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09


《スポツの施設と用具》

 東次右衛門 글

 旺文社

 1950.10.30.



지난 2007년에 저로서는 텃마을인 인천으로 돌아가서 서재도서관을 열었는데요, 이때에나 예전에나 요즈음에나 인천을 비롯한 나라 곳곳에서는 오랜마을을 하루 빨리 허물어 높다란 시멘트 아파트로 바꾸는 짓을 끝없이 일삼습니다. 한 사람이 사랑을 담아 지은 집은 백 해뿐 아니라 이백 해나 삼백 해는 거뜬히 갑니다. 장삿속이나 돈벌이로 올리는 시멘트 아파트는 고작 서른 해도 못 버티기 일쑤입니다. 시멘트 아파트를 허물자면 쓰레기가 엄청나지요. 사랑으로 지은 오랜마을 살림집은 나무나 흙이나 돌 모두 되살릴 수 있어요. 그나저나 인천은 한국에서 처음 닦은 야구장을 2008년에 가뿐하게 헐었습니다. 그 터에 축구장을 새로 지었지요. 이러면서 몇 해 앞서부터 ‘류현진 길’이니 뭐니 시끄럽습니다. 웃기지요. ‘처음’인 집이며 경기장이며 시설이 잔뜩 있던 인천인데 거의 몽땅 쓸어냈거든요. 《スポツの施設と用具》는 1950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매우 정갈합니다. 운동경기장을 어떻게 짓는가를 꼼꼼히 다룹니다. 일본이란 나라가 처음부터 빈틈없거나 꼼꼼하지는 않았다고 느껴요. 모두 스스로 애쓰고 아끼고 가꾸고 돌보면서 오늘에 이르렀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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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08


《직장훈련교재》

 부산시

 1970년대?



1970년대 첫무렵에 부산시에서 내놓았지 싶은 《직장훈련교재》를 보면서 그 뒤 쉰 해쯤 지난 요즈막 온나라 벼슬아치는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벼슬아치 자리에 서는 모든 이가 엉터리이거나 바보스럽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엉터리나 바보가 되어 벼슬힘을 부린다든지 뒷돈을 챙기는 이가 꽤 보일 뿐입니다. 스스로 슬기롭게 일하면서 마을살림을 넉넉히 가꾸는 길은 멀리하면서, 자리를 건사하거나 쇠밥그릇을 움켜쥐려는 이가 자꾸 보일 뿐이에요. 높은벼슬이건 낮은벼슬이건 매한가지예요. 왜 심부름꾼이 아닌 벼슬지기가 되려 하고, 감투놀음을 할까요? 오직 돈하고 힘 이 두 가지를 두고두고 거머쥐려는 뜻으로 벼슬자리를 노리고 감투다툼을 한다면 삶이 즐거울까요? ㅅㄴㄹ


…… 이 책자는 단순한 외식금지, 출퇴근엄수, 무단이석금지, 당직철저 등의 외형적 복무자세확립을 위해 쓰여진 목적보다, 조국근대화는 결코 물질의 재건만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인 정신의 재건이 앞서야 한다는 과제를 다루는 것이 목적이므로, 직장훈련담당관 역시 이 점을 직시하고, 공무원의 보다 철저한 정신의 재건과 윤리관확립에 성실한 노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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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5. 모심글


어릴 적에는 ‘초청장·초대장’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나이가 제법 들어서도 이런 말씨는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누구를 부르고 싶기에 이런 글월을 주고받는구나 하고만 생각했어요. 이러다가 “모십니다”라든지 “모시는 말씀”이라 적은 초청장이나 초대장을 보았고 ‘모심글’ 같은 이름을 새로 쓸 만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말일 만해요. 그러나 첫글 하나가 놀라운 씨앗 구실을 합니다. 짤막짤막 흐르는 말씨가 너른 숲이 됩니다. 드문드문 오가던 말씨가 우거진 풀빛물결이 돼요. 널뛰는 마음을 다스립니다. 차분히 가라앉도록 달랩니다. 우리 마음도, 온누리를 덮는 날씨도, 마구마구 흐르기보다는 찬찬히 철빛이 흐르기를 바랍니다. 온터에 아름다운 빛이 흩뿌리기를 바라요. 온나라에 따사로운 눈빛이며 손길이 번지기를 바라고요. 뒤에서 쑥덕거리지 않기를 바라지요. 몇몇이 몰래 일으키는 일이 아닌, 시원스레 트인 자리에서 너나없이 어우러지면서 슬기롭게 하루를 지으면서 일하고 놀고 쉬고 잔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리하여 사랑님을 부르는 글을 쓰고, 사랑벗을 모시려는 글월을 적습니다. ㅅㄴㄹ


모심글·모심글월·부름글·부름종이 ← 초대장, 초청장

밑글·첫글·애벌글 ← 초고(草稿)

