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7


《修速 滿州語自通》

 李明世 지음

 瀋陽 馬茂林 교열

 朝鮮 文世榮 글 

 株式會社 以文堂

 1934(昭和 6).10.15.



  우리가 걸은 자리에는 발자국이 남습니다. 이 발자국은 비에 씻기고 햇볕에 바래며 다른 발자국에 덮이기도 합니다만, 어느 한켠에 묻힌 채 고스란히 남기도 합니다. ‘中國語硏究會 藏版’으로 꾸민, 1934년에 첫판을 내고 1937년에 네판째를 낸 《修速 滿州語自通》은 ‘만주말 사전’을 짓고 엮은 세 사람 가운데 하나이자, 꼭두글님 노릇을 했습니다. ‘북경관화’만으로는 만주에서 이야기를 펴기 어렵기에 ‘산동방언’을 알아야 한다고, 1930∼40년대에 만주로 나아가서 일할 사람이 이 사전을 손에 쥐고서 만주말을 스스로 익히도록 돕는 책인데요, 한글하고 일본글을 함께 썼습니다. 지난 그때, 어떤 사람들이 무슨 뜻을 가슴에 담고서 이 꾸러미를 손에 쥐어 마르고 닳도록 펼쳤을까요. 문세영 님은 이런 사전을 엮고 나서 《조선어사전》을 엮었습니다. ㅅㄴㄹ


“그런고로 한어만배워가지고는 실제만주인과 직접 의사의소통이 되지못하는점이있고 설사 이쪽에서는 북경관화로 의사를전할수가있을지라도 저쪽에서하는말은 알아듣지못하는불편이 적지않읍니다. 저자는 이에 느낀바가있어서 만주방면으로 출진ㅎ고저하시는 유지의 직접도움이될가하야 특히 이책을 편찬한것입니다.” (서언/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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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10


《戶籍》 16호(第三卷第二號)
 岩島肇 엮음
 朝鮮戶籍協會
 1943(昭和 18년).2.10.


  조선총독부 법무국 민사과장 이와지마 하지메(岩島肇)는 1941년부터 잡지 《戶籍》을 엮습니다. 이 잡지가 태어날 즈음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키웠고, 이 나라 여느 사람을 싸움터로 끌어내어 총알받이가 되도록 내몰았습니다. 이러면서 벌인 짓 가운데 하나는 ‘창씨개명(創氏改名)’입니다. 잡지 《戶籍》은 바로 이 창씨개명을 ‘잘 하라’고 부추기려는 뜻을 담은 셈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앞잡이로 일한 이들은 조선총독부가 닦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 이름을 버리고 일본 이름을 썼어요. 조선총독부는 조선이란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뿐 아니라 마음이며 생각까지도 일본 제국주의에 온통 바치라고 닦달하려고 ‘일본사람처럼 이름짓기’를 밀어붙였습니다. 서슬퍼런 손길이 춤추는 책이요, 구슬픈 눈물방울이 맺히는 책입니다. 이 잡지를 인천 배다리에 있는 헌책집 〈아벨서점〉에서 만났는데요, 문득 뒷그림을 보니 ‘仁川海運組合’ 알림글이 있더군요. ‘仁川府港町七丁一番地’에 있었다는데, ‘町’은 해방 뒤에 ‘洞’으로 바꾸고, ‘번지(番地)’는 그대로 쓰다가 이제 사라졌습니다. ‘주소(住所)’란 말도 일본 한자말이겠지요. ‘사는곳·있는곳’이라 고칠 노릇인데, 이 땅에는 오늘 어떤 말빛이 흐르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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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0
폴 젤린스키 그림, 앤 이삭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비룡소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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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31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앤 이삭스 글

 폴 젤린스키 그림

 서애경 옮김

 비룡소

 2001.10.8.



  어린이는 어린이입니다. 이 어린이라는 이름 앞에 여러 가지 꾸밈말을 자질구레하게 붙이는 어른이 많습니다만, 어린이는 언제나 어린이입니다. 가시내는 가시내요 사내는 사내입니다. 사람은 사람이며 숨결은 숨결입니다. 우리는 이래저래 흔한 꾸밈말을 치덕치덕 붙이기도 합니다만, 저마다 다르게 빛나는 숨결을 생각하면서 사랑스레 품을 만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에 나오는 ‘안젤리카’는 그저 안젤리카예요. 안젤리카는 덩치도 키다리도 힘장사도 아닙니다. 안젤리카는 스스로 맑게 빛나면서 사랑스러운 안젤리카요, 새랑 노래하고 풀벌레랑 놀이하며 구름을 타고다니는 마음인 아이입니다. 오롯이 바라보기로 해요. 겉모습이나 줄세우기가 아닌, 오롯이 넋을 마주하기로 해요. 옷차림이나 허울이 아닌,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어떤 빛인가를 어루만지기로 해요. 괭이밥 곁에 쪼그려앉아서 괭이밥한테 말을 걸어 봐요. 쑥쑥 자라는 쑥한테 다가가서 우리 마음을 쑥쑥 키워 봐요. 온누리 어디에나 고루 퍼지는 햇빛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어린이한테서 환하게 터지는 웃음소리를 즐겁게 맞아들여 봐요. 뒷짐을 지기보다는 손을 내밉니다. 팔짱을 끼기보다는 어깨동무를 합니다. 민들레 동글씨앗이 훨훨 날아다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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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7


《신들이 노는 정원》

 미야시타 나츠

 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3.20.



