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곰의 가출 날개달린 그림책방 24
벵자맹 쇼 글.그림, 염명순 옮김 / 여유당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4


《아기 곰의 가출》

 벵자맹 쇼

 염명순 옮김

 여유당

 2018.7.10.



  어린이는 언제쯤 혼자서 돌아다닐 만할까요. 놀이를 하려고 집을 가볍게 떠나서 휘휘 돌아다니고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고, 볼일이나 심부름으로 꽤 멀리 다녀올 수 있겠지요. 어느 만큼 가면 길을 잃지 않을 만하고, 어느 만한 곳이면 거뜬히 집을 찾아서 돌아올 만할까요. 《아기 곰의 가출》에 나오는 아이는 어쩐지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집을 박차고서 멀리멀리, 누구도 저를 찾아내지 못할 만한 데로 가고 싶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저를 찾아내지 못할 만한 데에 숨고픈 아이는 숲을 한껏 헤매다가 맞춤한 집을 봅니다. 낯선 집에 슬그머니 깃들고, 저희 집도 아닌데 마구마구 뛰놀면서 엉클어뜨립니다. 그러나 아이로서는 놀이일 뿐 어지럽히려는 뜻은 아니었겠지요. 모르긴 몰라도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란 ‘집에 있고 싶다’는 크고 깊은 마음은 아닐까요? 더욱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집을 누리면서 놀고 싶기에 ‘한동안 바람을 쐬듯 집 바깥을 돌겠노라’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요. 묵은 바람이 고이지 않도록 집을 나섭니다. 바깥에서 새바람을 마시고 집으로 기쁘게 돌아갑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마리 고양이 11마리 고양이 시리즈 1
바바 노보루 글.그림, 이장선 옮김 / 꿈소담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1


《11마리 고양이》

 바바 노보루

 이장선 옮김

 꿈소담이

 2006.6.20.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이 길은 어깨동무를 하고서 지나가기 좋거든요. 사뿐사뿐 걷습니다. 이곳은 서로 노래하며 다니기에 좋아요. 걷다가 문득 달리고, 달리다가 때로 풀밭에 앉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풀노래를 듣고, 꽃송이를 따서 입에 물고, 나무를 살살 타고 올라가서 가지에 앉습니다. 온누리 모든 곳에서 어린이는 이렇게 자라고, 놀고, 어울리고, 돌아다니며 하루를 누렸어요. 이제 아이들이 걷거나 놀거나 뒹굴거나 달리던 길에 자동차가 가득합니다. 어린이가 마음껏 달리면서 소리치고 노래하고 놀이를 지을 터가 없다시피 합니다. 《11마리 고양이》에 나오는 열한 고양이는 지난날 마을 어린이 같습니다. 거리끼지 않고서 놀아요. 이렇게도 놀고 저렇게도 놀면서 마음이 자라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고, 울타리를 맞닥뜨리면 에돌아 가거나 씩씩하게 넘어갑니다. 우리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우리는 보금자리가 깃든 마을에 무엇을 두나요? 사람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재미나게 어우러질 만한 자리인가요, 아니면 자동차가 싱싱 달리는 곳인가요, 그리고 자동차가 안 달리면 빈터를 가득 차지해서 그야말로 놀이터를 아이한테서 빼앗았나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

느긋하게 나무를 봐 (2020.2.14.)

― 수원 〈마그앤그래〉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권로316번길 49, 상가 201호

https://blog.naver.com/sogano

https://www.instagram.com/magandgra



  혼마실로 여러 고장을 돌다가 생각합니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혼마실’이에요. 재미나게 태어난 말은 신나게 가지를 뻗으면서 사람들 입이며 혀이며 손에 녹아듭니다. 이처럼 새롭게 말을 지어서 누릴 줄 아는 이 땅 사람들이니, 온갖 자리 갖은 살림을 나타낼 숱한 말씨도 얼마든지 앞으로 새삼스레 가다듬을 만하리라 여깁니다.


  서울에서 볼일을 마치고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탑니다. 서울에서 수원 사이는 한달음입니다. 자리에 앉아 글꾸러미를 펼쳐 노래꽃을 한 자락 쓰고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할 때입니다. 얼른 글꾸러미를 어깨짐에 넣고 짐을 꾸려서 내립니다. 밀물처럼 출렁이는 사람물결 한복판인 수원역이지만, 귀로는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마저 씁니다. 쓰고픈 글을 손으로 다 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고, 어떻게 〈마그앤그래〉로 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택시를 탑니다.


  택시 앞자리에 앉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수원 하늘은 서울 하늘에 대니 살짝 파란 기운이 비칩니다. 수원은 서울보다 숨쉬기 좋은 고장이로군요. 이 고장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부디 하늘빛을 품을 줄 알면 좋겠어요. 자동차 이름이나 누리놀이 판짜임을 읽어내는 눈길 곁에 하늘빛을 읽으면서 삶을 헤아리는 숨결을 건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다음에는 어디로 걸어야 하나 갈피를 못 잡습니다. 네모난 길에 네모나게 높은 겹집이 가득합니다. 손전화를 켜서 길그림을 들여다봅니다. 길그림을 들여다보아도 왼쪽이 맞는지 오른쪽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쪽으로 가 보다가 아니구나 싶어 뒤로 돌아섭니다. 바야흐로 책집이 깃든 자리를 찾았고, 둘레에 어떤 나무가 어떻게 자라나 하고 돌아봅니다.


