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 개네 동네
박신흥 지음 / 눈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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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76


《반려, 개네 동네》

 박신흥

 눈빛

 2020.3.3.



  흔히들, 개는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개가 사람을 잘 따르지는 않아요. 으레, 고양이는 끝내 사람을 안 따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적잖은 고양이는 기꺼이 좁은 집에서도 사람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어느 짐승이 사람 곁에서 사이좋게 지낸다고 못박을 수 없다고 여겨요. 착한 짐승이 따로 있다기보다, 사람 스스로 착한 숨결로 하루를 살아간다면, 온누리 뭇짐승은 기꺼이 곁벗이나 곁지기가 되어 사람하고 오순도순 지낼 만하겠지요. 《반려, 개네 동네》는 곁벗이 되는 개, 이른바 ‘곁개’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사람들 사이에 깊이 깃든 개입니다. 아니,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 마당도 텃밭도 고샅도 풀숲도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가더라도 스스럼없이 그 시멘트집에 같이 머물면서 땅파기도 못 하고 나비하고 못 놀며 나무그늘을 누리지 못하지만, 조용조용 마음벗이 되어서 한솥밥을 먹는 곁개입니다. 개를 비롯한 곁짐승은 어떤 보금자리를 바랄까요? 사람은 왜 굳이 시멘트 겹집에 곁짐승을 두고 싶을까요? 마당이며 하늘이며 풀밭이 없기에 외려 곁짐승이 토닥이거나 달래 주는 셈이지 싶어요. 개가 곁사람을 돌봐주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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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사진책시렁 75


《Fine Dust》

 한기애

 공간 291

 2020.3.24.



  하늘이 매캐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늘을 쓸고닦을까요? 하늘을 말끔히 쓸자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하늘을 깔끔히 닦자면 비가 와야 합니다. 비바람이 나란히 찾아들면 하늘은 그지없이 파랗게 돌아가요. 오늘날 온누리 곳곳이 큰고장으로 바뀌면서 매캐한 하늘로 바뀝니다.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은 숲을 우람하게 품으면서 커다란 터전이 되려 하지 않아요. 자동차하고 시멘트집하고 찻길하고 가게를 빼곡하게 심으면서 커다란 땅뙈기가 되려 합니다. 이러다 보니 큰고장에서는 밤에 별빛을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낮에 하늘빛을 헤아리기 힘들어요. 《Fine Dust》는 두 가지 하늘을 사진으로 겹쳐서 보여줍니다. 맑은 하늘이 한켠에 있다면, 뿌연 하늘이 옆에 있어요. 먼지구름 하늘이 한복판에 있다면, 문득 밝은 하늘이 귀퉁이에 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입을 가리면 매캐한 기운도 막을 만할까요, 아니면 뭔가 멈추거나 치워야 할까요? 손에 소독제를 바르면 먼지구름을 씻을 만할까요, 아니면 뭔가 끝장내거나 손사래쳐야 할까요? 매캐한 먼지구름도 우리가 불렀고, 돌림앓이도 비바람도 햇볕도 별빛도 모두 우리가 부릅니다. 무엇을 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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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74


《Frans handwoordenboek》

 Dr. F.P.H. Prick van Wely 엮음

 G.B.Van Goor Zones's U.M.

 1937



  1994년 한 해는 인천을 떠나 거의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보냈습니다. 학과에서는 재미나 보람이 없었습니다. 둘레에서 “1학년 때에는 다 그래. 놀다가 3학년 때부터 학점 따서 졸업하면 돼.” 하고 말하더군요. “대학교에 학점하고 졸업장 따러 들어오나요? 배우려고 들어오지?” 하고 물으니 “대학교에 왜 비싼돈 내는 줄 아니? 다 졸업장 때문이야!” 하고 못을 박아요. 1995년을 맞이하면서 그만두고 싶으나 그만두지는 못한 채 학과 수업을 듣습니다. 언제나처럼 헌책집에서 마음을 달래다가 《Frans handwoordenboek》를 만납니다. ‘프-네’ 사전입니다. ‘프-네’ 사전에 앞서 ‘네-네’ 사전을 헌책집에서 찾았어요. 이제 저는 학과 교수한테도 없는 두툼한 ‘네덜란드말 사전’을 늘 챙겨서 수업을 듣습니다. 둘레에서 또 물어요. “어떻게 그런 사전을 다 찾았어?” “헌책집에 가면 있던걸요. 헌책집에는 네덜란드말 동화책하고 소설책도 있어요. 같이 가서 사실래요? 저는 벌써 사 놨습니다.” “아냐. 뭘 헌책방까지 가서 사니?” 1937년판 ‘프-네’ 사전은 언제 누가 사서 읽다가 한국 헌책집 한켠에서 고이 잠들었을까요. 어떤 배움길을 걸으며 꿈꾸던 숨결이 깃들었을까요. 배우며 꿈꾸는 곳이어야 비로소 배움터이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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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13. 바다앗이


