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5.7.4. 큰아이―백 층짜리 집



  하늘을 보며 솟은 백 층 집이랑 땅으로 파고드는 백 층 집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을 꽤 오랫동안 즐긴 그림순이가 ‘우리 집’을 백 층짜리로 그린다. 백 층짜리가 되는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린다고 한다. 이러면서 면소재지 놀이터나 가게로 걸어가는 이야기를 곁들여 그린다. 걸어가는 길이 멀지는 않았니? 걷는 길이 나무를 지나서 가깝다고 하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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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새로운 모습 (사진책도서관 2015.6.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스스로 새로운 마음이 될 적에,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빚는다. 스스로 새로운 마음이 되지 못하면, 스스로 아무런 이야기를 빚지 못한다. 새로 나오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알지 않는다. 오래된 책을 읽어도 내 마음을 스스로 새롭게 가다듬을 줄 안다면,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빚는다. 그리고, 새로 나온 책이든 오래된 책이든 어떤 책조차 손에 쥐지 못하더라도, 날마다 새로운 마음이 되어서 기쁘게 하루를 열 줄 안다면, 이때에도 늘 새로운 이야기를 빚는다.


  오늘도 책꽂이 자리를 옮기면서, 한결 보기 좋도록 도서관을 꾸미자고 생각한다. 먼지를 잔뜩 먹고,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그동안 아이들하고 어울리느라 뒤로 미룬 일을 이제서야 하나씩 찾아내어 한다.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얌전한 책순이가 되고, 작은아이는 어디에서든 개구진 놀이돌이로 뛴다. 큰아이는 도서관에서만큼은 동생을 안 쳐다보면서 저 혼자 하고픈 놀이를 찾고, 작은아이는 도서관에서 거리낌없이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춤추다가는, 맨발로 골마루 바닥을 기거나 뒹군다.


  도서관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작은아이는 옷을 갈아입히고 씻겨야 한다. 그래도 뭐, 이렇게 잘 뛰고 뒹굴면서 노니 사랑스럽다. 잇꽃에 내려앉은 나비를 본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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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98] 우리가 오늘 아는 길

― 자전거로 고갯길을 넘다가



  아이들하고 함께 자전거로 고갯길을 넘다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우리가 오늘 누리는 길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넘는 이 고갯길은 오늘 우리가 지나가는 길입니다. 뙤약볕을 듬뿍 받으면서 타려는 이 고갯마루는 오늘 우리가 넘어서면서 새롭게 나아가려는 길입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를 수 있을 때까지 굴립니다. 더는 발판을 밟기 어렵도록 가파른 곳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두 아이는 모두 자전거에 앉힌 채 혼자서 자전거를 끕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두 아이 모두 자전거에서 내려 함께 오르막을 걸어서 오르자고 합니다.


  내리막에서는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신나게 달릴 수 있으나, 내리막이 너무 가파르면 이때에도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아이들더러 이 내리막을 걸어서 가자고 얘기하는데, 작은아이는 으레 내리막에서 마구 달립니다. “다리가 안 멈춰!” 하고 웃으면서 깔깔깔 노래하며 달립니다. 다섯 살 작은아이가 내리막을 달리다가 넘어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아는 길을 자전거로 달리다가, 두 다리로 걷습니다. 숲이 우거진 곳에 길이 하나 납니다. 이 길은 언제부터 이런 길이었을까요? 이 길은 고작 쉰 해 앞서만 하더라도 이만 한 넓이가 아니었을 테고, 백 해 앞서라면 그저 사람만 걸어서 다니는 길이었을 테지요. 아마 이리나 승냥이나 여우나 늑대도 나올 만한 길일 테고, 온갖 숲짐승이 함께 어우러지던 길이었겠지요.


  오늘 이곳에는 전봇대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전봇대조차 없이 고즈넉한 숲길이기도 합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숲바람을 마시고 싶어서 숲길로 자전거를 이끌고 찾아갑니다. 4348.7.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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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7) -의 : 시의 세계


 시의 세계에서 보면

→ 시 세계에서 보면

→ 시라는 세계에서 보면

→ 시에서 보면

→ 시 나라에서는

→ 시에서는



  세계를 헤아려 봅니다. “나무 세계”나 “동물 세계”나 “사람 세계”처럼 씁니다.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책 세상”이나 “꽃 세상”이나 “노래 세상”처럼 씁니다. 사이에 ‘-의’를 넣지 않습니다. 시나 소설이나 문학이나 사진을 말할 적에도 “시 세계”나 “소설 세계”나 “문학 세상”이나 “사진 세상”처럼 쓰면 됩니다. 4348.7.5.해.ㅅㄴㄹ



