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11
오쿠보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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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새롭게 나아갈 길을 꿈꾸네



《아르테 11》

 오쿠보 케이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11.30.



  만화책을 어느덧 마흔 해째 읽습니다. 언제부터 만화책을 처음 폈는지 모르나, 우리 형이 읽던 만화를 곁에서 구경했을 테고, 이때가 너덧 살이나 서너 살 무렵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군대살이를 하던 때를 빼고는 만화읽기를 끊은 적이 없습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 상대를 더 잘 알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까 그런 걸 의식해 가면서 남이랑 얘기해 본 적이 없거든요.” (19쪽)


“우선 자기 마음속을 상대한테 털어놓는 거야.” “자, 자기 마음?” “그래, 맞아. 자기 마음은 감추면서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걸 끌어내겠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야.” (21쪽)



  만화책을 안 읽거나 멀리하는 분은 제가 만화책을 그토록 오래 무척 많이 읽는다는 말을 들으면 으레 놀랍니다. 그런데 저는 만화책뿐 아니라 그림책도 많이 오래도록 읽습니다. 사진책도 그렇지요. 어린이책도 시집도 참 꾸준히 오래 많이 읽어요. 소설책은 아예 안 읽다시피 하고, 인문책은 틈틈이 읽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읽을까요? 만화책에 무엇이 있기에 소설책은 아예 안 읽다시피 하면서 만화책은 그토록 읽을까요?


  이 물음을 풀이하기는 쉬워요. 만화책은 글하고 그림이 어우러진 이야기꽃이거든요. 글만 있을 수 없고 그림만 있을 수 없어요. 드물게 ‘글 없이 그림으로만 엮는’ 만화책도 있습니다만, 이때에는 ‘말풍선이 없다’뿐이지, 칸칸이 나눈 자리에 깃든 그림마다 마음으로 깊고 넓게 들려주는 말을 느껴요.


  다시 말해서, 글하고 그림을 새롭게 엮어서 온누리 살림자락을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보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그리기에 만화책이라 할 만합니다. 만화를 담은 책이 만화책이 아니라, 글꽃하고 그림꽃이 상냥하고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야기꽃으로 꿈·사랑·살림·오늘이 피어나도록 들려주는 책이기에 만화책인 셈입니다.



“저도 사랑에 빠져 넋을 잃으면, 그렇게 될지도 몰라요.” “그 사람이 불행하다는 건 누가 정한 거죠?” (39쪽)



  이태째 한국말로 꾸준히 나오는 《아르테 11》(오쿠보 케이/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를 읽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너덧 해쯤 앞서 나온 만화요, 한국에서는 이제 옮기는 셈인데, 이탈리아란 나라를 둘러싼 중세란 때에 ‘사내 아닌 가시내’로서 그림지기 길을 걷는 아가씨를 그리는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참말 있던 일’을 그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참말 있던 일일 수 있으나, 만화님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떻든 좋습니다. 만화는 무엇이든 그려내어 새로운 길을 닦아 주거든요.


  이를테면 이래요. “웃기지 마. 그때 무슨 가시내가 그림을 그려? 터무니없는 소리!” 하고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니야. 생각해 봐. 역사책에만 안 적힌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아?” 할 만하고, “비록 그때 그런 일이 없었어도, 그때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 삶이며 이 별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레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하고 싶어.” 할 만하며, “그래, 다 지어낸 이야기이지. 그러나 이렇게 지어내는 이야기로 오늘 우리가 새롭게 나아갈 꿈하고 사랑을 다루고 싶어.” 할 만합니다.


  그래요. 만화란 이렇습니다. 게다가 만화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쉽게 다가갈 수 있기에, 이러한 새길 새꿈 새삶 새사랑 새별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더욱 부드럽고 쉬우며 찬찬히 그려내곤 합니다.



