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한구석에 - 하
코노 후미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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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이 세상의 한구석에 下》

 코노 후미요

 강동욱 옮김

 미우

 2017.10.31.



저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죽음이 최악의 불행인지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다른 이가 되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모든 생명의 존엄함이니 훌륭함이니 하는 것도 엄밀히는 여전히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탓인지 가끔 ‘이 사람 저 사람’의 ‘죽음’의 숫자로 비극의 무게를 재야만 하는 ‘전쟁물’을, 도무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1943년부터 1946년까지의 작은 이야기를 실을 자리가 있었던 것, 태평하게 오른손으로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평화,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지켜봐 주시는 독자 분들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57쪽/그린이 말)



  열아홉 살 무렵부터 손빨래를 하며 살았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를 살아가니 손빨래로 누빈 나날이 꽤 길구나 싶지만, 곰곰이 보면 열아홉 살 무렵까지는 ‘어머니가 해준 빨래’로 살았던 셈입니다.


  어린 나날을 돌아보면 우리 집에 빨래틀이 들어온 지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열 살인가 열한 살 즈음에 우리 집에도 빨래틀이 들어왔지 싶은데, 빨래틀을 들였어도 이불은 형이랑 저랑 발로 북북 밟아서 빨았어요. 집안에 사내가 둘 있으니 이불빨래를 도맡았는데, 형하고 이불을 밟아서 빨아 바깥마루에 척 널면 이웃집이 몹시 부러워했어요. “이야, 저 집에는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이불빨래도 쉽게 하네!”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꿈이자, 동시에 누군가의 악몽이기도 하다.’ (16∼17쪽)



  형하고 이불빨래를 하기 앞서는 어머니가 홀로 밟아서 빨래하셨겠지요. 지난날 거의 모든 집처럼 우리 집에서도 어머니가 밥살림에 옷살림에 집살림을 혼자 건사했습니다. 생각해 봐요. 오로지 두 손이랑 발로 도맡는 집살림이란 새벽부터 밤까지 일이 잇달지요.


  게다가 지난날에는 어느 집이건 천기저귀를 썼어요. 더 옛날에는 집마다 밭자락에서 밥살림을 갈무리했으니 집에서 할 일은 훨씬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보살피면서 가르치는 몫도 으레 가시내인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간추려 보자면, 지난날에는 살림빛이자 길잡이 노릇을 오롯이 맡은 가시내였다는 뜻입니다.

  이때에 사내는 무슨 일을 했을까요? 사내란 자리에서는 얼마나 크거나 바쁜 일이 많아서 집살림이며 아이돌봄을 오롯이 가시내한테 맡기면서 바깥에 눈을 돌려야 했을까요.



“미안하다, 스즈. 쟤도 많이 놀라서 그래. 쟤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가 아닐 거야. 우리는 네가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기요, 린 씨. 그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요? 그래, 반대편 울타리. 판자가 몇 개나 떨어져 나갔을, 폭풍을 타고 거기로 날아 들어가면, 그 너머, 그 너머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을까?” (44∼45쪽)



  저는 우리 집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며 모든 집안일을 도맡았습니다. 이 가운데 빨래만 이야기해 본다면, 큰아이는 온날(100일)이 될 무렵까지 날마다 기저귀를 52자락씩 내놓았어요. 날마다 기저귀만 이만큼 빨았고, 아기가 덮는 이불이며 포대기는 거의 날마다 빨았고, 배냇저고리에 바지에 하루에 몇 벌씩 빨았어요. 모두 손으로요.


