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1.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글/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2018.7.25.



5월 6일에 여러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느라 서울에 갔다가, 부천·익산·전주에 있는 마을책집을 거쳐 고흥에 돌아오느라 부산했기에, 오늘에서야 면소재지에 가서 ‘고흥군 긴급생계지원 상품권’을 받는다. 지난달에는 ‘고흥사랑 상품권’을 오천 원짜리로 주어서 저잣마실을 할 적에 세느라 번거로웠다. 이달에는 만 원·오만 원짜리를 섞어서 준다. 지난달에는 엿먹인 셈이로구나. 요새 가게에서 몇 가지를 사도 값이 얼마인데. 더구나 우리 집은 아이가 둘 있는데. 아무튼 시골 면사무소 일꾼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은 요 한두 달 사이가 처음이지 싶다. 바깥일을 보는 틈틈이, 집안일을 하는 사이사이,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를 띄엄띄엄 읽는다. 이태 앞서 장만해서 책상맡에 놓고는 ‘곧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에 내내 밀렸다. 책이름 때문에 밀리기도 했을 텐데, ‘존재’란 일본스런 한자말을 굳이 넣어야 멋있다고 여기는 먹물이 참 많다. 인도에서 작게 책을 지으며 마을빛을 가꾸는 이웃은 “작게 일하”고 “작게 노래하”고 “작게 꿈꾸”는 “작게 있”는 하루일 테지. “우리는 작아요”에 군말을 굳이 붙이지 말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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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0.


《새로운 규슈 여행》

 치칭푸이푸이 타비자 글·사진/이진아 옮김, 꿈의지도, 2018.1.15.



나는 어디로 나들이를 가든 먹을거리·마실거리에는 그리 마음을 안 둔다. 첫째로는, 우거진 나무 사이에 맨발로 거닐다가 누울 풀밭이 있는지를 보고, 둘째로는, 손으로 떠서 마실 냇물이나 샘물이 있는가를 보며, 셋째로는 마을책집이 있는지를 보고, 넷째로는 집마다 나무가 얼마나 돌보는지를 본다. 살뜰한 마을이라면 어느 밥집에 들어가도 섭섭한 일이 없으리라. 알뜰한 마을이라면 조그맣더라도 책집을 품겠지. 《새로운 규슈 여행》을 보면서 ‘새롭다’란 말을 혀에 다시 얹어 본다. 무엇이 새롭게 가는 나들이일까? ‘먹고 마시고 사고 쓰고’란 네 가지 틀을 넘어설 만하다면 새로울까. 그렇다면 이 책을 여민 이들은 이 틀을 얼마나 넘어서거나 벗어났을까. 어쩌면, ‘여행’이란 이름으로 다니는 길이란, 먹고 마시고 사고 쓰고라는 흐름일는지 모른다. ‘관광문화·관광산업·관광수입’ 같은 말이 쉽게 춤추는 이 나라를 보면 알 만하지. 이웃을 만나려고 다녀오는 길이 아니라, 뭔가 쓰고 누비고 휘젓고 사진을 남기는, 이른바 ‘맛집·멋집·옷집’ 찾기일 뿐이라면 시시하지 않을까. 춤을 추고 싶으면 이태원이 아닌 너른 들판에서. 술을 즐기고 싶다면 홍대가 아닌 나무가 그늘을 베푸는 마당 한켠에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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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키워 주세요 웅진 세계그림책 5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진 자이언 글,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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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1


《화분을 키워 주세요》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8.30.



