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0


《노아 씨의 정원》

 캉탱 드빌·피에르-앙드레 마냉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김진실 옮김

 따님

 1996.11.20.



  어버이가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끼는 아이는 “아, 사랑스럽구나.” 하고 생각하기에 바로 낫습니다. 아이는 돌부리가 있기에 걸리기도 하지만 판판한 맨바닥에서 문득 자빠지거나 엎어지곤 합니다. 이때 우리는 아이를 핀잔할 수 있고 나무랄 수 있으며 걱정할 수 있어요. 우리가 아이 곁에서 보이는 몸짓을 고스란히 받아먹지요. 넘어진 아이를 일으키는 손길을 물려줄 수 있고, 넘어진 아이가 스스로 가볍게 털고 일어나서 다시 뛰놀도록 북돋우는 살림말을 물려줄 수 있어요. 《노아 씨의 정원》은 이 나라에서 너무 일찍 나왔을까요. 마침 나올 만한 때에 태어났을까요. ‘따님’이라는 출판사는 이 나라로서는 너무 앞선 길을 걸었을까요. 때마침 아름다이 태어나서 씩씩하게 삶길을 밝히는 책을 선보였을까요. 예부터 어디에서나 흙지기는 땅을 섣불리 갈지 않았습니다. 겉보기로는 흙만 있는 땅이 아니니까요. 숱한 숨결이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땅인 터라 논밭을 삼는다고 마구 파헤치지 않았어요. 고이 비손을 했어요. “우리, 함께살자.” 하고 노래하면서 가만히 어루만졌어요. 손길·눈길·마음길이 이웃길·동무길·숲길에 닿아야 빛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29. 꽃가루


꽃가루가 날리는 봄입니다. 이 꽃가루는 새롭게 피어나서 숲을 가꾸는 숨결입니다. 벌나비뿐 아니라 멧새가 사랑하는 꽃가루요 꽃송이예요. 이뿐인가요. 숲짐승도 새봄 꽃송이를 냠냠 즐겨요. 사람도 꽃송이를 나물로 삼고, 때로는 잘 말려서 뜨거운 물에 띄워 몸살림물로 누리지요. 꽃가루란 얼마나 쓰임새가 많고 온누리를 보듬는가 하고 헤아리고 보니, 우리가 얼굴을 곱게 꾸미려고 바르는 가루를 ‘얼굴가루’라 해도 될 테지만 ‘꽃가루’란 이름으로 함께 써도 어울리겠구나 싶어요. 이름이란 우리가 짓기 나름입니다. 이름을 짓는 뜻을 고이 나누면 즐겁고, 저마다 말지음이에 삶지음이에 생각지음이에 사랑지음으로 살아갈 만해요. 따로 누가 지어 주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손수 지어서 즐기면 아름답습니다. 아이한테 이름을 지어서 줍니다. 우러를 만한 어른한테도 기쁘게 새이름을 지어서 드립니다. 꽃다운 말을 종이에 얹어서 살며시 올려 볼까요. 절을 하는 마음으로 서로 꽃글월을 나눠 봐요. 바로 이 마을에서, 언제나 이 삶터에서, 다른 곳 아닌 이곳에서 상냥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곱상하게 꽃살림을 가꾸어 봐요. ㅅㄴㄹ


꽃가루·꽃물가루·얼굴가루 ← 화장품, 분(粉), 콤팩트, 팬케이크

지음이·지음님·짓는이·짓는님 ← 저자, 저작자, 작가, 작자, 필자, 제작자, 창작자, 창조자, 창조주,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메이커

드림·올림·절 ← 증(贈), 증정, 수여, 기부, 기여, 기증, 기탁, 배(拜), 배상(拜上)

마을·삶터·살림터·고을·고장·이곳 ← 지역사회, 지역공동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 2018 칼데콧 대상 수상작 비룡소의 그림동화 254
매튜 코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2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매튜 코델

 비룡소

 2018.6.10.



