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만든 책과 기록 우리알고 세계보고 5
김향금 지음, 홍선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76


《세상을 만든 책과 기록》

 김향금 글

 홍선주 그림

 미래엔

 2016.11.10.



  저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모으기를 즐겼습니다. 무엇을 그렇게 모으고 살았나 했더니 모두 ‘꾸러미’였어요. 꾸러미란 종이꾸러미, 이른바 책도 있습니다만, 과자를 까먹고 남은 빈 껍데기도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꾸러미’입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치른 시험마다 시험종이를 건사했는데 이 시험종이도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종이버스표나 우표뿐 아니라 영수증 하나하나도 지난살림을 보여주는 이야기꾸러미가 되고요. 책이란 꼴로 있는 종이꾸러미는 눈으로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을 읽으면서 바로 이야기를 느낍니다. 몽당연필이나 다 쓴 공책이나 수첩이라면, 길에서 뿌리는 전단지라면, 어느 때에 어떤 사람이 어떤 하루를 보내었는가를 되새기는 이야기를 찬찬히 느껴요. 《세상을 만든 책과 기록》은 종이꾸러미인 책을 바탕으로 ‘남기는 이야기’ 흐름을 짚습니다. ‘남긴다’는 대목에서 담벼락에 새긴 고래 그림을 첫머리에서 짚는데요, 붓종이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숱한 이야기를 남겼어요. 수수한 살림에 남겼고, 흙을 짓는 연장이나 풀로 이은 집에도 남기지요. 숲정이로 돌보는 나무에도, 풀꽃에 붙이는 이름에도 온갖 이야기를 남겨요. 다시 말해, 종이꾸러미만 파면 외려 책을 놓칩니다. 풀꽃나무 비바람도 모두 책인걸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이 좋아요 좋아요 떠나요 1
김남길 글, 김동영 그림 / 바우솔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82


《숲이 좋아요》

 김남길 글

 김동영 그림

 바우솔

 2011.11.15.



  스스로 살아 볼 적에 비로소 말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뻐한 적이 없다면 누가 기뻐할 적에 어떤 마음인가를 알기 어렵고, 슬퍼한 적이 없다면 누가 슬퍼할 적에 어떤 느낌인가를 알기 힘들어요. 가난한 적이 없다면 누가 가난할 적에 어떤 살림인가를 헤아리기 어렵고, 가멸찬 적이 없다면 누가 가멸찰 적에 어떤 하루인가를 읽기 힘들지요. 갓 태어난 무렵부터 어버이가 모는 자가용을 타고 돌아다닌 아이라면 버스를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길을 모르기 쉽습니다. 갓 태어날 즈음부터 풀밭을 맨발로 기고 나무를 안으면서 논 아이라면 마음으로 풀꽃나무하고 이야기할 줄 알아요. 《숲이 좋아요》는 숲을 이룬 온갖 나무 가운데 몇 가지를 추려서 이 나무가 어떠한 숨결이며 뜻이고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는가를 들려줍니다. 상냥한 그림책이지요. 나무랑 숲 이야기를 꽤 가벼우면서 재미나게 보여줍니다. 숲을 꼭 돌보거나 지켜야 한다고 외치기보다는, 이 땅에서 나무한테 이름을 붙인 길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아, 나무하고 동무하면서 놀자’ 하고 부르는 듯한 얼개예요. 다만 이름에 너무 매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자칫 엉뚱한 풀이를 달기도 하거든요. ‘오리나무’는 “물가 오리”에서 딴 나무가 맞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 가족, 국가, 민주주의, 여성, 예술 다섯 가지 표상으로 보는 한국영화사
박유희 지음 / 책과함께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31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박유희

 책과함께

 2019.10.27.



