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보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2.14.)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곧 해가 저뭅니다. 해가 저무는 때란 새롭게 떠오르는 때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섣달인 12월이 아쉬운 적이 없습니다. 한 해가 끝으로 가면 갈수록 이윽고 새로운 해로 접어들리라 여겼습니다. 굳이 나이를 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어린 날은 아니나, 지나온 올해에 이루지 못하거나 해내지 못한 일이 있다면, 새로운 해에 다시금 부딪혀 보자고 다짐하곤 했어요. 이러다가 새로운 해에도 또 넘어지거나 자빠지거나 헤매거나 뒷걸음이나 제자리걸음이라면, 또다시 한 해를 더 기다리자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하자고 여겼습니다. 이 해를 보내면서 저 해를 맞이합니다. 고마운 손길로 받은 꼬마돼지 도자기를 즐겁게 떠나보냅니다. 고마운 손길은 사진 한 자락으로 남기면 되어요. 2019년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동시책에 꼬마돼지 도자기를 얹어 놓고서 찰칵 찍습니다. ‘너희 둘은 새로운 곳으로 기쁘게 마실을 가서 그곳에서 새로운 동무를 사귀어 보렴.’ 한겨울에 난로조차 없는 우리 책숲이지만, 두 아이는 조용히 책에 묻혔습니다. 요즈음은 책숲 오가는 길에 꿩을 으레 만납니다. 꿩꿩꿩꿩 소리를 내며 날아간 아이는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면 조용히 제 둥지로 돌아오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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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6.


《열세 살 여공의 삶》

 신순애 글, 한겨레출판, 2014.4.18.



큰아이가 네 곳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띄우겠다고, 작은아이는 음성 할아버지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고, 엊저녁부터 바지런을 떤다. 두 아이는 바쁘시니 혼자 국을 끓이고 밥을 한다. 큰아이가 드디어 선물을 다 마쳤다고 할 즈음 시계를 보니 아슬아슬. 아이들더러 맛나게 차려서 먹으라 하고 시골버스를 타고 우체국으로 간다. 그나저나 읍내 우체국 일꾼이 또 바뀌었다. 참 자주 바뀐다. 바뀔 수 있는 일이지만, 바뀐 일꾼은 일손이 너무 서툴다. 일매무새를 안 익히고 그냥 자리에 앉히나? 《열세 살 여공의 삶》을 읽는데 매우 갑갑하다. 시골순이가 공순이가 된 길을 ‘아줌마 목소리’로 담으면 좋을 텐데, 마치 논문처럼 꾸몄다. 글쓴님이 이녁 아이한테 이런 말씨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 텐데, 웬 책을 재미없고 메마른 학술 보고서로 썼을까? 삶이 묻어난 공순이 발자취가 아닌, 공장 언저리는 가지도 않은 먹물들 글결로 여민 책을 꾹 참고서 읽다가 마지막 쪽까지 넘기고 바로 덮었다. 숨이 막힌다. 평화도 민주도 평등도 깔아뭉갠 그들 주먹나부랭이에 먹물나부랭이가 휘두르는 글결을 굳이 배워서 이런 책을 써야 했을까? 글을 쓰지 말고, 아이한테 어머니 이야기를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소리를 담아 옮겼다면 참 달랐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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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14.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글, 창비, 2009.12.30.



