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5.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신나미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2.18.



아이는 무엇이든 궁금하다. 밥은 왜 먹어야 하는지, 똥은 꼭 누어야 하는지, 해가 없으면 안 되는지, 하늘은 얼마나 높은지, 걷지 않고 날아서 다니면 안 되는지, 잠을 안 자면 안 되는지, 말을 안 하면 안 되는지, 꽃은 왜 피는지, 비는 왜 내리는지 …… 끝도 없이 궁금해서 자꾸자꾸 묻는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아이가 궁금해 하는 대목을 어느 만큼 건드려 줄 만할까? 어른으로서 아는 만큼 짚어 줄까, 아니면 아이가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해서 스스로 실타래를 풀어내는 길을 찾도록 이끌어 줄까.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를 읽는다. 글쓴님은 꽤 오래 어린이·푸름이를 만나서 과학을 가르치는 자리에 섰다고 한다. 이 작은 책은 오랜 배움길(가르침길이 아닌 배움길)에서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앞으로 아이 나름대로 과학이라는 길을 삶에서 가만히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구나 싶다. 그래, 어른이 길을 밝혀도 나쁘지 않지만, ‘길밝힘’보다는 ‘새길을 찾도록 넌지시 귀띔’만 해도 좋으리라. 방정식이나 수식이나 기호를 몰라도 된다. 왜냐하면 방정식·수식·기호는 과학으로 가는 길에 가끔 타는 버스나 기차일 뿐이니까. 길은 우리 다리로 걸어서 간다. 길은 우리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나아간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비룡소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 / 비룡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62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젠 왕

 김지은 옮김

 비룡소

 2019.11.15.



  새벽이면 바람이 깨어나는 소리를 듣고, 아침이면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이 깨어날 즈음에 동이 트고, 새가 노래할 무렵에 꽃잎이 벌어집니다. 서두르는 일이 없이 차근차근 피어나는 하루는 언제나 새롭습니다. 어제하고 오늘이 같지 않아요. 모든 하루가 다르기에 모든 날은 다른 몸짓이며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다른 하루이며 숨결을 찬찬히 누리거나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어느 쪽은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굴레입니다. 어느 쪽은 아랫사람을 시켜야 하니 굴레입니다. 자리는 다르지만 똑같이 쳇바퀴입니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에 온갖 사람이 나옵니다만 두 갈래로 볼 만합니다. 똑같은 굴레로 살아가는 무리가 잔뜩 있고, 이 굴레를 깨고서 스스로 거듭나고픈 사람이 둘입니다. 고분고분한 아랫사람으로 시키는 옷만 지어도 먹고살겠지요. 점잖은 척 거드름을 부려도 자리를 지키겠지요. 다만 굴레를 고스란히 안으면 삶이 따분합니다. 틀에 박힌 길에 재미란 없어요. 재미없으니 그렇게 새옷을 또 짓고 잔치를 또 벌이겠지요. 새마음이 되지 않고서 새옷만 걸치려 하면, 어느 누구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ㅅㄴㄹ



“네가 이 일을 싫어하는 만큼 나도 이런 거 싫어한다고.” “아가씨, 드레스 스타일을 예전 느낌처럼 해 드릴까요,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해 드릴까요?” “몰라. 알아서 해. 아니, 그냥 완전히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줘. 악마의 새끼처럼 보이게.” (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프 와일더 - 늑대와 달리는 소녀,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바람청소년문고 9
캐서린 런델 지음, 백현주 옮김 / 천개의바람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책으로 삶읽기 579


《울프 와일더》

 캐서린 런델

 백현주 옮김

 천개의바람

 2019.2.1.



