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받는 딱새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82
권오준 지음, 김소라 그림 / 봄봄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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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12


《편지 받는 딱새》

 권오준 글

 김소라 그림

 봄봄

 2019.12.6.



  서까래하고 처마 사이 조그마한 틈을 참새가 자꾸자꾸 파더니 어느새 쏙 들어가고, 짚이며 흙을 물어다 날라서 둥지를 틉니다. 여러 해 된 일입니다. 올봄에도 어김없이 이 서까래랑 처마 사이 둥지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칩니다. 한창 새끼를 칠 적에는 똥을 툭툭 떨구지요. 똥을 더 떨구지 않을 즈음은 새끼 참새가 다 자랐다는 뜻입니다. 제비집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새끼가 튼튼하게 자라도록 어미는 먹이를 바지런히 물어다 나르면서 똥을 바깥으로 척척 내놓습니다. 《편지 받는 딱새》는 글월집을 둥지로 삼은 딱새 이야기를 다뤄요. 예전에는 글월집에 얼씬도 못했을 딱새이며 작은 텃새일 텐데, 손으로 적어서 띄우는 글월이 부쩍 줄면서, 택배가 부쩍 늘면서, 이 글월집은 든든한 새집 노릇을 합니다. 말 그대로 새롭게 새가 사는 집이 되는 셈입니다. 예부터 굳이 사람이 새집을 지어 주거나 마련해 줄 일은 없었어요. 이제 서울이고 시골이고 온통 사람판으로 돌아가기에 철새이든 텃새이든 삶터를 거의 빼앗겼지요. 흙에서 난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이 흙을 함께 아끼는 새랑 풀벌레랑 숲짐승이랑 푸나무하고 함께 가는 길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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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4. 오랜걸음


‘한겨레’란 말이 있는데 굳이 ‘한민족’이라 하는 분이 있고, ‘한’이라는 오랜말을 애써 ‘韓’이라는 한자로 나타내려는 분도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물줄기는 그저 ‘한가람’이고, ‘한’을 한자로 옮길 까닭이 없어요. 이 ‘한’은 ‘하나’이며 ‘하늘’을 가리키는 낱말이거든요. 따지고 보면 ‘하느님·하늘님·한울님·하나님’은 그냥 같은 이름이에요. 이름을 둘러싸고 다툴 일이 없어요. 힘이 안 되니 벅찰 만하고, 기운이 모자라니 버거워서 손을 들 만해요. 아무래도 달리면 그만해도 됩니다. 안 되니까 넘겨주면 돼요. 우리가 다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오래오래 걸어온 길을 돌아볼까요. 하나이자 하늘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차근차근 살림을 지었어요. 자랑하지 않고 내세우지 않되, 깎아내리거나 주눅들지 않습니다. 위나 아래가 없이 사이좋은 숨결을 이었어요.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허튼짓을 안 해요. 망가뜨리지도 무너뜨리지도 더럽히지도 않지요. 말 그대로 ‘살림’을 하는 숲이라, ‘숲살림’으로 함께 나누고 서로 즐기거든요. ‘한나라’에서 살아가는 숨빛으로 숲사람 노래를 부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한님·하나·하늘·하느님·하늘님·온님·님 ← 절대자

달리다·딸리다·모자라다·안 되다·되지 않다·힘들다·힘겹다·벅차다·버겁다·빠듯하다 ← 역부족

오랜걸음 ← 아날로그, 고전방식, 구기술, 전통, 전통적, 전통문화, 전통방식, 고전문화, 재래, 자래의, 재래식, 베테랑, 백전노장, 장기 활동, 장기간 활동

숲살림·숲살이·들살림·들살이 ← 수렵채집

숲사람·들사람 ← 백성, 민중, 민초, 백인(百人), 만백성, 만인, 국민, 자연인, 원시인, 수렵채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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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3. 바닥


