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를
요코이 에미 지음, 강소정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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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44


《카페에서 커피를》

 요코이 에미

 강소정 옮김

 애니북스

 2019.1.8.



‘내 얼굴에 무슨 일이 생기든 말든 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없어. 아아, 정말이지 우주의 먼지 같은 나.’ (11쪽)


“아무래도 금방 간 원두가 맛있거든요.” “번거롭지 않나요?” “아뇨. 기분전환에 딱.” (44쪽)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나도 말하는 자판기는 처음 본다고.” (55쪽)



《카페에서 커피를》(요코이 에미/강소정 옮김, 애니북스, 2019)을 읽었다. 제법 심심했다. 이만 한 이야기를 굳이 한국말로 옮겨서 낼 만한가 좀 아리송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오히려 심심한 이야기가 더 값있는지 모른다. 너무 바쁘고 메마르고 고단한 톱니바퀴가 판치는 흐름에서는 심심할수록 더 마음을 느긋이 다스리는 실마리를 알려줄는지 모른다. 책을 다시 들추면서 생각해 본다. 그래 참으로 심심하다. 어쩌면 ‘집에서 조용히 찻물 한 모금을 누리는 수수함’이 아닌 ‘굳이 찻집으로 가서 찻물 한 모금을 머금는’ 이야기를 그리려 한다면, 뭔가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지 싶다. 사람하고 사람 사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얼마나 먼지 같은 목숨일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빛나는 숨결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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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5.


《여름눈 랑데부 2》

 카와치 하루카 글·그림/김유리 옮김, 삼양출판사, 2012.12.22.



몸을 움직이는 내가 있다. 나는 이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네가 하는 말에 따라 움찔한다든지, 네가 바라는 길에 맞추어 움직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바라면 이 몸은 언제든지 말이 되다가 김밥이 되다가 이불이 되고, 짐꾼이 되다가 부엌지기가 되다가 흙지기가 되다가 책지기가 된다. 붓을 쥐면서 글꽃이나 그림꽃을 피우고, 나뭇가지를 쥐면서 겨우내 웅크리면서 새봄을 꿈꾸는 잎망울이며 꽃망울을 느낀다. 마당을 쓸면서 어느새 내려앉은 가랑잎이며 이 가랑잎이 몸을 바꾸어 태어난 까무잡잡한 새 흙을 느낀다. 《여름눈 랑데부》 두걸음을 넘기니 젊은 사내는 죽은 사내한테 몸을 맡기면서 ‘죽은 사내가 지내는 저승나라’로 넘어간다. 몸은 이승에 두고 넋이 저승으로 간 셈이다. 몸이 없이 저승에 있던 죽은 사내는 젊은 사내 몸을 입고는 ‘몸이 이렇구나’ 하고 새삼스레 놀라고, 고맙게 얻은 이 몸으로 한동안 무엇을 할는지, 이승에 어떤 아쉬움을 묻어 놓았기에 새롭게 떠나지 못하는가를 생각한다. 몸이란 무엇이고 마음이란 무엇일까? 몸으로 만져 보아야 비로소 아는가, 아니면 몸이 아니어도 마음으로 모두 읽고 느끼면서 즐겁게 사랑이라는 숨결로 빛날 수 있는가. 참말로 사랑이라면 몸을 벗고서 환한 마음으로 만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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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1.


《호호 아줌마의 나들이》

 알프 프로이센 글·비에른 베리그림/홍연미 옮김, 비룡소, 2001.10.25.