한국영화사에서는 아버지에게 역사적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식민지화와 함께 근대가 도래하며 전근대에 속한 아버지는 무능한 존재로 전락했다. (70쪽)


20세기 한국영화사에서 아버지는 부재할 수는 있어도 부정될 수는 없었다. 식민지의 못난 아비일지라도 딸은 몸을 팔아 그를 봉양해야 했고, 아들은 그를 축출할 수 없었다. (74쪽)


재판을 둘러싼 논리와 다각적인 역사 문제들이 ‘조선인 피해자 대 가해자 일본’이라는 이분법 구도 속에 묻히고 만다. 관부 재판을 도왔던 일본 시민단체의 항의 또한 이 영화가 법정 멜로드라마의 해묵은 틀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과정에서 결락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168∼169쪽)


4·19가 영화에서 재현된 것도 21세기 들어서다. 4·19라는 역사적 사건 자체를 극영화에서 재현한 경우가 20세기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에서 주인공의 인생에 주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으로 4·19가 등장한다. (278쪽)


대개 영화를 직업적으로 보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 집단은 관습적인 영화에 대해 박하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에 비해 일반 관객은 영화 형식이 관습적이라고 하더라도 실화의 충격이나 그것에 대한 관심도,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감동을 받으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438∼439쪽)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른 살이 될 무렵까지는 한국영화가 아니고서는 볼 생각을 안 했지만, 서른 살이 지나고부터는 아예 한국영화를 끊습니다. 서울살이가 아닌 숲살이를 바라는 길이고, 아이를 돌보느라 책을 들출 쪽틈을 내기도 빠듯한데다가, 한국말사전이라는 책을 쓰다 보니 어느덧 한국영화는 따분하거나 틀에 박히거나 우물개구리로구나 싶었습니다. 어쩐지 한국영화는 줄거리나 이야기가 좁아 보여요. 다루는 길도 뻔해 보입니다. 사랑을 그리기보다는 사랑타령을 그리고, 숲을 그린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고, 별바라기로 생각을 틔우는 영화는 좀처럼 못 만납니다.


  극장에 걸어서 사람을 모으고 돈을 벌려면 어쩔 길 없이 ‘연속극을 찍어야’ 할는지 모르겠고, ‘연속극이 되어야’ 팔릴 뿐 아니라 ‘한류’란 이름으로 이웃나라로도 퍼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집에 텔레비전을 들이지 않을 뿐더러 연속극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한국영화에 눈이 가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마음을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박유희, 책과함께, 2019)를 읽으면서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500쪽 남짓으로 도톰한 이 책은 한국영화를 ‘가족·국가·민주주의·여성·예술’ 다섯 갈래로 나누어서 다룹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나온 영화는 크게 이 다섯 가지로 묶으면 거의 다 들어간다고 여길 만하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제가 영화를 찍는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다룬 다섯 갈래가 아닌 ‘숲·사람·사랑·살림·소리’라는 다섯 갈래에 들도록 찍고 싶습니다. ‘숲·사람·사랑·살림·소리’을 영화 한 자락에 모두어 낼 수도 있어요. 이를테면 〈말괄량이 삐삐〉에는 이 다섯 가지가 모두 나옵니다. 어린이부터 누릴 만한 삐삐 이야기에서 삐삐는 숲이라는 푸른빛도, 사람다이 사는 길도, 참다운 사랑이란 무엇인지도, 손수 짓는 살림도, 또 우리 곁에 흐드러지는 숱한 소리도 고루 보여줍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이 다섯 가지가 모두 흘러요.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이라든지 〈이웃집 토토로〉도 이 다섯 가지가 함께 있겠지요. 일본영화 〈스윙걸즈〉나 〈워터보이즈〉도 이 다섯 가지를 잘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한국영화라면 〈집으로〉나 〈천하장사 마돈나〉가 이러한 결을 어느 만큼 다룬다고 느껴요.


  곰곰이 보면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영화평론보다 조금 더 어려운 글입니다. 영화평론도 ‘직업 평론가’들이 ‘영화를 삶자리에서 수수하게 즐기는 사람하고 동떨어진 채’ 온갖 잣대를 들이민다고 느끼는데요, ‘한국영화가 무엇을 그리는지’를 말할 적에 구태여 논문을 써야 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논문보다는 이야기로, 학문보다는 삶으로, 이론이나 지식보다는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풀어낼 적에 한국영화가 달라질 새길을 보여줄 만하지 않을까요.


