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8.


《서점의 말들》

 윤성근 글, 유유, 2020.4.14.



요즈음은 비가 올 적마다 어릴 적을 자꾸 되새긴다. 어린 나이에 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헤아리는데, 국민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거의 우산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면서 깔깔거리며 놀았구나 싶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도 웬만해서는 우산 없이 비를 맞았지만, 책읽기에 푹 빠진 뒤에는 몸이 아닌 책 때문에 우산을 챙겼다. 몸은 말리면 되지만 책은 말리지 못하는걸. 《서점의 말들》을 읽다가 빙그레 웃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그래, 책집하고 얽혀서 이런 숱한 이야기가 흐르기 마련이지 싶으면서, 조금 더 틈을 두고서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할 텐데 싶어서 아쉽다. 한국에서도 책집을 둘러싼 이야기가 꽤 많았고, 헌책집을 이끄는 글쓴이라면 굳이 ‘요즈막에 나온 일본책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과 생각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북돋울 만한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 낼 만하지 않았을까. 출판사에서도 ‘○○의 말들’이란 꾸러미에 너무 목을 매달았구나 싶다. 따지고 보면, 나도 ‘사전의 말들’ 같은 책을 쓸 수 있겠지만, 아, 이런 엮음새라면 쓰고 싶지 않다. 꽤 많이 줄었어도 한국에 즈믄 곳이 넘는 책집이 있는데, ‘책집 목소리’를 담아내려 한다면 조금 더 너른 목소리로 여미면 훨씬 좋았으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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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2 - 꼭대기의 풍경
후루다테 하루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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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5


《하이큐 2》

 후루다테 하루이치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5.30.



  우리는 모두 재주나 솜씨가 다릅니다. 같은 집안 아이라도 좋아하거나 즐기는 길이 다르고, 키나 몸무게가 같더라도 달림새나 차림새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나가더라도 날렵한 아이가 있고, 키가 작고 몸무게가 가벼워도 날래지 않은 아이가 있어요. 둘레를 한눈에 읽을 뿐 아니라 마음을 알아채는 아이가 있다면,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자꾸 딴전을 피우는 아이가 있겠지요. 《하이큐》 두걸음을 펴면 키도 몸도 생각도 눈빛도 모두 다른 아이가 ‘하나’를 이루어서 배구라는 판을 누리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때로는 여섯, 때로는 일곱 아이가 함께 뜁니다. 여섯일곱 자리에 들지 않더라도 뒤에서 지켜보며 북돋우고 기다리는 아이가 있지요. 이들은 무엇을 바라보면서 하나라는 길을 맞출 만할까요? 다 다른 아이한테 다 같은 솜씨나 재주를 바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이 아이한테 하듯 저 아이한테 할 수 없어요. 이 나무한테 하듯 저 나무한테 할 수 없지요. 배우는 길이건 살림하는 길이건 언제나 헤아릴 대목은 ‘다 다른 어른은 다 다르게 보여주고,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르게 바라본다’이지 싶어요. 빨리 가지도 느리게 가지도 않아요. 즐겁게 갑니다. 노래하고 춤추며 갑니다. 손을 맞잡고서. ㅅㄴㄹ



“‘주변을 살피는 뛰어난 눈’을 가진 네게 동료가 보이지 않을 리 없어!” (10쪽)


“츠키시마처럼 커다란 녀석이 몇 명씩 네 움직임에 바보같이 걸려들면 기분이 아주 짜릿할걸!” (62쪽)

“까불지 마! 네 실력 허접한 거 여기 모르는 사람 없거든? 사와무라 선배는 그걸 알면서도 너를 집어넣은 거야!” (99쪽)


“교체 당했을 때의 일은, 교체 당한 뒤에 걱정해!” (100쪽)


“따로따로 있을 때는 별것 아닌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만남으로써 화학 변화를 일으킨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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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4 - 라이벌
후루다테 하루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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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596


《하이큐 4》

 후루다테 하루이치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10.30.



