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07. 2015.6.26. 떨어진 풋감이랑



  떨어진 풋감을 줍는다. 풋감을 어떻게 쓰려는 생각은 아니고, 단단하면서 푸르고 작은 감알을 갖고 놀려고 줍는다. 아침에 풋감알을 주워서 저녁까지 논 뒤에 이튿날 아침에 감나무 둘레에 갖다 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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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나물 냄새 큼큼 (어성초)



  유월이면 마당 한쪽에서 멸나물꽃이 하얗게 핀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유월에 멸나물꽃을 본다.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되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데, 봄이 되어 천천히 싹이 트고 여름이 되어 곱다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새삼스레 놀란다. 철 따라 흐르는 삶을 꽃하고 함께 지내면서 새로 바라본다.


  멸나물 냄새는 예나 이제나 비릿하다. 비릿한 멸나물 냄새를 맡으면서, 아아 재미있네 하고 다시금 생각한다. 꽃내음하고 풀내음만으로도 마음이 즐겁다. 꽃빛하고 풀빛을 마주하면서 두 눈에 새 힘이 솟는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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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기 숨바꼭질



  오늘 낮에 고흥 도화중학교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책이랑 공책을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려는데, 서재도서관에 들러 전화를 하려니 전화기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갔을까? 틀림없이 가방 옆주머니에 넣었는데. 자전거를 몰면서 내가 지나온 길을 샅샅이 더듬지만 전화기가 안 보인다. 하는 수 없이 손전화기를 어디에서 잃었는지 모르는 채 도화중학교로 간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곁님 손전화 기계를 빌린다. 곁님 손전화 기계로 전화를 걸면서, 자전거로 지나온 길을 아이들하고 찬찬히 되짚는다. 아이들은 땡볕에 걸어다녀도 웃으면서 논다. 고맙고 예쁘네.


  잃거나 떨어뜨렸다고 여긴 전화기는 서재도서관에 있다. 어떻게 저 자리에 있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손전화 기계는 어떤 봉투 밑에 얌전히 누워서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허허, 요 녀석.


  두어 시간 남짓 고요하게 숨바꼭질을 하던 손전화 기계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어서 빨래한다. 마당에 옷을 넌다. 기지개를 켠다. 칠월 십일 하루가 천천히 저문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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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4] 동무 사이



  너와 내가 다르지만

  나랑 너는 한마음이라서

  동무가 된다



  다 다른 사람이 만나서 동무로 지낸다는 일이란, 어느 모로 보자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구나 싶기도 해요. 모든 것이 다른데 말이지요. 삶이 다르고, 몸이 다르며,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렇지만, 둘은 한마음이 될 수 있기에 동무가 됩니다. 둘은 한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꿈이 있으니 동무가 됩니다. 둘은 한넋으로 고이 아낄 수 있는 숨결이 되니 동무가 됩니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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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8) 낮밥


“으째 말을 안 했것서! 그란디 낮밥 묵고 쓸씨거니 나가드니 오도가도 안 한당께!”

《류상진-밥은 묵고 가야제!》(봄날의책,2015) 233쪽


  한국말사전을 보면 ‘아침밥·저녁밥’ 두 가지 낱말이 실립니다. ‘아침’하고 ‘저녁’은 때를 가리키는 낱말이면서, 밥을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하루 흐름은 ‘아침 낮 저녁’입니다. 이 흐름 가운데 ‘낮’은 때만 가리킬 뿐, 밥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밤’하고 ‘새벽’도 때만 가리키고, 밥은 나타내지 않아요.


 점심(點心)밥 . 오반(午飯) . 주식(晝食) . 중반(中飯)


  한국말사전에는 네 가지 한자말로 ‘낮에 먹는 밥’을 나타낸다고 나옵니다. 네 가지 한자말 가운데 ‘점심·점심밥’을 가장 자주 씁니다. 다른 세 한자말인 ‘오반·주식·중반’은 거의 안 쓰거나 아예 안 씁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오반·주식·중반’ 같은 한자말을 굳이 쓸 일은 없습니다. 이런 한자말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낮밥 . 샛밥 . 사잇밥 . 참 . 새참


  한겨레는 예부터 ‘아침저녁’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아침낮저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은 때이면서 끼니입니다. ‘끼니때’예요. 다시 말하자면, 아침하고 저녁에 제대로 밥상을 차려서 먹었다는 뜻이요, 사이인 낮에는 ‘샛밥’이나 ‘사잇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참’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참’은 “살짝 쉬는 동안”을 가리키고, “살짝 쉬는 동안 먹는 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샛밥’하고 ‘새참’이라는 말을 나란히 써요.


  낮에는 일을 살짝 쉬면서 배를 가볍게 채운다는 뜻으로 ‘샛밥·새참’ 같은 말마디를 썼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는 아침하고 낮하고 저녁을 뚜렷하게 가릅니다. 하루 세 끼니 문화와 사회로 달라집니다. 그러면, 이제는 ‘낮밥’이라는 낱말을 쓸 만해요. 지난날에는 ‘아침밥·저녁밥’이라고만 했으면, 오늘날에는 ‘아침밥·낮밥·저녁밥’이라고 하면 잘 어울립니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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