  제가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숲·사람·사랑·살림·소리’를 바탕으로 ‘어린이·길·바다·별·새’라는 다섯 가지를 보태고 싶습니다. 이 열 가지를 아우르는 영화라면 기꺼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열 가지를 고이 품는 한국영화가 나오지 않으면, 저로서는 굳이 한국영화를 볼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6


《자유의 나라 (중학교 용)》

 한국문인협회·새국민문고 편집위원회 엮음

 을유문화사

 1969.4.30.



  출판사 ‘동서문화사’는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펴냈습니다. 전두환한테 알랑방귀를 뀌는 몸짓이었지요. 출판사 을유문화사는 《자유의 나라 (중학교 용)》를 선보였습니다. 박정희한테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매무새였지요. 두 출판사만 서슬퍼런 우두머리한테 조아리지 않았고, 이런 책이 한두 가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적잖은 출판사는 스스로 어지러운 붓길을 가면서 돈을 벌었고, 사람들 눈귀가 어둡도록 이바지했어요. 자유를 억누르는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한테 조아리면서 엮은 《황강에서 북악까지》나 《자유의 나라》를 내놓은 책마을 일꾼은 아마 돈·이름·힘을 얻었겠지요. 어쩔 길이 없어 이런 책을 펴냈는지, 돈바라기로 흐르며 굽신질을 했는지 모릅니다만, 책은 언제나 남아요. 민낯을 드러내는 책은 사람들 손을 돌고 돌면서 두고두고 살아남습니다. 사랑이 아닌 책은 언제나 바보스럽습니다. ㅅㄴㄹ


“이런 때에 ‘국민 교육 헌장’을 제정한 것은 국민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 점으로 보아, 매우 그 의의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아다시피 국민 교육 헌장은 짧은 글 속에 여러 가지 문제를 다 담았기 때문에 보다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보조적인 글이 필요하다 … 우리는 국민 교육 헌장을 세밀히 분석하여 그 정신이 가리키는 바 여러 가지 요지를 18개 항목으로 나누었다.” (머리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17.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글/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0.2.20.



여름이 되니 마을 윗샘이며 아랫샘을 치우느라 부산하다. 치워 놓고서 언제 치웠더라 하고 헷갈리고, 마을 앞을 지나 들여다보면 어느새 물이끼가 소복하다. 여름이니 물이끼가 자주 낀다고 할 만하면서도, 여름이니 빨래터하고 더 사귀라는 뜻이라고도 느낀다. 늘 물이 흐르는 이곳은 숲이 베푼 물놀이터이기도 하니까. 빨래터 담벼락에 앉아서, 또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또 집안일을 하다가 쉬며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을 읽었다. 나는 이이 소설책을 아직 읽은 적은 없는데, 이렇게 소설에서 몇 마디씩 갈래에 따라 가려뽑은 글자락은 꽤 재미나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처럼 ‘인간 실격’이란 한자말을 그냥 따라쓰지만, ‘사람이 아니야’라든지 ‘못됐다’라든지 ‘엉터리’라든지 ‘머저리’라든지 ‘바보’라든지 ‘얼간이’로 그때그때 바꾸어 볼 만하다. 왜냐하면 번역이니까. 모든 말은 옮긴다. 모든 말은 삶을 옮긴다. 우리가 저마다 달리 살아가는 하루를 말이라는 생각씨앗으로 옮기니 서로 이야기를 한다. 일본말만 한국말로 옮기지 않는다. 삶을 마음에 옮기고, 이 마음에서 생각으로 옮기다가, 이 생각을 다시 말로 옮긴다. ‘이 한국말’을 ‘저 한국말’로 옮긴다. 서울스러운 말씨를 숲다운 말씨로 옮겨 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