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4.


《강씨공씨네 꿈》

 강기갑·공선옥·서해성 이야기, 돌아온산, 2011.10.28.



2020년에 새 동시꾸러미를 낸다. 애벌손질을 마쳤고 두벌손질을 보는데, 지난해에 첫 동시꾸러미를 낼 적에 얼마나 글손질을 많이 해야 했는가 하고 떠오르며 새삼스럽다. 두 자락째 내는 동시꾸러미에서는 손댈 데가 안 보이네? 지난해에는 “동시 사전”이었고, 올해에는 “수수께끼 놀이”인데, 요새는 셋째 이야기를 조금씩 쓴다. 풀하고 꽃하고 나무하고 씨앗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때그때 받아적는다. 이렇게 둘레 뭇숨결 이야기를 듣고서 받아적을 수 있는지 오래도록 몰랐나 하고 돌아보곤 한다. 얼핏 느끼되 살갗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구나 싶다. 《강씨공씨네 꿈》을 오랜만에 다시 편다. 시골이란 터에서 나고 자라며 새마을운동 등쌀에 얼마나 고단했는지, 또 어떻게 들볶았는지, 그리고 그런 수렁에서 어떻게 살아남거나 견디면서 오늘처럼 새길을 걸어가는가 하는 대목이 애틋하면서 쓸쓸한데, 저마다 이를 웃음으로 녹여내어 풀어낸다. 막짓을 일삼은 군홧발 우두머리를 나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보다는 ‘지난날 푸념’이 아닌 ‘새길을 지을 꿈’을 조곤조곤 나눈다. 이러한 마음이기에 글살림도 흙살림도 씩씩하게 여밀 만하구나 싶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듣고 말한다. 꿈이라는 숨결을 보고 한 발짝씩 내딛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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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5.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에르빈 토마 글/김해생 옮김, 살림, 2018.7.25.



이달치 책숲 알림글월을 띄우려고 읍내에 간다. 복사를 하고, 글월자루에 주소를 적고, 하나하나 꾸려서 띄우는데 열 손가락이 다 따끔하다. 살짝 부푼 모습으로 보아하니 가볍게 얼었다. 해마다 겨울이면 손가락이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다. 언제부터 이랬나 하고 떠올리면 1992년 겨울부터였겠지. 요새는 어느 책집을 가든 따뜻하지만 스물 몇 해 앞서 웬만한 책집은 꽤 썰렁했다. 난로가 변변히 없는 책집이 제법 있었다. 그런 곳에서 추위를 아랑곳않고 책을 읽었고, 1995년에는 강원 양구에서 군대살이를 하며, 군대를 마친 뒤에는 신문을 자전거로 돌리며, 겨울이면 늘 언손이었다. 아이들 낳고서는 기저귀 빨래에 부엌살림을 하며 언손이었고. 올겨울 지나고부터는 언손 아닌 따뜻손으로 지내는 살림을 그리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를 다시 읽는다. 지난해 읽을 때하고 느낌이 다르다. 한 해 동안 나무하고 조금 더 사귀었기 때문일까. 앞으로 틈틈이 되읽을 때면 한결 새롭게 마주할 만하겠지. 옮김말은 꽤 아쉬운데 숲이며 나무를 들려주는 책이라면 숲하고 나무하고 살아가는 일꾼이 옮기고 갈무리하면 좋겠다. 숲살림 번역 일꾼은 없을까? 나무사랑 통역 일꾼은 있을까? 글쎄. 앞으로는 숲말로 숲을 그리는 글벗이 있을는지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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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1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 겉얼굴이 아닌 속에 흐르는 마음을



《명탐정 코난 1》

 아오야마 고쇼

 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6.12.20.



  아닌데 아니지 않은 척하기에 감춘다거나 숨긴다고 합니다. 그러한데 그렇지 않다고 둘러대기에 겉치레나 겉발림이라고 합니다. 감추기에 나쁘지 않고 치레하기에 얄궂지 않아요. 그저 감춤질이나 숨김질이고, 치레질이나 발림질입니다.


  오늘 이 모습이 내키지 않으니 감추고 싶을 만하고, 치레를 하고 싶겠지요. 다른 모습이 되기를 바라기에 꾸미거나 뜯어고치기도 하고, 슬슬 숨기기도 해요.


