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나카가와 미도리, 무라마쓰 에리코 (K.M.P.) 지음, 이재화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45


《엄마와 나》

 나카가와 미도리·무라마쓰 에리코

 이재화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7.5.2.



  오늘날에는 어린이가 하나같이 학교를 가도록 등을 밉니다. 학교에 들기 앞서는 어린이집에 집어넣으려 하고요. 어린이집도 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하루를 마음껏 누리는 어린이를 만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하고 집에서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노는 어린이는 사뭇 다릅니다. 학교뿐 아니라 어린이집을 다닐 적에는 ‘놀이를 비롯해서 모든 하루를 스스로 생각해서 누린다’는 생각을 못하기 일쑤입니다. ‘누가 놀아 줘야’ 하거나 ‘누가 가르쳐 줘야’ 하거나 ‘누구 이끌어 줘야’ 하지요. 하루를 온통 스스로 생각하며 보내는 어린이는 언제나 머리를 틔우고 눈길을 열면서 마음을 가꿉니다. 《엄마와 나》는 아직 학교에 들지 않은 어린이가 어머니하고 온하루를 보내면서 겪거나 마주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보여줍니다. 이 만화책을 빚은 분이 ‘무척 어릴 적에 어머니하고 내내 붙어서 살며 맡은 어머니 냄새에 들은 어머니 말에 부대낀 어머니 사랑’을 차분하게 들려주어요. 아직 물들지 않은 아이가 문득문득 읊은 말이 곱습니다. 아직 길들지 않은 아이가 얼핏설핏 나누는 말이 참합니다. 아이는 사랑을 보고 배우며 맞이하면서 큽니다. ㅅㄴㄹ



“달래 캐 왔어요.” (70쪽)


“내가 크면 뭐든 다 사줄게.” “어머, 정말?” (157쪽)


“그럼 이번엔 엄마가 수수께끼 내 봐.” (16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 벼 쌀 - 겨레의 숨결 국토의 눈물
김현인 지음 / 전라도닷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10 : 다 같은 논이 아닌, 다 다른 논으로


《논 벼 쌀》

 김현인

 전라도닷컴

 2019.10.31.



논둑을 세우던 날, 하늘을 땅 위에 새기던 날이면 내 육신의 목숨줄도 이 길을 따라 가는 것이니 천지간의 목숨이 복되고도 귀하구나, 굵은 땀에 흔들려 뼛골이 다 닳는들 하나하나 흙을 일으키고 돌을 옮기며 세세연년의 복전을 기약하노라. (47쪽)


벼의 반응은 직선적이다. 너희는 내가 필요한가. 그렇게 벼는 묻고 있는 듯했다. (67쪽)


1962년부터 각급학교에서 보리 혼식을 감시하는 도시락 검사가 전면적으로 실시되고, 이는 향후, 어느 역사에서도 볼 수 없는, 산골 누옥의 밥상머리까지 들여다보는 강력한 국민 통제수단으로 자리잡는다. (142쪽)


어찌 보면 여러분은 똑똑해질 것이 아니라 한없이 다양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217쪽)



  겨울이 저물고 봄이 될 즈음, 해마다 시골마을에서는 마을지기 알림말이 구석구석 퍼집니다. 어떤 알림말인가 하면, 새해에 논에 심을 볍씨를 두어 가지 가운데 골라서 마을지기한테 말해 달라는 알림말이에요. 요즈막은 웬만한 논마다 농협에서 품종개량을 한 볍씨를 내다팔고, 시골 흙지기는 농협 볍씨를 사다가 심습니다.


  가을에 거둔 벼를 농협에 내다팔자면, 봄에 농협 볍씨, 그러니까 씨나락을 사야 하고, 농협에서 내다판 씨나락이어야 농협에 가을벼를 팔 수 있어요. 나라에서 사들이는 모든 벼는 나라에서 심으라고 콕 집어서 흙지기한테 파는 몇 가지 볍씨입니다.


  시골지기로서 흙을 만진 나날을 갈무리한 《논 벼 쌀》(김현인, 전라도닷컴, 2019)을 읽으며 논살림 얼거리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나라에서는 왜 똑같은 볍씨만 심도록 이끌까요? 지난날에는 고장마다, 고을마다, 마을마다, 또 집마다 다른 볍씨를 심었다는데, 왜 오늘날에는 모조리 같은 볍씨를 심어야 한다고 북돋울까요?


