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여행
이억배 지음 / 이야기꽃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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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4


《봄이의 여행》

 이억배

 이야기꽃

 2019.6.21.



  겨울 끝자락에 ‘잎샘바람·꽃샘바람’이 붑니다. 겨울 한복판보다 으스스하다 여길 만한 바람인데, 잎이며 꽃을 샘한다고 여길 수 있고, 잎이며 꽃이 한결 튼튼하며 곱도록 다스려 준다고 볼 수 있어요. 동백꽃은 찬바람을 머금으며 더 붉고, 갯기름나물은 찬바람을 마시며 더 푸르거든요. 꽁꽁 얼어붙은 나라는 어떻게 녹일 만할까요? 뛰어난 정치 우두머리가 나와야 할까요, 힘센 이웃나라가 거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들풀이 온들을 덮고 뭇나무가 온숲을 이루듯, 우리 스스로 푸나무처럼 싱그러운 마음으로 착하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으면 될까요? 《봄이의 여행》은 봄이란 아이가 온누리를 두 다리로 마실하는 꿈길을 그립니다. 아직 쇠가시울타리뿐 아니라 총칼이 무시무시하게 도사린 이 땅이지만, 모든 낡은 쇠붙이를 녹여서 호미에 꽹과리로 새로 벼리는 길을 들려줍니다. 이제 새길을 내야지 싶어요. 기찻길 찻길보다는 들길 숲길 오솔길을 내야지 싶습니다. 마음길 사랑길 꿈길을 노래길로 따사롭게 가야지 싶어요. 고요하면서 차분하게, 사람 곁에 숱한 풀꽃나무를 두어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그림결은 1980년대 첫무렵에서 멈춘 듯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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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나무 웅진 우리그림책 30
윤여림 글, 이갑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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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5


《장갑나무》

 윤여림 글

 이갑규 그림

 웅진주니어

 2014.12.15.



  심는 대로 자랍니다. 심지 않았으니 자라지 않습니다. 심기에 자라요. 시샘을 심은 자리에 시샘이, 미움을 심은 자리에 미움이, 짜증을 심은 자리에 짜증이 참말 무럭무럭 자라네요. 무엇을 심을까요? 노래를 심으면 노래가 자랄 테지요. 웃음을 심으니 웃음이 자라겠네요. 꿈이며 사랑을 심어 꿈이며 사랑이 자라고, 따사로운 손길을 심어 따사로운 손길이 자라요. 《장갑나무》는 장갑이 주렁주렁 맺힌 나무를 이야기합니다. 다만, 장갑이 열매로 맺히지는 않았어요. 할머니가 나무 한 그루에 이것도 달고 저것도 걸어서 숲에 사는 뭇이웃하고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머니는 무엇을 매달고 싶을까요? 숲이웃한테 이바지할 만한 여러 가지를 매달겠지요. 곰이며 새이며 풀벌레한테 돈은 쓸모없겠지요? 그렇지만 장갑은 퍽 쓸 만하다고 여기기에 장갑을 매달아 사이좋게 누립니다. 손에 끼며 놀 수 있고, 집으로 삼을 수 있고, 놀이터로 여겨도 되어요. 실로 뜬 장갑이라면 실을 풀어서 줄넘기를 하거나 길디긴 끈으로 쓸 만할 테지요. 심어서 가꾸며 열매를 얻는 나무에, 우리가 지은 살림을 넌지시 얹으며 기쁜 노래를 흩뿌리는 나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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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시관 히카루 6
고다 마모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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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59


《여검시관 히카루 6》

 고다 마모라

 장혜영 옮김

 서울문화사

 2001.3.26.



  숱한 사람이 살아갑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 저곳에 있는 사람, 이 꿈을 바라보는 사람, 저 수렁에서 헤매는 사람, 참으로 온갖 사람이 살아갑니다. 갖은 풀벌레가 나고 죽습니다. 때맞추어 튼튼하게 깨어난 벌레, 그만 다리 하나가 돋지 못한 벌레, 날개가 덜 자란 벌레, 참말로 갖가지 풀벌레가 나고 죽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늘 어떤 숨결로 동무를 만나고 집안을 다스릴까요. 풀밭에서 풀벌레는 겨울나기를 어떻게 하면서 봄맞이를 어떤 마음으로 하려나요. 《여검시관 히카루 6》을 읽으면 아직 앳되다고 할 가시내가 ‘주검을 칼로 째고 낱낱이 헤아리면서 왜 죽고 말았으며 언제 죽었고 어떻게 죽었나’를 알아보는 일을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주검살핌이’인 아이는 가만히 비손을 하면서 주검을 가릅니다. 넋이 떠난 빈몸에 남은 삶자국이 부디 찬찬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비록 빛나는 넋은 몸에서 떠나 주검이 되었지만, 이승을 아직 떠돌는지 모르는 빛줄기가 고이 저승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눈물 한 방울을 주검 살갗에 떨구면서 꿈을 그립니다. 슬픈 주검이 없기를, 아픈 몸이 없기를, 서로서로 아끼면서 보살피는 삶터가 되기를 빌어요. ㅅㄴㄹ



