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따기놀이 1 - 내가 먼저 열래



  대문을 따는 놀이를 한다. 큰아이가 작은아이보다 훨씬 빨리 잘 달릴 수 있으나, 작은아이가 으레 으앙으앙 울어대니 큰아이가 언제나 달리기를 져 준다. 큰아이도 대문을 따고 싶은데 언제나 작은아이가 대문을 먼저 따겠노라 하고 울어대기에 큰아이는 여러모로 서운하다. 그래도, 큰아이는 동생을 아끼면서 달리기도 져 주고, 대문따기를 할 적에도 뒤에 서서 “우리 같이 열자!” 하고 말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7) 것 같다


 배고픈 것 같아요

→ 배고픈 듯해요

→ 배고파요

 그런 것 같아요

→ 그런 듯해요

→ 그러해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댓글을 받았습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은 “‘지나치다’라는 의미를 고려했을 때에 긍정의 의미로 쓰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고 댓글을 남겨 줍니다. 나는 이 댓글을 “‘지나치다’라는 뜻을 헤아릴 때에 긍정 자리에 쓰기는 어렵습니다.”쯤으로 손질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국립국어원 일꾼은 그곳 게시판에 궁금한 대목을 묻는 사람한테 으레 “것 같습니다” 같은 말투를 써요.


  국립국어원에서 낸 한국말사전을 보면 ‘같다’를 풀이하며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고도 합니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이라고 짐작되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비가 올 것 같다

→ 비가 올 듯하다


  ‘어림’을 나타낸다고 하는 ‘같다’라지만 으레 “것 같다” 꼴입니다. ‘같다’만 쓰지 않습니다. 요즈음 들어 “좋은 것 같아요”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좋은 듯해요”나 “좋아요”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사이에 ‘것’을 넣으면서 말하지 않습니다. 예부터 한국말에서는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어서 “그런 듯하다” 꼴로 썼어요.


  “잘 모르는 것 같아요”처럼 말하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참말 모르는지, 알겠다는 뜻인지 흐리멍덩한 말일 텐데, 이런 말투가 두루 퍼집니다. 에두르고 싶은 마음일 수 있지만, 이런 느낌은 “알쏭달쏭해요”나 “아리송해요”로 나타내야 알맞습니다. 4348.6.30.불.ㅅㄴㄹ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세상

→ 도무지 오지 않을 듯한 세상

《전쟁없는 세상 엮음-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2015) 99쪽


비도 그친 것 같으니 슬슬 가야겠어

→ 비도 그친 듯하니 슬슬 가야겠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8》(삼양출판사,2015) 58쪽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 아무도 없는 듯한데요

《오이시 마코토/햇살과 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43쪽


그래도 맛은 최고라는 것 같던데

→ 그래도 맛은 아주 좋다던데

《세오 마이코/고향옥 옮김-도무라 반점의 형제들》(양철북,2011) 139쪽


나의 부모님한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 우리 부모님한테 죄를 짓는구나 싶어서

《공선옥-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2005) 3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등때기가 들러붙다



  어제 낮에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온다. 우체국에 꼭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면소재지로 갈까 읍내로 갈까 하다가 읍내를 다녀온다. 저자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려서 먹인 뒤 아주 빠르게 기운이 빠졌다. 설거지를 마치니 그야말로 더 버틸 기운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눕히고 ‘저자마실 나갔는데 이거 사 달라 저거 서 달라 떼쓰지 않는다’고 하는 얘기를 들려주고는, 자장노래를 두어 가락 부르다가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진다. 등때기가 이부자리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문득 바람소리를 듣고 눈을 뜨니 밤 한 시 사십 분. 아득하게 잤다. 꿈에서 아버지하고 어머니를 만난다. 꿈에서 만난 두 분은 퍽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면서 활짝 웃으셨다. 반갑고 재미있으며 기뻤다. 내 삶은 하루하루 어떤 배움이거나 기쁨인가 하고 돌아볼 무렵 잠이 깼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아이들 이불을 여미어 준다. 아직 내 등때기는 돌아오지 않으나, 찬찬히 기운을 차리려 한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지음, 해뜨네 옮김,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 푸른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3



마음으로 사귀고 싶어서 쓰는 편지

― 편지를 주세요

 야마시타 하루오 글

 무라카미 츠토무 그림

 해뜨네 옮김

 푸른길 펴냄, 2009.4.13.



