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내음



  아침을 다 끓인다. 오늘은 카레를 끓이면서 멸치볶음을 마련한다. 그리 손이 많이 가는 아침은 아니지만, 푸성귀를 헹구고 마당에서 풀을 뜯어서 다듬느라 내내 물을 만진다. 마지막으로 동글배추를 썰려고 한 장씩 떼어내서 헹군 뒤 잘게 썰고 나서, 밥상을 행주로 훔친다. 가늘게 한숨을 쉴 무렵 작은아이가 부엌으로 오기에, 작은 접시에 멸치볶음을 옮긴 뒤 밥상에 올려 달라고 말한다. 열 손가락이랑 손바닥은 살짝 부풀었다. 밥을 짓느라 쉬잖고 물을 만졌으니 물내음이 난다. 내가 만지는 물은 우리 마을에서 흐르는 물이고, 멧골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어떤 물을 만지느냐에 따라 손에 깃드는 물내음이 달라지고, 이 물을 만지는 손길을 타고 밥맛이 새롭게 피어난다. 4348.7.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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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07 13:04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멧골에서 내려오는 물에 아버지의 정성어린 손길을
타고 밥맛이 한층 맛있고 새롭게 피어나겠지요!!!


파란놀 2015-07-07 17:42   좋아요 0 | URL
늘 손이 물에 불어서 지내고 보니, 어떤 물을 어떤 마음으로 만지느냐를 깊이 돌아보아야겠구나 하고 오늘도 새삼스레 느꼈어요 @.@
 

사름벼리는 펄쩍 뛰어오르지



  읍내마실을 하며 걷는데, 자동차가 거님길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박은 턱이 잇달아 나온다. 놀이순이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하나씩 밟으면서 펄쩍 뛰어오른다. 놀이순이한테는 모든 턱이 새롭게 놀잇감이 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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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돌 (빨랫돌)



  마을 빨래터에는 빨래돌이 여럿 박혔다. 처음부터 이렇게 박히지는 않았을 테고, 새마을운동 언저리에 온통 ‘시멘트 바르기’가 퍼질 무렵 비로소 이처럼 박혔으리라 느낀다. 아무튼, 빨래를 할 적에 옷가지를 펼쳐서 방망이를 두들기거나 비빌 적에 받치는 돌은 맨들맨들하다. 수많은 옷이 이 돌을 거쳤고, 수많은 손이 이 돌을 비볐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빨래를 복복 비비고 척척 헹군다. 아이들하고 새가 내 곁에서 노래를 불러 준다. 4348.7.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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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07 08:55   좋아요 0 | URL
장마철이라고 오늘부터 비가 온다는데 빨래가 잘 마르더이까?^^

저는 어릴적 저런 빨래터에서 엄마나 동네 아주머니들 빨래 하시던 모습 지켜보면서 정말 저것이 하고 싶어 미치는줄 알았어요~~~그래서인가?집안일중에선 손빨래가 가장 고되기도 하지만 가장 재밌어요^^ 요즘은 손목이 시큰거려서ㅜ

파란놀 2015-07-07 09:38   좋아요 0 | URL
어제까지 이럭저럭 빨래를 했고, 오늘 하루는 쉴까 하고 생각하지만... 또 지켜봐서 집안에라도 널어야지 하고 생각해요 ^^

시골에 젊은 이웃이 없기에
마을 빨래터는 오직 저희 차지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낫이나 삽이나 호미를 씻으려고 할 적에만 빨래터에 들르시고요~
 



사진노래 15. 우리 몸짓은 춤이 되어


  신나게 잘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 몸짓은 언제나 춤입니다. 소꿉놀이를 하든, 마당을 달리든, 숟가락을 쥐든, 장난감을 잡든, 이를 닦든, 참말 언제나 춤이 되는 몸짓입니다. 춤은 스스로 즐겁다고 느끼는 삶일 때에 샘솟습니다. 빼어난 춤꾼한테서 배우는 춤이 아닙니다. 스스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사람이 스스로 손짓이랑 발짓을 하면서 저절로 누리는 춤입니다. 아이들은 책이나 영화나 학교에서 ‘놀이를 배우지’ 않아요. 스스로 즐겁게 온갖 새 놀이를 짓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삶을 즐겁게 사랑하면서 기쁘게 한 장씩 찍습니다. 4348.7.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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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7-07 04:13   좋아요 0 | URL
그림책 한장면 같은

파란놀 2015-07-07 08:4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언제나 그림이 되어 줍니다

책읽는나무 2015-07-07 07:08   좋아요 0 | URL
계속 노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절로 기분좋았어요~~어릴적 나도 저러고 놀았겠지?들판을 뛰고 마당을 뛰고~~^^

아이들의 뒤태나 볼이 발갛게 뛰노는 몸짓들이 이쁩니다^^
(아이들 뛰면서 노는 모습 사진찍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찍는 아빠의 모습도 상상이 되어 웃음 납니다)

파란놀 2015-07-07 08:41   좋아요 0 | URL
하루 내내 뛰어노니
수많은 놀이 가운데
한 대목씩...
힘 닿는 대로 사진으로 남겨요.
어쩌면, 저는 사진 찍으면서 아이들하고 노는 셈입니다~

하늘바람 2015-07-07 08:46   좋아요 0 | URL

참 이쁘고 곱고 그래서 아깝습니다

파란놀 2015-07-07 09:52   좋아요 0 | URL
오늘이 지나면 또 새로운 모습으로 곱게 노니, 언제나 새롭게 마주하면서 노래가 흘러요
 

밥은 묵고 가야제! (류상진) 봄날의책 펴냄, 2015.6.15.



  전남 보성에서 우체국 일꾼으로 일하는 류상진 님은 이녁이 날마다 만나는 시골 할매와 할배 이야기를 찬찬히 적바림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라도닷컴〉이라는 잡지에 여러 해째 꾸준히 실리기도 한다. 그리고, 《밥은 묵고 가야제!》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예쁘장한 책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우체국 일꾼인 류상진 님도 시골내기라 하지만 표준말을 쓴다. 시골 할매와 할배는 그저 늘 쓰는 시골말로 우체국 일꾼을 마주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느끼는 대로 글로 적바림하고, 마을 할매랑 할배 이름을 모조리 외울 뿐 아니라, 집집마다 벌어지는 온갖 웃음과 눈물에 섞인 노래를 듣는다. 삶이 있는 자리에 있기에 삶을 읽고, 삶이 흐르는 자리를 오가기에 삶을 쓴다. 구성진 이야기도 살갑지만, 전라도 보성 시골말을 거리낌없이 읊을 수 있는 책이기에 더없이 아름답다. 4348.7.6.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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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묵고 가야제!- 편지 아재 류상진의 우리 동네 사람들
류상진 지음 / 봄날의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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