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해봐요 - 내 몸으로 ㄱㄴㄷ
김시영 글.그림 / 마루벌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81


《요렇게 해봐요》

 김시영

 마루벌

 2011.5.10.



  혀를 굴리고 이를 튕기고 잇몸을 스치고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소리를 냅니다. 손가락을 놀리고 맞대고 구부리고 펴면서 무늬를 그립니다. 나뭇가지를 쥐어 흙바닥에 슥슥 금을 치면서 어느새 글씨를 이룹니다. 생각을 말로 나타낼 줄 알던 사람은 새로운 길을 열어요. 즐겁게 나타낸 말을 머리에만 담다가 문득 더 생각을 하면서 흙바닥에도, 나무판에도, 또 종이에도 담아서 이야기를 엮는 길을 찾아낸 사람도 새로운 길을 터요. 새롭게 길을 닦기에 한결 재미납니다. 이 길도 산뜻하고 저 길도 상큼합니다. 그 길도 놀랍고 요 길도 싱그러워요. 《요렇게 해봐요》는 우리가 몸을 움직여서 ㄱㄴㄷ이라는 글씨를 재미있게 지을 수 있는 놀이를 보여줍니다. 어린이 누구나 할 만할 텐데, 어른도 어린이 곁에서 같이 한다면 훨씬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그림책이 보여주는 틀이 아니어도 새롭게 몸짓을 선보일 만해요. 무엇보다 이 그림책에서 ㄱㄴㄷ이라는 한글로 담아낼 몇 마디 낱말을 너무 서울스럽게 뽑았는데요, 숲을 헤아리고 별을 살피고 꽃내음을 돌아보는 새로운 낱말로 골라서 짧은 한두 줄 이야기를 더욱 새롭게 가누어 볼 만합니다. 틀을 깨면 길이 나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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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영양 버스나루 :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있는 버스나루가 확 바뀌었다. 너무 낡아서 안 좋다는 말은 꽤 오래 있었다는데, 영양 부군수는 이런 얘기를 아마 처음 들은 듯하고, 처음 듣고서 바로 고치라고 일을 시켜서 한달음에 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달라진 영양 버스나루를 보니 커다란 텔레비전이 붙었다. 버스나루 한복판에 붙은 큰 텔레비전은 사건·사고 이야기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퍼진다. 이 버스나루를 드나들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뭘 보고 느끼고 배우라는 뜻이 될까?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나 영화나 그림이 흐르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온통 죽이고 죽고 다치고 싸우는 사건·사고 이야기만 쩌렁쩌렁 흐르는데, 왜 이런 텔레비전을 놓을까? 모름지기 어느 고장 버스나루이든 텔레비전은 몽땅 치우고서, 그 고장 글꾼이 지은 알찬 시집이며 소설책이며 동화책을 놓을 노릇이리라. 그리고 아름다운 동화책하고 그림책하고 청소년책을 놓아서, 그 고장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버스나루를 오갈 적에 마음을 쉬고 생각을 북돋아 제 고장을 사랑하는 숨결을 키우도록 하는 징검다리 같은 자리가 되기를 빈다. 2019.12.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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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생물학 : 나는 누구이고 나를 둘러싼 숨결은 무엇이며, 서로 어떻게 얽히면서 이 별에서 아름답고 즐거운 길을 찾아갈 적에 사랑이 될까 하고 찾아나서려는 길이 ‘생물학’이지 않을까.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뻣뻣한 풀이가 아닌 ‘나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길을 찾으려는 생물학’일 때에, 슬기롭게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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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2.


《붉나무네 자연 놀이터》

 붉나무 글·그림, 보리, 2019.5.1.



나무를 깎고 자르는 이웃님이 있기에 그분한테 어떤 나무칼을 쓰면 좋을는지 여쭈었다. 여러 칼을 써 보았다는 그분이 알려주는 나무칼은 일본에서 벼린다는데, 값이 꽤 눅다. 이 칼을 장만해서 쓰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은 나무 깎는 칼 한 자루를 제대로 벼리지 못한다면, 이런 솜씨로 자동차나 비행기나 무슨 과학기술을 뽐낸다고 할 만할까? 나무칼뿐인가. 부엌칼도 그렇고, 연필 깎는 칼도 그렇다. ‘국산을 쓰자’는 소리는 옛말이다. ‘제대로 지은 참된 것’을 쓸 노릇 아닐까. 아직도 이 나라는 군사무기나 군사과학에 지나치게 돈을 퍼붓는다. 살림자리를 안 살피고 애먼 곳에 돈을 써대기에 여느 살림살이는 엉망이거나 뒤죽박죽 아닐까. 《붉나무네 자연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주 들추면서 따라하는 상냥한 놀이 길잡이책이다. 신나게 놀아 본 아저씨가 이녁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같이 놀던 살림을 붓그림으로 차곡차곡 여미었다. 놀이 아저씨이자 그림 아저씨는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숨결을 놀이로 갈무리했다. 아름답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누릴 적에 빛날까? 바로 즐겁게 일하고 노는 눈길이겠지. 즐겁게 놀던 아이가 자라 즐겁게 일하는 어른이 된다. 사랑으로 온몸을 돌본 아이는 사랑으로 이웃을 사귀는 눈빛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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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4.


《모자》

 토미 웅게러 글·그림/진정미 옮김, 시공주니어, 2002.3.5.



여러 해 앞서 처음으로 안동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에는 아이들을 이끌고 안동 이하마을 편해문 아저씨네에 마실을 가는 길이었고, 올여름에 영양 가는 길목에 살짝 거쳐 갔다. 안동 시내는 이제 비로소 밟는다. 버스나루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청 쪽으로 간다. 이 고장에 새로 열었다는 헌책집 〈마리서사 오로지책〉을 찾아간다. 손전화 길그림으로 손쉽게 찾는다. 이동안 이 골목 저 길을 거니는데 옷집이 참 많다. 하긴. 어느 고장이든 밥집하고 옷집이 엄청 많다. 먹고 입어야 하니 그럴 텐데, 이다음으로 ‘생각하는’ 삶이나 ‘사랑하는’ 살림을 이끌 곳으로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간판을 바꾸어 주고 ‘문화거리’를 목돈 들여 꾸미면 ‘생각하고 사랑하는’ 길을 열 수 있을까? 그림책 《모자》를 요즈막에 곰곰이 되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머리에 씌우는 ‘갓’ 이야기인데, 갓이든 신 저고리 치마 바지 버선이든, 우리는 이 옷가지에 어떤 마음을 담거나 어떤 말을 속삭일까? 무생물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며 함부로 다루지는 않을까? 사람이나 나무나 나비하고 똑같이 싱그러운 숨결이 흐른다고 느낄 수 있을까? 저녁에 영양에 닿아 ‘시읽기모임’을 하는 분들하고 이야기꽃을 폈다. 시를 읽고 쓰는 아저씨들은 아름답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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