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9. 구슬꽃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몸이 달라요. 목소리랑 낯빛이랑 눈빛이 다릅니다. 우리는 다 같은 사람입니다. 마음이 같고, 사랑이 같으며, 숨결이 같아요. 겉보기로는 다르고, 갈리며, 낯설다가, 동떨어지지만, 속내를 살피면 벌어지거나 엇나가지 않아요. 몸을 가꾸듯 마음을 가다듬는다면 언제나 빛나는 사랑이 되리라 느껴요. 확 뜯어고치지 않아도 돼요. 차근차근 손보면 되어요. 조금씩 손질하면서 우리 손길을 바꿀 만해요. 어제를 되새기면서 오늘을 새로하는 걸음이랄까요. 우리 눈망울은 구슬같습니다. 새벽에 돋는 이슬도 구슬같아요. 구슬도 이슬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슬기로운 마음이란 구슬답거나 이슬같은 빛이 아닐까요. 티없이 동그란 구슬을 엮어 구슬꽃이 태어납니다. 손톱에 물을 곱게 들일 적에는 손톱꽃이 될 테지요. 글을 쓴다면 글꽃이 되네요. 말을 한다면 말꽃이 되어요. 살림을 하니 살림꽃이고, 노래를 불러 노래꽃입니다. 곱게 빛나는 마음이니 늘 꽃이에요. 즐겁게 빛나는 이 마음으로 얼음 한 조각 먹어 볼까요. 고물을 얹은 얼음을 먹어요. 밥으로 삼아 얼음을 누려요. 시원하게 상큼하게 후련하게 한 그릇 뚝딱 비웁니다. ㅅㄴㄹ


갈리다·낯설다·다르다·동떨어지다·벌어지다·엇나가다·틈·틈새 ← 이질적

가다듬다·다듬다·뜯어고치다·고치다·갈다·손보다·손질하다·바꾸다·새로하다·달리하다 ← 개량, 개선

구슬 ← 진주(眞珠), 보석, 유리알, 환(丸), 비즈(beads)

구슬꽃·구슬살림 ← 비즈공예, 비즈아트

손톱물 ← 매니큐어

손톱꽃·손톱살림 ← 네일아트

얼음·얼음고물·얼음밥·얼음보숭이 ← 빙수,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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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타카코 씨 4
신큐 치에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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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콕콕 콩콩 찾아드는 노랫소리



《행복한 타카코 씨 4》

 신큐 치에

 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8.12.15.



  겨울에 매우 포근한 고장에서 살면 함박눈뿐 아니라 싸락눈을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겨울에 더없이 포근한 고장에서 살면 잎눈이나 꽃눈을 수두룩하게 만날 뿐 아니라, 아직 겨울바람이 가시지 않을 무렵에도 꽃내음을 맡기 좋아요.


  어느 쪽이 더 낫거나 좋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온누리를 하얗게 덮는 하늘눈도 좋고, 푸나무에서 피어나려는 풀눈·나무눈도 좋거든요.



“자신감을 갖고 언제든지 관둘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 타카코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었더니 결심이 굳어졌어.” 마음을 달래 주는 건, 언제나 누군가의 숨결. (120쪽)



  지난겨울에는 고흥이란 고장에서 하늘눈을 하루도 만나지 못했는데, 밤새 매우 고요했어요. 왜 이렇게 고요한가 싶어 새벽에 마당을 내다보았더니, 어라 흰눈이 마당을 가볍게 덮었군요. 해가 들면 모두 녹을 듯했고, 참말로 아침이 되자마자 흰눈은 녹습니다. 그러나 낮에도 저녁에도 눈발은 이어가더군요. 비록 고흥이란 고장에서는 저녁에 날리는 눈발도 바로바로 녹습니다만, 아이들은 하루 내내 오랜만에 눈을 구경할 수 있어서 손이며 볼이며 몸이 얼도록 눈놀이를 즐깁니다.


  그래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고요합니다. 눈은 온누리를 하얗게 덮을 뿐 아니라, 온갖 소리도 차분히 잠재워요. 새롭게 피어날 철을 그리면서 하얀 이불이 된달까요. 깊이깊이 꿈을 꾸라는 뜻으로 소리를 다독인달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든 내색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인 건 멋진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불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더 힘들지 않아?” (115쪽)



  2018년에 세걸음이 나오고 2020년에 드디어 네걸음이 나온 《행복한 타카코 씨 4》(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입니다. 썩 널리 읽히거나 사랑받지는 못하는구나 싶은데요, 이 만화를 그린 분이 선보인 다른 만화 《와카코와 술》은 퍽 읽히고 사랑받는구나 싶은데요, 저는 ‘혼술놀이’를 즐기는 이야기보다 ‘소리놀이’를 누리는 이야기가 어쩐지 끌립니다.


