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11.


일본만화를 보노라면 곧잘 ‘귀가부’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일본에서는 학교마다 거의 다 동아리에 들어야 한다더군요. 동아리에 들지 않고 집일을 거든다거나 혼자 조용히 지내려 하는 이들은 ‘귀가부’라 합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집순이·집돌이’인 셈이요, ‘집사랑’이라 해도 되어요. 집에 들어박혀서 나오지 않을 적에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라 하는데 ‘집순이·집돌이’로 담아낼 만하고, ‘집콕’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또는 ‘집사랑’이라 말할 수 있어요. 나무로 깎아서 쓰는 베게라면 어떤 이름일까요? 한자말로는 ‘목침’일 텐데, 한국말로 하자면 ‘나무베개’입니다. “이골이 난다”는 말이 있어요. 하도 자주 해서 지겹거나 싫거나 진저리가 날 적에 쓰는 재미난 말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면 좋을까요? 일하기에 ‘일꾼’이요, 같이 일하니 ‘일벗’이에요. 둘레에서는 ‘노동자·근로자·근무자’에 ‘종업원·웨이터·웨이트리스’까지 어지러운데, ‘일꾼’ 한마디여도 좋지 싶어요. 때로는 ‘심부름꾼’이나 ‘도움이’가 될 테고요. 한 해가 저물 즈음은 ‘해밑’이면서 ‘설밑’입니다. ㅅㄴㄹ


집순이·집돌이·집사랑 ← 귀가부(歸家部), 은둔, 히키코모리

집콕 ← 은둔, 히키코모리, 귀가부

나무베개 ← 목침

이골·이골이 나다 ← 진력, 관성, 질색, 염증, 습관, 중독, 세뇌

일꾼 ← 노동자, 근로자, 근무자, 종업원, 급사, 웨이터, 웨이트리스

심부름꾼·도움이 ← 종업원, 급사, 웨이터, 웨이트리스

해밑·설밑 ← 송년, 세모(歲暮), 세밑(歲-), 연말, 연말연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메종일각 신장판 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64


《메종 일각 3》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11.30.



“자기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부드러운데, 부모님한테는 왜 그렇게 뻣뻣해?” “안 그러면 자기들 멋대로 하실려고 한단 말이에요.” “자기의 그런 태도가, 부모님의 애정을 이상하게 만든 거 아냐?” “묘하게 부모님 편을 드시네요.” “그야, 나도 부모니까.” (131쪽)


“미망인. 아직 죽지 않은 아내란 뜻이지. 하지만 그건 잘못된 말이다. 죽지 않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니.” (157쪽)


“아무도 관리인님 마음은 생각도 안 해주잖아요! 부모님한테 고집을 부리는 게 아녜요. 관리인 님은, 소, 소이치로 씨를 아직 사, 사라, 사랑한다고요.” (185쪽)



《메종 일각 3》(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을 읽으면 한 뼘쯤 자란 마음을 읽을 만하다. 옛사람한테 마음이 매인 여기에 있는 사람도, 갈팡질팡하면서 외사랑이 한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젊은이도, 또 이 사람도 저 아이도 한 뼘 두 뼘 자란 모습을 읽을 만하다. 한 뼘씩 자란 이들은 ‘외길로는 사랑이 아닌’ 줄 느낀다. 그러나 이렇게 느끼면서도 막상 좀처럼 못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자꾸 외길로 밀어붙이려 할까? 어깨동무라든지 한 발짝 물러선다든지, 조용히 되새기는 틈을 내기란 그렇게 어려울까? 아니면, 오직 내가 옳거나 맞으니 내 뜻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버리는 셈일까? 이 여러 마음을 고루고루 차근차근 다루어 내기에 이 만화책은 오래도록 사랑받고 읽힐 만하겠지.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과 도구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5
권윤덕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98


《일과 도구》

 권윤덕

 길벗어린이

 2008.7.31.



  우리가 쓰는 살림은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지었어요. 오늘날에는 가게에 가서 손쉽게 사고, 누리저자에서 가볍게 시켜서 받습니다만, 아주아주 오래도록 누구나 제 보금자리에 걸맞게 제 살림살이를 뚝딱뚝딱 마련했어요. 손수 마련한 살림은 오래도록 건사합니다. 한두 판 쓰다가 버리려고 손수 짓는 살림이란 없어요. 살림을 손수 지을 적에는 언제나 스스로 즐겁게 쓰다가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마음을 담습니다. 오늘날 둘레에 넘치는 갖가지 연장을 생각해 봐요. 가게에서 사거나 얻는 여러 가지 가운데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주고 싶은가요? 비닐자루를 물려주고 싶나요? 커피집에서 다루는 종이잔을 물려주고 싶나요? 《일과 도구》는 일하는 곁에 두는 여러 가지를 묶음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일에 이런 연장을 쓰고 저런 일에 저런 연장을 쓰는 흐름을 가만히 밝히지요. 사람마다 일매무새가 다르니 사람마다 맞는 연장이 달라요. 왼손잡이가 있고 오른손잡이가 있지요. 두 손을 마음껏 쓰는 사람도 있어요. 그림이나 글씨를 그리는 붓은 집 가까이서 자라는 나무를 잘라서 붓대로 삼고, 집 둘레에서 살아가는 짐승한테서 털을 얻어 물감이나 먹물을 묻히지요. 보금자리랑 마을마다 다 다른 연장이며 살림을 나누는 길을 돌아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놀드 로벨 우화 - 베틀리딩 전학년 그림책 2005 베틀북 그림책 2
아놀드 로벨 지음,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92


