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뚱보 맛 좀 볼래? 난 책읽기가 좋아
모카 글, 아나이스 보젤라드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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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2 겉모습으로 놀리는 바보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모카 글

 아나이스 보즐라드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1999.11.3.



  우리 집에서 떼지어 피어나는 민들레가 언제쯤 고개를 내밀려나 하고 여러 날 뒤꼍을 뒤적이다가 어제 비로소 만납니다. 아기 손가락보다도 가늘고 작은 잎을 여리게 내놓은 채 시든 풀줄기 밑에서 살짝 깨어났더군요.


  이제는 따순 볕을 듬뿍 받기를 바라며 시든 풀줄기를 모두 걷어냅니다. 이 시든 풀줄기는 겨우내 민들레뿌리가 든든히 잠들 수 있도록 이불 노릇을 했으리라 여겨요.



“우리 엄마는 돼지같이 살찐다고 아무거나 못 먹게 하시거든.” 돼지같이? 그럼 우리 멈마는 돼지를 굉장히 좋아하시나 보다. 소시지, 햄, 베이컨 …… 이런 게 우리 집에서는 매일 식탁에 오른다. 물론 이런 것들 말고 다른 사람들 먹는 것도 다 먹는다. (7쪽)



  갓 돋은 풀잎은 모두 보드랍습니다. 여리지 않은 떡잎은 없습니다. 나물로 삼지 못할 봄풀이란 없어요. 봄에는 새로 돋은 나뭇잎까지 모조리 나물입니다. 아스라이 옛날에 보릿고개가 있었다지만, 그 철에 모두 봄잎이며 봄풀로 하루하루 누렸겠구나 싶어요. 느티잎으로 느티떡을, 갖은 잎하고 풀로 온몸을 풀빛으로 물들였겠지요.


  봄이란 얼마나 대단할까요. 갓 돋은 잎은 풀줄기에 나무줄기를 북돋웁니다. 막 피어난 꽃은 꽃내음으로도 살찌우고 바야흐로 익는 열매로도 밥이 되어요. 우리한테는 쌀만 밥이지 않아요. 나물이며 남새도 밥이요, 열매도 과일도 밥입니다. 그리고 햇볕하고 빗물하고 바람도 밥일 테고요.



헉헉거리고, 땀이 줄줄 흐르고, 얼굴이 벌게지는 나. 체육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신다. 비웃고 계신 게 틀림없다.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자, 얘들아! 딱 한 바퀴만 더 뛰자!” 나는 못한다. 선생님도 아신다. 내가 못한다는 것.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10쪽)


사실 선생님은 내게 관심이 없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 내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 가슴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내 가슴속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12쪽)



  어린이문학 《어디, 뚱보 맛 좀 볼래?》(모카·아나이스 보즐라드/최윤정 옮김, 비룡소, 1999)는 뚱보라며 놀림받고 미움받는 아이가 마음앓이를 어떻게 풀어내어 스스로 씩씩하게 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뚱보 소리를 듣는 아이는 내내 속으로 누르다가 어느 날 “어디, 뚱보 맛 좀 볼래?” 하고 터뜨립니다. 다만, 한 판을 터뜨린 뒤에는 굳이 터뜨리려 하지 않았지 싶어요.


  뚱보라는 아이를 아끼는 삼촌은 말라깽이라며 놀림이며 미움을 받았다지요. 아마 삼촌은 그 놀림말이며 미움말에 “어디, 말라깽이 맛 좀 볼래?” 하고 한 판 터뜨린 적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과자를 줄 때 보면 빅토르가 웃는 얼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아무리 동생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해도 그렇게 좋아하는 과자를 안 주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고맙다, 크림 소스같이 귀여운 내 아들.” 엄마 말씀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우리 보물’이라거나 ‘귀여운 내 새끼’라고 부른다. (16쪽)



  두 사람이 똑같이 먹더라도 두 사람은 다르게 자라요. 한 사람은 키가 부쩍 크고, 한 사람은 키가 그리 안 큽니다. 한 사람은 몸피가 불고, 한 사람은 깡마릅니다. 적게 먹기에 살이 덜 찌거나 안 찌지 않아요. 그저 몸이 다를 뿐입니다. 어느 것을 골라서 먹기에 못생기지 않습니다. 몇 가지를 솎아서 먹기에 잘생기지 않아요. 겉모습은 그냥 겉모습이에요.