“어떤 싸움이 될지 몰라. 벽에 부딪칠지도 몰라. 하지만 벽에 부딪쳤을 때는, 그걸 뛰어넘을 기회다.” (55쪽)

“야, 몸에 힘 좀 빼. 작은 틈도 다 보이잖아.” (77쪽)

“처음 하는 플레이를 금방 잘하기는 어려워. 어떤 일이든 ‘해보기’ 때문에 시작되는 거야.” (110쪽)

“오늘은? 오늘 이기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으음, 그냥 보통 정도?” “다음번에는 꼭 필사적으로 뛰게 만들어서 우리가 이길 거야. 그래서 ‘별로’가 아니라 ‘분하다’거나 ‘즐거웠다’는 말을 하게 해줄 거야!” “그래, 그럼 기대할게.” (186∼187쪽)



《하이큐 4》(후루다테 하루이치/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을 편다. 다른 고장에서 서로 다른 결로 배구를 즐기는 아이들이 불꽃을 튀면서 맞붙는다. 이쪽 아이들은 아직 손발이 덜 맞았고, 저쪽 아이들은 손발이 빈틈없이 맞는다. 둘이 겨룬다면 손발이 척척 맞는 쪽이 어렵잖이 이길까? 손발이 덜 맞는 쪽이 처음에는 밀리더라도 조금씩 따라붙으려고 할까? 손발이 맞더라도 늘 이기지는 않는다. 손발이 안 맞더라도 지기만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기거나 지더라도 대수롭지 않다. 이기면서 무엇을 느끼고, 지면서 무엇을 배우는가를 헤아리면 된다. 이겼다지만 시큰둥하다면, 졌다지만 엄청나게 새로운 빛을 보았다면, 두 쪽 아이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엇갈리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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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
김환영 지음 / 낮은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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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6


《따뜻해》

 김환영

 낮은산

 2019.4.30.



  어디에나 마음이 있습니다. 농약을 치고 비닐을 덮고 트랙터가 지나가는 들에도, 아스팔트를 덮고 자가용으로 씽씽 달리는 길에도, 겹겹이 올린 시멘트집에도, 나무로 엮은 조그마한 집에도, 저마다 다르지만 나란히 마음이 있습니다. 잰 손놀림으로 다루는 칼질에도, 투박하고 느린 칼놀림에도 마음이 있어요. 열 살로 접어든 작은아이가 매우 빠르면서 이쁘게 배를 깎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얘, 얘, 너 지난해까지는 살점을 움푹 파더니 이제 배며 능금이며 감이며 얼마나 잘 깎는지 아니?” 하는 말이 터져나옵니다. 《따뜻해》를 지켜봅니다. 그린님은 어린이한테 두 가지로 엇갈리는 듯하지만 언제나 하나인 마음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느낍니다. 그림결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그림빛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빈틈이 없네 싶은 그림을 보다가 궁금합니다. 왜 ‘따뜻해’란 말로 엇갈린 두 마음을 나타내려 했을까요? 그렇다면 ‘포근해’가 어울릴 만한가 생각해 보면, 또 아니지 싶습니다. 햇볕처럼 바깥에서 다가오는 숨결이기에 따뜻합니다. 속으로 품으며 스스로 일으키는 숨결이라서 포근합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가르칠 까닭이 없어요. 아이는 눈치를 안 보거든요. 가르쳐야 할 사람은 언제나 어른뿐입니다. 닭은 닭으로 그리면 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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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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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7


《어느새, 바람》

 남윤잎

 웅진주니어

 2020.3.20.



  혼자 살 적에는 빨래가 적었습니다. 빨랫줄을 걸 일조차 없이 옷걸이에 꿰면 끝이었고, 이불은 담벼락에 척 늘어뜨렸습니다. 두 사람 살림이 되고 아이가 태어나고서 빨랫줄을 이었고 바지랑대를 놓았어요. 빨랫줄을 묶은 나무줄기를 어느 날 살피니 ‘빨랫줄 닿은 자리가 패였’더군요. 깜짝 놀라 바로 빨랫줄을 끊었습니다. 그 뒤로 빨랫대를 마당에 놓았어요. 바람이 드센 날은 빨래를 늘어뜨린 빨랫대가 와장창 넘어지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데구르 구릅니다. 바람 참 장난꾸러기로구나 싶어요. 자전거를 달릴 적에 맞바람으로 힘겹게 하다가도 어느새 등바람 되어 다리를 쉬도록 해줘요. 《어느새, 바람》은 어느새 바람이 찾아든 마을을 멀거니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네, 큰고장에서는 이런 바람을 맞이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꽤 아쉽습니다. 그림을 이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사진을 옮긴 듯한 결이지 싶어요. 빨랫줄에 이불을 널면 줄이 ‘팽팽하지’ 않고 ‘늘어져’요. 빨랫줄은 여느 때에도 팽팽하게 드리우지 않습니다. 그러면 끊어지거든요. 예쁘게 보여야 예쁜 그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손수 살림하고 사랑하는 삶으로 하루를 누리면, 투박하고 빛바래더라도 얼마든지 예쁜 그림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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