“돈은 안 낼 겁니다. 저는 ‘그 여자 분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여기 온 겁니다. 하지만 돈을 내 버리면, 그건 제가 ‘돈으로 산 이야기’가 되어 버릴 테죠.” (54쪽)


“이제 알겠죠? 사람을 사랑하는 건 멋진 거라는 걸.” “앗. 아뇨, 그게!” “사람을 사랑하는 건 존엄한 거예요.” (72쪽)



  요즈음 한국은 ‘만화’라 이름을 붙일 만한 만화가 거의 죽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웹툰은 만화가 아닙니다. 웹툰은 웹툰입니다. 만화가 만화인 까닭은 ‘화면 구성’이나 ‘빠르고 쉽게 넘기기’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에요. 만화는 말풍선에 적힌 말 한두 토막뿐 아니라, 뒷그림 하나하까지 모조리 훑도록 이끌기에 만화입니다.


  영화하고 만화가 닮았다고 보면 됩니다. 영화에서 뒤쪽에 나오는 것들, 이른바 소품을 아무렇게나 담지 않아요. 모든 소품에든 모두 다른 뜻이 있습니다. 만화에서 칸칸이 담아내는 뒷그림 구석구석까지 모두 다른 뜻하고 이야기가 흘러요.


  주인공 한두 사람만 뜻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아닌 사람도, 슬쩍 지나가는 사람도, 자잘한 뒷모습도, 또 말풍선 안팎에 넣는 속말이나 소리도, 칸나눔이며 흐름결까지도, 깊고 넓게 읽는 뜻하고 이야기가 어우러져요.



‘생각해도 소용없어!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96쪽)



  중세 무렵에 그림님이 빚은 그림을 떠올리기로 해요. 그때 그림님은 얼굴만 잘 그리려 하지 않았어요. 옷차림이며 옷무늬이며 노리개뿐 아니라, 둘레나 뒤쪽 모습까지 모두 꼼꼼히 생각하면서 담았습니다. 뒷그림이라며 아무렇게나 슥슥 발라서 채우지 않아요.


  만화에서도 슥슥 채우는 그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화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어우러지기에, 이 이야기를 글하고 그림을 알맞게 갈라서 다룹니다. 그림은 그림대로 훌륭히 담는 만화책이면서, 글은 글대로 짜임새있을 뿐 아니라, 시요 노래요 수다요 동화이면서 살림꽃이 되는 글입니다.



“다른 생각이 들어서요.” “다른 생각?” “내가 혼자 설 힘이 없으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내 걱정을 하시는 거야. 그럼, 나 혼자 살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으면 되는 거네.” (156쪽)



  만화책 《아르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르테’란 이름인 아가씨는 그림이 무척 좋았다고 해요. 어릴 적에는 집안에서 ‘쟤가 그림을 좋아하나 보구나’ 하고 여겼지만, ‘난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먹고살겠어요’ 하고 외치니까 ‘미쳤구나’ 하고 여겼대요. 아르테 집안뿐 아니라 마을이며 나라에서도 똑같이 바라보았다지요. ‘가시내라는 몸은 사내 집안에 들어가는 돈붙이’쯤으로밖에 여기지 않고 ‘부엌데기’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여기던 무렵에 홀로서기를 하는데 그림을 그리며 밥벌이를 하겠다니, 그야말로 미친 사람으로 보였겠지요.


  이때에 아르테는 참으로 외로웠지만, 아르테를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그림을 가르치고 받아들이기로 한 스승(사내)이 한 사람 있습니다. 딱 하나이지요. 이 스승은 사내인 몸인데 왜 가시내를 그림지기로 받아들이기로 했을까요? 오늘은 스승이지만, 이이는 사내란 몸이었어도 ‘자리(계급)’가 낮은 곳에서 따돌림을 받으며 힘겹게 살았어요. 이이는 사내이건 아니건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마주하지 않는 틀’을 달가이 여기지 않아요. 그러니 아르테를 보면서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서 심부름을 맡기고 그림길을 짚으며 일거리를 찾아주었습니다.



