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9


《雙解英和辭典》

 齊藤靜 엮음

 富山房

 1943.3.



  1935년에 처음 엮고서 여덟 해가 걸려 마무리를 보았다는 《雙解英和辭典》은 ‘Fuzambo's English-Japanese Dictionary on bilingual principles’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두말을 마음껏 쓰기를 바라면서 엮은 ‘영일사전’일 테지요. 1951년 1월에 이르면 7벌을 찍고, 1954년 9월에 이르면 깁고 고친 판을 선보였다고 하는데, 그 뒤로도 이 영일사전은 널리 읽혔을까요, 아니면 조용히 다른 영일사전한테 밀렸을까요. 이제는 자취를 찾기 어려우니 한결 널리 읽히는 다른 영일사전이 있지 싶어요. 일본에서는 일본말사전을 갈무리하는 사람도 여럿이지만, 이웃나라 말을 갈무리하여 일본사람 스스로 익히도록 돕는 길잡이책도 여러 갈래로 나왔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이런 사전은 꽤 일찍부터 나왔어요. 한국은 아직 한국말사전조차 엮을 엄두도 내지 못하던 무렵, 일본에서는 숱한 바깥말을 여러 사람이 여러 눈썰미로 풀어내고 담아내면서 슬기를 밝혔달까요. 사전이라고 하는 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뛰어난 시나 소설이 하나만 있기보다는 다 다른 눈빛으로 다 다른 삶을 노래하는 시나 소설이 있을 적에 아름답듯, 말을 다루는 눈썰미랑 눈매도 온갖 삶자락을 갖은 숨결로 담아낼 적에, 생각이며 마음을 한껏 살찌우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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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8


《最新 文學新語辭典》

 池中世 글

 신광출판사

 1950.3.15.



  고등학교를 마치고 신문돌림으로 살림을 건사하며 혼자 삶길을 익힐 무렵까지 ‘비평·평론’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이 눈귀에 거슬렸지만 딱히 고치거나 손보자는 생각까지는 안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한 다음 어린이 국어사전 짓는 일을 하며 비로소 ‘비평·평론’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고쳐내지 않는다면 어린이 곁에서 고개를 못 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글을 배우려고 여러분한테 말씀을 여쭙고, 되든 안 되든 일본 영화를 일본말로 보고, 일본글이 빼곡한 책을 아무튼 읽으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이룬 숱한 사람들은 왜 저러한 한자말을 굳이 지어서 쓸까?’ 하고 살폈습니다. 《最新 文學新語辭典》은 한국사람 손끝에서만 태어난 ‘문학사전’일까요, 아니면 일본에서 나온 문학사전을 슬쩍 옮겼을까요? 270쪽짜리로 손바닥에 쥘 만큼 작은 ‘글꽃꾸러미’를 펴면 한국말로 문학을 풀이하지 않습니다. 아니, 문학을 다룬 낱말은 죄 영어 아니면 한자말입니다. ‘문학’이란 이름부터 한국말이 아닌걸요. ‘글’이요 ‘글꽃’일 텐데, 우리는 아직 우리다운 이름을 제대로 못 짓고 안 쓰는 판입니다. 1950년 봄에 갓 나온 글꽃꾸러미는 매우 사랑받았다는데, 우린 앞으로 뭘 사랑할 길일까요? 어떤 글을 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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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7


《西伯利亞諸民族의 原始宗敎》

 니오랏체 글

 이홍직 옮김

 서울신문사 출판국

 1949.9.30.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마을책집은 여러 고장에서 새물결을 일으킵니다. 자그맣게 꾸리고 학습지·참고서를 없애면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걱정을 밀어낼 뿐 아니라, ‘책이란 우리 삶을 스스로 새롭게 짓는 길에 동무로 삼는 이야기꾸러미’라는 대목을 조촐히 나누는 숲이자 쉼터 노릇을 해요. 마을책집이 자리잡기 앞서 2015년 무렵까지는 이 노릇을 헌책집이 도맡았어요. 책집에서 책손하고 책집지기가 두런두런 책수다를 나누던 곳은 오래도록 헌책집뿐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새책집에서는 이 책수다가 없다시피 했어요. 한창 헌책집에서 온갖 책을 스스로 헤아리며 사전짓는 삶길을 배울 적에 어느 날 어느 어르신이 《西伯利亞諸民族의 原始宗敎》라는 책을 얼핏 보여주며 사 갔습니다. “자네가 사전을 쓴다니 앞으로 이런 책도 봐야 하네. 오늘은 내가 사 가지만.” 시베리아 오랜살림을 담은 작고 낡은 이 책을 처음 구경한 지 열일곱 해쯤 뒤에 서울 신촌에 있는 〈글벗서점〉에서 비로소 다시 만나 손에 쥐고 펼쳤습니다. “어라? 읽은 책 같은데?” 왠지 낯익습니다. 가만 보니 1949년 이 책은 1976년에 ‘신구문고’ 가운데 하나로 《시베리아 제민족의 원시종교》란 이름으로 바뀌어 새로 나왔네요. 아, 그랬구나. 아무튼 고마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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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길잡이 : 생각해 보면, 슬기로운 길잡이는 과학책도 만화책도 사진책도 그림책도 시집도, 그 어느 책도 가리지 않고 읽는다. 길잡이라는 사람은 가릴 까닭도 일도 자리도 없겠지. 처음부터 한켠으로 기울지 않고, 나중에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길을 볼 테니까. 길잡이라면 스스럼없이 마주한다. 길잡이라서 선선히 맞아들인다. 길잡이일 적에는 받아들이는 바람에 새롭게 마음을 얹어 따스하거나 너그럽게 바꾼다. 스스로 배울 대목은 배우고, 즐길 대목은 즐기고, 노래할 대목은 노래하면서 살림을 짓는 길을 가기에 길잡이라고 할 만하다. ‘아는 길만 가는 사람’은 길잡이가 아니다. 아는 길만 가는 사람은 ‘종’이거나 ‘심부름꾼’이거나 ‘허수아비’이거나 ‘쳇바퀴·톱니바퀴’이다. 길잡이는 알든 모르든 어느 길이든 간다. 왜냐하면, 길잡이는 길잡이 스스로뿐 아니라 우리한테 ‘판에 박히거나 틀에 박히거나 뻔하거나 똑같거나 되풀이하거나 쳇바퀴를 돌거나 제자리걸음을 시키는 길’이 아닌 ‘어제 갔던 길도 새롭게 보도록 이끄는 길’로 다스려 내는 사람이거든. 1991.3.5. ㅅㄴㄹ


