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6. 들머리


이제는 사라졌으나 “들머리 헌책방”이란 헌책집이 있었습니다. 샛장수로 헌책집에 책을 대는 일을 오래 하다가 스스로 가게를 차려서 붙인 이름이 ‘들머리’였어요. 오랜 낱말인 ‘들머리’는 “들어가는 머리”입니다. 첫걸음이나 첫자리라 할 테고, 처음이요 첫밗이라 할 만합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나서는 모습이자, 새롭게 나아가려는 목일 테고요. ‘들머리’란 잇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갈림길이 될 테며, 이제 막 걸음을 옮긴 모습도 나타냅니다. 이런 말씨를 헤아리노라면 처음으로 너울너울하는 곳을 ‘너울머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앞으로 출렁출렁하려는 첫자락이니, 바야흐로 새롭게 피어나고 싶은 몸짓이니, 여태까지 숨죽였더라도 앞으로 확 거듭나려는 마음이니, ‘너울길’을 가려는 셈이자 ‘너울목’에 서는 판입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을 ‘교문’이라는 한자말로 가리킵니다만, 이곳은 오늘 하루 새롭게 배움물결을 누리려는 첫머리이니, 너울너울하는 목인 ‘너울목’이기도 해요. 수수하게 보자면 ‘들목’이지만, 힘차게 너울대면서 즐겁게 배우려는 길목이자, 씩씩하게 너울거리면서 아름답게 익히려는 꽃길입니다. ㅅㄴㄹ


들머리(들목) ← 서장(序章), 서막, 서언, 서두, 서론, 서문, 모두, 도입, 도입부, 초입, 입구, 동구(洞口), 정문(正門), 교문(校門), 출입문, 요지(要地), 요충지, 통과의례, 통로, 터닝포인트, 전환점, 전환기, 전기(轉機), 분수령, 기로, 변곡점, 교두보, 등용문, 관문(關門), 문(門), 초장(初場), 초반, 초순, 초기, 초엽, 초창기, 초(初), 시원(始原), 시초, 시작

너울목·너울길·너울머리 ← 초입, 입구, 동구(洞口), 정문(正門), 교문(校門), 출입문, 출입로, 출입구, 요지(要地), 요충지, 통과, 통과의례, 통로, 터닝포인트, 전환점, 전환기, 전기(轉機), 분수령, 기로, 변곡점, 교두보, 등용문, 관문(關門), 문(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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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5. 달콤철


배워서 무슨 보람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하나를 배우는 자리에서 하나조차 모르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새롭게 살아내니 뜻이 있구나 하고 이야기합니다. 더 알려고 배울 수 있지만 스스로 더 사랑하려고 배운달 만하고, 스스로 더 즐겁게 살아가는 길을 마주하려고 배우지 싶습니다. 요즘은 서울이고 시골이고 건널목 있는 자리에 더위나 불볕을 그으라면서 커다랗게 그늘을 드리워 놓곤 해요. 나쁘지는 않지만 반갑지도 않아요. 건널목에 나무가 우람하게 서면 저절로 그늘도 되고 비도 가려 줍니다. 나무를 심어 가꾸어야 한결 시원하지요. 큰고장에서는 일터를 잇달아 쉬는 달콤한 철에 싱그러운 숲바람이나 바닷바람이나 들바람이나 냇바람을 쐬려고 나들이를 나서곤 해요. 아무렴 한때라도 떠나야 숨을 돌리지요. 꽉 막힌 매캐한 바람이 아닌, 탁 트여서 시원한 바람을 마셔야 우리 숨결이 빛나요. 이 나라뿐 아니라 이 별 곳곳은 서울바라기란 외곬로 흐르는데요, 이제는 숲바라기나 들바라기로, 또 별바라기나 사랑바라기로 길을 틀면 좋겠습니다. 한켠으로 치우친 삽질이 아닌, 고루고루 아끼는 손질이 되어, 어디서나 누구나 달콤날을 누리면 좋겠어요. ㅅㄴㄹ


배움보람·배우는 보람 ← 교육 효과, 교육 성과

더위쉼터·볕쉼터 ← 피서지, 차양막, 차양 시설, 차광막

달콤날·달콤철·달콤달 ← 밀월, 허니문, 황금연휴, 골든위크

외곬 ← 일방통행, 한 방향, 우직, 일방(一方), 일방주의, 일방적, 고집, 고집불통, 불통, 고수, 단면적(斷面的), 단편적(斷片的), 편견, 선입견, 완고, 고정관념, 선입견, 선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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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뚝딱뚝딱 누리책 4
미야자와 겐지 시,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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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1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5.11.3.