  그러나 겉모습이 어떠하든 대수로운 대목은 마음이에요. 겉모습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꾸미더라도 속마음을 바꾸지 못해요.



“이런 거 가지고 헬렐레 하는 건 좋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지!” “진심이라…….” “어휴 참! 왜 사람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거야?” “응? 아, 아니 그냥.” “우쭐해서 사건만 쫓아다니다 언제 한 번 되게 당할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14쪽)



  속마음이 튼튼하다면 겉을 꾸미지 않습니다. 속마음이 포근히 사랑이라면 겉을 치레하지 않아요. 속마음이 오롯이 즐겁게 흐르면서 빛난다면, 구태여 이를 감출 까닭도 숨길 일도 없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속였으나 이내 눈가림으로 흐릅니다. 한두 판은 슬그머니 감추었는데 어느새 눈속임이 깊어지고 잔꾀가 늘어요.


  어떤 길이 우리 참모습일까요? 어떻게 살아갈 적에 스스로 기쁘면서 동무하고도 반가이 어우러질까요? 서로 더 나은 겉모습으로 치달아야 할까요, 아니면 서로 마음을 바라보면서 즐겁게 손을 잡으면 될까요?



“신이치! 네가 작아졌다는 걸 다른 사람한테 말해선 안 된다!” “네? 왜요?” “네가 신이치라는 걸 알면 또 그놈들이 네 목숨을 노릴 게 틀림업서! 게다가 네 주위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해!” (55쪽)



  스무 해 넘게 흐르는 《명탐정 코난 1》(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6)는 아주 작은 일이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끝날 만한 일이 자꾸 이어가고, 이 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신이치’ 아닌 ‘코난’으로 살아가면서 이 실타래를 스스로 풀어놓지 못합니다.


  코난이자 신이치, 신이치이자 코난 곁에서 늘 지켜보는 아이는 처음부터 이야기했어요. ‘참마음(속마음)’을 바라보라고 말이지요.


  생각할 노릇입니다. 몸이 작아지고 말더라도 대수롭지 않아요. 마음을 보면 신이치 그대로인걸요. 마음으로 만날 줄 안다면, 작아진 몸이 대단하지 않아요. 같이 길을 찾으면 되거든요.


  수렁에 빠진 동무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수렁에서 건지도록 돕겠지요? 내가 수렁에 빠졌다면 동무는 어떻게 할까요? 소매 걷어붙이고 바로 달려오겠지요? 신이치이자 코난은 아직 동무 곁에서 마음을 열지 못할 뿐 아니라, 마음을 바라보려 하지 못해요. 이러면서 새로운 눈속임을 풀어내는 길을, 또 혼자서 풀어내는 길을 끝없이 나아가려고 합니다.



“아빠 회사가 일을 안 하면 아빠랑 같이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집사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받아 유괴 사건을 일으킨 거예요 …… 집사 할아버지는 반대했는데 제가 억지를 부렸어요.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에요.” (112쪽)



  2020년 즈음해서 《명탐정 코난》은 아흔걸음 즈음 나옵니다. 앞으로 백걸음이 넘을 만하겠구나 싶은데요, 이렇게 길고긴 이야기로 끌어야 할는지 좀 아리송합니다. 굳이 더 안 끌어도 되거든요.


  질질 끄는 이야기를 보며 새삼스레 한 가지가 떠오르더군요. 속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으니 자꾸 겉모습에 매달립니다. 신이치란 아이는 따사로운 동무하고 사랑을 나누는 길보다 ‘수수께끼를 푸는 길’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신이치이자 코난은 가장 큰 수수께끼에서는 늘 달아나요. 좋아하는 동무한테 제 마음을 제대로 털어놓는 그 길, 어떻게 그런 말을 털어놓아야 하는가 하는 수수께끼에서는 언제나 꽁지를 빼더군요.



“네가 뒤에서 사건을 해결해서 모리 탐정을 명탐정으로 키워 주는 거야! 그래서 이름이 알려지면 의뢰가 줄줄줄 들어올 거 아니냐!” “그 푼수 아저씨를.” (124쪽)



  바탕이 되는 수수께끼를 풀면 다른 수수께끼는 아무것이 아닙니다. 밑돌을 제대로 놓으면 새 걸음으로 얼마든지 저 너머로 나아갑니다. 첫자리를, 첫구슬을, 첫발을, 자꾸 엉뚱하게 떼려고 하면 동무는 더 외롭겠지요.


