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열 살,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지난 열 몇 해를 걸쳐서 사랑해 마지않는 책 가운데
'이마 이치코(今 市子)'라는 분이 빚은
만화책이 있다.

하나는 <토리빵>이요, 다른 하나는 <문조님과 나>이다.
둘 모두 일본에서는 꾸준히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토리빵>이 7권에서,
<문조님과 나>가 6권에서 멈췄다.

일본말로 된 책을 찾으려고 몇 해를 용을 쓰다가
드디어 한국으로 보내 준다는 곳을 이 밤에 찾았는데
우표값(배송료)이 16만 원쯤 든다.
책값은 20 + 26권이 아닌 15 + 20권이 26만 원쯤 들 테고.

살 수 있을까?
사고 싶다.
아이들하고 같이 일본말사전을 뒤적이면서
천천히 '새' 이야기를 누리고 싶다.
뭐, 40만 원쯤이네.

그동안 장만한 '조선총독부 교과서' 값에 대면 안 비싸네.
오늘 밤에도 소쩍새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13살 큰아이는 소쩍새가 올해에 3월 20일에 왔다고
또렷하게 날짜까지 아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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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근로장려금 : 지난해 끝무렵부터 근로장려금이 ‘반기 지급’으로 바뀌었고, 이렇게 바뀌면서 우리 집은 받을 수 없었다. 어쩐 일인가 싶더니 올해에 새로 알림글이 오더니 ‘일하는 틀’에 따라서 ‘반기 지급’하고 ‘연간 지급’이 다르다고 하네. 따로 어느 일터에 몸담지 않는 사람은 예전대로 ‘연간 지급’일 뿐이라고 한다.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9년부터 두 해만 거르고 해마다 근로장려금을 받은 살림으로 보자면 꽤 아슬아슬하지만 ‘몸담은 일터가 없기에 은행빚을 얻지 못하는 집이 한 해 가운데 가장 고될’ 적에 단비 같은 살림돈을 얻는 근로장려금이다. 2020년까지 두 해를 왜 걸렀나 돌아보면, 한 해는 기준소득보다 9만 원을 더 벌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 해는 우리더러 사전 씩씩하게 지으라는 도움돈을 여러 이웃님한테서 그해에 1200만 원쯤 받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8월에 근로장려금을 받으면 두 아이 자전거를 제대로 장만해 주고 싶다. 2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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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조선일보 사보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4.25.)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작은아이가 그림책을 해가 잘 드는 곳에 그냥 놓았습니다. 햇빛에 책이 바래지 않도록 책꽂이로 옮기다가 얼추 열 해쯤 책꽂이에 모셔 놓고 들추지 않은 꾸러미가 보입니다. 고흥으로 갓 들어오며 두 아이 건사하랴 폐교에 쌓인 곰팡이랑 먼지를 닦으랴, 짐차로 나른 책을 풀고 책꽂이에 옮기랴 바쁜 틈에 잊고서 지나간 책입니다. 이 꾸러미를 장만했던 헌책집은 이제 없습니다. 그 헌책집 가까이에는 기자촌이 있어서 ‘퇴직기자가 기자촌을 떠난다’든지 ‘퇴직기자이던 분이 저승사람이 된다’든지 할 적에 그 집에서 잠자던 꾸러미가 흘러나오곤 했어요. 1970년대에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신 분한테서 흘러나온 꾸러미에는 〈기자협회보〉하고 〈조선일보 사보〉가 뭉치로 있었습니다. 군사독재하고 손잡은 조선·동아가 기자를 척척 쳐내던 무렵 〈기자협회보〉랑 〈조선일보 사보〉에 어떤 이야기가 실렸나 하고 새삼스레 들여다봅니다. ‘동아일보 광고 탄압’ 이야기에, ‘조선일보 기자 복지를 늘린다’는 이야기에 ‘할말 안할말 있음을 숙지’하라는 조선일보 방사장 이야기에, 지나간 1974년 모습이 새삼스럽습니다. 조선일보 사보는 ‘조선일보는 민족지’라는 말을 틈틈이 읊는데, ‘겨레신문’이란 무엇일까요?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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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책꽃 (2017.5.1.)

― 전북 전주 〈책방 같이:가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35

070.7753.7097.

https://blog.naver.com/7097picturebooks



  그제 낮에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글쓰기 이야기를 함께했습니다. 지난해에 선보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다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두 가지를 묶어서 ‘시골에서 사전을 짓는 글쓰기’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고흥에서 포항까지 먼길을 간 터라 바로 고흥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모든 길은 서울로’ 이어지는 이 나라 얼거리를 곱씹으면서 서울마실까지 합니다. 서울 거쳐 고흥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기도 합니다.


