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고기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5
레오 리오니 글.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3


《물고기는 물고기야!》

 레오 리오니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2000.3.15.



  개구리는 언제 깨어날까요? 흔히들 봄에 깨어난다고 말하지만, 봄을 앞둔 늦겨울에 살그마니 깨어나지 싶습니다. 매화나무 꽃이 퍼질 무렵, 흰민들레가 곳곳에서 첫꽃을 피울 무렵, 닥나무에 꽃이 피고 봄까지꽃이 풀밭을 가득 메울 무렵, 어느새 멧개구리나 들개구리가 하나둘 깨어나서 풀밭을 누빕니다. 못물이나 논물이나 냇물에서 알에서 깨어나 올챙이로 자라는 개구리인데요, 개구리란 몸을 입은 뒤에는 겨울잠을 자고서 두고두고 이곳저곳을 나들이해요. 물이랑 뭍을 오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퍼뜨린달까요. 여름에 물가에서 개구리 퍼지는 떼노래란, 개구리가 물뭍을 오며가며 누린 삶을 여기저기에 퍼뜨리는 수다일는지 모릅니다. 《물고기는 물고기야!》는 물에서 함께 놀며 지내던 두 아이가 얼크러지는 삶을 들려줍니다. 물에서만 지내는 아이는 물뭍을 오가는 아이가 부럽다는군요. 저는 물누리만 볼 수 있지만 다른 아이는 물뭍누리를 모두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개구리는 가을겨울 물누리를 모르지요. 얼음이 녹는 물누리도 몰라요. 물아이가 물뭍아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는 한가득 있습니다. 더구나 개구리는 겨울날 뭍살림을 모르지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조아니 데가니에 지음, 쥘리에트 바르바네그르 그림, 명혜권 옮김 / 노란돼지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9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

 조아니 데가니에 글

 쥘리에트 바르바네그르 그림

 명혜권 옮김

 노란돼지

 2019.12.6.



