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12.


《저어새는 왜?》

 김대규 글·그림, 이야기꽃, 2018.11.30.



비가 온다. 비를 맞는다. 섬돌에 앉아 비를 긋던 고양이가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한다. 몸이 큰 고양이는 비가 그친 뒤에 사냥을 한다. 오늘은 어느 새를 잡았나. 깃털이 수북하게 흩어졌다. 몸이 작은 고양이는 사냥을 못했구나 싶다. 몸이 작은 고양이도 부디 사냥을 잘 해내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작은 고양이한테는 따로 먹이를 나누어 준다. 큰 고양이는 작은 고양이만 얻어먹는 모습을 얌전히 지켜본다. 겨울을 녹이는 비가 오는 동안 하늘은 한결 파랗게 개고, 숲은 더욱 푸르게 열리며, 나무마다 잎망울하고 꽃망울이 터질 듯 부푼다. 새로운 철에 거의 이르렀다. 바람결도 거의 돌아섰다. 《저어새는 왜?》를 읽었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은 듯한데, 딱히 더 들추지는 않는다. 그럴 만하지 싶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저어새 날갯짓이며 춤짓이며 노래를 더 만나고 싶은데, 잇솔을 들고 갖은 공장이며 아파트이며 이런 데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꽤 기니까. 책끝에 붙인 글밥은 어린이 눈높이하고 많이 안 맞는다. 쉽고 부드러운 말씨로 풀이말을 붙이면 더 나을 텐데. 딱딱한 어른들 인문책 말씨는 안 어울린다. 그러나 무겁지 않게 저어새 둥지 이야기를 풀어낸 대목은 우리네 그림책이 한 걸음씩 거듭난다는 빛줄기를 보여줄 테지.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도서관


 보는구나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2.2.)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보는 사람한테는 눈이 있어요. 몸에 달린 눈 말고 마음에 흐르는 눈 말이지요. 보지 않거나 못 보는 사람한테는 눈이 없어요. 몸에 달린 눈은 있되 마음을 밝히는 눈은 감거나 잊어버렸지요. 어린이를 몸뚱이로 바라보거나 읽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어린이를 마음빛으로 마주하거나 읽는 어른이 부쩍 줄었지만, 나라 곳곳에 아직 제법 있습니다. 스스로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되려고 하던 이들은 어린이를 볼 줄 몰랐어요. 감투질에 사로잡힌 이들은 철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렇다면 오늘 저는 이곳에서 어던 숲을 노래하는 어른이 되고 싶은 셈일까요. 바로 마음눈을 뜨면서 마음빛을 나누는 어른입니다. 마음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사랑하며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숲지기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4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자유문학사

 1989.1.20.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헌책집이란 곳은 “새빛이 되려고 기다리는 책이 가득한 보금터”라고 느꼈다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가득한 여러 헌책집을 날마다 다닐 적에는 책집단골인 할배들이 “모름지기 책을 골고루 깊으면서 넓게 알려면 새책만 봐서는 안 되고 반드시 헌책을 같이 보아야 하느니라” 하고 일러 주었습니다. 책집단골인 할배들은 한문·영어·일본말은 쉽게 하고 몇 가지 다른 외국말까지 곧잘 하셨는데 “자네들은 새로 나왔다는 책이 막상 예전에 다 나왔던 책이고, 옛날에 나온 헌책이 바탕이 되어야 새책이 나올 수 있는 줄 아는가?” 하고도 짚어 주었습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처음 나온 뒤, 마광수 님이 법정에 설 무렵, 그리고 숨을 거둔 뒤 난데없이 비싼값이 붙었지만, 세 고비를 빼고는 헌책집에서 버려지다시피 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이 책이 궁금해서 어느 날 폈더니 “어떤가? 대단하지 않나? 너무 일찍 태어난 천재야.” 하는 말을 책집단골 할배가 속삭이고 지나갑니다. 굴레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눈부시게 피어날 사랑을, 남녀라는 틀 없이 사람이라는 길을 담은 책은 언제쯤 고갱이대로 읽힐 만할까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3


《허웅 아기》

 편집부 글

 김윤식 그림

 조약돌

 1984.10.5.



저는 국민학교를 다니던 무렵(1982∼1987) 그림책을 만난 일이 없습니다. 중·고등학교에 들고서는 그림책을 쳐다볼 틈이나 생각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갔다가 터무니없는 노닥판인 대학교를 그만두려고 군대를 일찍 갔고, 군대를 마치고 신문을 돌리면서 구내서점하고 대학도서관에서 곁일을 하는데, 1998년에 이르러서야 ‘그림책’을 이곳에서 처음 만났어요. 아름다운 책을 스물이 넘을 때까지 못 만났으니 둘레 어른이 참으로 너무했다 싶으나, 그림책을 보고 자란 제 또래는 여태 딱 한 사람만 보았습니다. 진주에 있는 헌책집에서 ‘만화로 보는 제주도 전설 제1집’이란 이름이 붙은 《허웅 아기》를 만나며 오래오래 쓰다듬었습니다. 제 또래 제주사람 가운데 제주 옛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펼친 이가 몇몇 있을 테지요? 그림책은 못 만났어도 만화책은 실컷 만난 어린 날인데요, 제가 나고 자란 인천이란 고장을 다룬 이야기책은 하나도 못 보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를 지나가는 요즈음에는 고장마다 스스로 이야기꽃을 피우려는 손길이 곳곳에서 일어나지 싶어요. 이제부터라도 새 책꽃 말꽃 삶꽃 노래꽃이 핀다면 무척 반갑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2


《어린이를 위한 미국 여행기》

 김기서 글

 학문사

 1957.5.15.



1957년에 서울 남산국민학교 교장이던 어느 분은 미국이란 나라를 다녀옵니다. 이른바 ‘선진 문화·교육 시찰’입니다. 해방을 맞이한 뒤에 큰싸움을 치러야 한 이 나라는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세워야 했습니다. 그때까지 버티던 위아래 틀이라든지, 군홧발이라든지, 아들먼저 같은, 모든 낡은 길은 잿더미에 두고서 아름나라로 나아가는 길을 닦을 만했어요. 이때에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덴마크를 매우 높이 여겼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미국 여행기》는 문명·물질·기계가 반짝거리면서 춤추는 미국을 이 나라 어린이한테 보여주면서 ‘미국 꿈(아메리칸 드림)’을 꾸도록 꾀한 숱한 책이나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오면서 그곳 살림길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흐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길어올릴 살림빛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제까지 무엇을 배웠고, 어떤 삶길이며 삶빛을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로짓도록 북돋우나요. 문명·물질·기계가 아닌, 삶·사랑·숲을 이웃나라에서 배우고 우리 옛살림에서 되찾는 어진 길잡이는 얼마나 있을까요. 먼발치 꽃도 고울 테지만, 마당 들꽃도 곱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