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he Year (Hardcover)
Elsa Maartman Beskow / Floris Books / 1988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29


《around the year》

 Elsa Beskow

 Floris Book

 1927/2008.



  하루하루 새롭고, 나날이 싱그럽습니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모레는 오늘이 아닙니다. 크게 보면 네 철이요, 갈래를 짓자면 열두 달이지만, 삼백예순닷새를 놓고서 다 다르게 느끼면서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늘 같은 때에 일어나서 언제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 해 내내 새벽이며 아침이며 낮이며 저녁이며 밤이 달라요.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땡볕일 적에도 다르지요. 이 다른 숨결에 따라서 우리 숲놀이는 새삼스럽습니다. 《around the year》는 한 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단출하게 갈무리한 노래로 밝히고, 이 노래를 다시 그림으로 엮습니다. 일하는 어른 곁에서 함께 일을 하는 아이입니다. 살림하는 어른하고 나란히 소꿉을 하는 아이입니다. 쉬엄쉬엄 나아가는 어른이랑 어깨동무하며 신나게 노는 아이입니다. 아스라한 옛날부터 흘러온 조촐한 빛이 그림책 하나로 태어납니다. 한국에서는 2006년에 《일 년은 열두 달》이란 이름으로 이 그림책을 옮겼습니다만, 결이 너무 다릅니다. 퍽 엉뚱한 옮김말 같고, 뜬금없는 대목까지 있습니다. 나라가 달라 살림새가 다르더라도 ‘한 해’를 둘러싼 삶·사랑·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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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1.


《심호흡의 필요》

 오사다 히로시 글/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0.5.20.



우체국에 들를 일에, 곁님이 마실 커피를 장만하러 읍내에 가는 시골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웃 면소재지를 지날 적에 그곳 중학생이 우르르 탄다. 얼마나 시끄럽고 까부는지.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이렇게 우르르 몰려서 까불까. 여럿이 뭉쳤다는 생각에 까부는구나 싶은데 혼자 있다면 이렇게 못 하겠지. 혼자서 까부는 중·고등학생은 못 봤다. 학교란 무엇을 하는 곳일까. 학교를 왜 다닐까. 앞으로 학교는 어떻게 될까. 이제 석 달인데 아직 나라는 ‘입시’ 빼고는 배움길을 헤아리지 못한다. 전남뿐 아니라 여러 고장 교육청도 배움길하고 살림길을 아우르는 슬기로운 눈빛을 못 보여준다. 《심호흡의 필요》를 버스로 오가는 길에 읽었다. 학교에서 입시를 뺀다면, 어린이·푸름이한테 입시 아닌 길을 가르친다면, 무슨 이야기를 펼 만한가를 이제부터라도 숨을 고르면서 처음부터 새로 살펴야지 싶다. 까불쟁이로 굴다가 스무 살 무렵 큰고장으로 나가면 그만인 학교교육을 그대로 이을 터전일까. 스스로 생각하는 마음을 추스르면서 오늘을 새로 돌보는 눈망울이 되도록 하려는 터전이 될까. 이 시골에서 시골 어린이·푸름이더러 마늘밭 일손을 거들도록 하고, 찔레꽃을 따먹도록 하면 좋겠는데. 요즈막에 더더욱.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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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20.


《서커스의 딸 올가 3》

 야마모토 룬룬 글·그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4.30.



