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티눈 : 아름답게 읽어 주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아름다운 사람. 바보로 여기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바보스런 사람. 사랑스레 읽어내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사랑스런 사람. 밉다며 내치는 눈은, 언제나 손길이 미운 사람. 잘하거나 못하거나 좋거나 나쁘다고 여긴다면 이러한 눈길은 어느새 우리 손길이 되더니, 우리가 하는 모든 곳에 속속들이 스민다. 아름길하고 사랑길은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는다. 바보스럽거나 미워하면 아름길이며 사랑길하고는 내내 등진 채 좋은지 나쁜지를 가리려고만 한다. 저기가 아닌 여기에 티눈이 있다. 2010.4.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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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보다 :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모레, 다시 모레보다 오늘, 마음하고 마음을 잇는 길을 헤아려 아이들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면서 곧 푸르게 피어날 따사롭고 넉넉한 숲을 엿본다. 2009.5.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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より : 昨日より今日、今日より明日、また明日より今日、心と心を繫ぐ道を考えて子供たちの心に愛という種を植えながら, そろそろ靑くさくあたたかく豊かな森を眺め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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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3


《Princess Sylvie》

 Elsa Beskow 글·그림

 Sessalatts aventyr

 1934.



  사전을 쓰는 길을 가노라니 온갖 책을 끝없이 챙겨서 읽는다는 핑계를 댑니다. 큰아이가 태어난 조그마한 집도 책으로 가득했습니다. 곁님이 어느 날 “아이한테 우리가 손수 살림을 짓는 길은 안 가르치고 책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만 들려줄 생각이냐?” 하고 묻는 말에 아무 대꾸를 못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맞는 말이에요. 온누리 모든 책은 ‘내가 아닌 남’이 스스로 살아내면서 아로새긴 사랑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이한테 삶을 슬기로운 사랑으로 알려주려면 ‘남이 아닌 어버이인 나’ 스스로 오늘을 새롭게 지어서 알려줄 뿐 아니라, 함께 짓는 살림자리가 될 노릇이에요.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다가 《펠레의 새 옷》이란 그림책을 만났고 《호기심 많은 물고기》 같은 책이 한국말로 나온 줄 알아봅니다. 글이며 그림이며 사진이라면, 이렇게 살림빛이 눈부시고 사랑빛이 아름다울 노릇이로구나 하고 깨달으며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를 무릎에 앉혀 그림책을 읽어 주는데 주르르 눈물이 나더군요. 더없이 빛나는 그림책이에요. 새로 나오는 그림책도 볼만합니다만, 1934년에 나온 《Princess Sylvie》를 넘기면서 ‘스웨덴에는 이무렵에 이렇게 생각을 꽃피운 상냥한 아줌마가 다 있었구나’ 하며 놀랍고 반가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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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4


《McElligot's pool》

 Dr. Seuss 글·그림

 Random House

 1947.



  모든 책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빌려서 읽은 책도, 사서 읽는 책도, 책집에 마실을 갔지만 주머니가 가볍기에 서서 읽은 책에도, 박물관 유리 진열장 너머에서 겉모습만 흘깃거린 책에도 온갖 이야기가 서립니다. 그런데 우리한테 책으로 보이는 이 읽을거리가 종이꾸러미란 모습이 되기까지 거친 길에도 숱한 이야기가 감돌아요. 지은이에 출판사 일꾼에 종이공장 일꾼에 인쇄소 일꾼에 싣고 나른 일꾼에, 무엇보다 숲에서 나무를 베어 손질하고 나른 일꾼에, 또 햇볕·비·바람·흙을 머금고 자란 나무라고 하는 이야기까지 두루 도사립니다. 《McElligot's pool》이란 그림책을 서울 홍대 건너켠에 있는 헌책집에서 처음 만나며 ‘닥터 수스’란 이름을 처음 만났어요. 이이는 ‘Geisel’이란 이름으로 태어났다지요. 1947년에 처음 나오며 ‘칼데콧상(Caldecott Honor)’을 받기도 했으며, 1974년에 새로 나오기도 했으나 무지갯빛 그림을 사이사이 까망하양 빛깔로 넣었어요. 책을 찍는 돈을 줄이려는 뜻이었을까요. 아주 작은 못에 낚싯대를 드리운 아이는 끝없이 생각날개를 펴면서 어떤 바다벗을 만날는지를 설레면서 기다려요. 좁은 못(pool)에서 낚시하는 아이가 바보(fool)라며 놀리는 마을 아저씨한테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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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90


《朝鮮人女工のうた》

 金贊汀 글

 岩波書店

 1982.8.20.



  서울 노량진에는 〈진호서점(책방진호)〉이 오래도록 텃책집으로 책사랑이라는 숨결을 나누는 길을 갑니다. ‘진호’ 책집지기님은 손님이 없을 적에는 먼저 책집이며 책시렁이며 깔끔하게 먼지를 떨고 갈무리하고는 책상맡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모든 새책은 출판사 일꾼이 정갈하게 가다듬어 내놓는다면, 모든 헌책은 헌책집 일꾼이 깨끗하게 손질해서 건사합니다. 〈진호〉로 마실할 적에는 언제나 알찬 일본책을 만나는데, 《朝鮮人女工のうた》를 만나던 날은 적잖이 놀랐습니다. 1982년에 ‘うた(노래)’라는 이름을 붙여 “일제강점기 조선 여자 노동자”를 다룬 책을 일본에서 내놓은 대목도 놀랐지만, 이 책하고 꾸러미로 나온 다른 일본책도 하나같이 ‘한국에서 여태 거의 안 나오던 한국 들사람 이야기’였거든요.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라든지 《서울로 가는 길》처럼 들사람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 할라치면 으레 군홧발로 찍어 누르던 나라지기였습니다. 들사람이 부르는 들노래를, 들사람이 가꾸는 들살림을, 들사람이 짓는 들꽃을, 들사람이 펴는 들사랑을 벼슬아치나 나라지기는 등돌리려 했어요. 들사람은 울면서, 어깨동무하고 웃으면서, 아기 젖을 물리며, 고샅에서 뛰놀며, 숲에 드리운 바람을 먹으며 노래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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