“여류 화가를 만난 건 분명 처음이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데. 화가가 되고 싶다는 선택은 아르테에게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 아니었나요?” (159쪽)



  어느덧 열한걸음에 이르는 《아르테》입니다. 열한걸음에 이르는 이야기는 아르테 아가씨가 그동안 스스로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거듭나고, 어떻게 어깨동무하고, 어떻게 웃고 노래하고 떠들면서 빛나는 길을 가는가 하고 들려줍니다.


  앞으로 몇 걸음이 더 나올는지는 모릅니다만, 마무리가 되는 그날에는 ‘아마 참말로 있지 않았다고 할 테지만, 이러한 삶길을 연 다부진 아가씨 한 사람이 어떻게 둘레를 환하게 바꾸어 내면서 우리가 오늘 이곳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밝히는 알찬 꾸러미가 태어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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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여태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1.10.)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사전을 쓰며 수첩을 여럿 챙기고, 이 가운데 하나는 ‘말모으기 수첩’입니다. 줄마다 다 다른 낱말을 놓고서 갈무리하느라 빛깔이 다른 볼펜을 잔뜩 써야 하는데, 시골 문방구에는 몇 가지를 안 다루니 큰고장 문방구에서 하나하나 샀고, 지지난해에 일본마실을 하며 일본 문방구에서 몇 가지를 더 맞추었습니다. 어느새 이 빛깔도 저 빛깔도 거의 닳기에 속대를 장만해야겠는데, 큰고장 어느 문방구에도 무지개 빛깔 속대는 안 다루더군요. 이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누리저자에서는 다루지 않을까? 하루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앞서 누리저자를 살핍니다. 아, 누리저자에서는 스무 빛깔이나 다루는군요. 다만, 누리저자도 여러 빛깔 속대까지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다리품 팔아 문방구에 가서 살 적에 대면 값이 매우 눅어요. 누리저자에서 볼펜 두 자루 장만할 돈이면 문방구에서 한 자루 값입니다. 속대도 그렇군요. 스스로 묻습니다. “여태 몰랐니?” 스스로 말합니다. “여태 몰랐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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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책 -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8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53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

 타카노 후미코

 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8.5.25.



  판에 박힌 길만 보인다면 그 판에 박힌 길만 갈 수 있습니다. 아마 이때에는 판에 박힌 길이 판에 박힌 줄 모르는 채 그냥 갈 테지요. 또는 판에 박힌 줄은 알되 어떻게 해야 새길을 뚫거나 내어 씩씩하게 나아가야 하나 모르지만 꿈을 키울 수 있을 테고요. 오로지 입시와 취업이라고 하는 좁은 구멍만 보이던 1980년대에 나즈막하게 꿈을 꾸곤 했습니다. 저 길로는 도무지 가고 싶지 않다고, 저 길이 아닌 숨통을 트면서 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열고 싶다고, 그 길이 어떠하더라도 꿋꿋하게 먼저 나아가서 우리 뒤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날갯짓을 보고 느끼도록 징검돌을 놓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를 읽다가 예전 일이 물씬 떠오릅니다. 가만히 돌아보니 저도 ‘자크 티보’라는 이름인 벗을 책으로 만났네 싶어요. 이 만화를 그린 분처럼 말이지요. 학교나 마을에서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 ‘책에 있는 사람’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 뒤로 서른 해쯤 지난 요즈음은 굳이 ‘책에 있는 사람’하고 속삭이지 않아요. 곁에 있는 아이들하고, 또 푸나무하고 속삭이면서 웃습니다. ㅅㄴㄹ



“우엑! 메스꺼워.” “비오는데 (버스에서) 책을 읽으니까 그렇지.” (11쪽)


“자, 아이들은 꿈나라에 갈 시간이다.” (47쪽)


“미치코, 그 책 살래?” “네?” “다섯 권 다 살 테니까 가져다 놓으라고.” “됐어요. 거의 다 읽었는걸요.” “마음에 드는 책은 평생 갖고 있는 것도 괜찮다고.”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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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8.


