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8


《어느 돌멩이의 외침》

 류동우 글

 청년사

 1984.4.1.



  오늘 인천은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을 앞에 붙이려고 애씁니다만, 2000년으로 접어들 무렵까지 ‘공장도시·침대도시’였어요. ‘서울 관문’은 치레하는 빈말일 뿐, 막상 인천은 온통 공장으로 둘러싸서 ‘서울사람이 쓸 살림을 뽑아내는 몫’이면서, ‘새벽에 서울로 일하러 가서 밤에 인천으로 돌아가서 잠만 자는 구실’이었습니다. 인천에 있던 적잖은 공장이 꽤 다른 고장이나 나라로 옮겼습니다만, 인천에는 ‘없는 공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못 만드는 것도 없지만 막상 인천에서 쓸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1977년에 처음 나오고 1984년에 다시 나오며 2020년 5월 1일에 맞추어 새로 나온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바로 인천이란 터에서 공돌이·공순이가 어떻게 억눌리고 짓밟히면서 발버둥을 치는 하루를 살아내어 ‘우리도 사람이다!’ 하고 외쳤는가 하는 발자취를 보여줍니다. 가만 보면 큰고장에 살더라도 붓대를 쥐고서 책상맡에서 일하는 이는 매우 적었어요. 큰고장 일꾼은 거의 공순이·공돌이였고, 시골에서 흙짓는 숱한 사람이 나란히 있었어요. 나라살림을 떠받친 일꾼은 바로 ‘시골지기·공장일꾼’에 ‘살림님’이었습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먹물·장사꾼이 나라를 북돋았을까요? 글쎄, 웃기지 마시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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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9


《どうぶつむらのものしりひろば》

 Richard Scarry 글·그림

 吉田純子 옮김

 ブック·ロ-ン

 1979.5.1. 7판



  리처드 스캐리 님 그림책은 2007년에 이르러서야 한국말로 처음 나옵니다. 이분은 꼬물꼬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사람살이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내어요. 여덟 살 즈음 어린이가 누릴 어린이사전을 엮기도 했지요. 사전을 짓는 사람으로서 이분 그림책은 고마운 곁책이기에 헌책집을 두루 다니며 한 자락 두 자락 장만했습니다. 이러다가 열 자락 꾸러미로 나온 ‘スキャリ-おじさんのどうぶつえほん’을 만났어요. 꼬물그림에 앞서 선보인 숲그림을 이 꾸러미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마치 만화처럼 엮은 꼬물그림이 처음에는 숲동무 이야기를 그리면서 피어났더군요. 일본에서는 진작에 ‘리처드 스캐리 온책’이 나온 셈인데, 1979년에 일곱벌을 찍었으면 첫벌은 언제 찍었을까요? 더 알아보니 일본에서 이 온책은 모두 스무 자락으로 마무리를 지었더군요. 일본이 책나라란 이름이 붙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더구나 일본은 일찌감치 ‘어린이책집’이 태어났어요. 일본사람 스스로 빚은 아름책을 일본 어린이한테 베풀 뿐 아니라, 온나라에서 일군 아름책을 일본 어린이가 누리도록 북돋았습니다. 한국 어린이는 어떤 아름책을 만날 만한 배움터일까요. 한국 어린이는 푸름이가 되고 어른으로 살아가는 동안 어떤 아름책을 만나는 터전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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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7


《외뿔이》

 오세영 글·그림

 GenaSona

 2001.8.25.



