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5.


《피아노의 숲 7》

 이시키 마코토 글·그림/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1.11.15.



퍽 아쉬운 그림책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를 읽다가 불쑥 만화책 《피아노의 숲》이 떠올랐다. 첫걸음부터 새삼스레 되읽는데 열아홉걸음부터 이 만화책 느낌글을 쓴 줄 깨닫는다. 앞자락에서 이야기할 만한 대목이 많은데 여태 안 짚고서 지나왔더라. 첫걸음부터 여덟걸음까지 느낌글을 쓰자고 생각한다. 이 만화를 놓고 2018∼2019년에 24자락으로 새롭게 24분짜리 만화영화가 나왔더라. 요즘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구나 싶다. 비록 어린이하고 함께 보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줄거리를 담는데, 삶·마을·사랑·꿈·하루·땀방울·어머니·어버이·길잡이·동무를 비롯하여 숲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룬다. 무엇보다도 이 만화는 피아노를 두들길 적에 흐르는 소릿결이며 노랫가락을 그림으로 눈부시게 담아낸다. 벼락을 맞아 불타버리는 피아노도 애틋하게 그리고, 큰고장 한복판에 놓인 속비치는 피아노를 만난 카이가 다시 피아노에 눈을 뜨면서 앞길을 의젓하게 가다듬는 대목도 차분히 그린다. 피아노 노래빛을 눈을 감고 본다면 어떻게 느낄 만할까? 눈을 감는다고 해서 시커멓지 않다. 눈을 감기에 외려 더 반짝이거나 초롱이는 무지갯빛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빛결을 읽지 않는다면 외곬조차도 못 되는 그림이 나오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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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문학동네 동시집 43
박혜선 지음,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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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5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박혜선 글

 이고은 그림

 문학동네

 2016.1.27.



  어린이는 왜 학교를 다녀야 할까요? 어린이는 왜 어른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할까요? 어린이는 왜 초등학교 졸업장에 이어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이런 졸업장이 없이 스스로 바라는 길을 가면 안 될까요? 시사상식을 알아야 사회란 데에서 살아갈 만할까요? 시사상식을 모르는 채 사회에 깃들지 않고서 고요히 숲터를 가꾸면서 손수 하루를 짓는 길을 가도 되지 않을까요? 자격증을 따야 집을 짓지 않아요. 특허가 있어야 장사를 할 만하지 않아요. 어떤 어버이도 자격증이나 특허를 내세워서 밥을 짓거나 옷을 추스르거나 살림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사랑스러운 손길 하나로 보금자리를 보듬습니다. 어린이가 배울 삶길이라면 바로 이 대목이요 이 눈길이며 이 마음이면 넉넉하리라 느껴요.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에 흐르는 사회·학교·아파트 이야기가 살짝 답답합니다. 틀림없이 요즘 어린이가 이런 터전에서 맴돌기는 할 테지만, 요즘 동시가 순 이런 줄거리만 다루니 하나같이 엇비슷하고 다툼질이나 투덜질에 맴돌기 일쑤입니다. 어린이하고 손을 잡고 새 앞길로 나아가도록 글감을 가다듬어도 안 나쁠 테지만, 글감보다는 살림감을 바라보면서 함께 짓고 새로 돌보며 환하게 빛내어 나누는 노래를 부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주말농장에서 뜯어 온 상추 / 이웃에 나눠 주러 갔다가 / 된통 혼만 나고 돌아왔다 // 너지? 현관문 쾅쾅 닫는 애 / 너니? 발소리 요란한 애 / 너야? 화장실에서 노래 부르는 애 / 새벽에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정말 끔찍해 (이웃들/22쪽)


골목길 쓸던 빗자루 / 몽당빗자루 되어 / 벽에 기댄 채 / 꾸벅꾸벅 졸고 있다 (만월슈퍼 빗자루/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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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창비시선 145
김수영 지음 / 창비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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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6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김수영

 창작과비평사

 1996.2.28.



  낱말을 하나하나 벼리듯 글을 엮습니다. 밭을 한 땀 한 땀 온힘을 들여 가꿉니다. 설거지를 꼼꼼하게 합니다. 밥을 멋들어지게 차립니다. 꽃잎에 손끝을 대고서 눈을 감습니다. 두 팔을 벌려 폴짝폴짝 뛰면서 구름한테 나아가려 합니다. 마당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봄날 찾아온 제비를 따라 휙휙 어깻짓을 합니다. 뚜벅뚜벅 걷고 보니 어느새 다 옵니다. 터덜터덜 걷다가 풀밭에 풀썩 앉아서 멍하니 해바라기를 합니다.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품에 안고서 고갯마루를 넘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란 없습니다. 모두 다른 새날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은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기에 술이 떠오른다는 뜻일까요, 술을 바친다는 뜻일까요, 술을 같이 즐긴다는 뜻일까요. 여러 가지를 아우른 뜻이기도 할 테고, 심심한 하루를 털어내려는 몸부림이기도 할 테지요. 숲에 사는 늑대가 하늘에 대고 울부짖습니다. 숲을 파헤치는 모진 사람들 때문에 아파하는 숲을 그리면서 울부짖어요. 봄을 맞이한 풀개구리에 멧개구리가 봄비를 반기면서 노래해요. 목청껏 노래하고, 날벌레를 날름 잡고서 노래합니다. 어디로 튀든 좋습니다. 어디로 가든 길입니다. 눈가림을 하지 않는다면, 눈속임으로 겉몸을 감싸지 않는다면, 그저 노래가 됩니다. ㅅㄴㄹ



