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지음, 양미화 옮김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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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2


《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양미화 옮김

 창비

 2007.5.21.



  무엇이든 마음이 깃듭니다. 손에 쥐어 읽는 책에도, 씨앗을 묻어 기르는 남새에도, 날마다 지켜보는 나무도, 우리가 깃들며 잠드는 집도, 슥슥 그림을 그리는 붓도, 바람에 날리는 씨앗도 모두 마음이 깃들어요. 처음 싹을 묻을 적부터 꽃이 피고 잎이 퍼지며 땅밑에서 무럭무럭 굵는 고구마에도 마음이 깃듭니다. 흙내음을 먹고 비내음을 맡으며 볕내음을 즐기는 이 고구마 나름대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에다가, 즐겁게 캐내어 신나게 삶거나 쪄서 누리는 마음이 어우러져요. 《아주 아주 큰 고구마》는 아주 커다랗게 맺은 고구마를 둘러싼 아이들이 서로서로 나누고 즐기고 누리면서 알차게 보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커다랗게 맺은 고구마란 얼마나 반가울까요. 이 고구마를 먹으며 몸을 살찌우는 아이들은 얼마나 기운이 새로 솟을까요. 날고구마는 깨물면서 튀는 물맛까지 달달하고, 찐고구마는 톡 터지면서 퍼지는 냄새까지 달콤합니다. 군고구마는 바삭한 껍질까지 산뜻합니다. 겨우내 고구마로 배부르고, 봄내 고구마로 든든합니다. 언뜻 보기에 쌀이 없어 고구마만 먹었다고 여길 수 있지만, 굳이 쌀밥만 먹어야 하지 않아요. 고구마로 하루를 지내도 좋고, 고구마로만 열흘도 달포도 얼마든지 지내면서 즐거운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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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아, 괜찮아? 단짝 친구 오리와 곰 시리즈 4
조리 존 지음, 벤지 데이비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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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7


《곰아, 괜찮아?》

 조리 존 글

 벤지 데이비스 그림

 이순영 옮김

 북극곰

 2018.12.28.



  곁에 있는 이가 수다쟁이라면 하루도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말을 들으면서 어쩜 이렇게 하루가 길면서 너를까 하고 생각할 만합니다. 곁에 있는 이가 조용하다면 가만히 둘레를 헤아리면서 온누리를 이루는 마음소리가 참 깊네 하고 여길 만합니다. 수다쟁이여도 얌전쟁이여도 곁에서 지켜보는 눈길은 따사롭습니다. 누구는 끝없이 말을 늘어놓으면서 다독이는 마음이요, 누구는 그지없이 차분하게 달래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곰아, 괜찮아?》에는 두 아이가 사뭇 다른 말짓이며 몸짓으로 살면서 얼크러지는 하루가 나옵니다. 한 아이는 조용하면서 차분히 지내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는 왁자지껄하면서 시끌벅적하게 놀고 싶습니다. 참 다르구나 싶은 둘이지만 참 다르기에 이웃이며 동무로 어울릴 만하고, 이 다른 몸짓이며 말짓이 새삼스레 어우러지곤 합니다. 한여름에 이르면 풀벌레하고 개구리하고 새가 그야말로 쉬잖고 노래를 해댑니다. 여기에 바람이 불고 가볍게 빗방울이 듣는다면, 가까이에 냇물이 흐른다면, 더없이 어마어마한 수다노래가 되는데요, 이런 수다나 노래는 더위를 누그러뜨리면서 시원한 숨결로 피어나곤 합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읊는 말 한 마디는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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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7.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글, 산지니, 2018.6.20.



전남 고흥에는 참고서하고 응큼잡지를 잘 보이는 데에 놓은 책집 말고는 없기에, 책숲마실을 하려면 순천으로 가는데, 곧잘 가던 〈형설서점〉은 낙안 쪽 폐교로 옮겼기에 이곳에 가는 길이 서울길 못잖게 멀다. 순천에 있는 여러 마을책집도 고흥 같은 시골에서 찾아가자면 서울길하고 맞먹는다. 찻삯을 모으고 하루를 바쳐야 다녀오는 책마실길이랄까. 큰고장 이웃님은 큰고장 곳곳에 마을책집이 있기에 더없이 아늑한 책살림을 누릴 만하다고 본다. 가만 보면 나 같은 시골사람은 책살림 누리기는 어려우니 스스로 도서관이 되어야 할 노릇인데, 마을책집이 한참 멀리 있더라도 숲이며 파란하늘이며 미리내를 늘 만나니, 이 대목에서는 참으로 아름답다. 누가 책하고 숲 가운데 무엇을 누리겠느냐고 묻는다면 “둘 다 누려야지요” 하고 말하리라.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는 서울 은평 한켠에서 2007년부터 마을헌책집으로 살림을 꾸린 나날을 갈무리한다. 책집지기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 지은 살림, 바라본 삶, 마주한 사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을 차곡차곡 여미었다. 글쓴님한테 헌책집은 어릴 적에 꽃쉼터였을 테고, 오늘은 꽃일터일까. 나는 어쩐지 모든 곳에 ‘꽃’이란 말을 붙이고 싶다. 우린 모두 꽃이자 씨앗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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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6.


《할망소녀 히나타짱 1》

 쿠와요시 아사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11.15.



