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7.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

 준코 카루베 글·그림/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1.15.



어제 푹 쉬었다고 생각했으나 오늘 영 기운이 안 오른다. 선거 투개표를 지켜본다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눈앞에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뭔 잘못을 저지르거나 말썽울 부리지는 않는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말해 저이가 어떤 잘못·말썽을 일으키면 어떻게 말리거나 알려야 하느냐는 생각으로 지켜보는 일이었으니 기운이 쪽 빠졌구나 싶다. 이른바 ‘나쁜 기운을 쫓아내려는 눈’이니 지친다. 가만 보면 경찰이나 군대라는 곳은 언제나 ‘나쁜 기운’에 매이는 일이다. 국방의무란 이름으로 군대에 가는 젊은 사내는 갓 스물을 넘은 나이인데, 군인 얼굴을 보면 얼마나 늙어 보이는가 모른다. 웃을 수 없고, 웃어서는 안 되는, 즐겁거나 신나서는 안 되는, 억지로 무게잡아야 하는 데에서 있거나 일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목숨을 갉아먹겠네 싶다.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을 새로 읽었다. 이 만화책은 이렇게 열걸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가, 이내 뒷이야기를 보태어 더 나온다. 1990년대 첫무렵 일본에서 장애인이 얼마나 따돌림이며 미움을 받는지, 그렇지만 그 틈에서 사랑이란 빛을 찾고 싶은가를 눈물겹게 그렸다. 2020년을 넘어선 이 나라하고 이웃 일본은 얼마나 사랑빛을 찾아나서는 몸짓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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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16.


《편지 받는 딱새》

 권오준 글·김소라 그림, 봄봄, 2019.12.6.



요즘은 들길을 걷는 사람이 아주 띄엄띄엄 있다. 경운기에 짐차에 버스에 택시가 있으니 굳이 들길을 안 걷겠지. 마을길을 걷는 나들이가 조금씩 퍼지면서 골목길을 걷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그런데 골목이 밀려 아파트로 바뀌면서 골목을 마을살림으로 받아안을 수 있는 사람은 부쩍 줄었다. 늘 거니는 마을길이 아닌 어쩌다 거니는 자리랄까. 들길이며 숲길도 매한가지라고 느낀다.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곁에 들이며 숲이 넓고 푸르게 우거져 언제라도 푸르며 맑은 바람을 쐬는 이웃이 늘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 투개표를 지켜보는 일을 마친 이튿날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며 들길을 걷는다. 고흥에 유채꽃밭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은 없지 싶으니 이 고장에서는 굳이 갈아엎지 않는다. 뭐, 모내기를 할 적에 갈아엎을 테니까. 《편지 받는 딱새》를 큰아이가 마음에 들어 했다. 다만 마음에 들되 자주 들추지는 않는다. 큰아이 스스로 새를 지켜보면서 그리고, 새랑 노는 하루를 손수 ‘온누리에 딱 하나만 있는 그림책’으로 빚으니까. 딱새 비둘기 참새 조롱이 제비를 비롯한 뭇새를 아끼는 마음이 퍼지면 좋겠다. 여느 살림자리에서도, 국회의원이 새로 된 이들이 일할 곳에서도, 다같이 새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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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바꿔 주세요! 웅진 세계그림책 109
다케다 미호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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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1


《짝꿍 바꿔 주세요!》

 다케다 미호

 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007.3.30.



  저 사람은 왜 우리를 들볶으려 할까요? 저 아이는 왜 이 아이를 괴롭히려 들까요? 힘이 없다고 여겨서 들볶을까요? 늘 쭈뼛거리거나 망설이기에 괴롭힐까요? 다 다른 아이가 다 다른 어버이 곁에서 태어납니다. 저마다 새롭게 숨결을 입은 아이가 저마다 새롭게 삶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하루를 맞이합니다. 낳은 어버이를 바꿀 수 있을까요? 아마 그대로 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길을 나서야 할 테지요. 우리가 발을 디딘 이 별을 바꿀 수 있을까요? 마음빛이 고요하다면 다른 별로 떠나거나 바꿀는지 몰라요. 《짝꿍 바꿔 주세요!》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 갈 적마다 망설입니다. 짝꿍이 모든 일에 끼어들며 토를 달거든요. 해내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해서, 자꾸 틀리거나 엇나가서, 너무 힘들어 하기에, 짝꿍은 이러쿵저러쿵 끝없이 말을 늘어놓고 끼어듭니다. 바야흐로 아끼던 연필까지 부러지고 맙니다. 돌보는 마음이나 아끼는 손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나요. 어떻게 다가서면서 한 마디를 건네려는가요.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곁에서 따스하게 지켜보고 함께 숲길을 걷고픈 이는 어디 있는가요. ㅅㄴㄹ





#TakedaMiho #武田美穗 #となりのせきのますだく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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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닷가의 하루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김수연 지음 / 보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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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2


《어느 바닷가의 하루》

 김수연

 보림

 2012.11.19.



  바다에 가면 바다가 있어요. 숲에 가면 숲이 있고요. 들에 가면 들이 있답니다. 매우 마땅해서 어이가 없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서울에 가면 서울이 있을 텐데,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날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에는 무엇이 있고요? 더구나 오늘날에는 바다에 갈 적에 참말 바다만 있을까요, 아니면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라든지 갖가지 가게가 줄줄이 늘어서나요? 오늘날은 들에 가는 길이 막히거나 비닐밭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오늘날 숲은 송전탑에 치렁치렁 전깃줄로 으스스하지는 않나요? 《어느 바닷가의 하루》는 바닷가 하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따로 어디라고 콕 찍어서 가리킬 바닷가라기보다, ‘아하, 바닷가라면 으레 이처럼 바다벗을 만나고 바닷물이랑 노닐고 바다를 품은 하늘이랑 어우러지는구나’ 하고 느낄 만한 바닷가 이야기입니다. 우리 하루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참말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단하지 않기에 대단합니다. 대단하지 않게 날마다 새로 맞이하는 하루인 터라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할 만하구나 싶어요. 해가 뜨고 해가 집니다. 별이 돋고 별이 잠듭니다. 어느 하루가 가만히 흐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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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새롭게 읽는 눈 (2016.6.29.)

