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꽃

숲집놀이터 243. 숲으로



돌림앓이 탓에 2020년에는 이 나라 모든 학교가 3월에 열지 못했고, 4월이며 5월을 지나 6월에 이르러 조금씩 열려고 한다. 그러나 애써 열어도 다시 닫는 곳이 많고, 열었다 하더라도 눈을 마주보고 생각을 나누는 길을 열었다고는 느끼기 어렵다. 모두들 ‘한 사람이라도 돌림앓이에 걸리면 어떡하나’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구태여 졸업장학교를 서둘러 열어야 할까? 셈틀을 켜서 누리배움길을 깔아야 할까? 교과서에 맞추어 나아가는 배움길이 아니면 안 되는가? 슬기로운 나라살림이라면 입시지옥이란 이름이 또아리를 틀 까닭이 없고, 입시학원이 그렇게 넘칠 일이 없다. 슬기롭지 않은 나라인 터라, 돌림앓이가 푸른별에 퍼졌어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집에 가두기’하고 ‘서로 떨어지기’하고 ‘입가리개 하기’ 말고는 딱히 생각도 하지 못한다. 이럴 때야말로 서울을 떠나고, 큰고장을 벗어나서, 조용히 숲으로 갈 노릇이라고 여긴다. 관광지 해수욕장이 아닌 조용한 바닷가를 찾아가고, 너른 들녘으로 가서 낫이며 호미를 쥐고 흙살림을 이끌 노릇이라고 본다. 아이들을 대학교 아닌 숲으로 보내자. 아이들 스스로 숲이라고 하는 터를, 사람 손길이 안 닿기 때문에 이토록 푸르며 싱그럽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터를 맨발에 맨손으로 느끼도록 하자. 이제는 숲으로 가지 않고서는 다 죽는 길 아닌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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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9. 거꿀이


언제 처음 들은 말인지 가물가물하지만 “네 주제 좀 알아?”를 꽤 어린 날 들었는데, 막상 이 말을 듣고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응? ‘주제’가 뭔데?“ 하고 되물었거든요. 참 같잖다는 얼굴로 “‘주제’도 모르냐? 네 ‘꼴’을 보라고.” “꼴? 꼴은 또 뭐지?” “그 꼬락서니를 보라고.” 마치 말장난처럼 이어진 말은 끝이 없어서, ‘주제’를 따지던 아이는 손사래를 치고 휙 돌아섰습니다. 그나저나 저한테 ‘주제’를 따진 그 아이는 이 말을 어디에서 듣고 알았을까요. 처음 ‘분수(分數)’를 배울 적에 ‘분수’가 뭔지 모르면서 외웠습니다. 예전 어른들은 왜 밑뜻을 찬찬히 짚는다거나 쉬운말을 쓴다거나 하지 않았는지 아리송하지만, 요즘 어른은 좀 달라졌으려나 궁금해요. 나누는 값이면 ‘나눔값’이라 할 만해요. 이런 얼개를 헤아려, 거꾸로 가는 값이면 ‘거꿀값’이라 할 만하지요.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학문이나 전문이 되지 않아요. 누구나 알아차리면서 함께 즐길 길을 여는 말을 가슴에 얹을 적에 비로소 배움길이면서 깊은 솜씨가 되지 싶습니다. 가만 보니 여름날 개구리는 ‘거꿀거꿀’ 소리로 노래하려나요. ㅅㄴㄹ


분수(分數) 1 → 그릇, 깜냥, 꼴, 꼬라지, 꼬락서니, 살림, 삶, 자리 1, 주머니, 주제

분수(分數) 2 → 나눔값, 나눔치

거꿀값·거꿀치 ← 역수(逆數)

거꿀이 ← 가분수(假分數), 반대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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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8. 글쎄


잘 모르기에 ‘글쎄’ 하고 말합니다. 아리송하니 글쎄 하고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글쎄 하고 말해요. 믿지 못하는 나머지 글쎄 하고 말하다가, 수수께끼로구나 싶어 글쎄 하는 말이 터집니다. 궁금하다 보니, 아니다 싶으니, 알 길이 없다 보니, 놀랍기까지 하니, 입에서 자꾸 글쎄글쎄 하는 말이 흐릅니다. 얄궂다는 생각이 들고, 어떡해야 할는지 모르는 터라 이내 글쎄 하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이때에는 멈추면 좋아요.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몸짓을 다스려 봅니다. 이제까지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면 이제부터 갈고닦아도 돼요. 얼마나 걸리려나 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걸리든 짧게 들든 첫발을 내딛으면 되거든요. 하나하나 담금질을 합니다. 먼지를 닦아내듯 몸이며 마음을 닦습니다. 살림을 짓듯 마음을 새롭게 지어 봅니다. 수다를 떨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자리가 있다면,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자리가 있어요. 글쎄, 어느 쪽이든 길입니다. 이 길로 가려 한다면 이러한 삶을 겪고, 저 길을 간다면 저러한 살림을 치러요. 낫고 나쁘고는 없이 스스로 일어서려고 갈닦는 하루입니다. ㅅㄴㄹ