“이 일대는 봐요, 머위 꽃줄기, 두릅 새싹, 고비, 산나물을 산더미처럼 캘 수 있고요. 왕머루나 자두도 잔뜩 나요. 우리 딸은 배가 고프면 자기가 산나물을 뜯어와서 튀김을 해먹어요.” (41쪽)


공기가 맛있다. 제일 처음 공기를 ‘맛있다’고 표현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같다. 공기에는 정말로 맛이 있다. (48쪽)


이곳 중학교에는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없다. 중1은 세 명밖에 없다. 게다가 중2와 중3은 한 명씩이다. 등수를 매겨도 의미가 없고, 애초에 전원이 충분히 이해했다는 걸 알면 시험을 칠 필요가 없다. (210쪽)



  팥배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려면 마당 한켠에 팥배나무를 심어서 돌보면 됩니다. 또는 숲정이에 팥배나무가 섞이도록 하고, 또는 숲으로 팥배나무를 만나러 마실하면 되어요. 책이나 사진만으로는 팥배나무를 알 길이 없어요. 가만히 쓰다듬고, 뺨을 대어 숨결을 느끼고, 부둥켜안으면서 이야기를 걸 적에 비로소 팥배나무가 마음을 열어요.


  오월은 팥배나무에 말간 꽃이 눈부십니다. 이 오월에 우리 삶자락은 어떤 모습일까요? 벌써부터 더운 날이라 에어컨을 틀려고 집안을 꾹꾹 닫아거나요, 싱그러이 오월바람이 집안 구석구석으로 스며도록 활짝 틔우는가요. 빛나는 햇살을 누리려고 마당이며 뒤꼍이며 고샅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나요, 햇살은 쳐다볼 겨를이 없이 막힌 집안에 가만히 있는가요.


  아이들하고 큰고장을 떠나 두멧시골에서 누린 한해살이를 다룬 《신들이 노는 정원》(미야시타 나츠/권남희 옮김, 책세상, 2018)을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두려우면서도 설레면서 큰고장을 씩씩하게 떠났다고 해요. 아이들은 거리끼지 않고 두멧시골 한해살이를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더 많은 또래가 웅성거리는 큰고장이 아닌,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조그마한 배움터에 눈밭이며 들숲이 너른 두멧시골을 가슴으로 폭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조그마한 배움터에는 따로 시험이 없을 뿐더러, 줄세우기가 없었답니다. 아이들은 시험이나 줄세우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운 나날을 누렸다고 해요. 틀리면 알려주고, 몰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하나하나 온몸으로 부대끼며 새록새록 배우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나라 사이에 줄세우기가 있어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사람 사이에 왜 줄세우기를 해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잘하거나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을 텐데요.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모두 새롭게 부대끼는 길일 텐데요.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는 사람다움하고 멀어도 한참 멉니다. 아니, 아예 아무런 사람다움이 아니겠지요. ‘즐겁게, 사랑스레, 아름다이’가 되어야 비로소 하늘님이 드리우는 터전이 되고, 우리 누구나 저마다 하늘빛이 되는 길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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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가는길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5.5.)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어제 우체국에 가서 책숲 얘기종이를 부쳤습니다. 이때에 우표값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다른 고장에서 고흥으로 올 적에 380원을 붙이는데, 왜 고흥에서 그동안 부칠 적에 470원을 받았느냐고, 때로는 380원을 받기도 하더니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우표값은 무슨 잣대이느냐고 물었어요. 우체국 일꾼은 규정을 말합니다만, 벌써 우체국장으로 일하는 분한테 물어보고서 온 터라, 고흥우체국 일꾼이 하는 말은 하나도 못미더울 뿐 아니라 어디에 어떤 규정이 있는가를 보태지도 않으니 참말로 믿을 길이 없습니다. 고흥우체국에서는 그동안 ‘흰 글월자루만 규격봉투이고, 누런 글월자루는 비규격봉투’라 말했고, 어제는 ‘풀로 안 붙이고 테이프를 붙이면 비규격봉투’라고 말하지만, 우체국에 버젓이 ‘테이프로 마감하도록 살림’을 놓아요. 더구나 자루 뒤쪽을 테이프로 붙이건 말건 380원으로 보내온 글월은 또 뭘까요. 더 생각하면 ‘흰 글월자루’보다 ‘누런 글월자루’를 공공기관에서 아주 오랫동안 썼는데, 누런 글월자루가 왜 비규격이라고 둘러대야 할까요. 누런 글월자루는 표백제나 형광물질을 안 넣은 ‘좋은 종이’입니다. 숲을 헤아리는 누런 글월자루야말로 규격으로 삼고, 표백제하고 형광물질을 넣은 ‘궂은 종이’를 비규격으로 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시콜콜하게 뭘 이런 일을 따지느냐 싶어도, 우리가 나아가려는 길이 아름드리 숲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냥 가는 걸음이 아닌, 슬기로이 생각하는 사랑길이 되기를 빕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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