  늑대란 짐승은 사납지 않습니다. 일본을 거쳐 들어온 서양 이솝 이야기 때부터 늑대를 사납빼기로 그렸지 싶습니다. 왜 늑대가 사나울까요? 숲짐승은 사나울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멋모르고 괴롭힐 적에 누구보다 당차고 씩씩하게 맞선 짐승이 늑대요 범이며 여우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너희가 뭔데 사람한테 그리 대들어?’ 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짐승을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갖다 붙였고, 오늘날까지 그런 뜬금없는 생각이 퍼집니다. “wolf in the snow”라는 그림책을 한국에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로 옮겼습니다. 그림책 줄거리는 알뜰합니다. 그러나 책이름이 매우 엉뚱합니다. “눈밭 늑대·눈 맞는 늑대”입니다. 이 그림책은 늑대가 어떤 숲짐승인가를 들려줍니다. “씩씩한 아이”가 아닌 “상냥한 눈밭 늑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출판사에서는 그린님 뜻하고 어긋나게 책이름을 바꾸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니, 그림책에 흐르는 사랑스러운 숨결이 엉뚱하게 읽히지 않게끔 다스려야겠습니다. ‘어른한테서 물려받은 두려움’을 스스로 떨쳐낸 아이한테 늑대가 마음으로 다가가서 따스히 돌보는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거든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사랑 사랑 사랑 : 적어도 네 시간 이십 분, 으레 다섯 시간쯤 달리는 시외버스라면 사이에 쉼터를 두 곳쯤 들러야겠지. 그러나 시외버스(또는 고속버스) 일꾼은 조금이라도 더 달리고서 쉼터에 들르러 하기 일쑤이다. 5분이나 10분을 더 빨리 간들 얼마나 더 빠를까. 멀디먼 길을 가는데 10분 아닌 15분이나 20분쯤을 느긋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쉬잖고 세 시간쯤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사내인 몸으로도 오줌보가 꽉 찬다. 어쩐지 시외버스라는 탈거리는 오금을 죄기에 더 오줌이 마렵지 싶기도 하다. 비행기에서도 매한가지일 테지. 좁은 자리에 얌전히 박혀서 꼼짝않고 숨죽여야 하는 틀이라면 몸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바람에 훨씬 고단하리라. 그나저나 이 쉼터도 저 쉼터도 건너뛰는 시외버스에서 이십 분쯤은 마음소리로 “나는, 우리는, 오늘부터, 언제까지나, 사랑 사랑 사랑이다.” 하고 읊다가 그다음 이십 분은 가벼운 목소리로 “나는, 우리는, 오늘부터, 언제까지나, 사랑 사랑 사랑이다.”를 읊었다. 부디 이다음 쉼터에서는 시외버스가 멈추어 주기를 바라면서 마음으로도 입으로도 왼 말은 석 마디 “사랑 사랑 사랑”이었다. 2020.3.10.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살림말


잘못 :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을 했기에 죽일놈이 되지 않는다. 잘못을 깨닫고서 엎드려 절할 줄 안다면,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스스로 다짐을 하면서 다시 태어나겠다는 마음을 빛낼 줄 안다면, 저지른 잘못을 기꺼이 뉘우치고서 새로서겠노라고 말할 줄 안다면, 잘못값을 고스란히 치르고서 이제부터 달라지겠노라 단단히 벼를 줄 안다면, 잘못이란 더없이 고마운 스승이 되겠지. 누구나 잘못을 나무라지 않는다. 잘못을 깨닫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채 똑같은 잘못을 일삼기에 그만 멈추라는 뜻으로 불러세울 뿐이다. 그야말로 돌이키기 어렵도록 잘못수렁에 빠지지 말라는 뜻으로 큰소리를 내어 멈춰세우거나 돌려세우려 할 뿐이다. 잘못을 비는 사람 곁에서 몽둥이를 휘두를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잘못을 빌 줄 모르는 사람 곁에서 혀를 끌끌 차다가 고개를 돌릴 사람이 있을 뿐. 잘못을 빌 줄 안다면 꿈을 빌 줄 안다. 잘못을 빌면서 잘못값을 치를 줄 안다면, 사랑을 빌면서 앞으로 나아갈 새터에 따사롭고 상냥하며 넉넉한 숨결이 드리우도록 온힘을 기울일 만하겠지. 2007.8.9.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