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핸드메이드 3
소영 지음 / 비아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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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94


《오늘도 핸드메이드! 3》

 소영

 비아북

 2017.12.22.



  손이 있기에 아이를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안습니다. 굳이 ‘안아 주는 기계’를 들여야 아이를 안을 만하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다리가 있기에 아이랑 손을 잡고서 걷습니다. 구태여 ‘실어 날라 주는 기계’를 몰아야 아이랑 걸을 만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맡는 틀(기계)이 나쁠 까닭이란 없습니다. 사랑어린 마음이 있다면 어떤 틀을 쓰더라도 사랑스럽지요. 하루를 돌아봐요. 두 눈을 마주보면서 아이하고 이야기를 했는가요, 아니면 손전화 쪽글을 주고받았나요. 《오늘도 핸드메이드!》는 모두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오늘도 손살림”이라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그린님을 이끄는 바탕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로구나 싶어요. 마음에 드는 그 사람한테 다가가는 길에 손살림을 곁에 둡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만 헤아리며 손살림을 짓지 않아요. 굳이 그 사람이 아니어도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고 싶어서 짓는 손살림이 꾸준히 나옵니다. 손살림이 살갑다면 ‘살’을 대어 짓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틀(규격)’을 따르지 않고서 스스로 새롭게 틀(앞길)을 짜면서 한결 즐겁습니다. 마음에 드는 그 사람한테 뜨개바늘하고 실을 건넨다면, 이 만화책이 좀 다른, 눈부신 결이 되었을 텐데 싶습니다. 아쉽네요. ㅅㄴㄹ



며칠씩 걸리는 작업은 어깨도 아프고 지겹기도 하지만, 가끔씩 엄마께서 손을 보태 주시기도 하고, 여름밤과 어울리는 음악도 있어, 비교적 즐겁게 매듭 작업이 끝났습니다. (12쪽)


종이실로 휘감으며 엮어 주었더니 종이실 부채가 튼튼히 완성됐습니다. 레시피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직접 부딪혀 가는 맛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31쪽)


‘나’로 살아온 지가 짧지 않은데도, 요즘 들어 나에게 ‘왜’라는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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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3.


《자갈자갈》

 표성배 글, 도서출판 b, 2020.6.16.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서 조용히 사전쓰기를 한다. 이 낱말 저 낱말 사이를 누비면서 실타래를 풀고 수수께끼를 엮다가 부스럭 소리를 듣는다. 지네인가? 아닌데, 지네는 이런 소리를 안 내는데? 꽤 큰아이가 들어온 듯한데 누구일까? 부스럭 다음에는 보스락 소리이다. 내가 부스럭 소리를 들은 줄 눈치챘나 보다. 아니, 큰소리를 낸 아이는 지레 놀랐구나 싶다. 두리번두리번하니, 아하 아주 큰 거미 하나가 있다. 어쩜 이렇게 커다란 거미가 들어왔을까? 아니면 우리 집에서 허물벗기를 하다가 이만큼 자랐을까? 바깥으로 내보내 준다. 낮나절에 읽은 《자갈자갈》을 떠올린다. 공장일꾼인 노래님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집이다. 공장에서 길어올리는 산뜻한 노래가, 공장하고 집 사이에서 얼크러지는 싱그러운 노래가, 집이랑 공장 언저리에서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노래가 한 올 두 올 퍼진다. 이 시집을 읽다가 노래님이 ‘딸바보’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러셨구나. 딸바보란 딸사랑이란 뜻. 딸사랑이란 아이사랑이란 얘기. 아이사랑이란 곁님하고 지피는 하루를 사랑한다는 말일 테지. 사랑이란 어떻게 태어날까.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 다르게 피어나는 이 사랑이라는 꽃은 우리 하루를 얼마나 눈부시도록 밝혀 주는가. 잘 읽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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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2.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박유희 글, 책과함께, 2019.10.27.