시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의 사물은 사람과 똑같은 생각과 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시 세계에서 보면 온누리 사물한테는 사람과 똑같은 생각과 말이 있습니다

《신현득-몽당연필에도 주소가 있다》(문학동네,2010) 4쪽


‘세계(世界)’나 ‘세상(世上)’은 똑같은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이 낱말을 따로 쓸 수도 있으나, 이 보기글에서는 둘 모두 덜거나 ‘나라’나 ‘누리’ 같은 낱말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말을 가지고 있습니다”는 “말이 있습니다”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8) -의 : 독설의 이유


 독설의 이유

→ 독설을 하는 까닭

→ 모질게 말하는 까닭

→ 매섭게 말하는 까닭



  ‘독설(毒舌)’은 “악독(惡毒)스러운 말”이라고 합니다. ‘악독’은 “마음이 흉악하고 독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흉악(凶惡)’은 “성질이 악하고 모짊”을 뜻한다 하고, ‘독(毒)하다’는 “독기가 있다, 마음이나 성격 따위가 모질다”를 뜻한다 합니다. ‘악(惡)하다’는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를 뜻한다고 해요. 여러모로 살피면, ‘독설’이란 “모질게 하는 말”이나 “나쁘게 하는 말”인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세상에 대고 모질게 말하다’나 ‘세상 사람한테 매섭게 말하다’쯤으로 풀어서 적을 때에 알맞으리라 느낍니다. 한자말 ‘독설’을 쓰고 싶다면 “독설을 하는 까닭”으로 적으면 됩니다. 4348.7.5.해.ㅅㄴㄹ



로산진은 세상을 향한 독설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로산진은 세상에 대고 매섭게 말한 까닭을 다음과 같이 든다

《신한균,박영봉-로산진 평전》(아우라,2015) 113쪽


“세상을 향(向)한”은 “세상에 대고”나 “사람들한테”로 다듬습니다.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손보고, “말하고 있다”는 “말한다”로 손봅니다. 그런데, ‘독설’하고 ‘말한다’는 똑같이 ‘말하기’인 만큼, 뒤쪽에 나오는 ‘말한다’는 ‘든다’로 고쳐 줍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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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 문학동네 동시집 16
신현득 지음, 전미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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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62



아이들을 지켜보면 시가 샘솟아요

―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

 신현득 글

 전미화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0.12.8. 8500원



  다섯 살 작은아이가 문득 “그림 그리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여느 때와 달리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감판하고 그림종이를 내줍니다. 작은아이는 물을 쓸 수 있는 부엌바닥에 종이를 펼쳐서 그림을 그립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가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다가 저도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그런데 두 아이는 종이뿐 아니라 부엌바닥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이 그림놀이를 마친 뒤, 부엌바닥을 걸레로 훔칩니다. 부엌바닥을 더 깨끗하게 닦으라는 뜻으로 부엌바닥에 그림을 그렸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두 아이는 갓난쟁이였을 적에 사흘이 멀다 하고 이불이 쉬를 누거나 똥을 발랐습니다. 기저귀를 갈랴 이불을 빨랴 그야말로 손이 쉴 겨를이 없었어요. 아기를 돌보는 집은 깨끗해야 하니까 이불을 자주 빨라는 뜻으로 그렇게 쉴새없이 이불에 쉬와 똥을 발라 주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시아 땅에서 / 뾰족 나온 / 우리나라 // 거기에 / 점 하나 찍으면 / 우리 마을 (점 속에 내가 있다)


한 바퀴 세계를 돌고 보면 /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길 // 북극에서 오는 길도, /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도 이 길이라죠 // 우리 집 골목에서 / 끝나는 길 (우리 집 골목길은)



  신현득 님이 빚은 동시를 모은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문학동네,2010)를 읽습니다. 1950년대부터 동시를 쓴 분이 바라보는 2010년대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1950년대에 어린이를 바라보는 눈길하고 2010년대에 어린이를 헤아리는 눈길은 어느 만큼 다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 자리에서 바라보는 어린이 삶이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에서 흐른다고 할 만합니다.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동시로 썼구나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나라와 아시아와 지구별을 넓게 살필 수 있도록 북돋우고 싶은 마음을 동시로 그리기도 했다고 느낍니다.