  작은아이는 사내로 태어난 터라 하루에 기저귀를 30자락씩 내놓았어요. 일손이 확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작은아이는 오줌을 몰아서 누다 보니 작은아이를 돌볼 적에는 이불이며 포대기를 더 자주 빨았습니다. 큰 빨랫감이 늘고 작은 빨랫감인 기저귀만 줄었달까요.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고, 아이들 먹을 밥차림을 마련하고, 아이들한테 자장노래에 놀이노래를 불러 주는 하루를 보내며 고단하지 않았어요. 재미났습니다. 웃고 울며 곯아떨어지고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보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없다는 것을 깨달은 오른손, (1945년) 6월에는 하루미와 잡았던 오른손. 5월에는 슈사쿠 씨의 잠든 얼굴을 그렸던 오른손. 4월에는 테루 씨의 연지를 집었던 오른손. 3월에는 히사오의 교과서를 베꼈던 오른손. 2월에는 도깨비 오빠의 뇌를 집어올렸던 오른손. 1월에는 열심히 카루타 놀이를 했던 오른손. 작년 12월에는 미즈하라의 손을 잡았던 오른손. 작년 11월에는 형님의 옷을 잘못 재단했던 오른손. 작년 10월에는 떨면서 서랍을 열었던 오른손. 작년 9월에는 슈사쿠 씨를 찰싹찰싹 때렸던 오른손. 작년 8월에는 린 씨에게 수박을 그려 줬던 오른손 …… 작년 4월에는 민들레 솜털을 땄던 오른손. 작년 3월에는 고향을 그려 남겼던 오른손 …… 재작년 연말에는 김 뜨기를 너무 좋아했던 오른손. 7년 전 2월에는 토끼를 몇 마리나 그렸던 오른손. 10년 전 8월에는 스미를 위해 모래에 엄마를 그렸던 오른손. (58∼59쪽)



  만화책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바로 이 대목을 차근차근 그립니다.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가꾸는 여느 사람이 그 모질었다는 때에, 한국으로서는 ‘일제강점기’요, 일본으로서는 ‘태평양전쟁기’에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떻게 자면서 하루를 누렸는지, 날마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일을 하면서 보냈는가를 고스란히 옮깁니다.


  참말로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요. ‘어머니하고 아버지’도 어린이로 살던 나날이 틀림없이 있을 텐데, 두 어버이는 어버이 아닌 아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살림을 맡아야 했고, 겨울에 얼마나 손이 꽁꽁 얼면서 집안일을 해야 했으며, 여름에 얼마나 온몸이 후끈후끈 더운 채 집살림을 나누어 맡았을까요.



“다만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올케 돌보고 집안일 하는 거 다 괜찮아. 오히려 무료하지 않아서 좋은걸. 이것저것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올케 본인이 싫어지지 않는 한 올케가 있을 곳은 여기야. 괜히 쓸데없이 마음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 (77쪽)



  오늘날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책을 넘기면 언제나 임금님 이름이라든지 임금님 둘레에서 벌어진 일이나, 벼슬아치하고 먹물붙이 이야기가 잔뜩 흐릅니다. 어느 학교 어느 역사책에서도 수수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에서 자면서 하루를 보냈나 하는 이야기가 없어요.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하고 먹물붙이는 ‘조선왕조실록’이란 책을 써서 남겼습니다만, ‘마을살림 이야기’는 한 마디로도 옮기지 않았어요.


  그들 힘자리에 선 이들은 ‘씨앗을 어떻게 묻’는지, ‘베틀은 어떻게 밟’는지 ‘바느질은 어떻게 하’는지, ‘실은 어떻게 얻’는지, ‘아이한테 자장노래는 어떻게 부르’는지, ‘빨래터에서 옷을 어떻게 빨’았는지, ‘낫을 어떻게 긋’는지, ‘풀벌레하고 개구리하고 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어떠한’지 같은, 수수한 사람들 수수한 마을에서 늘 벌어지는 이야기는 한 줄로도 그리지 않았어요.



“너도 히로시마에서 왔니? 나는 강해지고 싶어. 다정해지고 싶어. 이 마을 사람들처럼. 아아, (B29 날아가는 소리) 시끄러워. 그런 폭력에 굴할 줄 알아?” (88쪽)


‘이 나라에서 정의가 날아가 버린다.’ “아아, 폭력으로 복종시켜 온 건가. 그러니까 폭력에 굴복하는 건가. 차라리 나도 모른 채 죽었으면 좋았을걸.” (96∼97쪽)



  만화책 《멘발의 겐》이 있습니다. 《맨발의 겐》은 수수한 삶자리에서 수수한 사내라는 눈길로 ‘일본이 정치권력을 세워서 끔찍하게 사람을 길들이고 홀려서 바보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얼마나 엉터리짓을 일삼았는가’를 멱살잡이를 하듯이 그려냅니다. 일본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먹물붙이가 쉬쉬하거나 들여다보려 하지 않던 모습을 낱낱이 그려내어 밝히지요.