글쎄 ← 불분명, 불투명, 의문, 의심, 의아, 수상, 요상, 이상, 기이, 기묘, 기기묘묘, 기괴, 기기괴괴, 기상천외, 오묘, 괴상, 괴이, 불가해, 묘하다, 신묘, 신비, 신기(新奇), 신기(神奇), 정체불명, 희한, 의미불명, 요지경, 미지수, 복잡미묘, 복잡다기, 복잡다단, 해괴, 회의적, 비정상적, 반신반의

가다듬다·다스리다·갈고닦다·갈닦다·닦다·닦음질·담금질·마음닦기·마음짓기·몸닦기 ← 수도(修道), 수련

고요길·고요닦음 ← 묵언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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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7. 좀것


어디에서나 배웁니다. 졸업장을 주는 데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배워야 한다면 학교에 보낼 노릇이 아닌, 슬기롭게 배워서 참다이 펴도록 이끄는 자리를 헤아려서 함께 배울 노릇이라고 여겨요. 살림살이가 배움살이여야 한달까요. 무리를 짓는다거나, 서로 끈이 되는 길이 아닌, 스스로 맑으면서 반듯하게 나아가는 길을 배우면 좋겠어요. 억지로 외우는 배움노래가 아닌, 하루하루 새롭게 꿈을 키우는 살림노래이면 좋겠고요. 오늘날 여느 졸업장학교는 너무 틀에 박혔구나 싶어요. 온누리에 아름다운 책이 얼마나 많고, 온누리를 읽는 아름다운 눈길이 얼마나 깊은데, ‘교과서 진도’라는 굴레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요. 무엇이든 배우기 마련이니 좋은 것이나 나쁜 것으로 가를 까닭은 없는데, 어쩌면 졸업장이야말로 좀스러운 것이요 얄궂거나 지저분한 것일는지 몰라요. 어느 디딤돌을 마쳤기에 훌륭하거나 착하거나 아름답지는 않거든요. 몇 해를 다녔기에 배움살이가 끝난 셈도 아니고요. 싱그러운 물은 꼭짓물이 아닌 샘물이요 냇물입니다. 흐르는 물이어야 싱그럽듯, 언제나 바람처럼 물결처럼 흐르는 배움살이일 적에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ㅅㄴㄹ


배움살이 ← 학교생활, 학습과정, 학업, 교육과정, 학과과정, 학사과정

배움노래 ← 교가(校歌)

틀배움 ← 학교교육, 제도권교육, 제도교육, 졸업장 학교

나쁘다·궂다·나쁜것·좀·얄궂다·좀것·더럽다·더럼치·지저분하다 ← 유해물질, 유독물질

꼭짓물 ← 수도(水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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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일기 한티재시선 5
최진 지음 / 한티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9


《배달 일기》

 최진

 한티재

 2016.3.19.



  국민학교·중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틈틈이 어머니를 돕다가, 때로는 방학 동안 한두 달짜리 곁일로 신문을 돌렸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몇 해 동안 신문돌리기는 살림일이 되었습니다. 신문을 돌리며 ‘신문 보는 이’를 만날 일이 없습니다. 신문값을 거둘 때에 비로소 문틈으로 빠꼼 마주합니다. 신문값이 얼마나 된다고 ‘집에 없는 척’하고 몇 달을 질질 끄는 분이 곧잘 있지만, 또 반 해치를 밀리다가 달아나는 분이 더러 있지만, 따뜻하게 끓인 차를 넌지시 내민 분이 이따금 있어요. 《배달 일기》는 짐을 사이에 놓고 사람하고 사람을 잇는 길에서 밥벌이를 하는 삶을 담아냅니다. 예전에는 우체국에서 도맡던 짐나르기를 어느덧 택배회사에서 거의 맡습니다. 잇는 길은 여럿입니다. 몸소 찾아가서 건네며 얼굴을 마주하는 길이 있고, 심부름을 맡기며 마음으로 띄우는 길이 있어요. 일자리나 밥벌이로 이 길을 바라보아도 되고, 삶자리나 살림자리로 이 길을 마주해도 됩니다. 잇는 줄 알기에, 이으면서 마음으로 피어나는 노래가 있기에, 말 한 마디는 새롭게 빛나고 얘기 한 토막은 새삼스레 아름답습니다. 경상북도 두멧시골을 담뿍 만납니다. ㅅㄴㄹ



이고 쫌 갖다 주소 // 수산댁이 할매가 / 둘째 손자 낳은 딸에게 / 서울로 쌀을 보내다 말고 / 묵은 빚이라도 갚는 듯이 / 택배비 위에 만 원 지폐 한 장 / 부산스레 얹는다 // 기사 양반 둘째가 희한하네 / 지난 장날 시장에서 내를 알아보고 / 할머니 저 할머니 알아요 / 저 할머니 집 가봤어요 / 하고는 내 손을 잡고 걷데 / 고춧가루 빻는다꼬 돈이 없어가 / 그날 용돈을 몬 줬니더 (빚/50쪽)


찾는 물건도 없는 꼬부랑 할매 / 할미꽃처럼 굽어 피어 / 제 집은 지나쳤다 지나오는 / 택배기사 붙들고는 // 약도 안 친 꼬추니더 / 쪼매 찍어 묵어 볼라니껴? (오기 웃골 할미꽃/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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