  디딤돌을 밟고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곳에 책집이 고이 자리잡은 줄 아는 마을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바깥에서 보면 책집 간판은 파묻힐 듯합니다. 입시학원 걸개천이 크게 나부낍니다. 돌림앓이가 온나라에 퍼지는데, 이런 판이라면 ‘대학교란 곳에 가도 부질없’는 줄 느끼는 푸름이가 나올까요. 전기가 멈추기 앞서 나라 곳곳이 멈추어 버리면, 삶자리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수 가꾸는 길로 가야겠구나 하고 느낄 어린이가 나올까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마그앤그래〉는 딴 나라입니다. 네, 다른 나라입니다. 네모나게 딱딱한 도시 한복판에 이런 샘터가 있습니다. 끝없는 모래벌 어딘가에 조용히 깃든 샘터예요. 큼직한 창문으로 햇볕이며 햇빛이며 햇살이 듬뿍 들어옵니다. 창문을 틔운 책집이 이토록 밝으면서 아름답습니다. 〈마그앤그래〉를 단골로 삼는 분이라면 땅밑에 커다랗게 꾸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데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으리라 여길 만하지 싶어요. 전깃불을 켜 놓는 책집이 아닌, 아침 낮 저녁으로 흐르는 다 다른 빛살을 누리면서 책을 손에 쥐는 하루란, 종이꾸러미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모두한테 베풀지 싶습니다. 《느긋하게―훗카이도》(남자휴식위원회/홍민경 옮김, 생각정거장, 2018)는 어떤 걸음걸이를 풀어놓은 책일까요. 《눈구름 사자》(짐 헬모어 글·리처드 존스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에 나오는 눈구름 사자는 아마 모든 집에 다 있겠구나 싶습니다. 《형아만 따라와》(김성희, 보림, 2019)를 펴 보니, 형아는 언제나 동생한테 기대면서 동생은 또 형아하고 사이좋게 손을 잡는 걸음걸이로군요. 《봄을 만드는 요정》(시빌 폰 올페즈 글·지그린드 숀 스미스 퀼트/노은정 옮김, 미래아이, 2008)은 천에 한 자락으로 담은 그림책입니다. 멋진 이야기를 천에 담아낸 손길이 이쁘장합니다. 다만, 책 엮음새는 아쉽네요. 펴낸곳에서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고 손길을 뻗으면 달라졌을 텐데요.


  창밖으로 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책집이 이 나라에 몇 곳쯤 될까요. 나무를 바라보다가 하늘빛을 헤아릴 수 있는 책집이 얼마쯤 될까요. 나무를 어루만지고, 하늘을 품고, 냇물을 노래하고, 풀밭에 맨발로 뛰노는 터전을 어린이도 어른도 다같이 누리는 앞날을 그리고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추상적인 표현 : ‘추상적인 표현’이란 뭘까? 이런 말을 어린이한테 들려줄 만할까? 어른 사이에서도 ‘추상적인 표현’은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다. ‘두루뭉술’하지. ‘어렴풋’하다. ‘한자말을 잇달아 쓰는 말은 뜬구름을 잡듯 얄궂다‘고 밝히는 어느 분이 쓴 글도 ‘한자말을 잇달아 쓴 모습’이더라. 아, 그렇게 힘든가? 남이 쓴 한자말은 읽기에 거북하고 글쓴님이 쓰는 한자말은 읽기에 안 거북할 만할까? 그 한자말이나 저 한자말이나 매한가지 아닐까? 글손질을 해본다. 2020.3.4. ㅅㄴㄹ


[보기글]

“추상적인 표현을 뒤섞어 놓은 문장을 목격하는 순간, 왠지 내가 유식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흔하게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굳이 연이어 써야 했을까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논문조차 어렵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독자의 폭을 좁히는 일이니까. 아무리 어려운 용어라도 쉽게 풀어 써야 좋은 글이다. 인터뷰를 정리할 때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대상은 독자다. 누군가 책을 읽고 그 저자의 인터뷰를 찾아볼 가능성은 1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은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숲노래 글손질]

“뜬구름 잡듯 뒤섞어 쓴 글을 보면, 왠지 내가 똑똑한 듯하지만, 흔히 안 쓰는 한자말을 굳이 잇달아 써야 했을까 모르겠다. 배움글조차 어렵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읽는이가 줄어드니까. 아무리 어려운 말이라도 쉽게 풀어 써야 좋다. 만나서 들은 말을 추스르며 읽는이를 살핀다. 책을 읽고 글쓴이가 들려준 이야기를 찾아볼 일은 드물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밑이야기를 밝혀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손글씨 : 누구를 만나러 움직이는 길이면 으레 노래꽃 열여섯 줄을 쓴다. 이 노래꽃은 으레 둘을 떠올리면서 쓴다. 한켠으로는 ‘오늘 마주할 이웃’이요, 다른 한켠으로는 ‘우리 집 어린이’이다. 글꾸러미에 먼저 손글씨로 쓰고, 정갈한 종이에 두 벌 옮겨쓴다. 한 벌은 ‘오늘 마주할 이웃’한테 드리고, 다른 한 벌은 ‘우리 집 어린이’한테 준다. 오늘 마주할 이웃한테 어제 쓴 손글을 건네지 않는다. 바로 오늘 써서 곧장 오늘 건넨다. 오늘 이곳에 흐르는 바람이 온누리를 휘휘 돌다가 사분히 내려앉아서 나란히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손글씨란 손에 담는 글빛이다. 손으로 또박또박 옮기면서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빛이다. 머리로 짓고 마음으로 심은 이야기를 함께하려고 들려주는 사랑노래이기도 하다. 2020.3.4.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