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 2013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로라 바카로 시거 글.그림, 김은영 옮김 / 다산기획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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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5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

 로라 바카로 시거

 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14.5.30.



  온누리가 푸르게 빛나는 봄에는 풀빛으로 무지개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옅고 짙은 풀빛이 있고, 노오랗거나 바알간 기운이 감도는 풀빛이 있어요. 거무튀튀한 기운이나 하얀 기운이 감도는 풀빛도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 돋는 모든 잎은 다 다른 무늬하고 빛깔입니다. 나무마다 다른 풀빛이면서 잎마다 새로운 풀빛이에요.이 풀빛바다가 일렁이기에 이 별이 푸르겠지요. 이 풀빛바람이 퍼지기에 이 별에서 뭇목숨이 어우러지겠지요.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흐름에서 풀빛이 어떻게 스며들면서 녹아드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곁에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어떤 푸른 마음인가 하는 이야기를 보탭니다. 풀이기에, 푸르기에, 풋풋하기에 풀빛이요 풀사람이며 푸름이입니다. 풀은 별이랑 하늘을 먹습니다. 하얀 햇빛이며 햇볕을 먹지요. 파란 하늘이며 바람을 머금어요. 파랑을 받아들여 푸름일까요. 푸름이 새롭게 파랑이 될까요. 찻길을 줄이고 풀길을 늘리면 좋겠어요. 시멘트를 늘리지 말고 숲을 돌보면 좋겠어요. 하늘길이며 뱃길을 줄여 쪽빛 바다에 푸른 숨결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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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민들레 -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논픽션 스페셜멘숀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 이야기꽃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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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6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

 2014.4.28.



  민들레씨를 건사해서 묻는데 왜 이다지도 싹이 안 트노 하고 여기다가 올해 들어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훑은 흰민들레이든 텃노란민들레이든 들풀이에요. 들풀 씨앗은 맞춤한 철에만 돋습니다. 바로 돋지는 않아요. 메마른 땅이라면 한두 가지 들풀만 번지지만, 어느새 까무잡잡한 흙이 된 땅에는 들풀 씨앗 가운데 몇이 살짝 고개를 내밀다가 이내 수그러듭니다. 서로 돋고 지고를 되풀이하면서 햇볕을 나누어 받아요. 올해에 새로 돋는 흰민들레나 텃노란민들레는 몇 해 앞서 묻은 아이일까 하고 어림합니다. 올해 묻는 씨앗은 다음에 언제 돋으면서 반기려나 하고 꿈꿉니다. 동그랗게 맺으면서 폭신한 민들레씨를 보면서, 푸른 잎을 가끔 톡톡 끊어 나물로 삼으면서 마음으로 물어봅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들풀이자 들나물이 어떻게 자라고 퍼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 온나라를 뒤덮은 서양노란민들레라 하는데, 텃노랑이든 서양노랑이든 민들레는 민들레입니다. 너도 나도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이 나라도 저쪽 나라도 살림결이 다르면서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이 들풀도 꽃이요, 저 들풀도 꽃이지요. 서로 아끼며 눈여겨보는 마음을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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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창비시선 302
문동만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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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1


《그네》

 문동만

 창비

 2009.5.27.



  고흥읍에 계신 이웃님이 낮에 전화를 걸어 ‘오랫동안 못 만났는데 얼굴도 보면서 술 한잔 하자’고 얘기합니다. 시계를 보니 세 시 삼십 분.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는 다섯 시가 되어야 있습니다. 시골은 큰고장처럼 바로바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이들 주전부리를 장만하러 다녀올까 싶어 다섯 시에 마을 어귀에 섭니다. 한참 되는데 버스가 안 옵니다. 툭하면 이렇더군요. 시골에서 버스 타는 손님이 없다며 슬쩍 안 다니곤 해요. 때로는 시골버스에 저 혼자만 타고서 다니기도 하니 버스일꾼 스스로 ‘뭐 오늘도 빈 버스만 가겠네’ 싶어 지레 몰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읍내 이웃님한테 전화해서 “한참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오네요. 다음에 뵈어요.” 하고 얘기하는데, 믿으실까요? 《그네》를 읽는데 어쩐지 처음부터 끝까지 술내음이 가득합니다. 글쓴님은 술을 마시고 나서야 시를 쓸는지 모릅니다. 맨마음으로는 이 땅에서 살아내지 못하겠다고 여겨 으레 마시고, 불콰한 마음이 되어 붓을 잡고서 시를 적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담배를 태우며 시를 쓰든, 아이를 돌보며 시를 쓰든, 자전거를 달리거나 밥을 지으며 시를 쓰든 다르지 않습니다만, 술·노닥질·여자만 어우러진 사내들 시는 따분합니다. ㅅㄴㄹ