바닥을 살아내기란 어려울는지 몰라요. 바닥에 있으니 둘레에서 밟거든요. 놀리는 이가 있고, 손가락질하거나 비웃는 이가 있어요. 모르는 체하거나 등돌리는 이가 있지요. 그러나 바닥에는 우리만 있지 않아요. 바닥 아닌 자리에서 괴롭히는 이가 여럿이라면, 나란히 바닥에서 바닥살이를 하는 동무랑 이웃이 있습니다. 더 떨어질 데 없는 바닥이라지만, 이 밑바닥이란 앞으로 날갯짓할 발판이 되곤 하며, 온별누리를 헤아린다면 바닥도 하늘도 따로 없이 고르게 누릴 놀이마당일는지 몰라요. 한 바닥만큼 글을 써 봅니다. 두 바닥만치 이야기를 묶습니다. 석 바닥째 새로 엮습니다. 그래, 노는 바닥이요 일하는 바닥으로 삼습니다. 뛰는 바닥이며 모이는 바닥으로 가꿉니다. 오늘 여기가 어떤 바닥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이룰 바닥인지는 아리송하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나라바닥을 뒤집어 봐요. 발바닥으로 온누리를 느끼듯 글바닥을 새로 지어 봐요. 그 바닥이고 이 바닥이고 비슷해 보인다면 새로운 바닥을 펴기로 해요. 남이 해주기를 바라거나 기다릴 까닭 없어요. 사랑스럽고 아름다이 냇물이 흐르는 넉넉한 살림바닥이 되기로 해요. ㅅㄴㄹ


바닥 1 ← 하부, 하층, 하위, 하등, 하급, 지역, 장소, 최저치, 최하층, 최하위, 최하, 최저, 최저한, 최저한도, 저변, 장판, 업계, 미달, 부족, 빈곤, 빈약, 빈한, 엥꼬, 기반, 기초, 기초적, 결핍, 결여, 근저, 기저(基底), 근간

바닥 2 ← 장(張), 폭, 페이지, 편(篇), 개(個), 갯수, 점(點), 문단, 챕터, -회차, -회(回), -차(次), 소절, 컷, 커트, 표지(表紙), 절(節), 무대, 극(劇), 공연(公演), 공연회, 지역, 구역, 장소, 시장(市場), 회장(會場), -회(會), 링(ring), 존재, 세계, 소굴, 판국, 환경, 형편, 중(中), 와중, 당국, 업계, 기회, 계기, 코트(court), -식(式), -장(場), -소(所), -원(園), -관(館), 저변, 의식(儀式), -전(戰), 등용문, 전선(前線), 사회, 사회적, 상황, 정황, 사태(事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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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2. 냇어귀


혼자 해도 되지만 동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여겨 둘이 합니다. 다른 동무도 있으면 좋겠구나 싶어 한 사람을 더하고, 두 사람이 끼며 세 사람째 들어옵니다. 네 사람이 붙고 다섯 사람이 섞이고 여섯 사람을 만나요. 일곱 사람이 손잡더니 여덟 사람이 함께하고, 아홉 사람이 하나됩니다. 혼자 할 적에는 고요하면서 의젓하게, 여럿이 할 적에는 와글와글하면서 즐겁게 나아갑니다. “낙동강 하구”라든지 ‘하구언’이라 하면 못 알아들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하구 → 강어귀’라 하고 ‘하구언 → 강어귀 둑’이라 풀이하더군요. 그러면 처음부터 “낙동강 어귀”라 하고, ‘어귀둑’이라 하면 될 노릇 아니냐고 되물었어요. 가만 보니 ‘강(江)’이나 ‘하(河)’는 모두 ‘내(냇물)’를 가리키더군요. “무슨 강 하구”는 참 얄궂은 말씨인 셈입니다. 여러모로 닫힌 말이지 싶어요. 활짝 열어젖혀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이 아닌, 꾹꾹 누르거나 닫아걸고서 끼리질을 하는 말이지 싶습니다. 함께하는 말로, 더불어 누리는 말로, 홀가분하면서 신나게 나눌 말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어린이를 생각한다면, 어른들 말씨는 몽땅 뜯어고쳐도 돼요. ㅅㄴㄹ


더하다·끼다·들어오다·붙다·섞이다·만나다·손잡다·함께하다·하나되다·어깨동무·같이하다·더불다·모이다 ← 합류, 합세

개어귀·냇어귀·어귀 ← 하구(河口)

닫다·닫아걸다 ← 폐쇄, 폐쇄적, 폐업, 종료, 영업 종료, 클로즈(close), 봉하다, 제한, 제한적, 제재(制裁), 제약(制約), 통제, 봉쇄, 쇄국, 금지, 금하다(禁-), 금(禁)-, 휴무, 휴업, 휴일, 휴관, 벽, 결속, 락(lock), 문단속, 단속(團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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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을 남기는 그림책집 (2020.2.8.)