  아이들하고 편지를 씁니다. 나는 나대로 편지를 쓰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편지를 씁니다. 우리가 편지를 쓰는 까닭은 우리 마음을 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썼으니 꼭 답장이 오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답장이 오면 기쁘지요. 그러나, 답장이 아니어도 우리 편지가 훨훨 날아서 이웃님이나 동무님한테 닿으면, 서로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답장은 ‘종이로 적은 글월’만이 아니라 ‘우리가 띄운 글월에 깃든 마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우리 집 큰아이는 지난해부터 이곳저곳에 편지를 부치는데 아직 답장을 못 받습니다. ‘마음 답장’은 수없이 받지만 ‘종이에 적힌 답장’을 못 받습니다. 두 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큰아버지도, 이모도 이모부도, 외삼촌도, 여러 이웃님도 좀처럼 우리 집 ‘편지순이’가 띄운 편지에 ‘종이에 적힌 답장’을 보내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지순이는 틈틈이 씩씩하게 새로운 편지를 종이에 그려서 우체국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는 빨간 우편함이 걸려 있습니다. 아빠와 내가 만든, 멋진 우편함입니다. (3쪽)




  그림책 《편지를 주세요》(푸른길,2009)를 읽습니다. 어느 무화과나무집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무화과나무가 크게 우거진 집에서 사는 아이는 아버지랑 함께 뚝딱뚝딱 만든 빨간 우편함을 날마다 들여다본다고 해요. 편지가 오든 안 오든 설레는 가슴으로 열어 볼 테지요.


  편지가 온 날은 얼마나 기쁠까요? 편지가 안 온 날은 몹시 서운할 테지요. 그래도 아이는 씩씩합니다. 언제나 새롭게 편지를 쓰니까요. 그런데 말이지요, 어느 날 우편함에서 낯선 동무를 만나요.



‘뭐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편함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초록 개구리 한 마리가 숨어들었지 뭐예요. (5쪽)




  그림책에 나오는 ‘무화과나무집 아이’가 만난 낯선 동무는 개구리입니다. 무화과잎처럼 맑게 푸른 몸빛인 개구리입니다.


  개구리는 ‘우편함’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 만든 우편함에 개구리가 깃들었으나 성을 내거나 골을 내지 않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곳은 우편함’이라는 곳이라고 알려줍니다. 우편함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듣고 배운 개구리는 그러려니 하다가 아이한테 문득 묻습니다. 개구리도 편지라고 하는 것을 받고 싶답니다.


  그림책 이야기입니다만, 아이는 개구리하고 말을 섞습니다. 개구리도 아이하고 말을 나누어요. 둘은 서로 마음으로 사귀는 동무가 되었으니까요. 아이는 개구리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차리고, 개구리도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알아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나도 편지를 받을 수 있지?” 개구리는 팔짱을 끼고 물었습니다. “네가 먼저 편지를 쓰면 되지. ‘편지를 보내 주세요’ 하고 말이야.” (11쪽)



  어느 날 아이는 개구리가 우편함에서 사라진 모습을 봅니다. 더는 개구리를 못 만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편함에서 사라진 개구리는 무화과잎을 수북하게 남겼다고 해요. 개구리가 남긴 무화과잎은 무엇일까요? 편지를 받고 싶어서 우편함에 남긴 ‘개구리 편지’입니다.



그 다음 날, 우편함은 텅 비었습니다. 서운한 마음으로 우편함을 청소하던 나는 그 안에 잔뜩 쌓인 무화과 잎사귀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잎사귀 한 잎 한 잎마다 ‘편지를 보내 주세요’라고 정중하게 쓰였지 뭐예요! (20∼21쪽)





  가만히 돌아보니, 나도 ‘나뭇잎 편지’를 곧잘 썼습니다. 가을날 노란 은행잎을 주워서 펜이나 붓으로 살살 글씨를 그려서 편지를 썼어요. 전남 고흥 시골에서는 봄에 후박나무가 노랗게 물들면서 떨어집니다. 네 철 푸른 나무는 으레 봄에 가랑잎을 떨구어요. 한껏 무르익은 봄날에 노랗게 물든 잎사귀를 주워서 편지로 삼아서 이웃님한테 띄웁니다. 가을도 아닌 봄에 ‘노란 잎사귀’를 받는 이웃님은 깜짝 놀랍니다. 시골에서 띄울 수 있는 조그마한 선물인 ‘후박잎 편지’라고 할까요.


  편지를 쓰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아무래도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사이’로 지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바람결을 따라서 훨훨 날아가는 마음에 고운 이야기를 싣고 싶은 뜻이리라 느껴요.


  즐거운 노래를 편지에 씁니다. 기쁜 웃음을 편지에 담습니다. 아름다운 꿈을 편지에 적습니다. 사랑스러운 하루를 편지에 차곡차곡 눌러담습니다. 4348.6.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밥 먹자 190. 2015.6.26. 집빵을 먹을 때



  집에서 구운 빵을 먹는다. 아이들은 치즈를 네모지게 작게 잘라서 얹고, 나는 토마토를 끼워서 먹는다. 냠냠 짭짭. 아 맛있다. 곁님이 반죽하고 부풀리며 천천히 굽는 동안 스며든 바람맛이 고소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