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4. 또래가게


돈으로 풀지 못하는 길이 수두룩합니다. 돈밖에 없다고 여겨 웃돈을 주고라도 얻으려는 때가 있다면, 돈만큼은 없어서 웃돈은커녕 푼돈조차 내밀지 못하고 마음에 사랑이라는 숨결을 심어서 다가서는 때가 있습니다. 모여서 모임이 되고, 모임을 이룬 사람이 있어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지어 집안을 이루고, 이 집안에서 나고 자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요. 우리는 돈을 벌어서 살림을 잇기도 하지만, 땅을 지어서 살림을 가꾸기도 합니다. 밥줄이 있다면 살림줄이 있고, 사람줄로 엮는다면 마음줄로 잇겠지요. 이곳에 있고 저곳에 있기에 이음가게입니다. 여러 이음가게는 마치 또래 같아요. 어슷비슷한 또래이듯, 어슷비슷한 얼거리로 고장마다 이어지는 또래가게입니다. 커다랗게 차린 가게라면 큰가게일 텐데, 이것저것 모은 가게일 적에는 모둠가게일까요. 또는 모둠저자일까요. 어쩌면 모둠집일 만하고, 여러 가게가 어울린다는 흐름을 살펴서 어울림집이나 어울집이나 어울가게나 어울터 같은 이름을 가만히 붙일 만합니다. 혼자서 돈을 거두어들이는 가게가 아닌, 이웃한 가게도 마을에 깃든 가게도 사이좋게 또래가 되어 어우러지는 가게라면 말이지요. ㅅㄴㄹ


웃돈 ← 프리미엄, 할증료, 할증금, 수수료

모임사람 ← 회원, 단체 구성원

집안사람 ← 혈연, 혈연관계, 혈통, 친척, 일족, 친족, 가족 구성원

목줄 1 ← 생계, 생계수단, 수입원

목줄 2 ← 체인, 리드줄(lead-)

이음가게·또래가게 ← 체인점, 체인, 연쇄점

모둠가게·모둠저자·모둠집·어울림집·어울터·어울가게 ← 종합쇼핑몰, 복합쇼핑몰, 대형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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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2.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글, 세종서적, 2018.8.21.



고흥에 돌아온 엊저녁, 아이들은 아버지를 기다리겠노라 했다던데, 내가 집에 닿기 앞서 바로 곯아떨어진 듯하다. 집에는 저녁 여덟 시 오십 분에 닿았으니 곯아떨어질 만하지. 짐을 풀고 부엌을 건사하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열 시 즈음 되는데, 곁님이 사흘 동안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며 뜨개거리를 챙겨서 앉는다. 한참 사흘치 수다를 풀고 보니 날이 밝는다. 아, 수다로 밤을 샜나? 비틀비틀 자리에 눕는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은 바깥말을 옮기는 길을 가는 두 사람이 함께 썼다. 낱말 하나를 고르려고 무던히 애쓴다는 두 분일 텐데, 책이름은 왜 이렇게 붙였을까? “글을 옮기는 우리 하루”를 적은 책일 텐데, 일본사람이 익히 쓰던 ‘일일공부’ 같은 데에나 춤추는 ‘일일’ 같은 한자말을 굳이 책이름에 넣어야 했을까. ‘책이름에 책에서 반’이라고 하면서. 옮기는 쪽이나 짓는 쪽이나 엮는 쪽 모두 요새는 ‘글’이란 말을 안 쓰고 ‘텍스트’란 영어를 쓰더라. ‘글’이란 뭘까? ‘글’을 영어로 옮기면 뭘까? ‘글월·글발·글귀·글자락·글줄’이나 ‘글빛·글넋·글결·글맛’을 어떤 영어로 옮길 만할까? 마음에 심은 생각이 말로 태어나서 이야기로 흐르다가 종이에 앉는 글일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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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1.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케이티 하네트 글·그림/김경희 옮김, 트리앤북, 2017.4.14.