  모든 나무는 다른 모습입니다. 나무마다 다르기에 다른 이름이 붙습니다. 다른 이름이 붙는 나무는 다른 때에 잎이 돋고 꽃이 핍니다. 저마다 다른 나무는 열매가 다르고, 열매맛도 달라요. 그런데 사람들이 똑같은 이름을 붙여서 가리키는 나무도 똑같이 생긴 나무는 하나도 없어요. 생각해 봐요. 똑같은 사람이 없듯 똑같은 나무가 없습니다. 똑같은 풀이나 꽃도 한 가지조차 없어요. 사람만 모두 다르지 않아요. 풀도 나무도 모조리 다릅니다. 《전나무가 되고 싶은 사과나무》를 읽으며 자꾸자꾸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어떻게 능금나무가 전나무를 부러워하지? 능금나무가 전나무를 부러워할 까닭도, 전나무가 능금나무 곁에서 부러움을 살 까닭도 없을 텐데? 다만 ‘사람살이 이야기’를 나무살이로 꿰어맞춘다면, 이 나무가 저 나무 사이에서 외롭다고 여긴다고 볼 수 있겠지요. 또 숱한 나무 가운데 참말로 외롭다고 느끼는 나무도 있을 테고요. 스스로 엄청난 씨앗을 품은 숨결인 줄 잊는다면 외로워하거나 부러워합니다. 스스로 씨앗을 품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줄 잊으면 참말로 나 아닌 남만 쳐다보면서 기운을 잃겠지요. 그렇다면 능금나무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 나는 1992년부터 헌책집을 다녔고, 바로 이해부터 고등학교 동무를 헌책집으로 어떻게든 끌고 가서 책맛을 새롭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새책집에는 같이 책마실을 다니던 동무들은 얄궂게도 헌책집을 가자면 하나같이 안 가려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다가 1994년부터 헌책집을 알리는 글을 써야겠다고 느꼈다. 1994년 12월부터 혼자서 ‘우리말+헌책집’ 소식종이나 잡지를 사흘마다 엮어서 내놓아 거저로 돌리고, 헌책집을 함께 찾아가서 신나게 책을 장만하고, 또 헌책집을 다녀온 이야기를 저마다 남기자고 북돋았고, 헌책집 찾아가는 길그림을 손으로 그려서 뿌렸고, 헌책집을 사진으로 아름다이 찍어서 널리 알리자고 했고, 서울·전국 헌책집 목록을 엮어서 누구나 곳곳 헌책집을 잘 찾아가도록 이바지하지고 했다. 이런 일을 열 몇 해쯤 하던 어느 날 부산에 있는 헌책집지기가 사진책 하나를 고맙다면서 건네셨다. 그분이 건넨 사진책은 이일라(Ylla) 님 사진책이었고, 아직 한국에 거의 안 알려졌던 분이며, 이분 책도 안 나오던 무렵인데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매우 값비싼 사진책이었다. 이러고서 여러 해 지나니 이일라 님 사진책이 한국말로 나온다. 그리고 2018년에 일본 도쿄로 이야기마실·책마실을 다녀오며 〈姉川書店〉에서 이일라 님 사진책을 새삼스레 만난다. 일본에서는 이분 사진을 제대로 알아줄 뿐 아니라 꾸준히 오래도록 책으로 내놓는구나. 이분 사진책을 오늘날에 이르도록 지며리 읽고 보고 장만하는 손길이 있구나. 반짝거리는 새책으로도 이일라 님 사진책을 장만하고 싶었지만 이날 일본에서 주머니가 간당간당했다. 나한테 있는 낡은 사진책을 앞으로도 고이 건사하자고 생각하며 새책은 살살 쓰다듬고서 내려놓았다. 애틋한 사진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책집을 다니면서 책집을 사랑하는 이웃님한테 징검다리를 놓으려는 품을 들였기에 어느 날 이일라 님 사진책이 나한테 왔고, 내 품에 안긴 낡은 사진책 하나를 오래도록 책상맡에 두면서 지켜본 어느 날 이웃나라에 와서 새로운 빛을 보았네. 품이란 뭘까. 앞으로 들일 품이란, 앞으로 이 품에 담을 숨결이란 무엇일까. 2018.4.1.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콩알글 : 이제 한국에서도 거의 모든 마을책집은 손글씨로 책을 하나하나 알린다.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이러했다. 1999∼2000년에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일하며 길거리에서 책장사를 할 적에, 또 책잔치에 나가서 책팔이를 할 적에, 기계글씨 아닌 손글씨로 골판종이에 적어서 척 책상에 올려놓았더니 “야, 손글씨가 뭐니? 컴퓨터 있잖아? 컴퓨터로 뽑지, 손으로 그게 뭐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했다. 그때에는 교보·영풍을 비롯해서 어느 책집에서도 ‘손글씨로 책을 알리는 글종이’를 마련하면 죄다 손사래를 치거나 치우거나 내다버렸다. 그러나 책집에서든 길에서든 책잔치에서든 사람하고 사람이 만나서 책을 주고받는 장사를 하니, 책을 사 가는 분들한테 ‘이 책을 땀흘려서 꾸미고 펴낸 사람 숨결’을 보여주면서 건네고 싶었다. 책살림이 그렇게 앞선 일본이란 나라에서 굳이 예전부터 손글씨로 책알림글을 쓴 까닭을 헤아려 본다. 한국은 이제라도 이러한 살림결에 흐르는 마음빛을 찬찬히 나누면서 누릴 수 있으니, 이러한 모습도 좋다고 생각한다. 문득 생각하기로 ‘깨알같이 쓴 손글’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다시 보니 깨알은 너무 작아서 보기 어렵고 ‘콩알같이 쓴 손글’이라 말해야 옳겠구나 싶다. 동글동글 콩알글. 흙을 살리고 몸을 살리며, 새도 벌레도 한 톨씩 나누어 먹는 콩알 같은 콩알글. 그래, 콩알글이로구나. 2020.2.21.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포근한 냥이집 (2018.4.1.)

― 도쿄 진보초 姉川書店



  며칠 동안 도쿄 진보초에 머물면서 〈책거리〉를 바탕으로 죽 돌았고, 두 시간이 조금 못 되게 바깥으로 나가는 전철을 달려 ‘도쿄 하치오지 블루룸(RISING BLU https://www.risingblu.jp)’에도 다녀왔습니다. 도쿄마실 막바지에 이른 오늘은 〈アム-ル〉를 거쳐 〈姉川書店〉에서 불꽃처럼 힘을 더 내보기로 합니다. 등이며 손에 쥔 책짐으로도 걷기가 힘든 마당이지만, 살몃살몃 기울려고 하는 해를 바라보자니, 이 해거름에 책골목 모습도 사진으로 담고,‘神保町にゃこ堂’이라고 책집에 붙인 이곳을 누리고서야 길손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합니다.


