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4


《Cats》

 Wilfrid S.Bronson 글·그림

 Harcourt, Brace & World

 1950.



  말을 걸 적에 달아나는 이웃 숨결은 없다고 느낍니다. 윽박을 지르거나 으르렁댄다면 달아날 이웃 숨결은 많겠지요. 부드러이 바라보면서 상냥하게 부르면 어떤 숨결이든 나긋나긋 우리 곁으로 찾아들지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터전을 돌아보면 ‘사람 사이에서 지내는 길’을 다룰 뿐, 푸나무하고 어떻게 마주해야 좋을는지, 고양이나 개나 개미나 벌나비하고 어떻게 마음을 나누면 될는지는 아예 안 다루지 싶어요. 흔히들 어린이더러 ‘또래 사람 동무를 사귀어야 한다’고 여기는데 ‘숲을 사귀고 들을 사귀며 바람이며 바다를 사귀는 길’을 같이 들려줄 노릇이지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숲·들·바람·바다를 사귀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에 마음이 메마르면서 온누리를 망가뜨리는 짓을 일삼는구나 싶어요. 《Cats》는 고양이를 눈여겨보고서 담은 그림책일 뿐 아니라, 고양이하고 즐겁게 사귀면서 삶을 빛내는 길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이야기꾸러미라고 할 만합니다. 먼저 눈을 바라봅니다. 이윽고 손을 내밉니다. 눈높이를 맞춥니다. 서두르지도 조바심을 내지도 않는, 느긋하게 해바라기를 하면서 노래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누구하고라도 말길이 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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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꽃을 그렸어
유현미.유춘하 지음 / 낮은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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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3


《쑥갓 꽃을 그렸어》

 유현미·유춘하

 낮은산

 2016.10.20.



  오늘 우리 집 어린이는 곳곳에서 피어나는 꽃을 그때그때 만납니다. 아이들이 이런 꽃터를 늘 누리는 보금자리란 더없이 아름답네 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 늘 보던 모습이라면 매캐한 하늘에 콜록댈 만한 바람에 씽씽 내달리는 커다란 짐차였습니다. 그런데 마을 곳곳에 꽃밭이 있었어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다가 큰고장으로 삶터를 옮긴 아주머니하고 할머니가 많았기에 저마다 이런저런 남새나 꽃을 심어서 가꾸곤 했습니다. 동무하고 공을 차며 놀다가 꽃밭으로 공이 넘어가서 얼른 뛰어들어 공을 꺼낼라 치면 어느새 “예끼 놈!” 하는 벼락같은 소리가 날아들지요. 어린 그때에는 “꽃 좀 밟았다고 …….” 하고 여겼지만, 바로 ‘꽃을 밟’고 ‘씨앗 심은 데를 밟’았으니 버럭 성을 내셨겠지요. 《쑥갓 꽃을 그렸어》를 넘기며 어릴 적 마을 아주머니나 할머니 눈빛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때에는 변변하게 잘못했다고 말씀을 여쭈지 못했구나 싶습니다. 철모르는 아이를 너그러이 봐주었을까요? 남새꽃이나 들꽃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아이한테 남새꽃이나 들꽃을 그려 보도록 북돋우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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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1