  우리가 사람이라는 숨결이라면, 슬기롭고 참하며 착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즐겁게 삶을 짓는 빛이라면, 겉모습을 환하게 밝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이렇든 몸이 저렇든 마음에 따라서 반가운 동무가 되고 이웃이 됩니다. 얼굴빛이 이렇건 저렇건 마음빛에 따라서 스스로 하루를 짓고 갈고닦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마음에 다 들 순 없는 거잖니. 널더러 코가 너무 크다고 놀리는 애도 있을 거고, 이름이 이상하다고 뭐라 그러는 애도 이쓸 거고, 또 살이 너무 쪘다고 그러는 애도 있을 거고 …… 짓궂은 애들이 장난으로 그러는 거지. 그 애들이 뭐라고 하든 그런 게 뭐 중요하니.” (18∼19쪽)



  우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요? 사내이니 머리카락을 짧게 쳐야 한다고 가르치나요? 이제는 가시내한테 꼭 치마만 입히려는 어른은 줄었다지만, 신문·방송뿐 아니라 일터나 학교나 이곳저곳에서 사내하고 가시내 옷차림이나 겉모습을 놓고서 울타리가 꽤 높아요.


  왜 겉모습으로 갈라야 할까요? 왜 겉모습을 그렇게 들여다보아야 할까요? 일을 훌륭히 잘하는 사람이 대학교를 마쳤든 아무 학교를 안 다녔든 대수롭지 않아요. 글을 아름다이 쓰는 사람이 누구한테서 배웠건 혼자서 조용히 살림을 짓다가 처음으로 글빛을 나누었던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언제나 마음빛을 가꾸는 자리에 설 노릇이지 싶습니다. 아이라는 나날을 살아내어 어른이자 어버이가 된 사람이라면 어제도 오늘도 마음결을 참하게 다스리는 몸짓이어야지 싶습니다.



마르탱 삼촌도 생각이 같았다. “학교 다닐 땐 애들이 얼마나 놀렸는지 몰라요. 내가 너무 말라깽이였거든요. 내 별명이 ‘개구리 다리’였다니까요.”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삼촌을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가 버릇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삼촌, 죄송해요.” (31쪽)


“자주 좀 그렇게 웃어라. 그러니까 너, 네 동생이랑 똑같다.” 미카엘이 말했다. 그 소리가 아주아주 듣기 좋았다. (62쪽)



  뚱보인 아이는 뚱보라는 몸이라면 그저 뚱보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말라깽이인 삼촌은 말라깽이라는 몸이라면 그냥 말라깽이로 맞아들이면 되어요. 서로 어떤 몸이건 서로 아끼는 사이입니다. 서로 어떤 얼굴이건 서로 마음으로 돌보며 즐거운 사이입니다.


  겉모습으로 놀리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속마음을 볼 줄 모르거든요. 속마음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놀리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이들은 동무나 이웃이 없습니다. 속마음으로 다가서거나 만나지 않는데 동무나 이웃이 없을밖에요. 그러니까, 동무도 이웃도 없이 외로우니 자꾸자꾸 따돌리거나 괴롭힐 사람을 찾아내려 하지요.


  봄볕처럼 따스한 손길이 누구한테나 흐르기를 바라요. 봄바람처럼 따스한 눈빛을 누구나 받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두 다른 몸이자 목소리이자 낯빛이자 겉모습이기에, 이렇게 즐거우면서 재미나게 어우러질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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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으면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서한얼 지음 / 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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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2


《바람이 불지 않으면》

 서한얼

 보림

 2010.5.10.



  해마다 신을 새로 장만합니다. 우리 집 어린이는 발이 자라기에 새 신을 뀁니다. 저는 신바닥이 다 닳아서 구멍이 나기에 새 신을 꿰어요. 아이들은 뛰어다니기 좋은 놀이신을, 저는 고무신을 장만하지요. 셋이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에서 내리니 구린 냄새가 훅 끼칩니다. 소독약 냄새에 곳곳에서 삽질을 하며 날리는 시멘트가루 냄새입니다. 자동차 냄새도 가득하고, 머리를 지지고 볶는 곳에서 퍼지는 냄새에다가, 튀기거나 굽는 냄새도 어수선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이 모든 냄새가 고이면서 숨막히겠네 싶어요. 바람이 불기에 자잘한 냄새가 잦아들면서 새봄을 맞이하려는 잎내음하고 풀내음이 어루만져 주는구나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보금자리 숲바람을 마시니 개운할 뿐 아니라 모든 앙금이 사라지는구나 싶어요. 《바람이 불지 않으면》에 나오는 어린이는 오늘날 숱한 어른들 같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미워하고, 눈이 오면 눈을 싫어하며, 돌개바람이 들면 돌개바람을 나무라지요. 여름에는 해를 꺼리고, 겨울에는 구름을 손사래치지요.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모든 숲님은 저마다 다르게 우리를 보듬는데, 우리는 어디를 어떻게 쳐다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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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북뱅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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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3


《안젤로》

 데이비드 맥컬레이

 김서정 옮김

 북뱅크

 2009.1.15.