《아놀드 로벨 우화》

 아놀드 로벨

 이상희 옮김

 베틀북

 2000.10.30.



  귀를 기울이니 듣습니다. 귀를 기울이기에 아이들이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며 피우는 말꽃을 듣지요. 귀를 기울이니 나무에 잎망울이 터지며 새잎이 돋는 숨결을 들어요.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못 들어요. 귀를 안 기울이니 아이들 말꽃도 나무 잎망울이 터지는 소리도 못 듣습니다. 눈을 뜨니 봅니다. 눈을 뜨기에 아이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자라는 마음꽃을 보아요. 눈을 안 뜨니 못 봐요. 눈을 안 뜨니 나무에 도는 새잎뿐 아니라 나무마다 다르게 피어나서 열매로 맺는 꽃을 알아보지 못해요. 《아놀드 로벨 우화》를 읽으면 아놀드 로벨이란 분이 귀를 기울이거나 눈을 뜨면서 마주한 뭇숨결 이야기가 흐릅니다. 모름지기 모든 우화는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짐승이며 벌레이며 새이며 바다벗이며 푸나무한테서 들은 이야기예요. 억지로 꾸민 이야기가 아닌, 풀벌레가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엉뚱히 지은 이야기가 아닌, 푸나무가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오늘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거나 뜰 만할까요? 스스로 찾아내는 이야기인가요, 스스로 짓는 이야기인가요, 스스로 사랑하는 이야기인가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민들레 곁에 어떤 들꽃이? (2019.12.23.)

― 경북 포항 〈민들레글방〉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6번길 38, 1층

https://www.instagram.com/dandelionbookshop



  마을책집이 태어나서 뿌리내리는 자리는 사뭇 다릅니다. 마을사람이 찾아가는 곳이기에 마을책집이면서, 둘레 여러 고장에서 찾아갈 수 있기에 마을책집입니다. 책집은 숱한 마을가게하고 참 다릅니다. 여느 마을가게라면 마을사람이 드나드는 쉼터이자 이웃일 텐데, 이 가운데 책집만큼은 나라 곳곳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쉼터이자 이웃이 되어요.


  포항 효자동에 2014년에 둥지를 튼 〈달팽이책방(달팽이 books & tea)〉이 있습니다. 마을책집 한 곳은 조용하던 효자역 둘레를 찬찬히 바꾸어 냈다고 느낍니다. 책집 하나가 들어서기 앞서도 마을은 있고 사람들이 오갑니다. 그런데 책집 하나가 들어선 다음부터 ‘오가는 발길이 마을에 머무는 틈’이 길어지고 늘어납니다. 이러면서 이웃이 다른 마을가게가 들어서는 틈까지 넓어져요.


  2019년에 이르러 이 효자동 골목에 마을책집이 새로 태어납니다. 〈달팽이책방〉을 즐거이 드나들던 분이 한 땀씩 엮는 손길로 〈민들레글방〉을 엽니다. 달팽이 곁에 민들레입니다. 민들레 옆에 달팽이입니다.


  포항 버스나루에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갑니다. 전남 고흥에서 경북 포항으로 달리자면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갈아타며 일곱 시간쯤 걸립니다. 버스나루 앞에 길알림터에서 효자역 둘레로 가는 시내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어봅니다. 길알림터 일꾼은 어디를 가느냐고 되묻고, 그곳에 있는 ‘달팽이책방’에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민들레글방’을 말할까 하다가, 아직 모르실 수 있지 싶어 이웃 책집 이름을 들었습니다. 길알림터 일꾼은 109번 시내버스를 타라고 말합니다. ‘효자 건널목’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내버스 타는곳에 와서 버스길을 살피니 100번 버스도 그쪽으로 갑니다. 시내버스에 오른 다음 버스일꾼한테 또 물어보았어요. 그러니 버스일꾼은 ‘효자 건널목’까지 가지 말고 ‘SK 1차’에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며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합니다. 아무래도 길알림터 일꾼이 모든 길을 다 알지는 않겠지요. 아마 요새는 시내버스를 안 타고 자가용으로 다녀 버릇하면서 길을 모를 수 있을 테고요.


