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볕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19.12.27.)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해가 저무니 해가 뜹니다. 해가 뜨고서 해가 저뭅니다. 한 해가 흐르니 새로운 해가 오고, 새로운 해가 오면서 오늘까지 걸은 길은 어제가 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책숲으로 스미는 볕을 먹습니다. 올해에 지필 꿈이란 무엇인가 하고 새록새록 새깁니다. 기지개를 켜고 나면 날개가 돋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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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일은 없다 -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
문숙 지음 / 샨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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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5 : 학교를 하루쯤 빠져도 대수롭지 않아


《위대한 일은 없다》

 문숙

 샨티

 2019.10.18.



우리는 모두 뭔가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 너무나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일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27∼28쪽)


“중학교 들어간 이후 결석한 날 하루도 없었지?” (딸) 조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네가 특별한 경험을 한번 해봤으면 해.” “무슨?” “학교 결석.” (43쪽)


로데오라는 생뚱맞은 이름의 거리가 도시의 중심에 떡하니 들어앉은 이유가 무엇인지 …… 그렇게 이름 지은 그 누군가에게도 묻고 싶다. “그 길이 진달래 길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108쪽)


우리는 빛 가운데서 아름답게 빛나는 또 하나의 빛이다. 빛을 받고 자란 것으로 먹을거리를 삼고, 바람을 맞으며 춤을 추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꿈을 키운다. (156쪽)


내가 할 일은 사랑이 아닌 어떤 것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무조건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191쪽)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는 김에 빨래를 하곤 합니다. 거꾸로 빨래를 하는 김에 머리를 감거나 씻기도 합니다. 물을 쓸 적에 두 가지를 나란히 하는 셈입니다. 요새는 빨래틀을 곧잘 쓰지만, 씻는그릇에 빨래감을 담가 놓고서 조물조물하기를 즐깁니다. 이렇게 손으로 주무르면 옷가지를 누린 아이들이나 곁님 숨결을 느끼기도 하고, 이 옷을 말끔히 빨고 나서 기쁘게 입을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컸기에 오줌기저귀를 빨래하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 기저귀랑 저고리랑 바지랑 이불을 모두 손빨래로 하면서 보냈는데요, 요즈음 가끔 돌아보면 예전에 참 씩씩하게 잘 살았구나 싶더군요. 기저귀 빨래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기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느끼며 자라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니 딱히 힘들거나 고되지 않았습니다.


  삶책 《위대한 일은 없다》(문숙, 샨티, 2019)를 읽고서 곰곰이 그려 보았어요. 대단하지 않은 일도, 대단한 일도 따로 없겠지요. 그렇다면 저한테 대단하지 않으면서 대단했던, 또는 대단했으나 대단하지 않은 일은 무엇이었나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손길을 받아서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도 어버이 손길을 받으며 어른이 되었어요. 어버이가 들려준 말을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살찌웠고, 이 말은 다시 새로운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말이 되어요.


  날마다 뜨고 지는 해는 날마다 다른 볕이랑 빛이랑 살을 베풉니다. 이곳저곳 어디나 드리우는 해님이면서, 누구한테는 적게 가거나 많이 가지 않는 해님입니다. 그러니 해한테 님이란 이름을 붙일 테지요. 나무도 풀도 꽃도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더 향긋하게 퍼지지 않고, 누구한테 그늘을 더 주지 않아요.


  대단한 나무도 별이 없겠지만, 모든 나무하고 별이 대단하지 싶습니다. 대단한 새나 풀벌레가 없을 테지만, 모든 새하고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가 대단하지 싶습니다. 《위대한 일은 없다》를 쓴 문숙 님은 이녁 아이가 학교를 빠지는, 이른바 하루이틀쯤 빼먹고 노닥거리는 재미난 일을 누려 보기를 바랍니다. 숙제가 많다고 징징거리던 아이는 막상 하루이틀쯤 학교를 빠지자고 하는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하더라고, ‘남들 다 학교에 있을 한낮’에 멀쩡히 집에서 뒹굴다가 어머니하고 마실을 다니는 일이 너무 멋쩍다고 이야기했다지요.


  학교도 회사도 하루이틀쯤 빠질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몸이 아파서 빠질 수 있고, 그냥 느긋하게 오롯이 아침볕 낮볕 저녁볕을 누리려고 빠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굳이 100점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98점도 88점도 68점도 48점도 28점도 좋습니다. 대단하지도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하나 새롭게 바라보는 때에 우리 눈길이 트이지 싶어요.