나는 이제 꼬리를 감추지도 않는다 / 송곳니를 숨기지도 않는다 / 허공을 향해 밤새도록 숨이 끊어질 듯 울부짖는다 (울부짖는 늑대/15쪽)


시냇물 따라 저도 모르게 꺽꺽 울다가 징검돌에 나앉아 사팔뜨기 큰 눈을 껌벅거리며 사방을 둘러본다 //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맑은가 (난쟁이 청개구리/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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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호칭 문학동네 시인선 18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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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7


《다정한 호칭》

 이은규

 문학동네

 2012.4.20.



  오늘 이곳에 뿌리를 내려 살아갑니다. 사람도, 나무도, 풀도, 돌도, 모래도, 냇물도, 구름도 모두 오늘 여기에 뿌리를 내립니다. 눈으로 느끼는 나무뿌리나 풀뿌리가 있다면, 마음으로 느끼는 돌부리나 구름부리가 있어요. 오늘을 살아가기에 우리는 저마다 이야기를 짓고, 이 이야기는 새삼스레 글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글을 쓰고, 언제나 노래를 부릅니다. 시인만 글을 쓰지 않고, 가수만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다정한 호칭》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왜 시인은 자꾸 시인인 척하려 할까요. 시인이란 이름에 앞서 사람일 텐데. 시인이란 이름이 없어도 어린이·푸름이·젊은이·늙은이라는 길을 걸을 텐데. 시인이란 이름이 아니어도 살림을 짓고 삶을 가꾸며 사랑을 할 텐데. 시인이란 이름을 몰라도 이야기꽃을 피우고 글꽃을 지피며 마음꽃을 돌볼 텐데. 시집을 내기에 시인이 될 때가 있지만, 시집을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 삶을 일구는 살림글꾼이 됩니다. 시집을 읽기에 비평가가 될 때가 있는데, 시집을 읽지 않아도 사랑으로 하루를 보듬는 놀이동무가 됩니다. 어머니로 도란도란 글꽃을 지을 만하고, 아버지로 두런두런 글꽃을 엮을 만합니다. 이도저도 없이 수수한 사람으로 하루를 꿈꾸는 손길 되어 글꽃을 빚어요. ㅅㄴㄹ



엄마는 왜 가르쳤을까 / 자신에게 진실하며 너는 늘 옳다 (아직 별들의 몸에서 윤율이 내리고/74쪽)


서로의 살에 별이 뜨는 순간 / 궤도를 이탈한 그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않았을까 (살별/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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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63


《少年》 第一年 第一卷

 최창선 엮음

 新文館

 1908(隆熙 2).11.1.



  헌책집은 아름터였습니다. 갓 나온 책은 신문사 보도자료로 맨 먼저 들어갔다가, 문화부 책상맡에서 날마다 숱하게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진 책은 우르르 고물상·폐지수집상으로 가는데, 헌책집 일꾼이 이 가운데 알찬 아이를 건져냅니다. 오래된 책은 여러 도서관에서 먼지를 먹다가 한꺼번에 버려집니다. 이처럼 버려진 책도 헌책집 일꾼이 먼지를 옴팡 뒤집어쓰면서 알짜를 캐냅니다. 이 나라 숱한 헌책집을 돌아다니면서 ‘투박하고 시커먼 헌책집 일꾼 손’이야말로 책밭을 가꾸고 책사랑을 펴며 책꽃을 피운 별빛이네 하고 느꼈습니다. 서울 용산 헌책집 〈뿌리서점〉에서 《少年》 第一年 第一卷을 만나며 깜짝 놀랐습니다. 깜짝 놀란 저를 본 헌책집지기는 “허허, 원본 같지? 그런데 원본이 아녀. 축쇄판이야. 감쪽같지? 그런데 자네도 《소년》 창간호가 갖고 싶나? 한 십만 원만 치를 수 있으면 원본을 찾아 줄 수 있는데.” 1995년 봄에 수원병무청에서 군입대신체검사를 받는데 군의관은 저더러 “이봐, 병원 가서 10만 원짜리 진단서 떼오면 자네는 면제야. 왜 안 떼오나?” 하고 타일렀어요. 1995년에 신문배달을 하며 한 달에 16만 원을 벌었습니다. 10만 원, 참 애틋한 값입니다. 그때 10만 원을 쥘 수 있었다면 전 뭘 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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