  만화책 《이 세상의 한 구석에》는 수수한 삶자리에서 수수한 가시내라는 눈길로 ‘일본 정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언제나 집안일로 바쁘고 학교 문턱도 디딜랑 말랑 하면서 사느라, 나라가 시킨 엉터리짓이 엉터리짓인 줄 알 수도 없는 채 맴돌이를 한 끝에 맞이한 패전이란 때에, 마을 한켠에 아주 작게 올라온 아주 작고 낡은 태극기를 보고서 여태 일본이란 나라가 뭘 했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한달음에 모조리 깨우친’ 살림살이 이야기를 아줌마 눈길로 그립니다.


  두 만화가 매우 닮았어요. 그저 두 만화는 ‘아저씨 눈길하고 목소리’하고 ‘아줌마 눈길하고 목소리’라는 결이 다를 뿐입니다. 여태껏 역사이건 정치이건 문화이건 교육이건 예술이건 으레 사내 눈길이나 목소리로 흘렀잖아요. 이 물결 한켠에 조그맣게 피어난 민들레꽃 같은 만화랄까요.



“살아 있든 죽었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이 있고, 저만이 갖고 있는 기억이 있어요. 저는 그 기억의 그릇으로서 이 세상에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겠죠.” (128쪽)



  죽은 사람 곁에 산 사람이 있습니다. 산 사람 곁에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 곁에 다친 사람이 있고, 다친 사람 곁에 죽은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몸으로 이 땅에 와서는, 저마다 다른 삶으로 하루를 지내고는, 저마다 다른 숨결로 피어나거나 스러집니다.


  살아남은 일이란 슬픔일까요. 살아남았으니 고마울까요. 팔 하나가 폭탄에 날아갔어도 살아남으니 기쁨일까요. 비록 어머니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죽은 몸이 되었지만, 어머니가 사는 마을까지 가까스로 걸어와서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얼굴에 몸으로 숨이 끊어진 사내는 마지막 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등을 쓰다듬는 태양의 손바닥. 당신을 감싸 주는 김 같은 땅거미. 머물렀다 날아가는 정의. 어디에나 깃드는 사랑. 그리고 언제든지 마련될 당신의 자리. 미안해요. 지금 이것을 읽은 당신은 죽을 거예요. 참새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민들레의 솜털도 맞지 못하고, 구름의 틈새가 만드는 양지에 들지 못하고, 옆에 잠든 사람의 꿈속조차 알지 못하고, 쏜살같은 속도로 차례차례 기억이 되어 가는 반짝이는 날들을, 당신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며, 점점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이는 빠지고, 눈은 침침해지고, 귀는 멀고, 그런데도 그것을 행복이라고 웃음지으면서. 모두가 하는 말이니까 그럴지도 몰라요. 아니면 단순히 남의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당신은 이 세상의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니까. (143∼148쪽)



  만화책을 이끄는 젊은 아주머니 목소리에 “아아, 폭력으로 복종시켜 온 건가. 그러니까 폭력에 굴복하는 건가. 차라리 나도 모른 채 죽었으면 좋았을걸.” 같은 말을 얹은 《이 세상의 한 구석에》 마지막 자락입니다.


  군함을 만들고 폭탄을 만들고 총칼을 만들어 숱한 나라로 쳐들어가니, 이렇게 전쟁무기를 갖춘 나라는 바로 더 센 전쟁무기에 짓밟힙니다. 더 센 전쟁무기는 더더 센 전쟁무기한테 짓밟히겠지요.


  그렇다면 생각해 봐요. 호미 한 자루를 쥐어 일군 밭에서 거둔 남새를 내미는 손길이라면, 이 손길 앞에는 누가 무엇을 들고 설까요? 손을 잡고 뛰노는 아이들 곁에 선 옆마을 아이들은 어떤 얼굴하고 마음으로 다가설까요?


  우리는 서로 이웃 사이가 될 만할까요, 이쪽하고 저쪽을 갈라서 더 센 주먹힘을 키워야 할까요? 주먹힘을 키우는 데에 돈을 옴팡 쓰느라 막상 호미 한 자루도 없이, 밭 한 뙈기조차 없이, 남새 한 포기를 나누는 사랑이 없이, 치고박고 다툴 적에 배부른 살림이 될까요?