《한국 지명 총람 15 전남편 3》

 한글학회 편집부

 한글학회

 1983.8.15.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배우고 살림하며 지내다가 한글학회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펴내는 《한글새소식》이란 잡지 묵은판을 대학교 학생회관 쓰레기통에서 잔뜩 주워서 건사한 적이 있는데, 예전 잡지에 실린 글을 더 읽고 싶기도 했고, 이 잡지에 푸른바람 같은 글을 싣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때 《한국 지명 총람》을 한글학회 책시렁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저런 책이 다 있구나 싶어 놀랐지요. 아무리 나라가 차갑고 어지러워도 꿋꿋하고 조용히 한길을 걸으며 알뜰한 사전을 엮은 일꾼이 있군요. 한글학회에서는 책시렁에 꽂은 ‘땅이름 사전’이 모두라며, 팔 수 없다고 했습니다. 헌책집을 뒤졌지요. 헌책집에서는 곧잘 나옵니다. ‘인천편’을 드디어 찾아내어 제가 어린 날 뛰놀던 ‘신흥동’ 옛이름을 알아보니 ‘꽃골’로 나옵니다. 그런데 꽃골은 온나라 곳곳에 흔한 이름이에요. “아, 뭐 이렇게 흔한 마을이름이야?” 하며 입을 비죽 내밀었습니다. 1995년 일입니다. 이러고서 숱한 해가 흐르고 흐른 2020년에 이르니 ‘전남편’도 찾아내어 읽는데요, ‘꽃골’이란 이름이 흔하다면, 그만큼 예부터 마을에 꽃을 곁에 두었다는 뜻이며, 사람들이 이 수수한 이름을 사랑했다는 뜻이었다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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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0


《분식》

 편집부

 한국제분공업협회

 1972.1.28.



  국민학교란 이름인 곳을 여섯 해 다니며 참으로 갖가지 노래를 따라불러야 했습니다. 무슨 날만 되면 온 학교 어린이를 너른터에 줄지어 불러세우고는 ‘○○의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습니다. 스승날에 스승을 기리는 노래야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스스로 어린이를 기리는 노래를 목놓아 불러야 하는 일은 지겨웠습니다. 어린이를 기리는 노래는 어른이 불러 줄 일 아닐까요? 달력에 적힌 기림날마다 무엇을 기리는 노래가 어김없이 있습니다. ‘혼분식의 노래’에 ‘분식의 노래’까지 있는데요, 총칼로 윽박지르는 우두머리는 바로 ‘노래’가 사람들 넋을 빼앗는다고 여겼지 싶어요. 이는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 벼슬아치가 했던 짓 그대로이며, 군대에서 군대노래를 그토록 시키는 뜻이기도 합니다. 1970∼80년대에 나라가 앞장서서 ‘밀가루 많이 먹자’고 외쳤습니다. 바로 이 물결에 맞추어 일본책을 슬쩍슬쩍 훔쳐서 엮은 《분식》이요, 반상회나 동사무소를 거쳐서 뿌렸습니다. 밥살림까지 구석구석 건드린 우두머리랑 벼슬아치였습니다. ㅅㄴㄹ


“오늘날 선진국의 식생활이 주로 분식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는 현재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은 의연히 곡물 특히 쌀밥 편식으로 인하여 건강 유지에 결함이 많으며 그 섭취 열량도 다른 선진국가에 비하여 월등히 낮아……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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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68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8》

 준코 카루베

 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1999.12.20.



  대학교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으면서 앞날이 안 두려웠습니다. 둘레에서는 순 걱정투성이었습니다만, 저는 고졸 배움끈으로 어떤 재미난 살림길을 지을 만하려나 하는 생각에 부풀었습니다. 이제 대학도서관에 더는 드나들 수 없지만, 대학 구내서점에서는 자퇴생이어도 더 일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정직원으로 써 주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신문을 돌리며 하루를 오롯이 스스로 가꾸며 누리고 싶었기에 손사래쳤어요. 신문나름이 일삯 32만 원 가운데 16만 원을 모둠돈으로 부었으니 살림돈은 16만 원이었지만 먼 앞날에도 건사하고픈 책을 요조조모 장만했습니다. 이때 만난 만화책 가운데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가 있어요. 일본에서는 1993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1999∼2000년에 나왔으며, 2000∼2001년에는 《新·엄마손이 속삭일 때》가 더 나왔습니다. 따사로우며 고운 만화책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면서 홍대 앞 〈한양문고〉를 틈틈이 찾아갔어요. 혼자 살면서 ‘나중에 아이를 낳아 이 아이가 열세 살쯤 되면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눈물로 이 만화를 읽고 아꼈습니다. 만화책은 진작에 판이 끊어집니다. 2008년에 큰아이를 만났고, 2020년에 열세 살입니다. 바야흐로 손말 이야기를 함께 누리면서 손빛을 짓습니다. ㅅㄴㄹ




+++ 2020년 2월에 전자책으로 새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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