이름만 듣고도 알 수 있지 / 이쁘다고 이쁜이 / 순한 아기 순단이 / 야무진 차돌이 / 힘이 센 센둥이 (이름이란 그런 것)


내 이름은 김개나리야 // 전학 서류 가지고 찾아간 / 학교 이름도 / ‘개나리초등학교’였지 (개나리초등학교)



  아이들을 지켜보면 시가 샘솟습니다. 아이들이 어버이나 어른더러 시를 쓰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어버이나 어른이 함께 놀기를 바라고, 함께 놀지 않더라도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 주기를 바랍니다. 어버이나 어른이 함께 놀면, 함께 노는 대로 즐겁습니다. 어버이나 어른이 함께 놀아 주지 않아도, 저희끼리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새 놀이를 지어서 까르르 웃고 뒹굴고 달리고 뛰면서 지냅니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놀면서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시라고 한다면, 또 동시라고 한다면, 굳이 꾸며서 쓸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노는 이야기를 쓰면 모두 동시가 됩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즐거이 바라보는 삶을 고스란히 쓰면 언제나 동시가 돼요.


  땀을 흘리면서 달리는 이야기를 씁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는 이야기를 씁니다. 마을 빨래터에서 함께 물이끼를 걷고 노는 이야기를 씁니다. 마당이랑 뒤꼍에서 풀을 뜯는 이야기를 씁니다. 철마다 달리 부는 바람을 마시면서 꽃을 보고 열매를 얻는 이야기를 씁니다. 심부름을 하고 살림을 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아이들한테는 ‘학교’만 학교이지 않습니다. 집도 마을도 숲도 모두 학교, 곧 배움터입니다. 살아가는 터가 배우는 터요, 살아가는 터에서 사랑을 누립니다.



“어둠나라 개가 달을 먹네.” / 월식날 밤, 옛사람들이 / 달을 보며 말했지 (달을 먹는 개)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에 흐르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찬찬히 돌아봅니다. 동시를 쓰는 할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어떤 마음밥을 건네려고 하는가를 되새깁니다. 옛이야기는 먼 옛날부터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들려주고, 아이가 할아버지가 되면서 다시 아이한테 들려줍니다. 또 아이가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는 사이에 새로운 아이한테 들려줍니다. 달을 먹은 개 이야기도, 제비와 흥부 이야기도, 어린 개구리와 어미 개구리 이야기도, 베짱이 이야기도, 언제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이 들려줍니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아버지로 지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새로운 어른으로 우뚝 서면, 이 아이들은 새롭게 아이를 낳을 테고, 그때에 나는 할아버지로 지내면서 새로운 삶과 이야기를 지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하루가 삶으로 모이고, 이러한 삶이 이야기가 되며, 이러한 이야기가 사랑이 되어 흐릅니다.



돋아난 / 새싹을 / 손끝으로 / 톡, / 건드려 봐 // 놀라서 / 옴싹 / 움츠리지 (새싹 간질이기)


장독대 돌봐 놓고 / 둘레에 맨드라미, 봉숭아 몇 포기도 / 만져서 피워 주고 // 해거름에 해님은 배고프다며, 휘딱 / 저녁 먹으러 가 버렸어요 (해님은 손으로 장맛을 들여요)



  해가 뜨는 아침에 해를 바라보면서 놉니다. 햇볕이 뜨거운 낮이 되면 구름이 와라, 바람아 불어라, 노래하면서 놉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저녁이 되면 발그스름하다가 노르스름하게 물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놉니다. 별이 돋는 밤하늘을 그리면서 놀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크게 하품을 하고는 잠자리에 듭니다.


  즐겁게 놀 생각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아이한테는 근심이나 걱정이 없습니다. 근심이나 걱정이 없이 신나게 뛰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버이나 어른한테도 근심이나 걱정이 깃들지 않습니다. 우리 어버이와 어른한테는 무엇이 깃들까요? 바로 사랑이 깃들어요. 어버이와 어른은 저마다 사랑을 가슴에 담고서 아이들을 어루만집니다. 이불깃을 여미면서 가슴을 토닥입니다. 입맛을 다시면서 자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며 가슴속에 꿈을 품습니다.


  어버이와 어른은 사랑을 헤아리면서 삶이 기쁘고, 아이는 꿈을 지으면서 삶이 재미납니다. 동시는 사랑하고 꿈이 만나는 삶자리에서 언제나 새롭게 태어납니다. 4348.7.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동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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