+ + +


道しるべ:考えてみると、賢い道しるべは、科学の本も漫画も写真本も、絵本も、詩集も、どの本も区別なく読む。 道しるべという人はわきまえるわけも仕事も席もないだろう. 片方に偏らず、後に片方に偏らず、初めて道を見ることができます。 道しるべなら気兼ねなく向き合う。 道しるべなので快く迎え入れる. 道しるべである時は受け入れたため、新しく心を入れ替えて暖かく寛大に変える。 自ら学ぶべきことは学び、楽しむことは楽しみ、歌うべきことは歌いながら、生活を営む道を行くのに道しるべと言える。 「知る道だけ行く人」は、道案内人ではありません。 知る道を行く人は「奴隷」か「使い魔」か「案山子」か「車」か「歯車」だ。 道しるべは知るか知らんがどの道を行く。 なぜなら、道しるべは道しるべ自らだけでなく、私たちに「板にはまったり型にはまったり同じだったり、繰り返したり、車輪を回ったり、足踏みさせたりさせる道」ではなく、「昨日行った道も新しく見えるように導く道」として治める人だから。 1991.3.5. (作 : 森の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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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이야기 자라는 마을 (2020.5.8.)


― 전북 전주 〈소소당〉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솔내7길 17-10

https://www.instagram.com/sosodang_bookcafe



  익산에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익산을 감싸는 들이나 숲을 마주하는 데가 아닌, 시내 길손집에서 맞이하는 새벽이라,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어느 고장을 가든 길손집이 늘어선 곳은 술집 곁입니다. 술집 곁에 길손집이 있어도 나쁘지 않으나, 이제는 나라나 고장에서 마음을 기울여서 길손집 둘레에 조그맣게라도 나무숲을 마련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고장 사람이라면 굳이 길손집에 안 묵을 테지만, 이 고장을 좋아하고 싶은 이웃이 길손집에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하루를 묵기 앞서 나무 곁에 서고, 하루를 열면서 나무를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해바라기를 할 만한 자리가 길손집 곁에 있다면, 이 고장을 좋아하고 싶은 이웃한테도 이바지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고장 사람들한테 이바지하겠지요.


  커다랗게 나무숲을 가꾸지 않아도 됩니다. 곳곳에 조그맣게 나무숲이 있으면 되어요. 한꺼번에 아주 많은 사람이 들이닥칠 나무숲이 아닌, 아이 손을 잡고서 사뿐히 마실하면서 바람을 쐬고 해님을 맞이할 나무숲이면 됩니다.


  기차를 타도 가까운 익산·전주 마실길은 자전거로 달려도 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익산·전주 두 고장이 찻길 말고 자전거길로 오가도록 해도 꽤 재미나겠구나 싶어요. 자전거길 옆으로 거님길을 두어도 참 좋을 테고요. 나무로 그늘을 드리우는 거님길로 익산하고 전주를 잇는다면, 아마 이 들길·나무길·숲길을 거닐려는 사람이 제법 많지 않을까요?


  기차나루에서 전주 시내버스를 타고 〈소소당〉을 찾아갑니다. 시끌시끌한 찻길에서 벗어날수록 조용합니다. 마침내 책집 앞에 서니 골목 안쪽이라 더 한갓집니다. 참말로 마을책집은 큰길 아닌 마을길에, 아니 골목길에 깃들 적에 아름답구나 싶어요. 마을사람이라면 언제라도 마실하고, 이웃고장에서는 틈틈이 나들이를 하는 책쉼터입니다.


  책집을 둘러싼 풀하고 나무를 보다가, 이 골목에 둥지를 튼 제비를 바라보다가, 책시렁도 가만가만 바라보면서 《분홍 모자》(앤드루 조이너/서남희 옮김, 이마주, 2018)를 고르고,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니나 레이든 글·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2018)을 고릅니다. 《먼 아침의 책들》(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하고 《체리토마토파이》(베로니크 드 뷔르/이세진 옮김, 청미, 2019)도 고르는데, 《체리토마토파이》까지 고르면서 책바구니를 하나 얻습니다.


  예부터 마을이란 아이가 자라는 배움터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비롯해 마을이웃 누구나 스승이자 길라잡이에다가 들동무에 숲벗이 되는 배움터이기에 마을이라 했어요. 마을이란 집집이 모인 터라고만 할 수 없어요. 마을이란 다 다르게 살림하는 손빛을 나누면서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꿈을 키워 사랑으로 나아가는 보금자리이지 싶습니다.


  다같이 배우고, 다함께 사랑하는 마을이니, 이곳에서는 늘 새삼스레 이야기가 피어나겠지요. 아이가 자랄 만할 적에 마을이요, 이야기가 자라기에 마을인 셈일까요. 노래하는 아이가 뛰놀기에 마을이면서, 춤추는 아이가 어른 곁에서 사랑을 배우기에 마을이라고도 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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