  사람이 사는 곳은 처음부터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생각해 봐요. 온누리 모든 곳은 모든 숨결이 어우러집니다. 밭에 아무리 남새 씨앗만 심더라도 온갖 들풀이 어느새 고개를 내밀지요. 풀은 늘 속삭여요. 이 아름다운 밭자리에 그 하나만 자라도록 하려 든다면 그 남새 한 가지가 얼마나 외롭겠느냐고 말이지요. 논골에서 자라는 미나리도 볏포기하고 놀고 싶어요. 부들도 개구리밥도 오직 볏포기만 자라는 논은 심심할 뿐 아니라 벼한테도 안 좋다고 도란도란 알려줍니다. 집안에 벌레 한 마리 없으면 깨끗할까요? 우리 곁에 파리가 없으면 사람살이는 어찌 될까요? 먼먼 옛날부터 사람은 언제나 곰 범 이리 늑대 여우를 비롯해서, 매 수리 제비 참새 박새 꾀꼬리 딱따구리 올빼미 지빠귀 까치 까마귀에다가 지렁이 개미 무당벌레 딱정벌레 노린재 공벌레 지네하고 뱀이며 개구리하고도 이웃으로 지냈습니다. 《안젤로》에 나오는 아저씨는 어느 날 문득 깨닫지요. 사람이 지은 아름답다는 집에 굳이 둥지를 짓는 새가 어떤 마음인가를 깨달아요. 사람이 높다란 뭔가 세우기 앞서 그곳은 사람하고 새가 사이좋게 어울리던 터전인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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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54


《내 마음속의 자전거 12》

 미야오 가쿠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4.11.25.



  짐자전거는 톱니가 하나입니다. 짐자전거로도 발판질을 엄청나게 하면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만, 길자전거처럼 가볍고 빠르게 달리지는 못합니다. 길자전거에 짐받이나 바구니를 붙여서 짐을 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자전거에 짐을 실으면 쉽게 흔들릴 뿐더러 바퀴나 몸통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마다 쓰임새가 다르고, 다니는 길이 달라요. 씽씽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는 이대로 아름답습니다. 멧길을 오르내리는 자전거는 투박한 대로 사랑스럽습니다. 짐을 잔뜩 싣고서 움직이는 자전거는 이대로 멋집니다. 신문을 앞뒤로 싣고서 짐자전거를 달려 새벽을 열 적마다 한겨울에도 땀이 빗물처럼 쉴새없이 흘려요. 그렇지만 새벽바람을 실어 이야기꽃을 집집마다 돌린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전거하고 얽힌 삶을 들려줍니다. 빨리 달리려고 타기도 하는 자전거이면서, 살림을 즐거이 지으려고, 아이를 태우려고, 먼길을 가려고, 새벽을 열려고, 또 새로운 내가 되려고 자전거를 달린다지요. 한국에서는 열세걸음까지만 나오고 판이 끊어졌으나, 일본에서는 마흔걸음 넘게 나오는 자전거 만화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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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56


《자전거 여행》

 김훈 글

 이강빈 사진

 생각의나무

 2007.6.22.



  “두발과 두바퀴로 다니는 떼거리”를 줄인 ‘발바리’란 이름으로 떼자전거질을 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비롯했고 수원 부산 인천 같은 여러 고장에 차근차근 퍼져서 다달이 하루를 골라 자동차가 가장 붐비는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잔치를 벌였어요. 온갖 자전거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달렸는데요, 자전거로 넉넉하다는 뜻을 밝히려 했습니다. 참 오래 떼자전거질을 여러 고장에서 했습니다만, 이보다 《자전거 여행》이란 책 하나가 세게 먹혔지 싶어요. 이 일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어쩌면 김훈이란 글님도 떼자전거질을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이를테면 《즐거운 불편》을 쓴 사람 같은 여러 이웃을 보았기에, 또 자전거가 바람을 가르는 맛을 잊지 않았기에, 바람돌이에 몸을 싣고 새롭게 글길을 걸으려 했겠지요. 전두환을 치켜세우는 글도 밥벌이로 했을 뿐이라는 이녁 생각을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이녁한테는 그저 글밥이니까요. 그나저나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이슬로 사라지기 앞서 ‘생각의나무’ 책은 나라 곳곳 헌책집에 꽤 오래 ‘새책’이 마구 나돌았지요. 사라질 만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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