“매일매일 시신을 부검하는데, 그 중엔 불행한 시신도 있거든. 그럴 땐 냄새가 좀처럼 빠지질 않아. 오늘도 여기 오기 전에 부검을 하게 돼서……. 의사라고는 해도 이런 거야.” (22쪽)


“어서 죽으려고 했지만, 아야코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라, 죽으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 아야코와의 추억이 더 있을 것만 같아서 생각을 더듬느라,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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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일각 신장판 5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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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73


《메종 일각 5》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30.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알아주려나. 뭐, 어때,” (102쪽)


‘정말 그런 생각으로 준 건가? 그렇다는 건, 미안 코즈에. 나한텐 역시 그 사람밖에, 관리인밖에.’ (132쪽)


“아, 늘 하시겠네요.” “그렇진 않아요.” “왜 안 하세요?”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나니까.” (153쪽)



《메종 일각 5》(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을 읽는다. 여러 집이 얼크러진 보금자리는 날마다 새삼스레 놀이판이고, 이 놀이판을 둘러싸고서 바깥 두 사람이 새롭게 만난다. 어쩌면 ‘일각관’이란 지붕을 인 두 사람하고, ‘일각관 바깥’이란 지붕을 인 두 사람인 셈이리라. 그동안 멀거니 세모랑 세모로 이어진 네 사람이라면, 이제는 고스란히 네모사이가 된다. 앞으로 나아갈 길 하나가 열린 셈일까. 또는 네 사람이 더 옥신각신하면서 젊은 나날을 한껏 풋풋하게 누리는 길이 될까. 더 빠르게 맺고 끊을 수 있을 테지만, 이 젊은 나날을 더욱 푸르면서 재미나게 밀고 당기면서 노닥거려도 되겠지. 서둘러야 할 까닭이 없다.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어울리고, 즐겁게 얘기하다 보면 시나브로 다 다르면서 오붓한 새 보금자리가 태어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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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3.


《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글, 최측의농간, 2018.4.26.



바람은 우리가 속삭이는 말을 듣는다. 시샘하는 말도 듣고, 짜증내는 말도 들으며, 꿈꾸는 말이나 사랑하는 말도 듣는다. 바람은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골을 부릴까? 때로는 바람도 골질을 하겠지. 그러나 골질하는 바람보다는 사람들이 문득 내뱉는 숱한 말을 고스란히 사람한테 돌려주지 싶다. 이를테면 덥다는 타령을 하니 무더위를, 춥다고 노래를 하니 추위를, 비를 싫어하니 함박비를, 이 땅을 더럽히니까 망가뜨리니 무시무시한 벼락이며 돌개바람을 주는구나 싶다. 《박서원 시전집》을 읽는다. 단출하게 나온 이녁 시집을 읽은 뒤에 두툼한 시전집은 한동안 책상맡에 모셔 놓았는데 마침 떠올랐다. 1990년대를 가로지르는 다부진 말이요 넋이며 숨이로구나 싶다. 어쩌면 2020년대하고는 살짝 틀어지는 말일 수 있을 텐데, 요즘 나도는 숱한 ‘젊은 시집’을 헤아린다면 박서원 님이 마지막 숨을 그러모아 새긴 이 시전집에 댈 만하지 못하리라 본다. 그저 삶을 말하기에 시가 된다. 그저 사랑을 읊기에 시가 된다. 그저 하루를, 꿈을, 멍울을, 눈물을, 웃음을 차근차근 짚어내기에 시가 된다. 시쓰기란 치레질이 아니다. 시쓰기란 자랑질도 아니다. 시가 아닌 치레질이나 자랑질이 넘치는 요즈막 숱한 시집에 진절머리가 났는데, 좀 풀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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