함께 노래한다고 하면 ‘떼노래’이면서 ‘함노래’입니다. 혼자 노래한다면? ‘혼노래’가 될 테지요. ‘혼-’이며 ‘함-’이며 ‘떼-’이며 재미나게 새말을 짓는 바탕이 됩니다. 해가 기우는 녘은 ‘해질녘’입니다. 해가 지고서 별이 슬슬 돋는 저녁이라면 ‘별뜰녘’처럼 쓰면 재미나겠구나 싶어요. 밤이 스러질 즈음은 새벽일 텐데 이때를 ‘별질녘’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연인원’이란 한자말이 있어요. 모두 셈하면 얼마나 된다고 할 적에 쓰는데 ‘모두’나 ‘다해서’라고 해도 됩니다. 어느 책을 읽는데 “학자적 귀족”이란 말이 나와서 참 말을 얄딱구리하게 쓰는구나 싶더군요. 배운 길을 이웃하고 나누지 않고 혼자 차지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빗댄 말씨일 텐데, 이때에는 ‘나리’를 붙여 ‘배움나리’나 ‘아치’를 붙여 ‘배움아치’라 하면 어떨까요. 나라에서 자리를 주면 ‘벼슬아치’라 해요. 스스로 고이 뜻을 품으면서 둘레에 널리 나누려 할 적에 온몸을 바쳐 절을 하기도 하고, 석 걸음마다 절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에 ‘온몸절’을 하거나 ‘석걸음절’을 하는 셈입니다. 한창 물이 올라 아름다이 피어나요. 참말로 눈부십니다. ㅅㄴㄹ


혼노래(혼노래판) ← 독창, 독창회

별뜰녘 ← 초저녁

별질녘 ← 식전(食前), 조조(早朝)

다해서(모두) ← 연인원(延人員)

온몸절 ← 오체투지

석걸음절 ← 삼보일배

물오르다 ← 절정, 전성기, 생기, 청천,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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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7.


‘호강’을 시킨다고 합니다. 어릴 적이던 1970∼80년대에는 익히 듣던 말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말을 거의 못 들었어요. 그러면서 ‘효도’라는 한자말만 들었습니다. 네, 그래요. 아이가 자라 어버이를 잘 섬길 적에 ‘호강’이라 했어요. 넉넉해서 즐겁게 지낼 적에도 ‘호강’이라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이란 터전은 일제강점기에 처음 선 기틀이 그대로 흐르곤 합니다. 여느 사람이 누리는 도서관이란 곳도 조선총독부에서 처음 세웠고, 그때 그들이 세우며 쓰던 말을 아직 그대로 쓰곤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수서(收書)’예요. 흔히 “수서 업무”라 합니다. 요새 새로 여는 마을책집에서는 영어 ‘북큐레이션’을 곧잘 쓰는데요, 어떤 책을 들일는가를 살펴서 고르고 맞이하고 갈무리해서 자리를 잡기까지, 이런 일을 어떻게 가리키면 좋을까요? 대구에서 마을책집을 하는 어느 분은 ‘책들임’이란 말을 지어서 씁니다. 이 말이 참 어울리는구나 싶어요. 또는 ‘책차림’이라 할 수 있어요. ‘밥차림·옷차림’처럼 ‘-차림’이란 모든 갖춤새를 나타냅니다. 권력이란 ‘힘·주먹’이니, 절대권력이라면 ‘으뜸힘·꼭두주먹’쯤 될 만하려나 싶습니다. ㅅㄴㄹ



호강(호강하다·호강스럽다) ← 호화, 편안, 안락, 안위, 호위호식, 복(福), 부유, 유복, 효도

책들임(책차림·책갈무리) ← 수서(收書), 수서 업무, 북큐레이션, 서가 진열, 장서 관리

힘(주먹) ← 권력, 폭력

으뜸힘(으뜸주먹·꼭두힘·꼭두주먹) ← 절대권력, 최고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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