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탐정 아케치 고로 2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8


《미식탐정 2》

 히가시무라 아키코

 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9.7.5.



  꿀꺽 삼켜도 알고, 혀에 얹어도 압니다. 코로 맡아도 알고, 눈으로 보아도 알아요. 귀로 들어도 알며, 살갗으로 느껴서 알지요. 눈을 감고 마음으로 바라보아도 알 테고,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서 파르르 떠는 기운으로 알기도 합니다. 밥 한 그릇이 앞에 있을 적에 갖가지로 알아볼 만합니다. 꼭 입에 넣어서 삼키고 나서야 알지는 않습니다. 싱그러운지 아름다운지 즐거운지, 또는 썩었는지 미운지 고약한지는 우리 온몸이며 온마음이 먼저 알아차리기 마련이에요. 《미식탐정 2》을 읽으면 맛으로 모든 수수께끼하고 실타래를 찾아내는 아저씨가 나옵니다. 어쩌면 아저씨 아닌 젊은 사내일는지 모릅니다만, 탐정이란 일을 하는 아저씨는 ‘혀맛’뿐 아니라 ‘손맛’이며 ‘눈맛’에다가 ‘마음맛’을, 여기에 오늘날 널리 퍼진 누리바다를 샅샅이 보면서 꿍꿍이를 밝혀내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꼭 탐정이나 형사쯤 되어야 알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다 알지요. 어버이나 어른이 사랑으로 지은 밥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서 몸으로 느낍니다. 깔깔깔 웃으며 먹으면서 수다가 터져나오는 밥자리가 있다면, 끽소리를 못하고 얼른 삼키고서 달아나고픈 밥자리가 있어요. 밥 한 술에, 글 한 줄에, 말 한 마디에, 손길 한 자락에 언제나 온빛이 서립니다. ㅅㄴㄹ



“범인 입장에서 이 녀석은 이름 없는 악마야. 가게의 허락도 받지 않고 요리 사진을 찍고, 텔레비전에서 본 미식가들의 말투나 흉내내 리뷰를 쓰고, 마슐랭인 양 별을 매긴다. 익명으로.” (74쪽)


“뭣도 모르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값싼 가게만 유행하고.” “어쩔 수 없어. 시대가 그런걸.”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저요, 솔직히 녀석이 죽어서 속시원해요. 천벌을 받은 거라 생각해요. 음식에 불평하고, 가게에 트집잡고, 녀석이 이렇게 제대로 빵을 한 입씩 음미하며 먹었다면…….” (117쪽)


#ひがしむらあきこ #HigashimuraAkiko #東村アキコ #美食探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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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의 나라 1
이즈미 이치몬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9


《천수의 나라 1》

 이즈미 이치몬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6.30.



  18세기라는 때를 바탕으로 티벳에서 풀꽃을 건사해 사람들 몸을 돌보는 길에 쓴다는 아이하고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천수의 나라》라고 합니다. 이 만화책을 한국말로 옮긴 곳에서는 이 만화가 《신부 이야기》나 《아르테》를 이을 만하다고 밝히는데요, 다른 두 가지를 다 읽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천수의 나라》는 발끝에 미치기조차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두 가지 만화에는 ‘이야기·줄거리’가 있으며, ‘속내·마음’이라는 숨결이 흐르는데, 막상 이 만화에는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도 찾아보기 못하겠더군요. 게다가 다른 두 만화는 뒷그림을 매우 꼼꼼하면서 차분히 그리는데, 이 만화는 뒷그림이 더없이 엉성합니다. 칸나눔도 어설프지요. 널리 사랑받기에 훌륭한 만화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만, 어쩌다가 이름값이 뜬 만화도 있겠지만, 밑바탕부터 차분히 다지고 올라서면서 초롱초롱 아름다운 만화도 있습니다. 《천수의 나라》는 첫걸음을 장만해서 읽은 뒤로 영 뒷걸음을 챙기자는 생각이 안 듭니다. 다섯걸음으로 마무리했다는데 썩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일본말 ‘テンジュ’를 그냥 ‘천수’로 옮기는데, ‘하늘나라’나 ‘아름나라’나 ‘구름나라’처럼 뜻을 헤아려서 다시 옮겨야지 싶기도 합니다. ㅅㄴㄹ



“저도 앞으로 다가올 계절에 약초가 쑥쑥 자랄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몸이 막 들썩거리거든요.” (16쪽)


“점심 무렵 야영지에 도착하니까 천막 치고 밥 먹고 나면 채집하러 다녀올게요. 기분 탓인가. 평소보다 도착이 빠른 것 같다.” “오빠 혼자 오면 넋 놓고 풀을 보면서 딴청을 피웠을 테니까.” “열심히 풀을 봤단 말이야. 넋 놓고 있지 않았어.” (74쪽)