  숲에서라면 숲이 들려주는 소리를 노래로 맞아들이고, 서울에서라면 서울에 퍼지는 소리를 노래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야기가 감도는 《행복한 타카코 씨》예요. 서울(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살며 갖가지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는 타카코 아가씨인데, ‘다른 사람은 시끌벅적하다’고 여겨도, 타카코 아가씨는 ‘사람이 저마다 다른 살림자리를 가꾸면서 살아가는 소리, 사랑하는 소리, 생각하는 소리’라고 여깁니다.


  소리에 깃든 마음을 읽는다고 할 만해요. 소리에 담는 생각을 느낀다고 할 만하지요. 소리로 나누려는 사랑을 헤아린다고 할 만하고요.



‘어째서인지 웃음이 나온다. 그 정체는 밝은 웃음소리가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것처럼,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똑같은 힘이 있어. 어른은 도저히 불가능한, 있는 힘껏 드러내는 공포나 아픔, 악에 받친 응석.’ (68∼69쪽)



  우리 입에서는 어떤 말소리가 흐르나요. 우리 눈은 어떤 말소리를 알아보는가요. 우리 손으로는 어떤 소리를 짓는가요. 연필을 사각이는 소리인가요. 눈밭을 사그락사그락 밟는 소리인가요. 농약을 피이이 뿌리는 소리인가요, 들풀 곁에 쪼그려앉아 잎줄기를 톡톡 훑는 소리인가요.


  아이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넘기는 소리인가요, 악을 쓰면서 치고받는 소리인가요. 콩콩 폴짝폴짝 사뿐사뿐 날아가듯 걷는 소리인가요, 쿵쿵 씩씩 흥흥 골을 부리는 소리인가요.


  통통 톡톡 도마를 두들기는 칼놀림이 노래가 되는 소리인가요, 쾅쾅 퍽퍽 도마를 내리찍는 칼부림이 짜증스럽거나 지겨운 소리인가요. 우리는 늘 소리를 내지만, 언제나 우리 마음결에 맞추어 다 다른 소리가 되어요.



‘들려오는 소리로는 느낄 수 없었다. 직접 보고 처음으로 알게 된 서글픔. 분명 그곳에는 나의 상상이 미치지 못한 사정이 있었을 터. 지레짐작은 하지 말자고 맹세한 아침 풍경이었다.’ (40쪽)



  한국말로 옮긴 이름은 《행복한 타카코 씨》입니다만, 일본책에는 “타카코 상”이란 수수한 이름입니다. 타카코 아가씨는 소리에서 즐거운 빛도 서운한 빛도 느끼고, 반가운 빛도 아쉬운 빛도 느껴요.

  가만 보면 그렇지요. 우리 귀는 ‘소리라고 하는 빛’을 받아들이는 곳이지 싶어요. 살갗이나 눈이나 코는 ‘소리라고 하는 결’을 새삼스레 느끼는 곳이지 싶고요.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란 무엇일까요? 키득키득하는 소리란 즐거운 웃음인가요, 놀리는 웃음인가요. 킬킬대는 소리란 좋아 죽겠다는 웃음인가요, 비웃으려는 몸짓인가요.


  얼핏 듣는 소리는 같을는지 몰라도, 소릿값만 같을 뿐 마음빛은 달라요. 글로 옮기는 소리마디는 같아 보일는지 몰라도, 글씨만 같을 뿐 마음차림은 다르지요.



눈에 보이는 리액션이 똑같으면 왠지 안심이 돼. 이 사회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 그러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30쪽)


설령 결과적으로 어지럽힌 것이 될지라도, 평소의 사소한 행동이 이렇게나 그 사람의 인상을 좋게 만든다. 이러한 소소한 것들이 쌓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10쪽)



  어버이나 어른 자리에 있는 분들이 그리 살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 어린이나 푸름이는 어떻게 마주하면 즐거울까요? ‘즐거울까?’라는 대목을 헤아려 봐요. 똑같이 받아치는 싸움판이 아닌, 누가 더 낫거나 뛰어나다는 다툼판이 아닌, 서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즐거운 놀이판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눈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비오는 소리에 발장단을 맞추어 춤을 추어 볼까요? 꽃이 지는 소리에, 또 꽃이 피는 소리에, 잎이 지는 소리에, 또 잎이 돋는 소리에, 하나하나 우리 마음을 바람에 실어서 띄워 볼까요?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수다잔치가 벌어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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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2


《포장마차》

 이상무

 자유시대사

 1988.3.1.



