 장만하면서 동무한테 빌린 돈을 아직 다 갚지 못했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자리를 가만히 그려 본다. 돈으로는 어찌할 길이 없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늘 함께 있고, 사랑으로는 언제나 곱게 글월을 띄울 수 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자고 생각한다. 오늘이 지나고 모레가 오면, 그때에는 고흥에서 일산 사이를 넉넉히 오가면서 얼굴을 마주보고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저녁밥을 지었다. 4348.6.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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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0. 까무잡잡 토실토실 (15.6.6.)



  집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데, 바깥으로 나와서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면 제법 까무잡잡하다. 작은아이는 아직 토실토실한 ‘아기 살’이 남아서 한결 귀엽다. 옛날 아이들은 오늘 이 아이들보다 훨씬 까무잡잡했을 테지? 날마다 무럭무럭 더 크면서 더욱 까무잡잡하고 튼튼한 아이로 우뚝 서려무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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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어제 낮에 〈전라도닷컴〉에서 ‘손빨래 하는 삶’을 원고지 15장 길이로 쓸 수 있느냐 하고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에 두 아이가 ‘마을 빨래터에서 놀고 싶다’고 노래했다. 어제는 하루 내내 비가 퍼부었고, 오늘은 해가 쨍쨍 난다. 그래, 그렇구나. 생각해 보니까, 마을 빨래터에 빨랫감을 이고 가서 빨래를 하고, 이동안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면 된다. 이러는 사이 곁님더러 사진을 몇 장 찍어 달라 하고는, 즐겁고 씩씩하게 글이랑 사진을 〈전라도닷컴〉에 보내 주면 되겠네. 한꺼번에 세 가지를 할 수 있구나. 4348.6.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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