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0


《活動하는 얼굴》

 최민식

 삼성출판사

 1973.1.22.



  저는 최민식 님이 찍은 사진을 썩 안 좋아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둘레에서는 “우리 사회 서민과 가난한 사람과 밑바닥 사람을 사진으로 담은 훌륭한 어른 아니냐?” 하고 따집니다만, 최민식 님은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밑바닥 사람을 찍은 사진가’라기보다 ‘사람 얼굴을 찍은 사진가’라 느낍니다. 이 가운데 ‘돈·이름·힘 있는 사람 얼굴을 멋스러이 찍은 사진가’이기도 해요. 《活動하는 얼굴》이 이런 자취를 잘 보여줘요. 그렇다고 최민식 님 사진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에요. 저는 이런 사진을 안 좋아할 뿐이고, 이런 사진을 안 찍을 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면 ‘스스로 선 삶자리에서 이웃을 사랑으로 찍는 사진’일 뿐입니다. 누구는 가멸찬 집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골목집에서 태어나겠지요. 가멸찬 집에서 내려다보듯 골목사람을 찍는다면? 골목집에서 태어나 가멸찬 집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거나 미워하며 찍는다면? 둘 모두 싫어요. 어느 집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든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사랑하는 따사로운 손길로 다가서서 환한 눈빛으로 담으면 될 노릇이지 싶어요. 최민식 님은 ‘살림하는 손길·눈빛’은 아니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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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9


《普通 朝鮮語讀本 卷三》

 조선총독부 엮음

 조선서적인쇄주식회사

 1932.2.17./1937.1.10.고침



  조선총독부라는 곳이 일제강점기에 이 나라를 억누르면서 일본말이랑 일본글을 쓰도록 내민 줄은 으레 들었어도, 막상 조선총독부가 어떤 교과서를 내놓고, 어떻게 하루를 이끌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어요. ‘황민화 교육’이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제대로 알도록 가르치지는 않은 셈이랄까요. 한국말사전을 쓰는 길을 걸으며 ‘조선총독부 조선말 교과서’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 교과서를 만날 길도, 보여주는 데도, 속살을 찾아볼 만한 데도 없었는데, 한국에는 헌책집이 있고, 바로 헌책집 책시렁 한켠에서 해묵은 《普通 朝鮮語讀本 卷三》을 만났어요.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이 교과서를 장만하고는 곰곰이 읽었어요. 제법 잘 짰구나 싶으면서 무섭네 싶었지요. ‘제법 잘 짰구나’는 ‘아이가 말글을 익히는 틀’을 잘 파헤쳤다는 뜻이면서, 말글을 바탕으로 ‘조선사람 아닌 일본사람 되기’를 어떻게 꾀하면 어린이가 홀랑 넘어가는가를 조선총독부가 꿰뚫었다는 소리입니다. 식민지나 독재란 군홧발만 있지 않아요. 학교·책·문화·역사·종교·과학·행정 모든 곳을 샅샅이 아울러 그야말로 종살이에 빠지도록 하더군요. 아프지만 되새길 책자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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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8


《분교마을 아이들》

 오승강

 인간사

 1984.5.5.



  우리 아버지는 ‘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습니다. 신춘문예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해마다 글을 내신 줄 아는데, 어느 해에 동시로 ‘중앙일보’에서 뽑혔습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 동시가 동시스러운지 재미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삶하고 매우 동떨어진 글이라고 느꼈어요. 우리 아버지가 글꽃을 이룬 일은 놀랍고 기쁘지만, 부디 어린이 삶이며 사랑을 살갗으로 와닿도록 살림자리에서 길어올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설거지도 못하고 라면도 끓일 줄 모르며 중국집에 전화로 짜장국수 시키는 길도 모르던 아버지한테 ‘삶에서 길어올린 동시’를 바라기는 어려웠겠지 싶어요. ‘멧골 국민학교 분교 교사’로 일한 오승강이란 분은 이녁 텃마을인 경북 영양에서 그 고장 아이들한테 기운을 북돋울 뿐 아니라, 멧골숲이 얼마나 포근한 품인가를 동시로 밝혔습니다. 이 열매가 《분교마을 아이들》로 태어났습니다. 이 동시꾸러미는 신춘문예하고는 매우 멀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동시꾸러미를 읽으며 뭉클했고, 눈물하고 웃음을 배웠으며, ‘동시 쓰는 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만났습니다. 멋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일 적에 동시가 자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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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저씨와 벤치 크레용 그림책 27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다 후미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4


《공원 아저씨와 벤치》

 다케시다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7.10.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농약이나 비료를 담은 비닐자루뿐 아니라 세제를 담은 플라스틱까지 한꺼번에 모아서 태우곤 합니다. 군청에서 비닐·플라스틱·호일 들을 마을 어귀에 모아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좀처럼 안 달라집니다. 큰고장에 마실을 가 보면 쓰레기를 모으는 자리가 깨끗한 데를 거의 못 봅니다. 쓰레기자루에 안 담고 내놓는 사람도이 많구나 싶지만, 지나가며 아무 쓰레기나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이 많아요. 기차를 기다리는 맞이칸에서 커피를 쏟고는 조용히 달아나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버리는 손’이기만 할 적에는 ‘치우는 손’을 등돌려 버릴까요? 치우는 손인 분은 모두 우리 이웃이요 동무이며, 우리 스스로일 수 있는걸요. 《공원 아저씨와 벤치》를 한 쪽 두 쪽 펴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을쉼터를 정갈히 다스리는 아저씨는 차근차근 즐겁게 치우고 쓸고 닦고 갈무리를 합니다. 누가 놓고 간 책이나 살림을 보면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쓸고 닦는 일꾼’을 보면 얌전히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했더군요. 아름다운 깨끗님이자 살림님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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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는 왜?
김대규 지음 / 이야기꽃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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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3


《저어새는 왜?》

 김대규

 이야기꽃

 2018.11.30.



  고흥군청은 입으로 “하늘이 내린 땅”이란 이름을 내세워 고흥이 매우 깨끗하며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몸으로는 “개발 안 된 곳을 막삽질로 밀어붙이는 짓”을 끝없이 벌입니다. 고흥은 밤에 별 보기에 훌륭하고, 낮에 하늘 보기에 대단하지만, 그 아름다운 하늘을 건사할 길을 안 헤아리는 막짓이 끊이지 않아 반딧불이랑 제비가 부쩍 줄었고 하늘이 차츰 뿌연 빛깔로 됩니다. 서울 하늘에 대면 어마어마하게 깨끗하나, 제가 고흥에 처음 깃든 2011년에 우리 마을에 찾아온 제비가 쉰 마리가 넘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네 마리였어요. 새가 살기 힘들면 사람도 살기 벅찬 줄을 잊더군요. 《저어새는 왜?》는 인천 바닷가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어새는 왜 그 막다른 쓰레기터에 둥지를 틀까요? 저어새로서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그곳이 보금터였거든요. 영종섬·용유섬을 메워 공항으로 때려짓기 앞서, 인천 갯벌에 찾아든 철새가 엄청났는데, 이를 떠올릴 분이 남았을까요? 다들 ‘사람 먼저·돈 먼저’를 외치더군요. 이제 ‘숲이랑·사랑으로’로 돌아설 수 있을까요? ‘옛날 인천 갯벌’ 모습도 그림책에 담으면 어떠했을까 싶어 아쉬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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