엄마가 외동인 페오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페오는 늑대들을 가리키곤 했다. “저 아이들이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43쪽)


“우리는 늑대에게 사람의 이름을 붙이지 않아. 늑대들은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가 다시 이름을 붙여 줄 필요는 없지. 그래서 그냥 색깔이나 다른 특징으로 불러. ‘막내’처럼 말이야.” (69쪽)


“제 친구 늑대는 가슴속에 불을 지니고 있었어요. 라코프 장군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을 두려워해요.” (271쪽)



《울프 와일더》(캐서린 런델/백현주 옮김, 천개의바람, 2019)를 읽으며 늑대라는 숨결을 한결 새롭게 바라볼 만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줄거리나 얼거리나 옮김말 모두 엉성하구나 싶다. 임금(황제)이란 이름인 우두머리 무리가 하는 짓을 바탕으로, 군인이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여기에 숲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이 마음 깊이 어떤 빛을 품는가를 엮으려고 한 글쓴이 뜻은 알겠지만, 낡은 러시아를 뒤집어엎는 마무리를 끌어내려고 억지를 부렸구나 싶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서 늑대살림에 마음을 기울였다면, 또 아이가 늑대하고 마음으로 나누는 말이며 생각을 옮기려 했다면 사뭇 달랐겠지. 더욱이 서툰 번역 말씨가 너무 춤춘다. ‘번역 말씨’가 아닌 ‘한국말’로 옮기기를 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40


《Starlings》

 Wilfrid S.Bronson 글·그림

 Harcourt, Brace & World

 1948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릅니다. 사랑하니까 다르지요.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같습니다. 사랑을 모르니까 틀에 박힌 길로 가요. 사랑할 줄 알기에 새가 노래하는 소리뿐 아니라, 풀벌레랑 개미랑 나비랑 벌이랑 꽃이 노래하는 소리를 귀여겨듣습니다. 사랑을 모르니까 새도 풀벌레도 개미도 나비도 벌도 곁에 두지 않을 뿐더러, 들꽃이나 숲꽃은 모르거나 등집니다. 《Starlings》를 만나고서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1948년이라는 해에 미국에서 이러한 사랑으로 이만한 그림책을 묶어낼 줄 아는 이웃이 있고, 이러한 책을 펴낸 곳이 있다니, 그저 반가우면서 고맙고 사랑스러웠어요. ‘starling’이란 이름도 곱습니다. ‘star + ling’이에요. ‘찌르레기’란 이름도 곱살하지요. 노래하는 새라는 대목을 이름으로 고스란히 밝혀요. 그나저나 이 그림책은 어떻게 한국에 흘러들었을까요. 주한미군 도서관이었을까요, 외국인학교 도서관이었을까요. 미국 어느 도서관에서 ‘한국에 온 미국사람’이 보도록 보낸 책은 마르고 닳도록 읽히다가 서울 노고산동에 있는 헌책집으로 들어왔고, 제 손을 탔으며, 이제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음껏 누리는 새책이 됩니다. ㅅㄴㄹ





https://cafe.naver.com/hbooks/19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39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이반 일리히 글

 박홍규 엮어 옮김

 형성사

 1990.10.20.



  1990년에 처음 한국말로 나오고, 2004년에 새옷을 입은 다음, 2018년에 거듭 새옷을 맞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째 열네 해 만에 새옷을 입은 걸음인데, 앞으로는 새책집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고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책이름에 책을 한 줄로 갈무리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타니 기쁘”지요. 생각해 봐요.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면서 수다를 떨기에 좋을까요? 아마 귀도 목도 눈도 머리도 다 아프겠지요. 그렇다고 자전거를 달리며 수다를 떨 만하지는 않습니다. 수다를 떨려면 자전거에서조차 내려야 합니다. 걷거나 풀밭에 앉아야지요. 그렇다면 자전거는? 자전거를 타면 서로 말이 없습니다. 아니, 입말을 하지 않고 마음말을 합니다. 찬찬히 바람을 가르면서 천천히 마음이 흐릅니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길바닥 개미하고 달팽이하고 사마귀하고 눈짓을 합니다. 자전거로 다니며 이웃하고 가볍게 목절을 합니다. 자전거를 몰며 구름빛이며 햇빛을 고스란히 품습니다. 자전거가 ‘느릿느릿’ 다닐 만한 곳이라면 아이들이 뛰놀 만하고 어른이 일할 만합니다. 자전거마을이 아름마을이요 아름터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