― 전남 순천 〈도그책방〉

전남 순천시 도서관길 15

061.754.1687

http://dogbookshop.blog.me



  지난걸음에는 작은아이하고 다녀온 〈도그책방〉에 오늘은 큰아이하고 다녀오기로 합니다. 나날이 쑥쑥 자라나는 두 아이들 옷가지를 장만할 생각으로 순천마실을 더러 하는 터라, 이렇게 저자마실을 하고서 다리를 쉬려고 마을책집에 들릅니다. 그런데 이날이 큰보름이라는군요. 설도 한가위도 태어난날도 안 챙기니 큰보름을 챙길 일이 없는 터라, 꽤 오랜만에 부럼을 깹니다.


  우리 집은 텔레비전을 안 키웁니다. 자가용도 농약도 비료도 농기계도 안 키웁니다. 이모저모 안 키우는 세간이 많다 보니 둘레에서 으레 “아니, 텔레비전을 안 본다구요? 아니, 텔레비전이 집에 없다고요? 어떻게 텔레비전을 안 보고 살아요?” 하고 묻습니다. 텔레비전 안 키운 지는 까마득해서 “아니, 아직도 텔레비전을 키우신다구요? 아니, 나무를 키우실 노릇이지, 뭣하러 텔레비전을 키우세요?” 하고 되묻습니다.


  마을길을 걸어서 찾아가는 〈도그책방〉에서 다리를 쉬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책살림을 사랑하는 분이 가꾸는 아름다운 책집에 텔레비전을 들여놓은 분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고 말이지요. 설마 있을까요? 가끔은 텔레비전도 봐줘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정 뭘 보고 싶으면 셈틀을 켜서 누리바다에서 살피면 돼요. 끝없는 광고에 연속극에 연예인 말잔치에 사건·사고·정치 얘기랑 스포츠만 넘치는 텔레비전을 키우다가는 그만 우리 넋이 헝클어지지 싶어요.


  텔레비전 풀그림이 알찬 책을 알려주기도 한다지만, 우리 손에 쥘 책은 스스로 책집마실을 하면서 차근차근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전문가 눈길 아닌 책사랑이 손길을 타는 책 몇 자락을 틈틈이 마을책집에서 품으면 즐겁습니다.


  큰아이가 고른 그림책은 《편지 받는 딱새》(권오준 글·김소라 그림, 봄봄, 2019)입니다. 저는 《화분을 키워 주세요》(진 자이언 글·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를 고릅니다. 하나를 더 고르려고 살피다가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김서령, 푸른역사, 2019)를 집습니다. 너무 멋부린 말씨가 거북하지만, ‘배추구이’라 하면 ‘배추지짐’이 떠올라요. 이제 가게를 접은 헌책집으로 서울 연신내 〈문화당서점〉이 있는데, 〈문화당서점〉 아저씨는 곧잘 배추지짐을 해서 새참으로 삼았고, 책손한테 한 젓가락씩 나누어 주시곤 했어요. 헌책집 아재가 들려준 “배추지짐을 모르시나? 우리 경상도에서는 자주 해먹는데. 아무 양념을 안 하고 그냥 배추를 지지기만 해도 얼마나 맛나는지 몰라. 책만 보지 마시고 한 점 드셔 보시오. 드셔 봐야 알지. 아, 그런데 배추지짐을 드시려면 막걸리가 있어야 하나? 내가 술을 안 먹어서 말이지, 막걸리하고 같이 드시고 싶으면, 내, 막걸리도 사다 드리지.” 같은 말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이 그림책 저 그림책 꼼꼼히 보던 큰아이는 어느새 빛연필을 꺼내어 척척 그림을 그립니다. 책집 아주머니가 건네는 떡을 먹고서, 또 여러모로 이 아름드리 책터를 누리고서, 큰아이 나름대로 한 가지를 책집 아주머니한테 드리려고 생각했구나 싶습니다. 파란 빛깔로 새랑 꽃이랑 바람이랑 깃털을 그리는데 더없이 눈부십니다. 큰아이가 오늘 이곳에서 그린 이 그림은 이 마을책집이 이곳을 찾아오는 책손하고 나눈 마음빛깔이겠지요. 그림책을 실컷 누리고서 그림을 남깁니다. 저는 새로 쓴 노래꽃 한 자락을 나란히 남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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