  맨발로 디디며 뛰놀 만한 흙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아, 내가 태어나서 뛰놀며 자랄 곳은 이런 냄새에 빛에 기운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맨발로 못 디디고 뛰놀 만한 데조차 없는 데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아, 내가 태어나서 나이를 먹을 곳은 이런 구석에 그늘에 다툼판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화분을 키워 주세요》는 여름맞이로 큰고장을 떠나 새롭고 짙푸른 곳에서 시원하게 보내고 싶던 아이가 도무지 그럴 집안이 아닌 모습을 보고는, 여름마실을 떠나는 이웃집 꽃그릇을 하나하나 받아들여서 집을 온통 ‘꽃그릇잔치’로 바꾸어 놓은 아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여름마실을 떠나지 못하지만, 집을 온통 꽃그릇밭으로 꾸미면서 ‘집에만 있어도 숲에 있듯’ 푸른바람을 누립니다. 아이가 오롯이 돌볼 마당이나 꽃밭이 있지는 않지만, 또 이웃집이 여름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면 모두 돌려주어야 할 꽃그릇이지만,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곁일을 해요. 어쩌면 이 별이란 꽃그릇 같은 삶터는 아닐까요? 저마다 심는 꿈대로 자라나는 꿈그릇이요, 스스로 돌보는 사랑대로 피어나는 사랑그릇일는지 몰라요. 아이 마음은 흙과 같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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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병풍 그림책)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 한솔수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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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8


《장날》

 이서지 그림

 이윤진 글

 한솔수북

 2008.9.29.



  지난날 임금붙이하고 벼슬아치는 손수 지을 줄 아는 살림이 없었지 싶어요. 사람을 부려 남한테 시키기는 했겠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짓거나 나누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살림을 가르치는 일도 없었을 테고요. 풀꽃을 읽거나 벌나비 마음을 알거나 구름결을 헤아리지도 않았다고 느껴요. 지난날 흙을 가꾸고 숲을 돌보던 수수한 사람은 모든 살림을 손수 짓고 나누었을 뿐 아니라, 풀꽃을 읽고 벌나비 마음을 알며 구름결을 헤아렸어요. 오늘날을 돌아보면 나라지기에 벼슬아치에 먹물을 비롯해,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손수 짓는 살림하고 꽤 멉니다. 이제는 다같이 공장 흐름에 몸을 맡겨요. 옛날에는 저잣날 저잣거리에 갖은 사람들이 갖은 솜씨를 뽐낸 살림이며 세간을 갖고 나와서 사고팔거나 나눴어요. 이 모습이 《장날》에 고스란히 흐릅니다. 그림책으로 남은 옛자취예요. 잊거나 잃었으나 그림으로 살려낸 살림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숲을 그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돌본다면, 옛날하고 다르면서 새롭게 손살림을 짓고, 새로운 저잣판을 꾸리겠지요. 아득한 손빛을 돌아보면서 짙푸를 꿈을 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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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9.


《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글, 문학과지성사, 2016.6.16.



바깥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빈 배처럼 텅 비어》를 읽는데, 첫자락에서는 움찔하구나 싶은 이야기가 흐르더니, 어느새 폭삭 늙어 주저리주저리 잔소리를 늘어놓는 듯한 이야기로 바뀌네 싶더라. 글쓴님은 첫머리에 “한 판 넋두리”를 늘어놓았다고 적는데, “늙은 잔소리”이네 싶더라. 넋두리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저 넋두리이지. 그동안 힘겨웠다는 하소연에는 여태 묻어 놓은 핏내음이 흐른다. 여태 벅찼다는 넋풀이에는 이제껏 담아 놓은 눈물바람이 도사린다. 이제껏 아팠다는 아이고땜에는 오늘까지 덮어 놓은 생채기가 드러난다. 빈 배라면 말 그대로 텅 비었겠지. 아무것도 없겠지.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빈 배이니 물줄기를 잘 타고 간다. 이녁 몸뚱이만 실은 배이니 어디로든 홀가분하게 나아간다. 빈 배를 탄 몸이라면 포카혼타스 아가씨처럼 “Just Around the Riverbend”란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어느 길로 가시겠는가?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이제는 거스르고 싶은가? 오늘부터 새로 나아갈 길은 어제하고 다르기를 바라는가? 사랑하는 삶을 바라는지, 사랑이 없는 쳇바퀴를 바라는지, 두 갈래 가운데 하나일 뿐. 아가씨도 아줌마도 할머니도 어린이도 버드나무한테 찾아가서 물어보면 실마리를 찾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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