굵고 짧게 바깥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간다. 서울에도 돌림앓이가 확 들어왔다던데 길에 사람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버스나루에도 사람은 많다. 돌림앓이판이라도 일 때문에 움직일 사람은 움직인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함부로 툭 치고 지나간다든지 발을 밟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라졌다. 돌림앓이판이 아닐 적에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마구 밀어붙이면서 먼저 타려고 해댔다면 요새는 꽤 얌전하구나 싶다. 이 바람이 수그러든 다음에도 이 몸짓은 이어가기를 빈다. 그림책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를 보름 남짓 책상맡에 두고 돌아보았다. 마을에서 말 한 마디 없는 사람들, 이웃이고 동무고 헤아리지 않는 사람들, 차갑거나 메말랐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 고양이가 찾아온 이야기를 다룬다. 고양이가 대단하거나 남다르다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곳에 가서 이 사람을 만났다가, 저곳으로 가서 저 사람을 마주할 뿐이다. 사람 사이에서 말도 따스한 손길도 없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부드러이 잊고 맺는 고양이 곁에서 조금씩 마음을 바꾼다. 차갑던 마음을 녹이고, 메마른 낯빛을 풀어낸단다. 새롭게 찾아드는 봄인데 서울은 어디나 약품냄새가 끓는다. 약품을 뿌려야 하더라도 새가 깃들거나 쉬면서 노래할 자리는 남겨 두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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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모의 플래시백 4
우에시바 리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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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83


《오쿠모의 플래시백 4》

 우에시바 리이치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2.29.



‘평소에도 항상 보는 학교 근처의 거리가, 마치 반짝거리는 듯한. (자전거에) 여자애를 태워서 그런가? 여자애랑 같이 있으면 평소의 풍경도 이렇게나 달라 보이는 건가?’ (62쪽)


“이 모습으로 가면 들킬 염려 없잖아.” “그렇게까지 해서 운동회에 가고 싶어?” “당연하지. 아들의 운동회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니?” (71∼72쪽)


‘먼저 자라니.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어떻게 먼저 자.’ (119쪽)



《오쿠모의 플래시백 4》(우에시바 리이치/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는다. 이제 아들은 일찍 죽은 아버지가 저한테 남긴 빛이 무엇인가를 조금쯤 느끼는 흐름이 된다. 앞으로 다섯걸음에서 다시 맴돌이를 하면서 부피를 늘리려 한다면 따분할 텐데,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오늘 내(아들) 나이일 무렵에 어떻게 하루를 보냈고, 무엇을 보았으며, 어떤 마음으로 앞길을 그렸는가를 보여준 뜻’을 더 넓고 깊게 마주하려는 흐름으로 가닥을 잡으면 좋을 텐데 싶다. 이러한 쪽으로 길을 잡으면 제법 볼만한 만화라 할 테고, 이러한 쪽이 아닌 응큼한 길로 간다면 그저 그런 만화 가운데 하나로 그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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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84


《약사의 혼잣말 1》

 휴우가 나츠 글

 쿠라타 미노지 그림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1.30.



‘후궁에 끌려온 지 3개월. 완전히 굶주려 있던 건지도 모른다. 약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 (11쪽)


“이 백분이 왜 금지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독이라고 했잖아! 수북하게 퍼담은 밥을 먹이고 방을 꽁꽁 걸어 잠가 놓은데다가, 독이 들어간 백분을 써? 너희는 주인을 죽일 셈이냐!” (166∼167쪽)


“모란과 창포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지는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185쪽)



《약사의 혼잣말 1》(휴우가 나츠·쿠라타 미노지/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를 읽는다. 가시내를 사람 아닌 짐짝처럼 다루는, 또는 고이 모시거나 씨받이로 여기는, 그런 무렵에 임금 곁에서 시앗이 되는 사람들을 거드는 종으로 팔려간 아가씨가 나온다. 이 아가씨는 약사 집안에서 자란 터라 시앗종으로 사는 동안에도 약짓기를 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혼잣말처럼 이때에는 이렇게 다스리고 저때에는 저렇게 돌봐야 한다고 중얼거리다가 약짓기를 하는 자리로 옮기고, 이러면서 임금이란 사내가 시앗을 잔뜩 거느리며 지내는 뒷뜰살림을 하나하나 지켜본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만화인가는 더 보아야 알겠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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