새로 써낸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몇 군데 마을책집에 부치러 우체국에 간다. 굳이 안 보내도 될 테지만, 어쩌면 그곳에서 진작에 이 책을 들여놓으셨을는지 모르지만, 돌림앓이라는 아픈바람이 부는 이즈막에 깊은 두멧시골에서 길어올린 노래바람을 살풋 누리면서 반겨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만화책 《할망소녀 히나타짱》을 진작부터 읽으려 하다가 놓쳤다. 이제 네걸음째 나왔던가. 책을 안 펴도 줄거리가 환히 보이지만 장만했고, 이쯤이면 어린이랑 함께 볼 만하겠다고 여겼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린이하고 함께 누릴 만하도록 줄거리를 짜고 이야기를 엮으면 더없이 부드러우면서 상냥하게 달라지지 싶다. 가만 보면 그렇잖은가. 초등학교에서도 사회나 역사나 과학을 다 가르친다. 다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더없이 쉽게 풀어내거나 빗대어 이야기하지. 숱한 어른 인문책은 으레 ‘어른 눈높이’로만 쓰니까 말씨부터 엉성하고 어지러운데다가 자질구레하기까지 한데,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려는 눈빛으로 새로 쓴다면 군더더기가 차츰 걷히리라. ‘할망소녀 히나타’는 할망으로 죽은 삶을 거의 떠올리면서 아기로 다시 태어났다지. 히나타 할망소녀는 왜 다시 태어났는가를 머잖아 번쩍 하고 깨달으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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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타박타박 걸어서 (2019.11.28.)
― 광주 〈심가네박씨〉
광주 동구 동명로 67번길 22-2
062.229.0688.


  오늘날에는 책을 사는 길이 꽤 많습니다. 지난날에는 책집으로 가서 살펴보고서 샀다면, 오늘날에는 누리책집에서 미리보기로 가볍게 훑고서 살 만한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나라밖 책을 사자면 서울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곳에 가서 ‘해외도서 주문서’를 그곳에 있는 공책에 적은 다음에 열흘이나 보름쯤 기다린 뒤에 찾아갔다면, 이제는 한국에 있는 누리책집에서도 나라밖 책을 시킬 수 있고, 아마존이란 곳을 거쳐서 어느 나라 어느 책이든 만납니다.

  나라밖 책을 장만하는 길을 헤아린다면 비행기삯을 안 들여도 되니 매우 값싸고 쉽게 장만한다고 하겠지요. 나라안 책도 고흥 같은 시골자락 책손으로서는 큰고장에 안 가고도 장만할 만하니 찻삯이며 품을 아낄 만하다고 여겨도 됩니다. 그러나 두 다리로 타박타박 걸어서 찾아가는 책집이 아닐 적에는 ‘시키는 책’이 아닌 ‘미처 모르던 책’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누리책집에서는 이 누리책집에서 널리 팔려고 올려놓은 책만 살필 수 있어요.

  광주에 일이 있어서 찾아가는 길에 〈심가네박씨〉를 들르려고 시외버스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고서, 손전화 길그림을 켜서 한참 걸은 끝에 책집 앞에 닿습니다. 걷고 보니 꽤 멉니다. 짐꾸러미가 없는 단출한 몸이라면 그리 안 멀다 싶지만, 등에 인 짐에다가 손으로 끄는 짐이 있으니, 한국처럼 어디나 거님길이 울퉁불퉁하고 턱이 많은 데를 걸어서 가자면 참 멀구나 싶어요. 이만 한 길인 줄 알았으면 버스길이 있는지 알아보거나 택시를 타야 했네 싶더군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서 책집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마을책집에서 《논 벼 쌀》(김현인, 전라도닷컴, 2019)을 장만하고 싶어서 〈심가네박씨〉로 찾아왔습니다. 며칠 앞서 〈전라도닷컴〉에서 이 마을책집에서 조촐히 책수다를 했다고 들었어요. 책수다만으로는 고흥에서 광주로 마실하기 어려운데다가, 저녁 책수다라면 고흥에 못 돌아가니 엄두를 못 냅니다. 마침 오늘은 날이 되기에 책 한 자락을 만나려고 걸음을 했어요.

  느긋이 한참을 둘러보면서 《이중섭 편지》(이중섭/양억관 옮김, 현실문화, 2015)도 고릅니다. 그림지기 이중섭 님이 어떤 일본글로 쪽글을 곁님한테 띄웠으려나 궁금합니다. 아마 어려운 말은 없이 애틋하고 애타는 사랑말로 쪽글을 띄웠으리라 생각해요. 다른 책도 매한가지입니다만, 이 《이중섭 편지》는 더더욱 ‘수수하면서 사랑스러운 삶말’로 가다듬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나라밖 책을 한글로 옮기는 분은 하나같이 먹물입니다. 많이 배운 이들이 옮김지기 노릇을 해요. 그런데 많이 배운 먹물이라는 눈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이 참 많아요. 더구나 옮김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버릇이 들면서 여느 사람들 수수한 말씨로 풀어내는 길하고 멀어지곤 합니다.

  아이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거닐듯 바깥말을 한국말로 옮길 줄 안다면 참으로 좋으리라 생각해요. 아이 손을 확 잡아끌면서 달리는 몸짓이 아닌, 아이가 다리가 아프면 느긋이 쉬며 놀이노래를 부를 줄 아는 몸짓으로 바깥말을 옮길 적에 아름다운 글이 된달까요. 오늘 우리가 누리는 마을책집이란 터전도 이와 같다고 여겨요. 책을 더 많이 읽은 사람 눈높이가 아닌, 널리 알려진 몇몇 글님 책이 아닌, 이름값 있는 커다란 출판사 책이 아닌, 수수한 마을에서 작은 사랑으로 태어난 들풀 같거나 들꽃 같은 책을 고이 건사하는 마을책집으로 나아간다면, 참고서·문제집·교과서·대학교재를 치워버린 마을책집이라는 숲빛이 한결 눈부시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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