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5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심상정 글

 웅진지식하우스

 2013.8.5.



  나라를 누가 다스리면 좋을까 하고 묻는다면 ‘아이를 낳고,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아이하고 나무를 심고, 아이하고 꽃을 노래하고, 아이하고 파란하늘을 마시고, 아이하고 맑은물을 먹고, 아이하고 밥이며 옷이며 집을 짓고, 아이하고 춤을 추고, 아이하고 숲에 안겨서 하루를 사랑으로 가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울릴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껏 이 나라에서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을 맡은 이 가운데 ‘아이하고 어깨동무’할 뿐 아니라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살림길을 걸은’ 분이 하나라도 있었을까요? 앞으로는 있을까요?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판이 끊어졌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엮은 숱한 책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 있을 테고, ‘나라지기란 살림지기’일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터전이 된다는 이야기를 얼마쯤 담은 책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는 나라일꾼을 뽑는 때가 되면 으레 ‘푸른길·바른길’ 두 곳을 갈마들면서 제 몫을 주었지만, 참답게 푸르거나 사랑스레 바르지 않으면 어느 곳에도 제 몫을 주지 말자고 생각하며 2018년부터 손을 뗐습니다. ‘손떼기’도 ‘투표’ 가운데 하나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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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8


《영어의 탄생》

 사이먼 윈체스터 글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05.4.25.



  낱말을 모아서 엮은 꾸러미인 사전이라는 책을 짓는 길은 혼자 걷습니다. 둘이나 셋이 걷지 않습니다. 사전 지음이 곁에 여러 사람은 거들 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해내어야 비로소 사전이라는 책이 태어납니다. 사전이란 책을 여럿이 짓지 못하는 까닭이라면, 여럿이 뜻풀이를 하거나 보기글을 붙이면 뒤섞이거든요. 돌림풀이나 겹말풀이가 불거지고, 비슷한말이 어떻게 비슷하지만 다른가를 가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사전을 제대로 짓는 발자국이 매우 얕고 짧아서 이러한 얼거리를 처음부터 읽지 못했고 아직도 헤맵니다. 《영어의 탄생》은 얼마 못 읽히고 잠들었다고 합니다. 이 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지만, 막상 이 영어라고 하는 말이 어떤 길을 걸었고, 영어가 오늘날처럼 이래저래 ‘자라거나 퍼진’ 발판이 된 영어사전을 헤아리는 눈길은 그야말로 없다시피 하다지요. 그냥 나오는 말이란 없습니다. 삶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짓는 하루가 고스란히 말이 됩니다. 스스로 짓는 삶이면 스스로 짓는 말이요, 사들이거나 받아들이는 삶이면 다른 나라 말씨를 그대로 따르거나 받아들이는 몸짓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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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6


《낙동강 before and after》

 지율 스님·‘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동행들

 녹색평론사

 2010.3.31.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면서 한창 인천시 막삽질하고 맞서던 무렵 《낙동강 before and after》를 만났습니다. 큰고장에서는 오랜 마을을 밀어없애려는 벼슬아치하고 맞서야 한다면, 숲에서는 냇물을 망가뜨리려는 나라일꾼하고 붙어야 했습니다. 2010년 무렵, 낙동강을 비롯한 너른 물줄기에 함부로 삽질을 하려는 이들을 나무라는 사람을 놓고서 ‘뭘 모르는 소리!’라며 손가락질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 ‘4대강 사업’은 적어도 22조 원을 날린 바보짓이라고 ㅈㅈㄷ조차 밝힐 뿐 아니라, 이 일을 밀어붙인 이명박 씨는 사슬에 묶인 몸이 되었지요. 그때 손가락질을 하던 이들은 어느새 말도 몸짓도 바꾸었는데, 그들이 남긴 말이나 몸짓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볍고 작게 꾸민 사진책 《낙동강 before and after》를 본 분은 으레 두 갈래가 되었습니다. 한숨을 쉬거나 주먹을 떠는 분, 거짓말이며 눈속임이라고 하는 분. 새책집에 넣지 않고 알음알음으로 읽은 작은 사진책은 그저 작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냥 온몸으로 보여주었어요. 어제하고 오늘을 보자고, 오늘하고 모레를 생각하자고, 우리 꿈이 무엇이냐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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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잎이 말했네 보림 창작 그림책
장영복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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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8


《가시연잎이 말했네》

 장영복 글

 이혜리 그림

 보림

 2019.10.25.



  2월이 무르익을 즈음 우리 집 개구리가 깨어납니다. 벌써 깨어나느냐고 갸웃할 분이 있을 테지만, 아직 논에 물을 대지 않은 때에도 멧개구리하고 두꺼비가 깨어납니다. 겨우내 잘 자고 일어나서 슬금슬금 마실을 해요. 개구리에 두꺼비가 깨어날 때에는 파리도 깨어나도 여러 풀벌레도 나란히 깨어납니다. 벌나비도 어느새 깨어나서 이른 봄꽃을 찾아다니면서 꽃가루를 누립니다. 밤낮으로 가끔가끔 ‘그르르르그르르’ 소리를 듣습니다. 이쪽에 둘이 있구나, 저쪽에 하나 있네, 살살 귀를 기울이면서 꽃내음이 섞인 노래를 즐깁니다. 《가시연잎이 말했네》는 가시연잎을 둘러싼 못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물살림을 너무 사람살이에 빗대어 그리려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구리 눈으로 가시연잎을 그릴 수 없을까요? 물에서 살아가는 여러 이웃 눈길로, 물풀이며 바람이며 하늘이라는 눈빛으로 그려도 좋을 테고요. ‘사람처럼 구는 뭇목숨’이 아닌, ‘스스로 태어난 몸에 걸맞게 저마다 살아가는 목숨’이라는 눈썰미로 가시연잎이며 물살림을 마음으로 읽어 본다면, 이 그림책은 확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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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그림책이 참 좋아 24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7


《어제저녁》

 백희나

 책읽는곰

 2014.11.30.



  두렵다는 생각을 건드리고 키우면서 절집이 부쩍 자랍니다. 두렵기에 절집에 기대고 절집에 돈을 맡기며 절집에서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두렵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절집을 쳐다보지 않고 언제나 그이 스스로 마음을 바라봅니다. 마땅하지요. 두려울 일이 없으니 스스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바라봅니다. 두려우니까 스스로 마음을 고스란히 바라보지 못할 뿐더러, 남이 시키는 길이 아닌 스스로 짓는 길에는 좀처럼 서지 못합니다. 《어제저녁》은 어제저녁에 복닥복닥 큰고장 한켠에서 어우러지거나 맞물리는 삶을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살아갑니다. 이 사람은 이 일을 하면서 이 모습을 본다면, 저 사람은 저곳에 머물면서 저 모습을 봅니다. 큰고장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숱한 일을 하며 숱한 모습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큰고장에는 철이나 날씨를 따로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큰고장에서는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철이나 날씨를 안 보거나 못 보도록 막아요. 다들 톱니바퀴가 되도록, 틀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밀지요. 들꽃을 볼 수 있을까요? 구름이나 별빛을 볼 수 있나요? 서울살이 이야기는 좀 따분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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