  마을 어르신 말씀을 들으면, 농협에서 파는 볍씨는 심어서 가을알을 거둔 다음에 이듬해에 심으면 그럭저럭 나지만, 이태 뒤부터는 거의 안 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라(농협)에서 흙지기한테 팔아서 온나라 논을 채우는 여느 볍씨는 ‘씨알을 거두어 심을 수 없는 씨앗’인 셈입니다. 여느 밥상에 오르는 쌀이란, 여느 밥집에서 다루는 쌀이란, 땅에서 새롭게 자랄 수 없는 알맹이랄까요.


  나라에서 볍씨를 다룬다면, 나라에서는 통계를 내거나 돈을 벌기 쉽겠지요. 그러나 다 다른 고장이며 고을이며 마을에서 다같은 볍씨를 심다가는 비바람이나 가뭄에 쉽게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고장마다 날씨가 다를 텐데 고장마다 엇비슷한 볍씨를 심도록 한다면, 또 한 고장이어도 고을이며 마을마다 날씨가 다르기 마련인데, 모조리 같은 볍씨로 맞추려 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무엇보다도 ‘농협 볍씨를 손수 심고 거두어 새로운 씨나락으로 삼을 수 없도록 품종개량’을 했다면, 이러한 쌀이 우리 몸에 얼마나 이바지할까요?


  흙지기 김현인 님은 《논 벼 쌀》이라는 책을 쓰면서 이 대목을 아프게 밝힙니다. 이러면서 외치지요. “사람들이 똑똑해지기보다는 다 다르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우리가 나아갈 길은 ‘쉬운 관리와 표준화’가 아닌, 고장맛 고을멋 마을살림을 다 다르게 가꾸면서 ‘서로 다르기에 아름답게 새로 어우러지는 사랑’이 될 노릇 아닌가 하고 이야기해요.


  우리가 나아갈 길이란, 우리 삶터를 가꾸는 길이란, 우리 마음이며 몸을 살찌우는 길이란 무엇일는지 돌아봅니다. 밥 한 그릇에 담는 온누리를 흙지기뿐 아니라 나라일꾼도 어린이도 푸름이도 풀내음하고 바람결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빕니다. “보리 혼식”을 밀어붙이고 나중에는 ‘혼분식’이라 해서 하루 한끼는 반드시 밀가루를 먹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던 새마을운동이었는데, 논뿐 아니라 밥상까지 지켜보며 억누른 그 눈초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셈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 다만, 이 책은 글결이 너무 딱딱하고 덧없는 한자말을 잔뜩 써서 아쉽다. 흙지기님은 왜 이렇게 낡은 중국 말씨에 일본 한자말을 잔뜩 집어넣어서 글을 써야 했을까? 흙말을, 시골말을, 마을말을, 무엇보다도 나락말을 쓴다면 좋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시쓰기

숲노래 노래꽃 ― 58. 시든 풀



  저는 동시라고 하는 글, 노래꽃을 늘 한달음에 씁니다. 밑글을 쓰고서 이모저모 손질하는 일이 없습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씁니다. 내처 쓰지요. 어떻게 이처럼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잘 몰랐어요. 언제나 술술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어느 날 곁님이 제 동시를 듣더니 한 마디 하더군요. “그대가 쓰는 동시는 그대 머리로 쓰지 않아서 읽을 만하다”고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풀이 들려주는 말을 풀 목소리 그대로 옮기고, 돼지나 모기가 들려주는 말을 돼지나 모기 목소리 고스란히 옮길 뿐”이기에 읽을 만하다는 뜻이더군요. 우리는 누구나 이처럼 동시나 어른시를 쓸 수 있습니다. 머리로 짜맞춘다든지, 그럴듯하게 꾸미려 한다든지, 볼만하게 깎거나 다듬으려 하면 모두 재미없어요. 모든 시는 각운도 운율도 안 맞춥니다. 모든 시는 은유도 직관도 아닙니다. 모든 시는 언제나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오늘 이곳에서 고요한 숨결이 되어 꿈을 짓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서 나누는 말 한 조각, 씨앗 한 톨이에요. 포항 마을책집 〈민들레글방〉 곁에는 낡고 빈 집이 한 채 있습니다. 〈민들레글방〉이 문을 열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빈집에 들어가서 이 칸 저 칸 들여다보고, 까치가 내려앉고 생쥐가 드나들고 마을고양이가 잠들던 자리를 하나하나 살피고 냄새를 맡고, 마당에서 싹튼 나무싹이며 푸성귀를 둘러보다가, 이곳에서 ‘시든 풀’ 한 포기가 저한테 속삭이는 말을 들었어요. 이 말을 수다판을 펴다가 문득 곧장 옮겨 보았습니다. ㅅㄴㄹ