오랜만에 송경동 님 시를 읽는다. 열 해를 묵은 시집을 들추어 펼치는데 첫머리에 놓은 노래가 꽤 짙다. 단단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시에서 힘이 빠지고 이리 갈팡질팡 저리 오락가락 어수선하구나 싶다. 시집 하나를 읽으면서 마음으로 꼽을 시를 둘쯤 뽑는다면 훌륭하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이 말이 하나도 안 옳다고 여긴다. 시집 하나에 흐르는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하나로 이어질 노릇이지 싶다. 써 달라고 해서 써 주는 시가 어느 만큼 모였기에 하나로 묶는 책이 아닌, 스스로 가슴으로 뱉어낸 시를 여미는 책이 시집 아닐까. 길바닥을 읽고, 구름길을 읽으며, 들판을 읽고, 냇물을 읽으면서, 빗물이며 눈물을 나란히 읽은 숨결을 하나하나 옮기기에 시집 아닌가. 목에 힘이 들어가도 시가 아니지만, 목에 힘이 없어도 시가 아니다. 헛힘이나 겉힘이 아닌, 속힘이며 사랑힘을 참다이 길어올려서 소나기처럼 터뜨릴 적에 비로소 시힘이리라 느낀다. 써 달라고 해서 무턱대고 써 주지 않으면 좋겠다. 싸워야 할 곳에서 싸우며 길사람이 되듯, 모든 껍데기를 훌훌 벗고서 맨몸으로 아이 손을 잡고서 상냥하게 참하게 나긋나긋, 이러면서 다부지고 씩씩하게 노래하는 한 마디를 읊으면 좋겠다. 시는 구호가 아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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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책 - 고미 타로의 색깔 그림책
고미 타로 지음, 허경실 옮김 / 달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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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2


《하얀 책》

 고미 타로

 허경실 옮김

 달리

 2007.4.15.



  이래야 할 까닭이 없듯, 저래야 하지 않아요. 이렇기에 좋다면 저렇기에 좋습니다. 이쪽 길이 수월해서 마음에 든다면, 저쪽 길이 까다로워서 재미있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라면 파란빛일 텐데, 해뜰녘에는 노란빛이기도 하고, 해질녘에는 붉은빛이기도 하며, 때로는 보라나 발그스름이나 하양이기도 합니다. 새파란 바다가 푸르게 달라지기도 하지만, 모래밭으로 출렁이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들여다보면 가없이 맑기도 해요. 이 다른 빛이며 빛결이며 빛깔이란 무엇일까요? 《하얀 책》을 펴면, 하얗다가 빨갛다가 까맣다가 달라지는 갖가지 무지개가 춤을 춥니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는 틀을 지워 버리는 그림입니다. 이런 빛이며 모습은 이렇기에 놀랍고, 저런 무늬나 결은 저렇기에 반갑구나 하고 노래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은 어떤 살빛일까요? 까무잡잡 살빛도 있고, 새까만 살빛도 있고 하얀 살빛도 있고 누르스름 살빛도 있고 불그스름 살빛도 있겠지요. 한 나라 사람이더라도 모두 다른 빛입니다. 귤나무에서 자라는 귤도, 감나무에서 굵는 감도, 저마다 크기가 다르고 맛도 달라요. 아, 이러니까 ‘아름’이라 하겠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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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 다른 별 학교 - 2021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2019 책날개 선정, 2019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69
윤진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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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5


《다다다 다른 별 학교》

 윤진현

 천개의바람

 2018.8.13.



  이 별에서 바라보는 온누리 뭇별은 모두 다릅니다. 똑같은 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해를 둘러싸고서 가만히 도는 별도 다릅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목숨도 저마다 다르고, 풀이나 나무도 한 갈래로 묶는다 하더라도 다 달라요. 사람도 다르지만 대나무도 멸치나 고래도 서로 달라요. 한 나무에서 돋는 잎도 모두 다르지요. 온누리는 이렇게 다르기에 아름다울 수 있지 싶어요. 이 별에서도 다 다른 빛이 다 다르게 어우러지니 사랑스러운 삶을 지을 만하지 싶습니다. 《다다다 다른 별 학교》는 학교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이 모두 다르고, 이 아이들을 이끄는 길잡님도 서로 다르기에 즐겁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는 줄거리를 짚습니다. 저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반기거나 꺼리는 길이 다르다지요. 그런데 ‘다 다르다’고 하는 모습이 좀 심심하구나 싶습니다. ‘풀잎하고 이야기하는 아이’나 ‘나비처럼 나는 아이’나 ‘빗물처럼 맑은 아이’나 ‘마음소리를 듣는 아이’처럼, 다 다른 아이가 새삼스레 빛나는 결을 담아내면 어떠했으랴 싶어요. ‘다 알아 길잡님’보다 ‘다 몰라 길잡님’이라면 한결 싱그러이 아끼는 배움마당이 될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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