4월에 첫 매화알을 훑었고, 알이 더 굵기를 기다려 5월에 두벌 매화알을 훑었다. 바야흐로 6월에 세벌 매화알을 훑는다. 4월보다는 5월에, 5월보다는 6월에 매화알이 굵다. 6월 매화알은 오얏만큼 굵다. 맨발로 나무타기를 하면서 훑었다. 목에 천바구니를 걸고서 나무를 몸으로 감싸듯이 안고서 슬슬 오른다. 맨발에 웃통을 벗고서 나무를 쓰다듬는다. 나무가 찰랑찰랑 춤추면서 반긴다. 목걸이 삼은 천바구니가 매화알로 묵직해서 목이 아프면 나무 밑에 있는 작은아이를 불러서 비워 달라고 이른다. 아침볕을 누리면서 작은아이하고 매나무랑 놀았다. 꽃나무는 꽃그늘이 사랑스럽다면, 열매나무는 열매를 훑으려고 타고오르면서 개구쟁이가 된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한국영화를 몇 갈래 눈길로 바라보면서 읽어낸다. 뜻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룬 책이 아예 안 나오지는 않지만 다들 먼나라 이론에 짜맞추려고만 하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쉬운말이나 삶말로 영화를 풀어내지는 않는다. 빠뜨리는 영화도 많다. 아무래도 ‘역사인문’이란 눈으로 읽자니 삶자리하고는 좀 먼 이야기가 되지 싶은데, 비평도 논문도 ‘아이랑 함께하는 길’로 바라보면 좋겠다. ‘아이랑 읽는 영화’란 눈길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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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1.


《긴 호흡》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9.12.20.



“Good night”을 “굿 나잇”으로 옮기면 될까, “좋은 밤”으로 옮기면 될까, 아니면 “잘 자”나 “잘 자렴”이나 “꿈 꾸렴”이나 “고요히 자렴”으로 옮기면 될까. 거꾸로 생각하자. “잘 자”라는 한국말을 영어로 어떻게 옮기면 될까? 《긴 호흡》을 마을책집에서 집어들어 읽다가 내려놓는다. 옮김말 탓에 지친다. “창작은 고독을 요한다”는 무슨 소리일까. 영어가 이런 꼴로 생겼는가, 아니면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면 이런 글이 되는가? 한국말도 아니요, 영어도 아니며, 거의 일본 말씨라고 해야 할, 무늬만 한글인 이런 글이 종이에 척척 찍혀서 나와도 좋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옮겼고, 이렇게 엮었으며, 이렇게 내놓았고, 이렇게 책집으로 들어온다. 학교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살림을 어떤 말씨로 들려주면서 가르치는가? 사회라는 곳은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을 어떤 글씨로 보여주면서 들려주는가? 다시 생각한다. “외로워야 짓는다”나 “쓸쓸할 적에 쓴다”나 “조용히 짓는다”나 “혼자서 쓴다”나 “지을 적에는 혼자다”나 “쓸 적에는 혼자다” 같은 말마디를 조용히 읊는다. 아마 어떤 분은 혼자여야 쓰겠지. 아니 쓸 적에는 혼자일밖에 없겠지. 곁님이나 아이나 동무가 있으면 수다를 떨어야 하니, 글은 혼자 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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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43


《Three Gay Tales from Grimm》

 Grimm 글

 Wanda Gag 그림

 Coward McCann

 1943.



  일제강점기를 보내야 하는 동안 참 많은 분이 여러모로 나라살리기에 온힘을 다했습니다. 군홧발에서 벗어나려면 총칼을 쥐어야 한다고 여긴 분, 새길을 배우고 가르치는 터를 닦아야 한다고 여긴 분, 어린이가 꿈별인 줄 헤아려 누구보다 어린이가 누릴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인 분, 이 나라가 스스로 서려면 흙살림꾼이 슬기롭고 씩씩해야 한다고 여겨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는 길을 나누는 분이 있었어요. 이때에 정치나 문학이나 예술이나 경제나 종교를 한 분이 있을 텐데, 먼먼 옛날처럼 수수하게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면서 사랑을 물려준 분이 가장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Three Gay Tales from Grimm》은 ‘그림(Grimm)’ 님이 남긴 글에 그림꽃을 입혀서 선보인 그림책입니다. 1920년대부터 그림책을 내놓은 완다 가그 님인데요, 미국도 그즈음은 살림이 썩 좋지는 않았을 테지만 오직 어린이를 헤아려 그림책을 일군 반짝이는 눈빛이 있었네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비록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나온 그림책은 없다시피 하지만, 수수한 어버이는 수수한 옛이야기로 아이를 키웠겠지요. 그나저나 이 그림책은 ‘주한 용산 미군기지’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다가 헌책집에 나왔더군요. 한국은 군부대에 그림책을 둘 수 있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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