― 서울 〈정은서점〉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21길 38, 1층

02.305.9201.

http://www.jbstore.co.kr



  도서관이라는 곳은 가난하든 가멸차든 누구나 책을 만나서 누리는 터전입니다. 책집은 책을 사고파는 터전입니다. 도서관에서든 책집에서든 ‘나 혼자 볼 책이 아니’라는 대목을 헤아리면서 깨끗하게 만지고서 제자리에 둘 노릇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이 책을 만난다면, 우리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서 이 책을 만나고 싶거든요.


  책집에는 새책집하고 헌책집이 있어요. 아직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책을 처음으로 손대는 새책집이라면, 이미 손을 탄 책을 새롭게 만나는 헌책집입니다. 헌책집에서도 새책집이나 도서관에서하고 마찬가지로 책을 정갈하게 다룰 노릇입니다. 새책에 처음 손을 대는 사람도, 헌책집에서 새롭게 손을 대는 사람도, 두고두고 흐를 책이라는 숨결을 읽을 적에 아름답지 싶어요.


  서울 연세대학교 건너쪽에서 오랫동안 헌책살림을 잇던 〈정은서점〉은 연희동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내로라하는 대학교가 코앞이었다 하지만, 그곳을 다니는 교수하고 학생이 책을 그리 가까이하지 않은 탓이라 하겠습니다(2018년 7월에 북가좌동으로 다시 옮겼습니다).


  책이란 어떤 사랑일까요. 종이꾸러미가 기꺼이 된 나무는 새몸에 글씨하고 그림을 까맣게 입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길가에 방울나무가 푸르고 넓적한 잎을 찰랑거립니다. 디딤턱을 밟고 들어선 새로운 〈정은서점〉에는 책탑이 가만히 물결칩니다.


  사진책 《탄생》(윤여정, 관점, 1990)은 의사인 곁님하고 부산에서 살며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흐름을 담아냅니다. 1990년에 이러한 눈으로 사진을 담아낸 분이 있군요. 한 치 틈을 내기가 만만하지 않을 돌봄집일 수 있지만, 아기를 받는 돌봄집이라면 누가 곁에서 사진을 찰칵 담아서 나중에 아기하고 어버이한테 남겨 주어도 무척 좋겠구나 싶습니다.


  사진책 《Olympic Photograph Collection, Xth Olympiad Los Angeles 1932》(George R.Watson·Delmar Watson·Miseki L.Simon, 旺文社, 1984)를 보면서 일본이 사진으로 갈무리하는 자취란 남다르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1932년에 미국에서 연 올림픽을 보여주는 사진을 1984년에 갈무리를 해서 묶는군요. 그러고 보니 1984년은 미국에서 새로 올림픽을 연 해이기도 합니다.


  사람한테 개는 어떤 이웃이거나 숨결일까요. 《Man's best friend》(William Wegman, Abrams, 1982)는 사람 곁에 더없이 가까운 벗을 개로 여기면서 담아낸 사진을 보여줍니다. 요즈막에는 ‘반려’란 한자말을 붙인 ‘반려견·반려묘·반려동물’이란 이름을 흔히 쓰는구나 싶은데, ‘반려’가 뜻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어린이한테는 어렵습니다. ‘벗’이나 ‘동무’ 같은 쉬운 이름을, 또는 ‘곁’ 같은 살가운 이름을 붙이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벗개·동무냥이’나 ‘곁개·곁짐승’으로 삼을 만합니다.


  사랑받는 도라에몽이기에 《トラえもん ハ-トフルに喜怒哀樂 編》(小學館, 2010)을 엮기도 하네 싶어요. 《눈송이의 비밀》(케네스 리브레히트/양억관 옮김, 나무심는사람, 2003)을 보니 어릴 적에 눈이 오는 날마다 손바닥에 눈송이를 받아서 가만히 들여다보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때엔 방학숙제 가운데 하나로 ‘눈무늬 그리기’가 있어서 돋보기를 들고서 유리판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보며 바로바로 옮겨그리기도 했어요.


  입센이란 분이 쓴 ‘인형집’이란 글만 알다가 《인형의 집》(루머 고든/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2008)을 보고는 놀랍니다. 말 그대로 인형이 모여서 사는 집을 인형 마음을 읽고서 담아낸 이야기예요. 꽤나 오랜 이야기인데 오늘 읽어도 새롭고, 무엇보다도 ‘인형은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어떤 말을 섞고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대목을 잘 그렸구나 싶습니다. 글쓴이 책이 뜻깊으면서 아름답구나 싶어 이분 다른 책 《튼튼 제인》하고 《캔디클로스》는 새책집에서 장만해야겠어요. 두고두고 읽고 나눌 이야기라고 느껴요.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르게 살면서 다 다른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다 다른 이야기는 다 다른 나무가 거듭난 종이에 다 다른 무늬하고 숨결로 깃들면서 다 다른 책으로 태어납니다. 다 다른 책이 가득한 헌책집에는 웬만해서는 똑같은 책을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언제나 다 다른 책이 드나들면서 다 다른 곳에 흐르는 다같은 새로운 눈빛을 넌지시 알려주지 싶어요. 다음에 여름바람을 물씬 느끼면서 〈정은서점〉을 새로 마실할 날을 손꼽으며 돌아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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