  어제는 새벽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나절에는 이럭저럭 내리다가 낮을 지나 저녁에 이르니 가늘어요.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려 바람쐬기를 하는데 는개가 옵니다. 작은아이가 “비가 오나 봐요?” 하고 묻기에 “응, 그럼 비를 맞으면 되지.” 하고 말합니다. 비가 오니 비를 맞아요. 해가 나오니 해를 쬡니다. 바람이 부니 바람을 먹어요. 꽃이 피니 꽃내음을 맡고, 풀이 돋으니 풀빛을 머금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는 일본이란 나라가 아름길도 살림길도 사랑길도 아닌 어둠길에 총칼길에 바보길을 걷던 무렵 스스로 앞길을 다짐하며 쓴 글자락에 그림을 붙입니다. 숱한 일본사람은 총칼을 드는 나라를 치켜세웠고 따라갔습니다. 살아남거나 살아가려면 나라님 말씀을 섬겨야 한다고 여겼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애국·충성’을 달달 외우며 종노릇으로 치달았어요. 꽃이 집니다. 얼룩이 집니다. 피멍울이 집니다. 이리하여 비를 달게 받는 길을, 기꺼이 거름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바람을 타고 온누리를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길을 노래합니다. 나라님 꽁무니를 안 좇고 벼슬살이를 안 바라는 몸짓을 멍청하다고 놀린다면 기꺼이 멍청이가 되어 풀꽃나무를 사랑하는 길을 갑니다. 비를 노래하고, 하늘땅을 춤추기에 사람입니다. ㅅㄴㄹ


#みやざわけんじ #MiyazawaKenji #宮沢賢治 #山村浩二 #雨ニモマケズ #RainW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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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9
아서 가이서트 지음, 길미향 옮김 / 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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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60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아서 가이스트

 길미향 옮김

 보림

 2007.5.20.



  어두운 곳에 혼자 있기란 무척 오랫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디에 혼자 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기에 어둠을 이겨냈다고 여기지 않아요. 어둠하고 빛이 무엇인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나기를 ‘눈을 감고서 어둠을 본 적 없는’ 터라, 아무리 캄캄하다 싶은 데에서도 눈을 감으면 둘레가 외려 환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왜 그러한가를 일깨우거나 짚거나 알려주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헛것을 본다느니 거짓말이라느니 여겼지요. 이제는 ‘눈을 감으면 둘레가 되레 환한 까닭’을 압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숨결인 터라,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한테서 흘러나오는 빛을 ‘감은 눈’으로 보거든요. 어떤 이는 ‘뜬 눈’으로 이 숨빛줄기를 보겠지요.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는 밤에 혼자 불을 끄고 자는 길을 요모조모 생각한 어린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뭘 그렇게 어지럽고 길게 뭔가 뚝딱거려야 하느냐 여기는 분이 있겠지만, 느긋하게 잠들어 꿈나라에 가고 싶기에 ‘틈’이 있어야 합니다. 그 틈에는 밝게 있다가, 이 틈이 지나면 어두워도 돼요. 그나저나 아이가 ‘밤에 무섭다’고 할 적에는 똑바로 짚어 줄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이 무섬것을 부르고, 우리 마음이 모든 길을 말끔히 털어낸다고 말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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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학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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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45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안나 회그룬드

 이유진 옮김

 우리학교

 2018.4.25.



  열네 살에 접어든 나무는 얼마나 푸를까 생각해 봅니다. 열네 해쯤 풀숲에서 살아온 개구리는 얼마나 듬직할까 생각해 보고, 열네 해 동안 바다를 가른 고래는 얼마나 슬기로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고장을 이루며, 나라를 이룬 열네 해라면 어떤 그림일까요? 나무마을이나 개구리마을이나 바다마을은 나날이 아름다이 거듭나지만, 막상 사람마을은 아름다운 길하고 동떨어지지는 않나요?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는 열넷이라는 나이를 살아오기까지 어둡고 갑갑했던 나날을 들려줍니다. 그림책에서는 그냥그냥 나오는 한 줄일는지 모르나, 참말로 ‘다른 사람은 못 듣는 소리’나 ‘다른 사람은 못 보는 모습’을 혼자 떠안고 지냈다고 한다면, 앞으로도 캄캄하고 괴로울밖에 없어요. 2020년 뒤부터 이 나라·사회·학교·마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학교를 마치고 졸업장을 따고 회사원이 되어야 하나요, 아니면 학교나 졸업장이 아닌 스스로 아름다이 빛날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배우고 나누고 가다듬는 살림길로 가려나요? 사회 흐름만 본다면 캄캄하기 마련입니다. 사회를 떠나 숲·들·바다로 가요. 나무·개구리·고래랑 동무가 되어 봐요. 이렇게 해야 바뀝니다. ㅅㄴㄹ


#AnnaHogl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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