  곰곰이 보면 코난이 풀어내는 모든 수수께끼는 코난 혼자서 풀 수 없습니다. 늘 둘레에서 돕는 사람이 있어요. 언제나 곁에서 도와주는 숨결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명탐정 코난》은 아흔걸음에 이르도록 이런 수수께끼하고 숨결을 누구보다 신이치이자 코난이 스스로 못 느끼고 못 보고 모르는 채 흐른 셈입니다. 그저 여태껏 수수께끼 풀이로만 내달린 셈이로구나 싶어요.



‘미안하다, 란! 지금은 음성 변조기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지만, 원래대로 되돌아가고 어린애 목소리가 사라지만, 그때는 꼭 들려줄게! 나의 진짜 목소리를!’ (182쪽)



  마음소리를 나중에 들려주려고 하지 말아요. 오늘 들려주면 됩니다. 마음은 바로 오늘 밝히면 되어요. 마음소리는 바로 오늘부터 들을 노릇입니다. 마음소리를 나중에 들으려고 하지 말아요. 미루면 미룰수록 자꾸 핑계가 생겨요. 미루다 보면 어느새 참마음을 잊거나 잃기 쉬워요.


  오늘 첫발을 뗍니다. 첫발을 떼니 두 발도 석 발도 뗄 만합니다. 함께 걸어가면서, 한결 느긋하면서 힘차게 걸어가면서, 어떤 몸으로도 어디에서나 기쁘게 웃음이 피어나는 살림이 되는 줄 알아보는 이야기로, 이제는 《명탐정 코난》을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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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모의 플래시백 2
우에시바 리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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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내리사랑 치사랑 다음에는



《오쿠모의 플래시백 2》

 우에시바 리이치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8.31.



  아이는 어머니를 얼마나 좋아할까요. 또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할까요. 어머니는 아이를 얼마나 아낄까요. 또 아버지는 아이를 얼마나 보살필까요. 어느 누구보다 좋아할 만한 어버이하고 아이 사이일는지 모릅니다. 멀리서 찾을 사랑이 아닌, 보금자리에서 늘 마주하면서 어우러지는 사랑일 수 있어요.



“굉장하다, 미노루! 어느새 엄마를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커버린 거야?” (18쪽)



  오늘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어느 쪽에서는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있으면서, 다른 쪽에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요. 우리가 이 땅에서 한삶만 누리지 않았다면, 태어나고 죽기를 숱하게 되풀이했다면, 오늘은 내가 어버이 자리에 있다지만, 어제는 내가 아이 자리에 있었겠지요. 서로 자리를 갈마들면서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이어왔는지 모릅니다. 그냥 하는 내리사랑 치사랑이란 말이 아닌, 오래도록 이어온 숨결을 그리는 내리사랑 치사랑일 수 있어요.



‘내가 어릴 때 그렇게나 엄마를 좋아했었나? 아버지의 기억은 자주 보면서, 왜 자기 기억은 안 떠오르는 거야?’ (29쪽)



  일찍 죽은 아버지가 ‘오늘 내 나이’였을 무렵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았는가를 문득문득 ‘오늘 머릿속으로 환하게 보는’ 아이가 있답니다. 이 아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오쿠모의 플래시백 2》(우에시바 리이치/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9)입니다. 아이로서는 무척 일찍 떠난 아버지여서 변변하게 섞인 말이 없다지만, 불쑥불쑥 번쩍하고 떠오르는 ‘아버지 예전 모습이자 삶이자 몸짓’을 느끼면서 ‘아,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그런 일을 겪으며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이때마다 아이가 물어요.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뭘 어쩌라고?’ 하고요. 그렇지요. 일찍 떠난 아버지가 살았던 모습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 모습이 생각나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둘은 핏줄이 하나인걸요. 같은 피가 흐르는걸요. 비록 이승하고 저승으로 갈렸어도 마음은 늘 하나로 만나는걸요.