깜빡깜빡·드문드문·짤막짤막·자꾸·틈틈이 ← 단속적

널뜀질·널뛰기 ← 조울, 조울증

바뀐날씨·궂은날씨·얄궂날씨·막날씨·널뜀날씨 ← 이상기후, 기후변동

온터·온땅·온누리·온나라 ← 세계, 세계적, 천지, 세상, 우주, 글로벌, 범세계, 범사회, 국민적, 전국

쑥덕질·몰래 만나다·몰래 사귀다 ← 밀회, 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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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4. 뜬널


좀 차갑거나 쌀쌀맞다 싶은 사람은 무뚝뚝하지요. 무뚝뚝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못 느낀다 싶은 사람은 무덤덤해요. 무디어요. 무덤덤하기에 제아무리 높다란 곳에 매단 뜬널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나요. 무섭다는 마음이 아니기에 하늘널을 척척 오가면서 일할 수 있으려나요. 다른 것이 없던 곳에 새롭게 세웁니다. 뚝딱거리기도 하고, 옮기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짓습니다. 이처럼 짓는 터전에는 씩씩한 숨결이 흐릅니다. 어제는 불꽃튀는 판이었다면, 오늘은 툭탁거리는 마당일 수 있고, 모레에는 티격태격할는지 몰라요. 맞서면서 자라고, 부딪히면서 큽니다. 하나하나 마주하는 동안 두 마음이 만나니 넌지시 얼크러집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새삼스레 말을 섞어요. 영 생각한 적이 없으니 뜬금없거나 우스꽝스러울 수 있어요. 익삭판이 벌어집니다. 우스우니 함께 웃으면서 넘어가요. 가볍게 웃습니다. 바람처럼 웃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잎망울처럼 웃습니다. 짧던 해는 차츰 길어지고, 한겨울에는 토막틈에 겨우 해바라기를 하며 빨래를 널었다면 봄이 가까울수록 느긋하게 햇볕을 쬐며 쉽니다. 그리고 새로운 철에 할 일을 하나하나 가다듬어요. ㅅㄴㄹ


못 느끼다·무디다·무덤덤하다·덤덤하다 ← 불감, 불감증, 무감, 무감각

뜬널·하늘널 ← 비계(飛階), 고공가설물

짓는곳·짓는터·지음터 ← 공사장, 작업실, 창작실, 공방(工房)

다투다·싸우다·치고받다·툭탁거리다·티격태격·불꽃튀다·힘겨루기·부딪히다·맞서다 ← 공방전, 공방(攻防)

얼크러지다 ← 연관, 연루, 상관, 관계, 관련, 혼란, 혼선, 복잡, 융합, 조화, 조응, 궁합, 상대, 교류, 교제, 존재

토막판·토막마당·우스개·익살·우스꽝스럽다 ← 촌극(寸劇)

짧다·토막틈·빈틈·틈·틈새 ← 촌극(寸隙), 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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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3. 두루말


곱게 쓴 마음을 담아서 건네기에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요. 그 마음을 오래도록 이곳에 갈무리하면서 늘 되새기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문득 생각해요. 오래 간직하고 싶기에 ‘오래간직’이요, 오래 두고 싶으니 ‘오래두기’이며, 오래오래 갈무리하려니 ‘오래갈무리’입니다. 새로 쓰는 책이며 글을 놓고서 숱하게 손질을 합니다. 애벌로 마무리를 하고서 두벌 석벌 넉벌 자꾸자꾸 손질해요. 바야흐로 마감을 해야 할 적에는 ‘끝손질’을 합니다. 애벌로 척척 끝내도 좋겠지요. 애벌글을 또 손질하고 다시 손질하는 일이란 좀 바보스럽거나 멍청해 보일 만합니다. 그렇지만 제살깎기가 아닌 두루두루 피어날 꽃처럼 가다듬는 몸짓이라고 여겨요. 두루말처럼 두루책이 되고 두루사랑이 되려 합니다. 척척이는 못 되어도 억척돌이로 간달까요. 멀어 보이는, 까마득하거나 아득해 보이는 길이어도 아무 틀을 세우지 않고 나아간달까요. 첫술에 배부르기보다는 맛보기를 차리면서 하나씩 해봅니다. 울타리를 허물고 좁다란 곳에서 헤어나려고 악착같이 힘을 냅니다. 두 판 넘어지면 세 판째 일어서도, 열 판 넘어지면 열한 판째 일어섭니다. ㅅㄴㄹ


오래간직·오래두다·오래갈무리 ← 영구보존

끝손질·끝갈무리·마감손질 ← 최종점검

제살깎기·멍청짓·바보짓·스스로죽기 ← 자기비하, 자학

두루말 ← 표준어

척척이·억척이 ← 슈퍼맨, 슈퍼우먼

멀다·까마득하다·아득하다·동떨어지다·떨어지다·남남·다르다 ← 거리감, 별개

틀·그림틀·판·우리·울타리·좁은곳 ← 액자

해본책·맛보기·맛보기책 ← 더미북,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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