  쳇바퀴를 따라서 갈 까닭이 없는 하루인 줄, 늦게 가거나 일찍 가도 좋은 마실길인 줄, 하루에 책을 열 자락 읽어도 좋지만 달포 동안 책 한 자락 안 읽어도 좋은 줄 느낀다면 삶이 달라질 만하지 싶어요. 첫째로 갈 일도 막째로 갈 일도 없어요. 저마다 다른 우리는 저마다 다른 걸음으로 가면 됩니다. 이 저마다 다른 걸음이란 언제나 우리 몸이며 마음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사랑일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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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광대 : 끝없이 새 ‘재주(묘기)’를 선보여야 한다고 여긴다. 사람들이 광대를 보면서 좋아하거나 기뻐하거나 즐겁다고 여기는 까닭은 더 놀라운 재주 때문이 아닌 줄 자꾸 잊는다. ‘새 재주’보다는 어떠한 재주이든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재주 하나를 이루기까지 흘린 눈빛·땀·사랑이 반가울 뿐이라는 생각을 좀처럼 못 하거나 안 한다. 잘난 광대가 사랑받지 않는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광대가 사랑받는다. 멋진 재주를 새롭게 선보이는 광대를 사람들이 꼭 반기지는 않는다. 한두 가지 재주만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선보이면서 웃고 노래할 줄 아는 광대이기에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반긴다. 1990.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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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교사 : 모름지기 교사란 이름을 쓰려면, 똑같이 말하는 사람이 아닌, 늘 다르면서 새롭게 마주하도록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다 다른 학급을 돌면서 다 같은 교과서나 문제집이나 책을 펴서 다 똑같은 강의나 수업을 펴는 이라면 교사가 아니라 기계라고 해야겠지. 또는 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새로운 길’을 우리가 스스로 알아차려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힌 끝에 깨닫는 자리로 가도록 차근차근 이끌 줄 알기에 교사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고 여긴다. 교원자격증을 따면 ‘자격증 딴 사람’일 뿐, ‘자격증을 따서 달삯쟁이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일 뿐, 아직 교사일 수 없다. 교사는 자격증이 아닌 슬기로운 눈빛으로 마음을 밝혀서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사람이다. 1991.6.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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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지음 / 아비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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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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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7 : 사람이 다 똑같다면 무시무시하겠지요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김해자

 아비요

 2013.7.7.



내 친구는 개는 물론 나무와도 대화한다. 산골 길고 긴 하루 내내 말 거는 사람은 없지만 내 친구가 말 걸 친구는 무진장 많다. 언젠가 아궁이 옆에 있는 개복숭아나무에 칡넝쿨이 감겨 올라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칡넝쿨에게 말했단다. “너네 날 자리가 아닌데 저렇게 개복숭아가 숨도 못 쉬고 꽃도 못 피고 하니 할 수 없이 너네를 쳐내야겠다. 미안하다.” (61쪽)


산에 올라가다 아이들이 내 IQ를 물었다 … 그 아이가 초콜릿 하나를 내 손에 꼭 쥐어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쌤, IQ 나빠도 괜찮아요. 마음씨만 좋으면 되죠 뭐.” 웃음을 참다 그 아이를 꼭 껴안고 말았다. (65쪽)


도토리 한 알에는 미래의 떡갈나무가 이미 다 들어 있다. 그 작은 한 알에 들어 있는 미래의 나무가 그를 올려주고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도토리에 뿌리가 뻗고 줄기가 솟고 잎이 생겨 피어난다. (165쪽)


우리 자랄 때만 해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먹이고 재워 주기만 했다. 소처럼 방목했다고나 할까. 산과 들, 논과 밭, 풀과 나무, 돼지와 소 닭 등 열거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무변광대한 동물과 식물과 흙과 돌과 바람이 우리를 키웠다. (290쪽)


아침이 밝으면 늘 새로운 날이듯 정신은 늘 초짜여야 한다. (328쪽)



  이제는 어떠할까 모르겠습니다만, 나무나 풀하고 말을 섞는 사람을 돌았다고 여기는 눈은 좀 수그러들었지 싶습니다. 돌이나 집하고 말을 주고받는다든지, 새나 벌레하고 말을 나누는 사람을 미쳤다고 여기는 눈도 좀 잦아들었지 싶어요. 그러나 아직 사람 아닌 숨결하고 말을 하는 사람을 얄궂게 바라보는 눈길은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무랑 말을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어쩌면 고작 백 해가 안 된 일일는지 모릅니다. 신문도 책도 없던, 아니 흙을 만지며 씨앗을 심어 가꾸는 사람이 가득하던 무렵에는, 으레 누구나 흙이랑 말을 하고 풀잎이며 바람하고도 얘기를 했지 싶어요. 고작 백 해 앞서까지만 해도, 그때에는 벼슬아치나 나리가 아니라면 마땅히 나무랑 말할 줄 알던 삶이었다고 느껴요.


  시인 아주머니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김해자, 아비요, 2013)를 펴면 재미난 사람들 모습이 잇달아 흐릅니다. 나무하고 이야기하는 벗님, 시인 아주머니가 아이큐 낮다는 말을 듣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달래는 어린이, 그리고 시인 아주머니 스스로 떠올리는 숱한 이웃이 새삼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시인 아주머니부터 ‘아리송한’ 사람일 수 있어요. 시인 아주머니가 만나는 사람이 하나같이 아리송하다기보다 아리송한 사람이 아리송한 사람을 만난달까요. 그리고 아리송한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아름답다지요. 알 수 없는 깊이하고 너비로 사랑을 나누는 그들 숨결은 더없이 알차면서 알뜰하다지요.


  그러고 보면 그렇습니다. 다 똑같아 보이는 곳은 재미가 없어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차림새에, 키에, 몸매에, 얼굴에, 목소리에, 생김새에, 몸짓에, 또 똑같은 자가용을 몰고 똑같은 아파트에 살며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집안 모습이라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다 다른 집에서 다 다른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숨결인 만큼, 언제나 다 다른 빛으로 자라서 다 다른 어른으로 설 적에 아름답지 싶습니다. 모두 다른 사람이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요. 참으로 아리송한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이 아리송한 맛으로 아름다운 길을 걷고, 그 아름다운 길에서 알뜰살뜰 오순도순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거운 하루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새해에 올려다보는 별빛은 지난해와 다르게 눈부십니다. 아하, 그렇지요. 밤하늘에 바라보는 별 가운데 똑같은 별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아리송한 노릇이지만, 이렇게 다 다른 별빛이 새삼스레 어우러져 빛나니, 밤도 낮도 언제나 아름답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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