마을에 샘터 두 곳 있다. 마을에서는 아랫샘하고 윗샘이라 말한다. 엊그제는 아랫샘을, 오늘은 윗샘을 치운다. 아랫샘은 큰길가에 있고, 윗샘은 마을 안쪽에 나무 우거진 그늘 곁에 있다. 아랫샘을 치울 적에는 이따금 지나가는 자동차나 경운기 소리가 살짝 시끄럽다면, 윗샘은 오직 멧새 노래가 스며들어 고즈넉하다. 이 샘터에서 물을 긷고 빨래를 하던 오랜 손길이 여태 씩씩하고 듬직한 아이를 키워냈겠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커스의 딸 올가 3》을 읽었다. 세걸음은 왜 이리 더디 나왔을까.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란 올가는 아이일 적에도 새로운 빛을 마음에 담고서 스스로 일어섰다면, 어른일 적에도 이 빛을 더욱 밝히는구나 싶다. 누가 해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한다. 남이 해줄 수 없다. 우리 손으로 한다. 한 발을 뻗어 하늘을 밟는다. 두 발을 내밀어 구름에 앉는다. 석 발을 디뎌 무지개를 탄다. 넉 발을 깡총 이 별 저 별 사이에서 춤춘다. 이 만화책을 어린이하고 함께 읽기는 만만하지 않지만 열예닐곱 살부터는 같이 읽을 만하지 싶다. 이웃나라는 이만한 만화를 그려내니, 이웃나라는 만화나라이리라. 이 나라는 아직 이만한 눈높이로 만화를 바라보거나 짓는 손길이 없다시피 하지만, 앞으로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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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9.


《강둑의 맞춤옷 가게》

 하세가와 세츠코 글·요시다 미치코 그림/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 2004.4.15.



해가 내리쬐다가 비가 내리는 날이 이어간다. 이런 날이 흐르니 하늘이며 땅이 여느 해보다 한결 맑다. 기름값이 뚝 떨어져 이제 ‘1ℓ = 500원’. 어느 기름집은 아직 600원이나 700원. 지난겨울에 대면 토막이 난 값이다. 앞으로 더 떨어져야지. 혼자 살던 무렵에는 겨울에 불조차 안 지피고 살았고, 짝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며 집안을 지폈다. ‘1ℓ = 100원’쯤 되어야지 싶다. 비행기랑 배가 거의 멎고, 군사훈련을 안 하니, 기름값이 착한(?) 길을 걷는다. 어제 ‘5·18’을 두고 ‘40주년 기념일·기념식’이라고들 말하던데, 어째 ‘기념’을 하는지 쓸쓸하다.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 멍울이며 생채기를 되새기는 날에는 ‘기념’을 안 쓰는 줄 생각하지 못하는 벼슬아치나 먹물이 많다. 돌아봐야지. 되새겨야지. 《강둑의 맞춤옷 가게》는 투박한 그림결이 한결 빛나면서 사랑스럽다. 반짇고리는 사람 곁에서도 제몫을 하고, 숲에 깃든 이웃한테도 제구실을 한다. 작은 천조각 하나가 바람에 날려 숲이나 풀밭으로 사라진다면, 틀림없이 그곳에서 풀벌레나 멧새가 이 천조각을 고이 누린다는 뜻이지 싶다. 무당벌레도 천조각으로 옷을 짓고, 꾀꼬리도 둥지 한켠을 천조각으로 꾸밀 만하다. 반짇고리는 맞춤옷집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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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담은 교문 -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학교 공간 혁신
배성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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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책

맑은책시렁 230


《꿈을 담은 교문》

 배성호

 철수와영희

 2020.3.15.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교문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교문이 쉼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고요. 그다음에 앉아서 쉴 휴식 공간이 필요하다, 교문이 이정표이자 쉬어 가는 고갯마루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었지요. (43쪽)


그래도 제자들이 해결책을 내놓아요. 교문을 만들기 어려워졌다, 그럼 이제 어떡할까? 아이들과 의논했습니다. (129쪽)


명령하는 것보다 공간을 바꾸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조심조심 걸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예요. 한창 뛰어놀 나이잖아요. (145쪽)


조달청에서 납품하는 학교 책걸상에도 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가 안전 기준이 더 강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거예요. 가격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152쪽)


조사를 해 보니, 유해 성분 없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업체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요 … 안전한 제품은 생산이 제대로 안 되니까 구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정부가 물건을 살 때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154쪽)