  서울에 들러 한글전각갤러리를 돌아본 다음 하루를 쉬고 이튿날 기차로 전주로 달립니다. 전주 한켠에 곱게 태어난 그림책집 〈책방 같이:가치〉를 꼭 찾아가서 누린 다음에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주로 오랜만에 책집마실을 나옵니다. 혼자 살 적에는 혼자 자전거를 몰고서 전주로 책집마실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살림이기에 여러 해째 책집마실을 되도록 안 했습니다. 새 사전을 엮느라 바쁘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먼저인 터라 ‘책집으로 자전거 타고 가기’는 작은아이가 스무 살 즈음 되면 비로소 나서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조용히 자전거 타기’를 할 생각이에요.


  전주역에서 택시를 탑니다. “봄에 어디 존(좋은) 여행 다니시나 봐요?” 하고 묻는 택시일꾼한테 “전주에 멋진 그림책집이 태어났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곳에 가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전주 홍지서림 골목에 있는 헌책집에 다녔는데, 이제는 마을책집에 가려고 전주에 옵니다.” 하고 얘기합니다.


  초등학교 앞에서 택시를 내립니다(〈책방 같이:가치〉는 그 뒤 자리를 옮겼습니다). 눈부신 빛살을 받으면서 걷습니다. 이틀을 밖에서 보낸 짐을 묵직하게 끌고 짊어지고 골목을 둘러보니 한눈에 책집이 잘 보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한테 어떤 그림책을 잔뜩 챙겨서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며 여닫이를 당겨서 들어갑니다. 이 그림책을 집을까 저 그림책을 집을까 하고 어림하다 보니 어느새 열 자락이 됩니다. 더 고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제 그만 골라야지. 가뜩이나 다른 짐이 넘치는데, 이제는 책을 넣을 틈이 없는걸.’ 하고 생각합니다.


  아쉽다면 다음에 곧 다시 들르면 되겠지요. 다음에는 아이랑 함께 찾아올 수 있겠지요. 《실수왕 도시오》(이와이 도시오/김숙 옮김, 북뱅크, 2017)에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케이티 하네트/김경희 옮김, 트리앤북, 2017)에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로라 바카로 시거/김은영 옮김, 다산기획, 2014)에 《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 글·오형경 그림, 이야기꽃, 2014)에 《바람의 맛》(김유경, 이야기꽃, 2015)에 …… 그림책을 실컷 누립니다.


  햇살마냥 마을책집이 눈부십니다. 햇볕마냥 그림책집이 따스합니다. 햇빛마냥 조촐히 아름책집이로구나 싶습니다. 곰곰이 보면 이 땅에 어린이나 푸름이가 느긋하게 머물 쉼터가 없다시피 합니다. 그림책을 꽃처럼 건사한 이 마을책집이란 바로 어린이 쉼터이자 놀이터이지 싶습니다. 그림책이 꽃처럼 피어나는 이 마을책집이란 푸름이도 언제나 상냥한 마음이 되어 하루를 다스릴 만한 모임터이자 사랑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라나 지자체에서 큰돈을 들여 으리으리한 집이나 터를 닦지 않아도 됩니다. 마을마다 조촐하니 마을책집을 연다면, 바로 이 마을책집이 저절로 마을을 살찌울 뿐 아니라, 마을 어린이·푸름이가 느긋하게 다니면서 하루를 밝힐 자리가 되리라 느껴요. 그림책꽃이 해사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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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장치의 사랑 2
고다 요시이에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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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책걸상한테 물어본 적 있니?



《기계 장치의 사랑 2》

 고다 요시이에

 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흔히들 아이가 궁금해 하면 잘 알려주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 생각은 틀리지 않습니다만, 알려주는 길을 슬기로이 살펴야지 싶어요. 어른 눈썰미로 바라본 대로 섣불리 가르치려 들기 앞서, 아이 스스로 “넌 어떻게 느껴? 네 생각은 어때? 너는 무엇이라고 여기니?” 하고 물어보아서 아이가 먼저 마음을 가다듬도록 북돋울 노릇입니다.