  포항에 세 해 만에 오느라 골목을 살짝 헤매 이곳저곳 돌고돕니다. 좀 헤매느라 엉뚱한 골목을 다 누벼야 했는데, 이렇게 누비면서 효자동이라는 터를 한결 넓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바쁜걸음이어야 하지 않으니 나무를 바라보고 하늘빛을 올려다보고, 다리를 쉬다가, 다시 걷고 한 끝에 〈달팽이책방〉을 찾았고, 월요일은 쉰다는 알림글을 뒤늦게 알아봅니다. 다시 골목을 이리 누비고 저리 걷다가 〈민들레글방〉을 찾습니다. 책집 곁에 빈집이 있습니다. 책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빈집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비록 빈집이어도 마루나 문살이 모두 멀쩡합니다. 더구나 꽤 오랜 이야기가 묻은 빈집이로군요. 이 빈집 겉을 손질해 놓으면 멋진 자리로 바뀌겠네 싶습니다.


  포항 〈달팽이책방〉은 어른 인문책이 바탕이 되면서 찻내음이 향긋한 마을쉼터라면, 〈민들레글방〉은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한복판에 놓으면서 아이들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마을놀이터이겠네 싶습니다. 결이 다르면서 맞물리는 책집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으니 이곳은 무척 살 만한 데로 피어나겠다고 느낍니다.


  여러 그림책을 구경하다가 《굴렁쇠랑 새총이랑 신명나는 옛날 놀이》(햇살과 나무꾼 글·정지윤 그림, 해와나무, 2017)를 고릅니다. 동화책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최은영 글·양상용 그림, 개암나무, 2014)도 고릅니다. 멸치 이야기를 다루네 싶은 동화책인데 이름에 붙은 “미운 멸치”란 말이 영 걸렸는데, 뭔가 줄거리를 짜려고 억지를 부린 티가 많이 납니다. 요새는 동화책도 마치 아침연속극처럼 싸움판을 줄거리로 엮는구나 싶어 쓸쓸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동화를 쓸 수 없을까요?


  동화가 아름답게 이야기를 여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구태여 어른들이 하듯 싸움박질이나 미움질이나 투정질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짜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굳이 그래야 할까요?


  들판에서 피고 지는 들꽃은 싸우지도 다투지도 않아요. 잘 모르는 이들은 으레 ‘들꽃도 서로 경쟁한다’고 말합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들꽃 가운데 어느 아이도 겨루거나 다투지 않아요. 서로 뿌리를 맞잡으면서 저마다 다른 때에 저마다 알맞게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려요. 들꽃은 어우러지면서 핍니다. 홀로 피지 않습니다. 민들레 곁에 냉이가 있고, 냉이 곁에 꽃다지가 있고, 꽃다지 곁에 코딱지나물이 있고, 코딱지나물 곁에 곰밤부리가 있고, 곰밤부리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봄까지꽃 옆에 갈퀴덩굴이 있고, 갈퀴덩굴 곁에 달걀꽃이 있고, 달걀꽃 곁에 쑥이 있고, 쑥 곁에 달래가 있고, 달래 곁에 돌나물이 있고, 돌나물 곁에 도깨비바늘이 있고, 도깨비바늘 곁에 소리쟁이가 있고 …….


  두툼한 그림책 《염소 시즈카》(다시마 세이조/고향옥 옮김, 보림, 2010)가 듬직해 보여서 한참 뒤적이다가 골라듭니다. 여러모로 알찬 그림책이기는 한데, 출판사에서 무게나 값을 낮추면 한결 나았지 싶어요. 책값이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이 그림책을 알아볼 이웃을 덜 헤아렸다는 뜻입니다. 얼마든지 단출하면서 고운 결로 꾸밀 수 있거든요.


  책집 곁에 김밥집이 있습니다. 김밥집 곁에 빨래집이 있습니다. 빨래집 곁에 찻집이 있습니다. 찻집 곁에 술집도 밥집도 있습니다. 술집이나 밥집 곁에 오랜 저잣거리가 동그마니 있습니다. 이 여러 가게를 둘러싸고서 살림집이 있습니다. 모두 고루고루 햇볕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온누리를 밝히는 도란도란 수다꽃을 주고받습니다. 몇 해쯤 뒤에 포항 효자동 책집골목에 만화책을 다루는 작은 쉼터도 태어날 수 있으려나 하고 꿈꿉니다. 만화책도 사진책도 좋고 시집도 좋겠지요. 마을길을 환하게 보듬는 빛살이 저 쪽빛바다에서 불어오다가, 저 멧골숲에서 불어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