  포장마차에서 곁밥도 없이 소주 한 잔 마시는 살림이면서 골프를 하며 느긋하게 노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있을 수 있겠지요. 만화를 그린 이상무 님은 전두환 군사독재가 춤추던 무렵 잡지 〈만화광장〉에 싣던 토막만화를 그러모아서 1988년에 《포장마차》란 이름으로 내놓습니다. 이러다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골프 만화를 선보였고, 2011년에는 조갑제란 이가 쓴 글을 바탕으로 《만화 박정희》를 그렸습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상무 님 스스로 그린 《포장마차》에 나오는 ‘투사’를 등치려던 일제강점기 앞잡이라든지, 투사인 할아버지를 속인 손녀라든지, ‘복서’가 앞뒤 다른 말이랑 몸짓으로 포장마차 일꾼 마음에 칼을 꽂은 일이라든지, 얼마든지 ‘돈·이름·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얼빠진 끄나풀이 되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포장마차》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는 ‘끄나불’입니다. 스스로 오롯이 서지 않으면 앞잡이가 되고 말아요. 스스로 수수한 이웃하고 어울리지 않으니 ‘박정희 끄나풀’이 되어 삶하고 동떨어지고, 어느덧 만화님 스스로 꽃길을 어지럽히는 걸음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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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1


《한글농업용어집》

 허성득 엮음

 한글학회 감수

 농촌진흥청

 1971.1.20.



  오늘 우리는 ‘농업·농사’라는 한자말을 씁니다만, 이런 한자말을 쓰면서 땅을 부친 사람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벼슬아치나 먹물은 ‘농가월령가’란 이름을 붙이며 글을 썼으나, 흙지기는 흙을 만지는 흙말로 ‘노래’를 불렀어요. 굳이 ‘흙노래·숲노래·땅노래·들노래·철노래·일노래’라 하지 않았습니다. 노래일 뿐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이 나라 곳곳에 퍼졌어요. 흙짓기를 하는 살림자리에도 일본 한자말이 마구 퍼졌지요. ‘농협’이란 곳에서 쓰는 말씨는 거의 다 일본 한자말이요 ‘일본 농업용어’입니다. 막상 시골 흙지기가 안 쓰는 ‘일본 농업용어’는 1945년에 해방이 되고도 도무지 바뀔 낌새가 없었는데요, 농협 벼슬아치가 되는 이들은 흙을 안 만지고 논밭을 안 일군 채 대학생이 되어 공무원으로 뽑혀서 일하니, 흙말도 숲말도 들말도 시골말도 몰랐어요. 1971년에 이르러서야 농촌진흥청에서 《한글농업용어집》을 펴냅니다. 한글학회가 이바지해서 3000 낱말을 그러모은 꾸러미인데, 여태 바로잡지 않고서 그냥 쓰는 일본 한자말이 매우 많습니다. ‘친환경·유기농·자연농·무농약·관행논’도 다 일본 말씨이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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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알 비룡소의 그림동화 94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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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4


《이상한 알》

 엘사 베스코브 

 김상열 옮김

 비룡소

 2003.3.21.



  저는 고추를 못 먹습니다. 고추가 국에 들어가면 재채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고추장은 용케 먹어요. 고추장에는 고춧가루 말고 다른 여러 가지가 들어가면서 기운을 눅이기 때문일까요. 이와 달리 초피가루는 제법 먹고, 초피양념이 들어간 밥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마 어떤 분은 초피를 싫어하거나 몸에서 안 받을 수 있어요. 곰곰이 보면 새롭기에 신나게 받아들여서 밥살림으로 녹이는 분이 있고, 새로운 것마다 몸에서 받지 않아 고단한 분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대단하지요. 다 다른 몸이면서 다 다른 길입니다. 《이상한 알》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갈마들었어요. 무엇이든 낯설거나 두렵게 받아들일 수 있고, 새로우며 신나게 맞아들일 수 있어요. 입을 대 보지 않고도 꺼릴 만하고, 입을 대 보면서 겉보기랑 다른 속맛을 헤아릴 수 있어요. 푸나무가 맺는 열매도, 짐승이나 벌레가 깨어나는 바탕도 ‘알’이에요. 속이 꽉 차서 ‘알차다’이고, 야무지며 즐겁게 가꾸기에 ‘알뜰하다’요, 더도 덜도 않고 좋아 ‘알맞다’입니다. 우리는 어떤 알인 숨결로 태어났나요? 우리는 어떤 알로 밥살림을 짓나요? 알 하나를 둘러싸고 숲이 북적거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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