  한창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여미는 일에 땀흘릴 무렵, 여러 가지를 늘 한꺼번에 살펴야 했고, 이 가운데 하나는 ‘보기글을 어느 책에서 따느냐’입니다. 저는 동시책·동화책·그림책·사진책을 비롯해 만화책에서도 널리 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만화책은 언제나 ‘사람하고 사람이 주고받는 말’ 얼개로 줄거리를 잇기에 ‘사전에 실을 보기글’로는 만화책에 적힌 글자락이 매우 좋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잖아도 만화책을 늘 눈여겨보았는데 마침 이해에 태어난 《외뿔이》는 더없이 반가웠어요. 이 만화책을 펴낸 ‘GenaSona’도 반갑고요. 만화를 얕잡는 눈길이 아직 짙던 즈음에 씩씩하게 어린이 만화책만 꾸준히 내놓겠다던, 더구나 한국만화만 선보이겠다던 출판사였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말을 여쭈어 《외뿔이》를 비롯한 ‘GenaSona’ 만화책을 추천도서로 뽑아서 어린이·어버이·교사한테 알리면 참 좋겠다고 했고, 스스로 갖가지 느낌글을 써서 둘레에 알리려 했어요. 그러나 출판사는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책도 잊힙니다. 2020년 봄날 고흥동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버리는 책꾸러미를 들여다보니 《외뿔이》가 다섯 자락 있어요. 너흰 버려질 수 없어. 너희를 되살려내고 싶어. 너희가 얼마나 아름다운 만화인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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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06


《국어의 앞날을 위하여》

 한글학회 엮음

 한글학회

 1964.11.23.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명사·부사·동사’를 배웠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사전이며 전화를 뒤지면서 살았으니 틀림없이 듣거나 배우기는 했을 텐데, 이런 이름은 늘 헷갈리고 아리송했어요. 중학교에 들어서며 영어를 배우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독일말을 배우며 더더욱 골이 아픕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헌책집을 누비며 혼자서 한국말을 익히던 무렵 비로소 ‘이름씨·어찌씨·움직씨’란 말을 처음으로 듣고 새삼스럽게 싶었어요. 왜 이렇게 바로 알아들을 쉬운말을 학교에서 못 가르쳤을까요? 한글학회에서 1964년에 《국어의 앞날을 위하여》라는 알림책을 찍었습니다. 문교부에서 학교 낱말을 갑작스레 ‘일본 한자말’을 바탕으로 바꾸려 했기 때문인데, 오늘날에도 이 흐름 그대로입니다. 황순원 님이 ‘한겨레의 창조정신을 말살하지 말라’는 이름을 붙여 쓴 글이 돋보입니다. ㅅㄴㄹ


“지금 나이의 나에게는 ‘명사’가 더 입에 익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입에 익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다음에 내가 ‘이름씨’ 대신에 ‘명사’로 써야 한다는 데 대해 반대하는 까닭은, ‘명사’로 쓴다는 것은 결국 한자사용을 영구화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들은 영어나 독일어 같은 외국어 선생들이 ‘명사’로 가르치니까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우리 문법용어도 ‘명사’로 써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이건 전후가 뒤바뀐 말이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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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99


《'75 강원 전화번호부》

 원주 체신청 엮음

 원주 체신청

 1975.10.1.



  이제 우리는 전화번호책을 뒤적이면서 길을 찾는 일이 드뭅니다. 아니, 전화번호책을 떠올릴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2000년을 넘어선 첫무렵까지 전화번호책은 여러 사람한테 대수로웠는데, ‘헌책집마실 다니는 사람’은 으레 여러 고장 여러 전화번호책을 눈여겨보았어요. 낯선 고장으로 나들이를 갈 적이면 그곳 공중전화부터 찾지요. 공중전화에서 전화번호책을 넘겨 ‘서점·책방’을 뒤적입니다. 알림판을 내걸지 않는 헌책집이 제법 있습니다. 전화도 안 들이는 헌책집이 곧잘 있지요. 그런데 헌책집은 사람들이 내놓는 책을 받아들여서 책살림을 꾸리는 터라, 알림판은 안 걸어도 웬만해서는 전화를 놓아요. 전화를 받아야 책을 사들이러 다닐 수 있으니까요. 그 고장에 오래 산 사람이더라도 그 고장 헌책집을 모르기 일쑤입니다. 책을 꽤 많이 읽었다는 사람조차 그분 살림집이나 일터 곁에 있는 헌책집을 못 알아채기도 해요. 예부터 헌책집을 찾으려면 길을 헤매야 했습니다. 낯선 골목이며 마을 깊이 들어서며 걸어야 했지요. 《'75 강원 전화번호부》를 춘천에 있던 헌책집 〈경춘서점〉에서 만났어요. 묵은 전화번호책을 보자마자 대뜸 강원 곳곳에 지난날 어떤 마을책집이 있었나 하고 하나하나 찾아보았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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