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5.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

 소심한책방·손목서가·고스트북스·달팽이책방·유어마인드·동아서점 쓰고 펴냄, 2019.12.27.



여러 고장에서 마을책집으로 책살림을 잇는 여섯 곳이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저마다 꾸려서 책 한 자락으로 갈무리했다. 여섯 책집 이야기는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라는 이름이고, 누리책집에서는 이 책을 못 사지 싶다. 여섯 책집을 찾아가면 만날 테고, 그 여섯 책집에서 책을 받는 작은 마을책집에서는 만날 수 있으리라. 나는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펴내는 ‘달팽이 트리뷴’이라는 신문을 다달이 1만 원을 내고서 받아보기에, 책값을 얹어서 포항 ‘달팽이 판’으로 장만했다. 여러 책집지기가 쓴 글에 나오기도 하지만, 한복판은 서울이 아니다. 한복판이란 우리가 살림을 지으며 사랑하는 보금자리가 있는 이 마을이다. 여섯 고장은 저마다 온누리에서 한복판이요 아름다운 터전이며, 여섯 모서리 여섯 책집은 여섯 가지 한복판이자 여섯 갈래 노래밭이지 싶다. 여섯 목소리는 여섯 책집이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여섯 빛깔로 들려준다. 나라 곳곳 모든 마을책집이 저마다 “우리 책집 이야기”를 조곤조곤 갈무리해서 선보인다면 좋겠다. 누가 취재·인터뷰를 해서 나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되, 하루하루 마주한 햇살을, 햇살 같은 책을, 햇살 같은 책손을, 햇살 같은 책집지기 꿈을 노래한다면 무척 곱상하겠지. ㅅㄴㄹ


https://blog.naver.com/snailbooks/2217644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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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4.


《나만이 없는 거리 2》

 산베 케이 글·그림/강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5.3.1.



하루를 돌릴 수 있다면, 하루를 되감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만할까. 몇 초나 몇 분을 도로 감아서 아까 한 어떤 몸짓이나 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몸짓이나 말을 펼 만할까. 어린이로 살던 때에는 말을 더듬느라, 푸름이로 살던 때에는 수줍어서, 스무고개를 넘는 동안에는 둘레 어른들 윽박힘에 눌려서, 마음이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때에 몇 분쯤 되감아서 자꾸자꾸 살아낸다면 나는 마음속 말을 고스란히, 이러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하게 읊을 줄 알았을까. 《나만이 없는 거리 2》를 보며 ‘되감는 삶’을 떠올리는데, 되감아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되감지 않고도 고이 흐르는 이 자리에서 한결 씩씩하거나 새롭게 일어서서 마주할 만하지 싶기도 하다. 이 만화는 틀림없이 ‘굳이 더는 되감기를 하지 않고도 오늘 이곳에서 동무랑 어머니를 믿고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길’을 다루겠지.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볼 만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하고 그려 볼 만하다. 생각하면서 바뀐다. 꿈꾸면서 달라진다. 하루하루 그리면서 어제이며 오늘이 새롭다. 어제를 바꾸려고 용을 써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오늘을 가꾸며 사랑하려고 힘을 쓰는 쪽이 한결 즐거우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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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3


《뒷골목 고양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

 장석봉 옮김

 지호

 2003.7.30.



  2003년 9월 30일부터 충주 무너미마을을 이레마다 사흘씩 머물며 이오덕 어른 글이며 책을 갈무리했는데, 이때 시튼 님이 쓴 책 가운데 하나인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하고 《회색곰 왑의 삶》이 남달리 눈에 띄었습니다. 2002년 12월에 처음 나오고서 이듬해에 고침판이 나오는데요, 이오덕 어른도 이 책을 눈여겨보셨구나 싶어요. 그때까지 아무렇게나 나오던 시튼 이야기를 제대로 살펴 한국말로 옮기려 했기에 곁에 두셨구나 싶은데, 이 책은 그리 오래지 않아 새책집에서 사라집니다. 새책집에서 사라지기 앞서 《뒷골목 고양이》를 장만하며 속으로 ‘앞으로 다시 나오기 어려울는지 모르니, 먼 뒷날 아이들을 헤아려서 이 책을 고이 건사하자’고 생각했어요. 이러다 2016년에 출판사를 옮겨 다시 태어나지요. 2002∼2004년에 한국말로 못 나온 책까지 함께 나왔기에 더욱 반가웠습니다. 제 손을 타고 아이들 손을 타면서 겉종이가 닳은 시튼 이야기를 펴면, 삶을 숲에서 새로 읽고서 사랑을 숲에서 새로 짓는 길을 찾으려던 숨결을 읽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앞으로 얼마나 품을 만할까요. 우리 마음에는 숲바람이 얼마나 불거나 흐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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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 가장 연약하고 고독한 이름, 가해자가족
아베 교코 지음, 이경림 옮김 / 이너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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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17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베 교코

 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2019.7.20.