  큰아이하고 카레를 끓이는데 큰아이가 “왜 카레는 냄비 바닥에 자꾸 눌러붙어요?” 하고 묻습니다. “음, 카레한테 물어보지 그래?” “음, 카레 가루는 물하고 섞이면 자꾸 바닥에 붙고 싶어한대요.” 지붕하고 처마 사이에 난 조그마한 틈을 넓혀서 끝내 둥지를 튼 참새가 새끼를 깝니다. 며칠째 새끼 참새가 쉴새없이 노래합니다. “새끼 참새가 왜 저렇게 울까요?” “새끼 참새한테 물어보면 얘기해 주지 않을까?”



“그야 로봇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좋은 여자라고요.” “다이스케. 진심이니?” (7쪽)


“아야카는 인간 이상의 인간이라고. 착한데다, 마음도 갖고 있어.” “그건 선생님이 그렇게 느끼시는 거고요. 저 로봇이 정말 마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지는 증명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바보 자식― 지금 그 말 정정하지 못해? 아야카는 마음을 갖고 있어!” (11쪽)



  책걸상을 다루면서 책걸상한테 물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이를테면 어린이가 학교에서 책상에 자꾸 칼질을 하면서 뭔가 새기려 하면, “얘야, 네가 칼로 책상한테 그렇게 흉터를 내면 책상이 좋다고 하든?” 하고 물어볼 수 있나요. 동무를 괴롭히는 아이한테 “얘야, 네가 괴롭히는 동무는 네가 괴롭힐 적마다 좋다고 하든?” 하고 물어보면 막질을 하던 아이는 무어라 대꾸할까요.



‘‘기능’이든 뭐든 좋아. 이렇게 엄청난 ‘애정’이 또 있을까.’ (23쪽)



  손전화를 사서 쓰다가 바꿀 적에 손전화한테 “이제 넌 버리고 새것으로 쓰려고 해.” 하고 알리면, 손전화는 무어라 대꾸할까요. 한 판 쓰이고서 버림을 받는 비닐자루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물을 담는 페트병은 속에 든 물이 사라지고서 버림을 받을 적에 어떤 마음일까요. 다 태우고서 버리는 꽁초는, 길에서 마구 뿌려지는 알림종이는, 좀처럼 손길을 타지 못해서 읽히지 못하는 책은, 빨지 않아서 냄새가 나는 옷은, 저마다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사람한테만 마음이 있지 않다는 줄거리를 다루는 《기계 장치의 사랑 2》(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입니다. 그린님은 다섯걸음도 여섯걸음도 꾸준히 그려내지만, 한국에서는 2014년에 두걸음이 나오고 나서 아직 뒷걸음이 안 나옵니다. 널리 읽히면서 우리 생각을 틔우는 징검책으로 자리잡는다면 이렇게 오래 뒷걸음이 안 나올 일이 없으리라 느껴요. 비록 두걸음까지 한국말로 나오기는 했으나, 우리 마음에는 ‘기계 장치’가 무슨 사랑을 하느냐고, 아니 기계 장치한테 마음이 있기라도 하느냐는 생각이 깊구나 싶어요.



“인간들 앞에서 말을 하면 기분 나빠 하니까, 평소엔 입을 닫고 있는 것뿐이야.” (34쪽)



  책걸상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책걸상이 말을 할 줄 안다고 하면 미쳤다고 여기겠지요. 책걸상이 웬만한 사람한테는 아무 말을 안 거는 까닭을 알 만하지 않을까요?


  종잇조각도 웬만해서는 사람한테 말을 걸지 않아요. 부지깽이도, 젓가락도, 깨진 밥그릇도, 연필이나 지우개도 좀처럼 사람한테 말을 안 겁니다. 이리하여 사람은 사람 아닌 숨결하고 마음으로 만나서 사귀고 노래하는 길을 가뭇없이 잊습니다. 사람은 사람 아닌 숨결하고 만나는 길을 넘어, 사람끼리도 마음으로 어우러지고 꿈꾸는 길을 잃어버리지요.


  소리는 있되 말은 없는 셈입니다. 말은 오가되 이야기는 없는 셈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정작 마음은 꽉 막힌 셈입니다.