마을고양이는 우리 집에 눌러앉을 생각일까 하고 어림해 보는데, 아무래도 마을고양이 마음일 테지. 아이들은 ‘ㅇ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른 마을고양이한테는 ‘ㅇㅂ’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예전에는 고양이마다 꽤 긴 이름을 붙이더니 짧게 부르는 이름을 생각해 내네. 새가 드나들고 갖은 벌레가 어우러지고, 개미에 나비에 벌에 지렁이에 지네에 뱀에 개구리에 두꺼비에 고양이까지. 우리 책숲에는 고라니하고 꿩하고 족제비하고 너구리하고 갖은 짐승이 곳곳에 보금자리를 틀어서 살아가니 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넉넉히 누릴 만하다. 《호호 아줌마의 나들이》를 읽으면 호호 아줌마가 여느 때에는 고양이나 개나 돼지나 닭이 들려주는 말을 듣지 못하지만, 어느새 조그마한 몸으로 바뀌면 모든 이웃이 들려주는 온갖 말을 다 들을 뿐 아니라, 호호 아줌마 생각도 펼 수 있다. 그러게. 우리는 너무 커다란 몸뚱이를 붙잡느라 개미하고 말을 못 섞지는 않을까? 고양이만 한 몸이 된다면, 닭만 한 키가 된다면, 나비만 한 날개를 어깨에 붙인다면, 우리를 둘러싼 숱한 이웃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펴면서 한결 아름다이 보금자리를 가꾸고 마을을 일구는 길로 나아가지 않을까? 몸을 내려놓으면 마음을 열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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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고정! 2
사사키 노리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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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48


《채널고정! 2》

 사사키 노리코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1.9.30.



‘신참 시절, 예보가 틀린 적도 많았는데, 어느새 내 예보는 시청자의 마음에 와닿지 않게 되어버린 건가.’ (143쪽)


“과연 그럴까?” “네?” “난 유키마루야말로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는데?” (196∼197쪽)



《채널고정! 2》(사사키 노리코/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1)을 보면서 이런 방송국이 있으면 방송을 보아줄 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틀에 박힌 길로 나아가지 않는 일꾼, 틀에 박힌 길로 나아가되 꾸준히 배우려고 하는 일꾼, 오늘 선 그곳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눈을 틔우는 일꾼, 한결같이 듬직하게 제몫을 해내는 일꾼,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이야기. 오늘날 이 나라 방송국은 어떤 길을 갈까? 무엇을 들려주는 자리일까? 때 되면 무엇이 흐르고, 광고를 챙겨서 돈을 벌고, 다리품을 덜 팔거나 사람들 마음으로 깊숙히 들어가지 않는 모습이라면, 머잖아 방송국은 먼지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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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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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13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

 나태주

 일지사

 1983.12.25.



  즐겁게 삶을 노래하는구나 싶은 교사를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면 대단히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이들 즐거운 노래님한테서 어버이하고는 다른 숨결을 느끼면서 새로운 배움길을 걸어가는 눈빛을 맞아들이리라 봅니다. 교과서를 잘 풀어내기에 좋은 교사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자리란 ‘먼저 태어났’거나 ‘짚어서 가리키는’ 몫이 아닌, ‘길을 같이 가는 동무가 되어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고 느껴요.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를 새삼스레 들춥니다. 시를 쓴 지 쉰 해를 맞이했다는 노래님이 갓 노래를 펼 적에 선보인 시집입니다. 수수하기도 하고, 살짝 멋을 부렸구나 싶기도 하고, 얼핏 헤매는구나 싶으면서도 스스로 설 땅을 든든히 밟으려는 몸짓이 보이기도 합니다. 1983년은 저로서는 국민학교 2학년이며, 폐품에 조회에 숙제에 체벌에 시험에 방위성금에 반공표어에 반공웅변에 운동회 연습에 청소에 환경미화에 교육감 시찰에 난로 때기에 주번에 …… 하루에 빈틈 하나 없이 고단한 때였습니다. 이무렵 ‘교사 시인’은 교장이나 교육감하고 어떻게 맞섰을까요? 또 아이들을 어떤 눈빛이나 손길로 마주했을까요? 언제나 먼지 풀풀 날리는 길에서 먼지범벅 땀범벅 눈물범벅이던 어릴 적이 떠오릅니다. ㅅㄴㄹ



가장자리가 아니라 / 한가운데, 아이들 떠들기도 하고 / 싸우며 울기도 하는 / 한가운데, // 산들바람 부는 / 풀밭이 아니라 / 먼지 날리는 / 저자 한복판, // 거기가 나 있을 자리다. / 거기가 나 편안히 아주 편안히 / 눈 뜨고 길이 잠들 자리다. (29/60쪽)


어둠 속에서 건져지는 / 나의 마음, 나의 육체, / 소리 속에서 일어나는 불꽃 (67/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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