“봐. 아홉 개의 봉우리가 지켜주고 있지. 그래서 쿠레라고 해. 뒤는 바다. 오른쪽은 야스미산. 왼쪽은 하치마키산. 그 너머가 히로시마야. 그리고 한가운데가 하이가미네 봉. 저 기슭이 우리 집이야.” (152∼153쪽)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우리는 오늘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살림길을 바랄 만한가를 꿈꿉니다. 죽은 사람을 숱하게 곁에 둔 작은 마을 작은 아줌마 아저씨 둘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집도 모조리 전쟁 불구덩이에서 잃고 혼자가 된 작은 아이’를 만납니다.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이 외톨이가 된 아이는 어느새 거지 꼴입니다. 작은 아줌마 아저씨는 외톨이 거지 꼴 아이를 상냥하게 쓰다듬고 어루만집니다. “저 기슭 우리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외톨이 거지 꼴 아이는 아버지가 징병으로 끌려가서 죽었고, 어머니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온몸에 유리조각이 박혀서 죽었습니다. 이 아이를 일본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먹물붙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뿐더러 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를 품을 사람은 따로 있어요. 바로 살림꽃 아주머니하고 아저씨입니다.


  이 땅에서 숱한 어른이란 이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라를 바로세우겠다고, 지식을 나누겠다고, 종교를 일으키겠다고,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온갖 목소리를 드높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치고 아기 오줌기저귀를 손빨래로 복복 비벼서 헹구어 삶고는 마당에 척척 널어 해바라기를 시킨 다음에, 아기를 품에 안고서 싱글벙글 노래를 불러 주는 살림을 꾸리는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두머리끼리는 평화를 말하지 않습니다. 작은 마을 작은 사람들이 되어야 비로소 어깨동무를 하면서 잔치마당을 폅니다. 벼슬아치끼리는 민주를 말하지 않습니다. 숲을 곁에 둔 조촐한 마을 수수한 사람들이 되어야 사랑을 노래하는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먹물붙이끼리는 평등을 말하지 않습니다. 살림순이 살림돌이 이름을 스스럼없이 가슴에 달고서 하루를 새롭게 가꾸려는 아줌마 아저씨가 될 적에 언제나 꿈꾸고 노래하는 빛나는 하늘사람이 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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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판타스틱 모자 우리 아이 인성교육 9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배주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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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99


《밀리의 특별한 모자》

 키타무라 사토시

 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하루가 더없이 즐겁습니다. 무엇이든 생각으로 바꾸어 낼 만하거든요.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하루가 그지없이 괴롭습니다. 남이 시키는 대로 흘러가노라니 언제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나 싶어 안달을 합니다. 우리 몸은 우리 마음에 심은 생각대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마음에 대고서 ‘아, 짜증나!’ 하는 생각을 심으면 우리 몸에는 사나운 기운이 흘러 어느새 우락부락한 낯빛이 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바라보면서 ‘아, 신나!’ 하는 생각을 얹으면 우리 몸에는 신바람이라는 숨결이 춤추면서 어느덧 활짝활짝 웃음낯이 되어요. 《밀리의 특별한 모자》에 나오는 아이는 생각날개를 펴면서 하루를 짓습니다. 갓집(모자가게)에서 일하는 아저씨는 어느 날 문득 만난 꼬마 아가씨 손님을 ‘돈이 없으면서 뭘 사려고?’ 같은 말로 내쫓지 않아요. ‘눈으로 볼 수 없는 돈’을 받고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갓(모자)’을 기쁘게 건네줍니다. 아이가 장만한 갓은 아이 마음에 따라 눈부시게 거듭납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스스로 기쁜 바람을 일으키면 아이 둘레에 무지개가 춤을 추면서 빛나요. 아이는 모두 깨달은 몸·마음으로 우리한테 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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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 - 달리 초등학생 그림책 14
하마다 히로스케 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강라현 옮김 / 달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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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쉽지만 다른 그림책에...

이 그림책은 한국에서는 어디에서도 안 뜨네 ㅠ.ㅜ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0


《うらしま たろう》

 いわさき ちひろ 그림

 松谷 みよ子 글

 偕成社

 1967.7.1.



