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11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51


《히스토리에 11》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9.11.30.



“이런 시답잖은 일에 그 녀석까지 끌어들일 리 없잖아!” “시답잖은 짓을 하고 있다라는 자각은 있구나?” (67쪽)


‘야생 짐승이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나? 마치, 끝없는 슬픔과 분노.’ (109쪽)


‘혹시 처음부터 생(生)에 이유 따위는 없고, 저마다 자신의 일생에 멋대로 구실을 붙이는 것뿐인가? 자신이 자신에게 문제를 출제하고 자신만의 답을 구하며,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 얼굴, 그때 그 사자의 표정뿐이다.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124쪽)



《히스토리에 11》(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19)가 이태 만에 한국말로 나왔다. 아홉걸음, 열걸음, 열한걸음 모두 이태를 틈을 두고 나온다. 하도 더디게 나오니 줄거리를 잊을 만도 하지만, 새로 손에 쥐면 앞자락부터 흐르던 삶이 주루룩 떠오른다. 온통 힘겨루기로 얼룩진 사내들 나라에, 그저 노리개처럼 사고파는 노릇인 가시내 삶. 오늘 우리는 가시내를 노리개나 돈으로 여겨 사고팔지 않을 만큼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이런 낌새를 어렵잖이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내들이 어리석은 힘겨루기를 끝장내지 않으면 이런 흐름은 자꾸 이어갈 테지. 덧없는 싸움판에서 덧없지 않은 길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리기에, 이와아키 히토시 님 이 만화책이 값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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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7.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

 최은영 글·양상용 그림, 개암나무, 2014.9.5.



작은아이하고 읍내마실을 한다. 포항마실을 하는 길에 우리한테 책선물을 하신 분한테 책선물을 하려고 책을 꾸렸고, 살림 하나를 장만할 생각이다.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며 ‘갓’이란 풀이 들려준 소리를 옮겨썼다. 읍내에서 집으로 돌아갈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살살이꽃(코스모스)’란 꽃이 들려준 말을 옮겼다. 작은아이는 붕어빵을 1000원어치만 산다. 예전에는 2000∼3000원어치를 사더니, 이렇게 사면 너무 많고 달다고 하더라. 누나 몫하고 어머니 몫으로 1000원이면 넉넉하지. 나는 안 먹는다. 포항 〈민들레글방〉을 다녀오며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을 장만해서 읽었는데, 글이며 줄거리가 너무 뾰족해서 힘들었다. 요즘 아이나 어른이 다 이렇다면 할 말이 없지만, 참말로 이런 판이 되도록 나라이며 학교가 굴러간다면, 이 앞길에 무엇이 있을까? 어른은 아이 삶이나 말에 귀를 안 기울이고, 아이는 눈길이나 마음길이나 생각길을 틔울 생각을 안 하는 채 맴도는 곳에 무슨 사랑이나 꿈이 있을까? 어린이책 하나는 꽃길로 끝을 맺더라만, 꽃맺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둥근발잡이(죽방렴)를 잘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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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6.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우주에서 마음까지》

 존 랭곤·브루스 스터츠·앤드레아 지아노폴루스 글/정영목 옮김, 지호, 2008.12.22.



사진 하나를 제대로 찍어서 담자면, 글 하나를 제대로 받아서 싣자면, 책 하나를 제대로 엮어서 내자면, 돈이며 사람이며 품이며 하루를 얼마나 오롯이 바쳐야 하는가를 잘 밝힌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고 느낀다. 이곳에서 펴낸 책이나 잡지를 보면 하나같이 대단하다. 놀랍기까지 하다. 다만 거의 빈틈없이 훌륭한데 늘 하나는 빠졌다고 느꼈다. 바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빛’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싣는 사진이나 글을 놓고, 사진님이 예부터 필름을 얼마나 많이 썼고, 글님이 얼마나 많은 다른 책을 살폈는가는 익히 안다. 그러나 어쩐지 사랑눈빛은 만나지 못했다고 느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우주에서 마음까지》를 읽으면서도 그렇더라. 책이름에 ‘마음’이란 말에 들어갔으나 정작 마음이 무엇인가를 놓고는 한 줄로도 제대로 안 다루었구나 싶더라. 과학자 이론을 숱하게 옮겨놓는대서 마음을 밝힐 만할까? 고전물리학이나 양자물리학이라는 틀에 맞추어 바라보기에 마음을 읽을 만할까? 과학은 숫자일 수 없다. 수학도 숫자하고 멀다. 철학도 문학도 우주도 책도 삶도 숫자가 아니다. 오롯이 사랑이란 마음 하나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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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아무 잘못도 : 아무 잘못도 없는 줄 느껴서 알고 새로 꿈길로 가는 오늘로 살아가도록 그 일이 찾아온다. 온몸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느껴서 스스로 새로 일어서도록 그 일은 끝없이 찾아온다. 그 일을 그만할 수 있을 때에 그 일은 더 찾아오지 않는다. 이러면서 오로지 우리가 꿈으로 지을 길만 마음에 새겨서 한 걸음씩 나아간다. 2007.12.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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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바지 입은 가시내 : 이제는 ‘바지 입은 가시내’를 두고 뭐라 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다만, 거의 사라졌다 할 만하다. 학교옷을 입히는 곳에서도 ‘바지만 입으려는 학생’이 스스로 고르도록 맡기는 흐름이 된다. 이 나라에서도 1900년대 첫머리에 ‘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꿰는 물결’이 있었다. 이 물결은 예순∼일흔 해 만에 빛을 보았구나 싶은데, 문득 다르게 생각하고 싶더라. ‘가시내가 치마를 벗어던질 일’이 아니라 ‘사내한테 치마를 입힐 일’은 아니었을까? 가시내이든 사내이든 ‘치마나 바지를 마음대로 골라서 입도록’ 갈 적에 비로소 길이 확 트이지 않을까? 치마만 두르다가 바지를 꿴 사람은 두 옷이 어떻게 다른가를 안다. 치마가 나쁘기만 하지 않다. 이른바 ‘파자마’ 같은 옷도 치마하고 비슷하다. 긴 마고자나 저고리, 그리고 ‘잠바’나 ‘패딩 코트’도 치마하고 비슷하다. 잘 생각해 보자. 아직 뭇사내가 그리 달라지지 않는 탓이라면 ‘치마 두르는 사내’가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몸인 사내’라 하더라도 ‘갓난쟁이한테 가루젖을 먹이고 재우고 자장노래 부르고 같이 놀고 돌보는 살림’을 해본다면, 사내라 하더라도 머리가 확 깨일 만하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부엌일 도맡으며 집살림을 구석구석 챙기는 살림’을 해본다면, 사내인 몸이어도 얼마든지 머리를 확 틔울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쩍벌사내란 무엇인가? 치마를 안 둘러 본 탓이지. 오두방정짓을 일삼는 사내란,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는 집살림’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배운 적도 겪은 적도 느낀 적도 없는 모습이리라. 이들 사내한테 치마를 입히는 물결이 일기를 빈다. 대통령·국회의원·법관·군수·시장·교장 교감을 비롯한 뭔가 한자리 맡았다는 모든 사내한테 먼저 깡동치마를 입히고 일하도록 해야지 싶다. ‘치마 입는 사내’로 적어도 열∼스무 해를 살거나 일하도록 한 뒤에, 그 뒤로 어느 옷이든 스스로 골라서 입도록 한다면 참으로 아름나라가 될 만하리라 본다. 2017.12.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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