어린이책에 꽤 자주 나오는 낱말로 ‘해적’이 있습니다. 저부터 어릴 적에 ‘해적’이 뭔지 몰랐으나 요즈음 어린이도 이 한자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선뜻 알아채지 못하겠지요. 쉽게 말하자면 ‘바다도둑’입니다. 바다에서 빼앗는 짓을 일삼는 녀석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른 가운데 ‘해적’ 같은 말씨를 갈아치우자고 선뜻 나설 분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텅텅 비었구나 싶은 데는 썰렁합니다. 쓸쓸하다 싶은 곳은 조용합니다. 임자가 없는 땅은 괴괴하지요. 마음을 기울이는 빛이 없으니 빈자리가 되고 빈곳으로 남아요. 가꾸는 길이란 마음에 흐르는 빛을 씨앗처럼 심는 살림이지 싶습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마음에 샘솟는 볕을 해님처럼 흩뿌리는 손길이지 싶습니다. 하나씩 풀어냅니다. 실타래를 풀고,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할일은 많지도 적지도 않아요. 하나하나 해낼 뿐이요, 하다가 막히거나 힘들면, 느긋이 쉬거나 곰곰이 생각하면 되어요. 때로는 빙 돌아가도 좋아요. 두 손을 들어도 되어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짊어지는 짐이 있고 뒷사람 몫이 있어요. 무거우니 내려놓아도 되고, 새로 기운을 내어 떠안아도 됩니다. ㅅㄴㄹ


임자없다·비다·빈자리·빈터·빈곳·텅텅·쓸쓸하다·썰렁하다·스산하다·조용하다·괴괴하다·빈골짝·빈멧골 ← 무주공산

바다도둑·바다앗이 ← 해적(海賊)

바다도둑배·바다앗이배 ← 해적선

짐·길·일·몫·수수께끼·실타래·덤불·풀거리·풀잇감·할거리·할일·해낼거리·해낼일 ← 숙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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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12. 열두띠


아이가 어렵게 여기는 말은 안 쓰고 싶습니다. 굳이 어려운 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 아직 아이한테 익숙하지는 않되, 앞으로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는 길에 징검다리가 될 만한 말을 가려서 쓰고 싶습니다. 겉보기로는 ‘쉬운말’을 쓰는 듯 여길 만한데, 속보기로는 ‘생각말’을 쓴다고 해야 올발라요. 한참 어리던 날을 되새기면 그때 둘레 어른은 ‘사주·사주팔자’나 ‘길흉화복’ 같은 말을 으레 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며 쓸 만한 말씨를 어른 스스로 슬기롭게 생각을 빛내어 지어서 쓰기가 힘들었을까요? 열두 가지 띠를 따질 적에는 ‘열두띠’란 말을 지어서 쓰면 또렷하면서 즐거워요. 굳이 어렵게 뒤집어씌우는 말씨가 되면 밑뜻도 속뜻도 사라지곤 해요. 어린이하고 손잡는 마음으로 쓰는 말씨라면 밑마음도 속마음도 한껏 살려요. 하늘을 날아서 하늘말입니다. 바다를 달리면 바다말이 되겠지요. 발이 셋인 까마귀라 세발까마귀입니다. 발이 셋인 자전거라 세발자전거예요. 말을 어렵게 할수록 생각이 갇히거나 막혀요. 말을 어린이랑 노래하듯 나누려는 마음이라면, 생각이 트이고 빛나요. ㅅㄴㄹ


삶·길·삶길·네길 ← 사주(四柱), 사주팔자, 팔자, 길흉화복

열두띠·열두님·열두지기 ← 십이지(十二支), 십이지신, 십이간지, 십이지간

밑뜻 ← 의중, 본의, 본심, 진의, 진심, 심중, 진정(眞情), 함의, 이데올로기, 요(要), 요는, 요점, 요지

하늘말 ← 천마(天馬)

세발까마귀 ← 삼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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