우리는 낮술에 취했다 / 경매장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를 듣다 / 두툼한 광어를 씹었다 (소래에서/46쪽)


비석치기라던가 / 봉분 위에다 여자를 눕히는 자들도 있고 / 무덤을 들춰 밥벌이를 하는 도굴꾼들도 있다 (환관의 무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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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2


《사회과 지도》

 문교부 엮음

 문교부

 1964.8.15.



  제가 국민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사회과 부도’란 이름을 썼어요. 《사회과 부도》는 값이 꽤 셌습니다. 여느 교과서 서너 자락 값쯤이었지 싶어요. 국민학교에서 다른 교과서는 나라에서 빌려주어 한 학기를 쓰고서 동생한테 물려주도록 했으나 《사회과 부도》만큼은 따로 사라고 했습니다. 이 책을 못 사는 동무가 많았어요. 저는 형이 쓰던 책을 물려받았기에 따로 안 사도 되었습니다. 한 반에 《사회과 부도》가 몇 없기에 으레 대여섯이나 열 어린이가 함께 보곤 했습니다. 늘 보는 길그림책일 텐데 ‘우리 고장’을 찾을 수 있는지, ‘우리 마을’도 나올는지 궁금했어요. 1964년에 나온 《사회과 지도》를 펴니 2쪽에 ‘지도 보기’부터 나오는데 여수 ‘이 충무공 동상’을 한복판에 놓고서 줄인자를 가릅니다. 그런데 여수 곁은 바로 고흥이에요. 얼결에 1960년대 첫무렵 고흥 모습을 덩달아 구경합니다. 나로섬·팔영산하고 여수 개섬 사이를 ‘봇돌바다’라 적은 대목이 돋보입니다. 지난 2011년 12월에 고흥군청은 ‘보들바다 별잔치’를 연 적 있는데, ‘봇돌바다’라는 멀쩡한 이름을 엉뚱하게 ‘보들’라 바꿔서 자리를 꾸몄다지요. 고흥서 나고 자랐어도 《사회과 지도》에까지 찍힌 고흥 길이름·땅이름을 모를 수 있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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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1


《그림일기》

 정경문 글·그림

 영북국민학교

 1977



  1982∼1983년에 국민학교 1∼2학년으로 살면서 그림일기를 썼습니다. 동무들은 글하고 그림을 거의 날마다 그려내야 하는 그림일기를 퍽 힘들어 했습니다. 저는 그림일기를 힘들다고 여기지 않았으나 놀고 심부름하느라 바쁜 나머지 일기쓰기를 미루고 보면 ‘아, 뭘로 채워야 하지?’ 싶었어요. 지난날 어린이는 어버이 일을 거들거나 함께하느라, 또 온갖 심부름을 도맡고 새마을운동에 맞추어 갖가지 치닥거리를 하느라 바쁘며 벅찼습니다. 이제 드는 생각입니다만, 그때 학교에서 ‘왜 일기를 빼먹느냐’고 다그치면서 두들겨패지 말고 날마다 10∼20분쯤 말미를 주어 학교에서 차분히 쓰도록 이끌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헌책집을 다니다 보면 《그림일기》처럼 어린이 일기꾸러미가 더러 나옵니다. 집을 옮기거나 나라를 떠나면서 일기꾸러미를 치웠을까요. 저승사람이 되었을까요. 그냥 묵은 종이뭉치라서 헌종이하고 함께 내놓았을까요. 1977년에 영북국민학교 2학년 어린이가 4∼5월에 쓴 그림일기를 넘기면 동무나 오빠하고 논 얘기, 숙제를 한 얘기, 어머니 심부름 한 얘기, 비오는 날 우산 들고 어머니 마중 다녀온 얘기, 소풀 뜯긴 얘기가 매우 투박하게 한두 줄로 흐릅니다. ‘돌치기’ 놀이를 ‘돌찌’라 적은 사투리가 애틋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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