“언제나 말했지. 좋은 것에 마음을 쓰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라고. 너희들은 정말로 행복한 길을 걸어 주길 바란다.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이 너희들의 재능을 꽃피워 줄 테니까.” (69쪽)


“엄마 사정을 그렇게나 걱정했구나. 어리지만 굉장한걸, 아쓰시. 나한테는 눈물을 흘리는 기능이 없어. 하지만 내게 눈물이 있었다면, 그 장면에서 눈물을 터트렸을 거라고 생각해.” “나, 나, 눈물이 있으니까, 울어도 되겠죠?” (117∼118쪽)



  예부터 어느 곳에서나 살림을 가꾸고 세간을 보듬었습니다. 요새는 쉽게 ‘물건’이라 말하지만, 예부터 어디에서나 버림치란 없어요. 한 가지 살림을 짓더라도 두고두고 쓰게끔 건사합니다. 두고두고 쓰고서 바야흐로 내놓아야 할 적에는 땅에 곱게 돌아가도록 합니다. 우리 살림이며 세간은 우리랑 한몸이었어요. 땅에서 비롯해 땅으로 돌아가는 결이지요. 우리 몸뚱이도 흙에서 온 다음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지요.


  땅에서 자란 나무를 베어 집으로 지어 오백 해나 즈믄 해를 살고서 허물 적에 다시 땅으로 돌아가 다른 나무를 자라도록 북돋우는 거름이 됩니다. 나무를 땔감으로 삼아서 태우든, 나뭇가지나 나뭇잎이 그냥 흙바닥에 떨어져 삭든, 언제나 이 땅은 푸르면서 맑게 흘렀어요. 사람은 이 곁에서 스스로 하루를 짓고 이야기를 지피면서 즐겁게 삶을 눌렸습니다.


  이러한 발걸음을 톺아보면 좋겠어요. 지난날 사람들은 틀림없이 부지깽이하고도, 바지랑대하고도, 가마솥하고도, 집하고도, 이엉하고도, 절구하고도, 베틀하고도, 바늘하고도, 호미하고도, 참말 우리 곁 모든 살림하고 세간이랑 이야기를 했겠지요.



“적이든 아군이든, 내버려진 시체가 있으면 제대로 묻어 주고 싶었을 뿐이야. 바보이니까 모두 너그러이 봐주는 거지. 종종 얻어맞기도 하지만.” “과연. 이 마을에서 오직 너만이 자유의 몸인가.” “바보인 쪽이, 사람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미친 세상 속에서는.” (159쪽)



  만화책 《기계 장치의 사랑》은 묻습니다. 이 만화를 쥐어서 읽을 사람들한테 묻습니다. “그대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사람이고 무엇이 사람이며 왜 사람인가?” “그대가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누구랑 말을 하고 어떤 숨결로 이야기를 하며 어떤 꿈으로 노래하는가?” “그대가 사람이라면, 사람처럼 사랑을 하는가? 숲처럼 사랑을 하는가? 샘물처럼 사랑을 하는가? 새처럼 사랑을 하는가?”


  사람이 참말로 사람답다면 핵무기도 총알도 미사일도 화학무기도 전자무기도 만들어 낼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이 참으로 사람답다면 이웃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참되이 사람답다면 언제나 어깨동무하는 살뜰한 눈빛으로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걷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떤 어른인가요? 우리가 어린이나 푸름이라면 어떤 어린이나 푸름이인가요? 우리가 빛이라면 어떤 빛인가요? 우리가 오늘이라면 어떤 오늘인가요?



“이런 (아프고 힘든) 때인데도 모두 하늘을 보고 있어. 어째서 우리는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할까?” “응겟 님도 밤하늘을 보는 게 즐겁지요?” (204쪽)



  큰아이가 밤하늘 별을 사진으로 찍다가 묻습니다. “왜 별은 이렇게 작게 찍혀요? 더 밝게 찍히면 좋을 텐데.” “그러면 생각해 봐. 밤별이 낮해처럼 환하다면 우리는 밤이 어떻게 될까?” “어, 어, 그러면 잠을 못 자나?” “저 별이 굳이 우리한테 조그마한 빛만 보내는 뜻이 있어. 우리가 밤에도 언제나 같이 있는 줄 알려주지. 그리고 우리가 밤에는 기쁘게 잠들라고 속삭이지. 가느다란 빛줄기만 살짝 보내면서, 저희(별)를 늘 생각해 보라고, 저희(별) 마음을 우리(사람) 마음에 담뿍 담아서 새롭게 꿈꾸라고 하는 작은 밤별빛이 아닐까?”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면 돌부리한테 물어보셔요. “너 왜 나를 걸고서 넘어뜨리니?” 어쩌면 돌부리는 이렇게 대꾸하지 않을까요? “한눈팔지 말라는 뜻이야.”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야.” “심심해서 그랬어. 나한테 말 걸어서 고마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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