  며칠 앞서 읍내에 볼일을 보려고 시골버스를 타고 가는 길입니다. 이웃 면소재지를 지나가는데 그곳 중학교 푸름이가 잔뜩 시골버스에 탑니다. 몇 아이는 쇠돈을 집어던지듯 넣고, 몇 아이는 버스칸을 오락가락하면서 떠들고, 몇 아이는 발을 앞자리까지 뻗으면서 까불거립니다. 한두 아이가 아닌 모든 아이가 까불질을 하는데, 이 아이들 가운데 몇쯤 앞으로 이 시골에 남아서 보금자리를 가꿀 생각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곧 여름인데, 시골 고등학교 들머리에 지난가을께 내건 걸개천이 그대로입니다. 이 걸개천에는 큰고장 어느 큰일터에 뽑힌 아이 이름을 큼직하게 새겼습니다. 제가 사는 시골뿐 아니라 이웃 시골도 매한가지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붙거나 이름난 큰일터에 들어간 아이들 이름을 크게 내붙이더군요. 자랑할 일인가 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시골이란 터전을 사랑으로 돌보며 보금자리를 슬기로이 가꾸는 아이들 이름을 보람차게 내건 시골은 여태 본 일이 없습니다.


  학교에 안 들어가고서 숲살림을 익힌다든지, 학교는 손사래치면서 사랑살림을 배우는 어린이나 푸름이 이름이라면, 더더욱 학교 들머리에서 이 이름을 보기 어렵겠지요? 교육청이건 군청이건 똑같을 테고요.


  초등학교 샘님으로 일하는 분이 엮은 《꿈을 담은 교문》(배성호, 철수와영희, 2020)을 읽으며 여러모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첫째, 학교 들머리를 처음부터 새롭게 바라보고서 이 얼거리를 손질하려는 뜻을 품는 어른이 있어서 놀랍습니다. 둘째, 학교 얼거리를 손질하는 일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차근차근 이야기한 다음, 이 학교 모든 아이가 함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틈을 내려는 생각을 하는 어른이 있기에 놀랍습니다. 셋째, 제가 살아가는 시골 군청이나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이만한 생각을 하는 샘님을 아직 못 보았는데요, 앞으로는 있을는지 없을는지 가물가물하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책을 엮은 배성호 샘님 한 사람이 대단하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이분이 어른으로서 샘님이란 길을 가기 앞서 이끌고 가르친 어진 어른이 있었겠지요. 뜻을 함께하는 슬기로운 동무하고 이웃이 있었을 테고요.


  혼자서 갈아엎거나 바꾸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조그맣게 가꾸는 손길이라면, 어느새 한 사람 두 사람 곁에 서면서 함께 걷는 발걸음입니다. 무엇보다도 어른끼리 하는 일이 아닌,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스스로 앞장서서 어깨를 겯는 살림길이에요.


  첫걸음이 대수롭다고 하는 옛말처럼, 배움자리라면 들머리가 더없이 대수로울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네 배움자리는 들머리에 뭘 세우거나 내걸까요? 배움자리를 오가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들머리에서 날마다 무엇을 볼까요? 배움자리를 오가는 길목에 나무를 우거지게 가꾸는 곳이 더러 있습니다. 오가는 길뿐 아니라, 울타리를 나무로 겹겹이 싸고, 옆이나 뒤에는 푸르게 우거진 숲이며 골짜기를 둔 배움자리도 있지요.


  배움책 《꿈을 담은 교문》은 들머리 하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폅니다만, 우리가 들머리를 비롯해 모든 자리를 차근차근 바라보면서 가꾸는 눈썰미를 키울 수 있다면 아름답겠지요. 아파트 사이에 배움자리를 두렵니까? 숲이나 바다나 들판 곁에 배움자리를 두렵니까? 배움자리 앞에 온갖 가게가 늘어서는 마을이 되도록 하렵니까? 배움자리가 살림자리 품에 고이 안기도록 하렵니까?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배움자리에서 꿈이며 사랑을 즐거우면서 상냥하게 지켜보거나 배울 만한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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