  길가에서 보아도, 책집으로 들어서도, 참말 이곳은 ‘냥이집’입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고양이하고 얽힌 책이며 살림을 다룹니다. 책집 한켠에는 이 냥이집을 아끼는 분들이 여기저기에서 보낸 고양이 사진도 붙었습니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며, 석 바퀴째 돌며 여러 가지 사진책을 고릅니다. 고른 책을 손에 쥔 채 일본말로 “この美しい本屋を寫眞で撮っても良いでしょうか?” 하고 여쭙니다. 책집지기 아저씨가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셔서 종이에 적은 일본글을 보여드립니다. 냥이 아저씨는 활짝 웃음짓는 얼굴로 얼마든지 찍으라고 말씀합니다. 꾸벅 절을 하고서 다시 골마루를 돌고 돌면서 여러 고양이 사진책을 돌아봅니다. 《ちよつとネコぼけ》(岩合光昭, 小學館, 2005)처럼 그동안 장만한 이와고 미츠아키 님 사진책도 이 냥이집에 잔뜩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해외배송’으로 달포를 기다려서 겨우 장만하던 이런 사진책을 이곳에서 모조리 사들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다른 책집에서 장만한 책으로도 무게가 넘쳐서 이튿날 비행기를 탈 적에 아슬아슬합니다.


  한국에서도 제법 사랑받은 《みさお と ふくまる》(伊原美代子, little more, 2011)를 봅니다. 첫벌은 2011년 10월 28일에 찍고, 열세벌을 2016년 10월 27일에 찍었다고 합니다. 대단하군요. 《描のことぼ》(鹽田正幸, 池田書店, 2014)을 고릅니다. 낯빛·몸짓으로 읽는 고양이 마음말을 적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일라(Ylla) 님 여러 사진책을 새삼스레 봅니다. 한국에서는 이일라 님 사진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여기에서는 참 흔하군요. 한국에서 꽤나 웃돈을 주고 장만했던 낡은 사진책을 이곳에서는 그냥그냥 ‘여느 새책값’으로 가볍게 만날 수 있어요.


  냥이집 〈姉川書店〉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이 조촐한 책집은 빈틈이 하나도 없습니다. 고양이를 바탕으로 모든 숨결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은 글책하고 사진책하고 그림책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이러한 책은 모두 일본글로 나왔지요. 일본사람이 손수 지은 책이 있고, 여러 나라에서 지은 책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양이 책이 꽤 나오기는 합니다만, 여기 〈姉川書店〉이 건사한 뭇책을 돌아보자니 꽤 멀었네 싶습니다. 이만큼 오래 깊이 널리, 무엇보다도 사랑스럽고 포근하게, 그리고 차분하면서 참하게 어깨동무하는 삶벗으로 마주하는 눈빛으로 담아내는 글·그림·사진이 되기까지는 열 해나 스무 해라는 나날로는, 아니 쉰 해쯤 되는 나날로도 어림이 없으리라 봅니다.


  일본마실을 하며 이곳을 일찌감치 들렀다면 아마 주머니를 다 털었겠네 싶습니다. 마지막날에 들러서 그나마 다른 여러 책집을 들를 수 있었네 싶어요. 다만, 조금 앞서 다리쉼을 했어도 졸음이 쏟아집니다. 〈姉川書店〉이 품은 아름다운 책을 더 읽고 사진으로도 옮기고 싶으나, 사진기를 쥔 손에 기운이 없고 자꾸 덜덜 떱니다.


  책값을 셈하면서 책집지기 손을 찍습니다. 책집을 나선 다음 길을 건너서 책집을 바라보며 사진을 마저 찍습니다. 둘레에 커다란 책집도 가게도 잔뜩 있으니, 냥이집 하나는 무척 작아 보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작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도 쉬울 테지만, 문득 이 냥이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깨알같은 글씨를 슬쩍 읽은 다음에,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면, 마음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 빛살을 누릴 만하지 싶습니다. 일본 도쿄 진보초가 대단하다면 커다란 책집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이 냥이집 〈姉川書店〉처럼 단출한 책집이 사이좋게 어깨를 겯고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