  2020년은 한국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란 모임이 마흔 돌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대단하지요. 어린이책을 어린이만 읽지 않고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며 함께 읽는다’는 뜻으로 모임을 꾸린 지 마흔 해 걸음이거든요. 그림책이나 동시책은 어린이만 누리지 않아요. 어린이부터 누립니다. 이 대목을 제대로 안 본다면 허술한 말장난·그림장난 책이 태어납니다만, 이 대목을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아름다운 말놀이·그림놀이 책이 태어나요. 장난하고 놀이는 확 달라요. 《うらしま たろう》라는 해묵은 그림책을 언제 장만했는 지 까마득하지만, 2020년에 열세 살인 우리 집 큰아이가 이 그림책을 바로 알아보고 줄거리까지 술술 읊습니다. 저는 우리 집 아이들한테 읽어 주며 이야기를 함께한 일을 잊었지만 아이는 또렷하게 떠올리더군요. 상냥한 아이를 마주보며 “그렇지? 그때 그 아저씨는 왜 열지 말라는 꾸러미를 열었을까? 굳이 뭍나라로 가서 살 까닭이 없으니 바로 바다나라로 돌아가면 되었을 텐데.” 일본에서 숱한 그림님이 저마다 다른 빛으로 그린 ‘우라시마 타로 아저씨’ 이야기인데, 이와사키 치히로 님이 더없이 곱게 물들여 주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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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이예원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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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8


《봄이다》

 줄리 폴리아노 글

 에린 E. 스테드 그림

 이예원 옮김

 별천지

 2012.4.20.



  꽃잎이 벌어지면 봉오리일 적에는 속으로 품기만 하던 어마어마한 내음이 훅훅 끼치면서 마을이며 집이며 숲을 향긋한 기운으로 보듬습니다. 앙상하던 겨울나무에서 향긋한 꽃나무, 또는 봄나무가 된 이 한복판에 서 볼까요? 집에 웅크리기보다는 나무 곁에 서서 두 팔을 벌려 꽃내음이며 하늘빛을 온 가슴으로 맞아들여 볼까요? 흙이랑 돌이랑 나무로 지은 집에 나무로 불을 때어 가만히 누우면 고단했던 앙금이 싹 가시면서 개운하게 일어설 만하다고들 말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큰고장은 하나같이 시멘트하고 쇠붙이로만 척척 세운 겹집만 가득해요. 흙집 아닌 시멘트집에 옹크린다면 안 아픈 데까지 아프지 않을까요? 흙땅 아닌 아스팔트땅만 자동차로 싱싱 달리면 멀쩡하던 데까지 삐걱대지 않을까요? 《봄이다》에 나오는 아이는 애써 심은 씨앗이 언제 싹트는지 기다리자니 좀이 쑤신대요. 언제 흙빛이 풀빛으로 바뀔는지 지켜보다가 목이 빠진대요. 날마다 뻔질나게 들여다보지만 씨앗은 조용합니다. 아니 땅바닥에서만 그렇지요. 먼저 뿌리를 내려야 떡잎이 돋잖아요. 땅밑에서 온힘을 다하는 숨결을 느낀다면 이 봄이 어느새 물씬 퍼진 줄 마음으로 알 수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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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카약 세계숲 그림책 8
니나 레이든 지음, 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 이상희 옮김 / 소원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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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7


《노란 카약》

 니나 레이든 글

 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

 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2018.8.25.



  서울처럼 큰고장에서 앓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시골로 보냈습니다. 시골에서 앓는 사람이 있으면 마을하고 떨어진 깊은 숲에 오두막을 짓고서 조용히 쉬엄쉬엄 몸이며 마음을 북돋았어요. 가만히 돌아보니 여린 몸으로 늘 골골대는 동무는 학교를 자주 쉴 뿐 아니라 시골집에서 오래오래 바람하고 벗삼고 구름하고 이웃하면서 마음에 파란하늘을 담았구나 싶어요. 《노란 카약》을 살몃살몃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아이한테 조각배가 있어서 냇물을 따라 마실을 떠난다면, 이 아이는 어느 곳을 돌아볼까요? 아마 냇물은 큰고장을 가로지를 수 있을 테지만, 냇물은 숲이며 들을 휘휘 돌면서 새랑 벌나비랑 뭇짐승이랑 물벗하고 마주하는 길을 누비지 싶어요. 아이는 조각배를 징검돌로 삼아서 온누리를 가득가득 어루만지는 너른 풀빛이며 하늘빛을 몸이며 마음에 품겠구나 싶어요. 홀가분히 배를 저으니 사락사락 물살 가르는 소리에, 이 물빛을 머금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풀이며 나무를 마주합니다. 배를 멈추고 물가에 올라서니 두 발이며 두 손에 와닿는 흙내음이며 흙빛이 싱그럽습니다. 우리는 꿈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를 아늑히 가꿀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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