‘정말로 관찰 때문에 입는 걸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것저것 입어 보는 게 즐거운 것 같은데.’ (64쪽)


“생일이라고 해서 굳이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그럴 수는 없지. 너랑 같이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얼마 안 있으면 못 할 텐데.” “어?” “지금까지는 둘이 서로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너도 곧 자기 생일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 아이랑 보내게 될 테니까. 엄마도 그랬는걸.” “엄마도?” (88∼89쪽)



  돌고도는 삶이기에 《오쿠모의 플래시백》에서 어머니하고 아이가 만나는 자리는 참으로 오래된 삶자리일 만합니다. 어제하고 닮았으나 오늘하고 똑같지는 않은, 어제하고 다르지만 오늘하고 맞물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하루입니다.


  더 생각해 본다면, 어제 내가 어머니요 네가 아이였든, 오늘 내가 아이요 그대가 어머니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아끼는 마음이라면 넉넉합니다. 돌보는 눈길이라면 따스합니다. 어루만지면서 달래는 손길이라면 반갑습니다.


  스스로 넉넉하기에 스스로 웃을 줄 알아요. 스스로 따스하기에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스스로 반갑게 맞이하고 노래하니 스스로 활짝 깨어나면서 눈부십니다.



“아까는 흙탕물 막아줘서 고마워. 미노루.” (128쪽)


‘모처럼 아침 차려 준 건데. 내가 너무 심했나. 돌아가면 엄마한테 사과해야지.’ (170쪽)



  어머니는 다르면서도 같은, 닮았으나 다른, 곁님하고 아이를 마주합니다. 아이는 아버지하고 다르면서도 같은, 닮았으나 다른, 이런 두 갈래가 섞인 눈빛으로 어머니를 마주합니다.


  우리 삶은 늘 새롭게 사랑인 줄 느끼도록 흐르지 않을까요. 우리 하루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줄 알아차리도록 피어나지 않을까요. 우리 오늘은 어제를 그리고 모레를 꿈꾸는 기쁜 춤짓이 되도록 찾아오지 않을까요.


  아이가 자랍니다. 어버이도 자랍니다. 아이가 노래합니다. 어버이도 노래합니다. 다같이 한마음으로 삶을 가꿉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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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30.


추레한 이들이 있습니다.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어요. 참 지저분하구나 싶은 이가 있네요. 이런 이들을 놓고 “도덕 불감증”이라고 하는데, 바른길을 못 느끼는 셈이겠지요. 참길에는 무딘 나머지 거짓길로 빠지는 차가운 몸짓이겠지요. 스스로 맑게 살아간다면 못 느낄 일이 없어요. 맑은 물에 떨어지는 티끌이라면 바로 드러나거든요. 맑은 물이라면 어떤 티끌도 말끔히 녹이거나 씻어서 달래겠지요. 이름있는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참으로 엉성하거나 엉망이곤 합니다. 이름없이, 또는 이름 안 쓰면서, 조용히 참길을 가기는 어려울까요. 우리 삶터에서 고요터는 어디일까요. 어쩌면 고요터란 없을까요. 모두 비운 터란, 지저분하거나 자잘한 것을 모두 비운 터란, 이리하여 아늑히 쉴 만한 터란 어디일까요. 이 땅에서 나고 자란다면 까만머리라지만, 노란머리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새로운 모습입니다. 사내라면 돌이답게, 가시내라면 순이스럽게 길을 열어요. 우리다우면서 사랑스러운 길이라면 끝장판 같은 다툼질이 아니겠지요. 돈깨비 힘깨비가 아닌, 웃음깨비나 노래깨비가 되어 따스한 빛을 고이 느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못 느끼다·무디다·무덤덤 ← 무감각, 불감증

차갑다·매몰차다·쌀쌀하다·서슬 ← 무자비

이름없다·이름 안 쓰다·이름 안 밝히다 ← 무기명

고요터·빈터·비움터·아늑터 ← 비무장지대, 디엠지(DMZ), 무풍지대, 무인지대

검은머리·까만머리 ← 흑발

노란머리·노랑머리 ← 금발

순이다움·순이스러움 ← 여성성, 여성적

돌이다움·돌이스러움 ← 남성성, 남성적

끝장다툼·끝장판·끝싸움·끝판다툼 ← 무한경쟁

깨비 ← 귀신, 유령, 요괴, 괴물,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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