시든 풀


죽었기에 시든 풀일까

잠자려고 시든 풀일까

더 살고픈 시든 풀일까

꿈꾸려는 시든 풀일까


겨울꿈 짓는 풀벌레랑

겨울나기 새근 나비랑

이곳을 덮는 해님이랑

여기를 달래는 별빛이랑


헌몸 내려놓고 나면

새몸 받아들일 나

옛몸 흙이 되면

새빛 눈부실 나


까치 찾아와 속삭여

오늘 돌아본 이곳저곳

생쥐 기어와 노래해

지난 한 해 즐거웠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물맛 : 인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여러 물맛 가운데 가장 오래 길든 물맛이 수돗물맛이다. 냄새도 결도 빛깔도 모두 내키지 않고 못마땅한 수못물이지만, 어린 나로서는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으니 그 끔찍한 수돗물맛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되, 되도록 가장 맛나고 좋은 맛으로 여기려 했다. 억지로 먹는 수돗물이 아니라, 내가 잔에 받아서 마실 적에는 몸을 살리는 숨빛으로 여기려 했다. 드물게 어머니 옛집에 놀러가는 때에는 시골마을 우물맛이나 냇물맛을 누리는데 온몸이 짜르르하도록 기쁜 맛이었다. 어머니 옛 시골집 우물맛은 이 우물만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좋았다. 그 뒤로 여러 고장을 거치는 삶을 지내면서, 또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살이를 하면서, 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 일을 하며 변산공동체란 데를 드나들면서,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느라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살며, 강의나 바깥일로 여러 고장을 돌며 그곳 냇물이나 수돗물을 맛보면서, 그리고 전남 고흥으로 옮겨 시골집에서 지내며 갖은 물맛을 견주어 보는데, 어릴 적 어머니 옛 시골집 물맛하고 오늘 고흥 시골집 물맛이 가장 뛰어나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니, 요즘 충남 당진·예산은 옛날하고 다르지만, 내가 어릴 적에 당진 밤하늘에서 본 별은 오롯이 별내(미리내)였다. 별이 와장창 쏟아진다고 느낄 만큼 눈부셨다. 오늘 살아가는 고흥에서 보는 밤하늘만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아직 이 나라 다른 고장에서 못 봤다. 다시 말해서, 숲만 우거져서는 물맛이 싱그럽지 않구나 싶다. 별빛이 흐르는 밤이 깊어야 물맛이 싱그럽달까. 전깃불이 되도록 덜 닿거나 안 닿아야 비로소 냇물이며 우물물이며 바닷물이 맑고 정갈하달까? 생각해 보니, 관광지가 아직 아니던 인천 장봉섬이라든지 영종섬 우물맛도 무척 달았다. 그렇네. 밤이 새까만 숲이어야 물맛이 눈부시네. 2019.12.23.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76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만만한책방

 2017.11.27.



  월요일에 포항마실을 하며 길손집을 찾다가 헤맸습니다. 금토일이 아니니 빈칸 얻기는 수월하리라 여겼는데, 뜻밖일을 겪었어요. 금토일에는 길손집마다 빈칸이 없다고 손사래질을 해서 여러 곳을 돌아야 했다면, 월요일에는 길손집 일꾼이 자리를 비우느라 이곳저곳 헤매야 하더군요. 속으로 웃었어요. ‘이야, 손님철에는 길손집지기가 손님맞이를 내내 해도 빈칸이 없더니, 한갓철에는 빈칸이 넘쳐도 길손집지기가 딴일 본다며 비우느라 자리를 얻으려고 한참 기다리거나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네?’ 《가드를 올리고》는 주먹다짐을 돈을 받고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투’입니다. 그런데 이 권투란 돈을 받고 ‘운동 경기(스포츠)’란 이름을 달고서 서로 죽도록 두들겨패서 쓰러뜨려야 하는 일입니다. 참 대단하지요. 우리는 어쩌다가 ‘서로 두들겨패서 넋이 나가도록 하는 짓’을 운동 경기로 삼을까요? 다만 살림을 잇느라 이 일을 하는 이가 꽤 많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버티고, 떨리는 손을 올립니다. ‘너를 무너뜨리겠다’는 눈빛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겠다’는 눈빛으로 눈물을 글썽입니다. 오직 나를 바라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