아들은 왜,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었을까? 부모로서 적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살아야 되지 않을까? 죽는 것은 그다음에 죽어도 된다. 다케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32쪽)


가해자가족이 되고 난 후 마리는 세상의 부조리에 익숙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사과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 자신의 범죄만으로도 버거운 오빠는 아직까지 가해자가족이 겪었던 사회적 비난과 어려움을 알 수 없다. (56쪽)


가해자가족은 누구에게, 언제까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족이 져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 명확히 하는 것이 가해자가족지원의 중요 역할이기도 하다. (91쪽)


가해자가족이 범죄자가족이라는 낙인을 주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필자의 이제까지의 지원 경험상 범죄의 배경에는 반드시 어떠한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85쪽)


“저 아이도 아버지와 똑같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순간 이상하게도 공포심이 없어졌다. K선생님은 사람에 대한 차별은 그 사람의 가능성을 빼앗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197쪽)



  서로 때려서 누가 이기는가를 겨루는 운동경기가 있습니다. 이른바 ‘권투’라 합니다. 이 운동경기는 맨주먹으로 겨루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폭신한 천으로 두껍게 주먹을 감싸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맨주먹에 가까운 채 겨루는 판을 바랍니다. 주먹뿐 아니라 다리를 써서 서로 때리고 막으면서 누가 센가를 겨루도록 붙이지요. 이러한 다툼판은 큰돈이 오갑니다. 더 잘 때려서 더 빨리 때려눕히는 자리에 서면 돈을 잘 법니다.


  지구에서 몇 나라를 빼고는 모두 군대를 거느립니다. 이웃나라가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군대라고 내세우지만, 정작 이 군대를 앞세워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는 나라가 많을 뿐 아니라, 이 군대를 내세워 옆나라를 윽박지르는 나라가 많아요.


  이 삶터가 아름답다면 주먹다툼이 돈벌이판이 되도록 굴러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터전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간다면 전쟁무기랑 군대는 바로 없애리라 생각해요.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아베 교코/이경림 옮김, 이너북스, 2019)를 곰곰이 읽습니다. 얼결에 사람을 죽인 이가 있을 테고, 오래도록 시달리거나 들볶이다 못해 성풀이로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죽인 이가 있을 테지요. 가난이나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든지, 다른 사람이 죽였으나 뒤집어쓴 이가 있을 테고요.


  사람을 죽인 이는 ‘잘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잘못값은 어느 만큼 얼마나 치르거나 물어야 할까요? 또 ‘사람을 죽인 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화살이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요?


  괴로운 나머지 남을 죽이고야 마는 사람이 있고, 괴롭다 못해 스스로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죽이는 사람이 있어도 멀쩡한 삶터가 아니요, 스스로 죽는 사람이 나와서 아름다운 터전이 아닙니다.


  잘못값을 치르도록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사그라들지 않으리라 느껴요. 우리 삶터가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길로 가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잘못값을 얼마나 어떻게 치러야 하는가를 놓고도 제대로 틀을 세울 노릇이면서, 우리 삶터부터 누구나 살기 좋도록 가꾸고, 따돌림이나 들볶임이나 괴롭힘질이나 막짓이 모두 사라지도록 바꾸어 내야지 싶습니다. 애꿎게 죽는 이뿐 아니라, 슬프게 마음이 다치는 이가 모두 사라질 나라에 마을이 되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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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사 애장판 2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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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87


《충사, 애장판 2》

 우루시바라 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8.31.



“타마도 날 위해 충사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강요당한 거지? 괴로울 때도 있었지? 그 사실을 원망하기도 했지?” “그런 건 아가씨를 만나면서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71쪽)


“저 좀벌레는 아가씨의 애완물이라네.” “그 녀석들은 애교가 넘치거든.” (89쪽)


“눈앞에 펼쳐진 정처없이 방대한 시간에 발이 꽁꽁 얼어붙어요.” “맥박의 속도, 하루마다 반복되는 생사. 넌 네 몸에 기생했던 벌레의 시간으로 살았던 게 아닐까.” (129쪽)



《충사, 애장판 2》(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을 읽었다. 띄엄띄엄 오락가락하면서 읽는데, 첫걸음부터 끝자락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이사이 읽는 맛이 있다. 게다가 작은 판뿐 아니라 애장판까지 섞어서 읽자니 ‘예전에 읽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그냥그냥 읽는다. ‘벌레’라는 이름으로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갈 뿐 아니라, 숲이며 큰고장이며 두루 깃드는 숨결을 헤아린다. 어느 모로 보면 도깨비나 깨비라 할 만하다. 이 땅에서 도깨비·깨비는 따로 어떤 모습이 없는 숨결이니까. 이 몸을 입기도 하고, 빗자루나 집이 되기도 하며,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기도 하는 숨결이 도깨비·깨비이다. 맨눈으로는 못 본다지만 마음으로는 느끼거나 만날 수 있기에, 도깨비·깨비를 함부로 다루거나 미워하거나 꺼리거나 나쁘다고 여기지 않았다. 다만 휘둘리거나 휩쓸린다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잃고 말 테지. 잡아먹힌다고 할까. 곰곰이 본다면,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너랑 내가 ‘서로 나’라는 마음을 튼튼히 새기면서 따사롭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만 서로 휘두르거나 휘둘리면서 삶이 흔들리겠지.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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