#泉一聞 #IchimonIz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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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양반제도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6.1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새롭게 여미는 사전을 쓰느라 날마다 숱하게 품을 들이는데 끝은 잘 안 보입니다. 아마 이 사전이 태어나더라도 끝은 안 나겠지요. 모든 사전은 짠 하고 태어나는 그때부터 손질하고 보태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만큼 추스르고서 내놓느냐를 헤아려야 하는데, 사전을 쓰는 사람으로서 늘 “하나 더!”를 외칩니다. 이 하나를 나중에 보태거나 담아도 될 텐데, “하나라도 더!”로 나아가느라, 사전짓기는 그야말로 앞이 안 보이는 바닷길이 된달까요. ‘기사’라는 한자말을 손질하다가 ‘양반’으로 이어지고, ‘제도’로 더 이어지더니, 어느새 ‘탁상공론’에다가 ‘구제불능’으로도 잇닿습니다. 모든 말은 하나만 따지지 못해요. 이 낱말을 쓴 자리를 두루 살피다 보면, 이 낱말을 넣은 보기글에 깃든 다른 낱말이 자꾸 보이는 터라, 다른 낱말까지 한꺼번에 손질해야 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손질한 보기글을 나중에 다른 낱말을 살피다가 새로 들여다보면서 또 손질하고 거듭 손질하지요. 그야말로 끝없이 《손질말 꾸러미》(또는 쉬운말 꾸러미)를 추스르다가 저녁을 차리고, 다시 사전짓기를 붙잡고, 이러다가 저녁이 저물고 밤으로 접어듭니다. ‘양반’이란 한자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볼는지 모르나, 그야말로 한참 갖가지 보기글을 살피고 보니, 2020년 6월 18일로, 다음처럼 손질할 한국말이 나타났습니다. ㅅㄴㄹ


양반(兩班) → 잘난이·잘난척·잘난체 / 지체 /참하다·얌전하다·곱다·조용하다 / 나리 / 윗사람·윗분 / 곁님 / 사내 / 아재·아저씨 / 사람·이·치 / 님·분 / 놈·놈팡이·녀석 / 좋다·훌륭하다·멋지다·고맙다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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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새로 나올 책 가운데 하나인
"책숲마실" 글하고 사진을 추립니다.
이제... 쉬어야겠어서,
저도 쉬고 셈틀도 쉬어야 할 테니..
.
.
.
"책숲마실" 꾸러미에 넣을,
2000년 어느 날 쓴 글토막 한 자락을 옮겨 봅니다.
.
.
헌책집에서 책을 볼 때는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 무슨 책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안 한다고 할까요? 그냥 헌책집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나를 기다리고 반길 책이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날을 잡아서 하루하루 찾아갑니다.

반가운 손님은 언제 올는 지 모르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적에 그 사람이 언제 나한테 “사랑해” 하고 말을 건넬는 지 모르듯 우리가 가슴 뿌듯하게 껴안을 반가운 책은 어느 헌책집에서 언제 우리 앞에 나타날지는 알 길 없는 일입니다.

다만 언제나 이런 마음으로 가지는 않아요. 일부러 찾는 책도 있어요. 쪽종이에 적어서 책집지기님한테 여쭙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저는 이런 책은 얼마 없어요. 뭐랄까. 여러 헌책집을 돌아다니다 보니 헌책집마다 들어오는 책이 책집지기에 따라서 다 다른데, 그냥 흔한 책이라면 일터 바로 옆에 있는 마을새책집에 가서 사서 읽으면 되더군요. 그리고 늘 생각하는 한 가지는, 제가 일하면서 써야 하고 봐야 하는 책 밭만 살피지는 말자는 마음이에요. 그러면 이곳저곳에서 제가 알았던 책도 만나지만 여태 몰랐던 책을 잔뜩 만납니다. 이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밭부터 하나씩 훑어가면 저를 가르치고 이끌며 사랑하는 반가운 책이 한두 자락씩 슬슬 나타나더군요. ㅅㄴㄹ
.
2003년이었지 싶은데,
이제 사라지고 없는 헌책집 <문화책방> 마지막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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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1


《鯨, その科學と捕鯨の實際》

 大村秀雄·松浦義雄·宮崎一老 글

 水産社

 1942.



  바다를 가르며 가뿐하게 이 별을 누리는 고래는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안다고 합니다. 고래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노라면 아무리 시커멓거나 매캐한 마음인 사람이라도 어느새 궂은 기운이 잦아들면서 포근하게 거듭난다고 하고요. 곰곰이 본다면 고래뿐 아니라 뭇숨결에서 따사로운 빛을 받아들일 만합니다. 고래한테서는 고래대로, 들꽃한테서는 들꽃대로, 빗물한테서는 빗물대로, 이슬한테서는 이슬대로, 다 다르면서 저마다 싱그러운 숨빛을 우리한테 베푸는구나 싶어요. 《鯨, その科學と捕鯨の實際》는 일본사람이 스스로 고래를 살펴서 여민 책입니다. 고래잡이를 멈추자고 해도 안 멈추는 일본이니, 이웃을 사귀려는 마음 아닌 다른 뜻으로 고래를 좋아하는 셈일 테고, 얼핏 고래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듯싶으면서도 막상 ‘고래잡이를 하는 길’을 다루려는 셈이네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네 하고 들여다보다가,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스스로 바라보거나 살피면서 갈무리한 손길이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덩치 크고 슬기로운 고래를 비롯해, 덩치 작고 야무진 개미를 놓고서 어느 만큼 살피면서 갈무리했을까요. 우리 곁에 있는 뭇숨결을 ‘과학 아닌’ 이웃으로 마주하는 마음이며 눈빛이 있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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